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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Author: 서은월
남은 셋이라니?

“둘은 이미 부부였소?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계산을 해봐야 하오!”

노점 주인은 손을 흔들며 둘을 불렀지만 두 사람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특히 아람의 걸음이 유난히 빨랐다. 밖을 나서기 전 길흉을 보았어야 했는데, 실책이었다. 초주는 상인이 더 많았다. 특히 부두 인근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안 파는 게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멀리서 커다란 상선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만큼 큰 배라면, 얼마나 많은 화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를 뒤따르던 주종현 역시 그 배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어느 정도 크기의 배를 쓸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는 따름이었다. 아람의 시선이 앞쪽의 한 노점에 놓여 있는 비녀 하나에 붙들렸다. 그 비녀는 햇빛 아래에서 고운 분홍빛을 띠었으며, 보석은 크지 않았지만 색감 하나는 좋았다. 돌아간 뒤 조금만 손을 본다면 연아의 머리 장식으로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얼마예요?”

“열다섯 냥입니다.”

“좀 깎아 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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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9화

    이른 아침의 햇살이 엷은 안개를 헤치고 스며들었다. 산림은 멀리서부터 가까이로, 겹겹이 쌓인 소리를 풀어내듯 깨어났다. 이미 사냥에 나섰던 용사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었다.북소리가 포위장을 가득 울렸다. 장막을 나서면 피를 뒤집어쓴 젊은이들이 승전의 기세를 안고 돌아오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맹시은은 막 떠오른 햇빛 아래에서 그들과 말들이 입김을 희뿌옇게 토해내는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경성의 공자들. 그들은 가장 좋은 환경 속에서 자라고 가장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 가정을 이루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그늘 아래서 어렵지 않게 관직에 오르게 된다.그들의 삶은 끝내 선대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사냥은 달랐다. 홀로 한 필의 말에 몸을 싣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로 나서야 했다. 아마도 그들 인생에서 처음으로, 오직 제 힘만으로 쟁취해야 하는 순간일 것이다.사냥대 위에서는 어린 내관 몇이 짐승의 무게를 달고 기록하고 있었다. 쌓여 가는 사냥감은 점점 산처럼 높아졌지만 황제가 가져온 그 검은 곰에 비할 만한 것은 아직 없었다.그때, 주종현이 다가왔다. 그의 몸에는 아직도 새벽 이슬의 서늘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시끄러워 깬 것이냐? 어젯밤에 술을 조금 마셔서 일찍 잠들었다. 덕분에 푹 잤어.”맹시은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궁 밖은 궁 안처럼 삼엄하지 않아요. 헌데 당신은 또 밤새 지켰군요.”주종현이 웃으며 답했다.“밤 당직이 내 차례였다. 막 교대했으니 잠시 후 호위병 장막에서 눈을 붙일 생각이다.”그때였다.“보십시오! 누가 맹호를 잡아 왔습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숲 가장자리로 쏠렸다.황제의 흑곰조차 십여 명의 호위가 힘을 합쳐 겨우 끌고 온 것인데 호랑이라면 적어도 삼사백 근은 나갈 터. 혼자 어떻게 그 무거운 것을 가져올 수 있었단 말인가?어제 흑곰이 사람을 해칠 뻔한 일이 있었던 터라 주종현은 즉시 경계심을 품고 달려갔다.사냥에서 돌아온 사내는 피부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8화

    “죄인 송이당의 누이, 송하윤이라고 합니다. 폐하와 마마를 뵙습니다.”송하윤은 팔꿈치의 극심한 통증을 꾹 눌러 참으며 예를 올렸다.“민녀는 감히 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마마의 옥체가 무사하신 것만이 민녀의 가장 큰 소원입니다.”“송이당이라…”황제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라버니의 죄는 네 책임이 아니다. 더구나 구가에 공이 있으니, 짐이 황후를 대신해 한 가지 약속을 내리겠다. 마음이 정해지면 짐을 찾아오너라.”제후와 황후가 장막으로 돌아간 뒤에야 주씨 큰 마님이 급히 다가왔다.“하윤아, 어디 다친 건 아니냐!”큰 마님의 손이 그녀의 팔에 닿자 송하윤은 숨을 들이켰다.“팔이…! 어서 돌아가자!”송하윤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서기 전, 그녀는 주종현이 있는 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주종현은 금위군과 함께 흑곰의 처리를 맡고 있었다.송하윤은 길게 숨을 내쉰 뒤, 주씨 큰 마님을 따라 돌아섰다.그녀가 방금 한 행동은 무모한 희생이 아니었다. 모두가 흑곰에 정신이 팔린 사이 그녀는 볼 수 있었다.주종현이 말에서 몸을 날리던 순간, 세 명의 병사가 사람 벽을 세워 그에게 발판을 만들어주는 장면을.성공하면 흑곰은 베어질 것이고, 실패해도 그의 무예라면 치명상을 피할 수 있을테니 그녀와 황후는 많아야 부상을 입는 정도였다.계산은 끝나 있었고 그녀는 끝내 구가의 공을 세웠다.이런 결과라면 그녀는 역풍을 뒤집을 수 있었다.황지영은 아직도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정말 여걸이네!”예전에 송하윤이 예상산장에서 자수쟁이들을 괴롭히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적이 있었다.지금도 그녀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그 용기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맹시은은 방금의 소동을 지켜보면서도 얼굴에 큰 동요는 없었다.송하윤의 선택은 뜻밖이었지만 손해를 조금도 보지 않으려던 사람이 목숨을 걸고 뛰어들 줄은 몰랐다.사냥터에 변고가 생긴 뒤 금위군은 숲 가장자리에 경계를 하나 더 세웠다.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자들은 짐승이 완전히 죽었는지 두 번 확인해야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7화

    황제가 말을 타고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갑옷은 두 곳이나 찢겨 있었고 상투는 흐트러져 있었으며 입가에는 가느다란 핏자국까지 비쳤다.뒤따라 나온 주종현과 금위군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그들이 사냥해 온 흑곰은 아직 살아있는 상태였다.거대한 흑곰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울부짖는 소리에 또다시 숲의 새들이 흩어져 날아올랐다.장 황후는 명부들과 함께 장막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눈 가득 걱정을 담고 늘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호위병들이 흑곰을 간신히 우리 안에 가두고 나서야 그녀는 급히 앞으로 나섰다.“어찌 폐하를 이렇게 보호한 것이냐!”황제는 몇 해째 국사에 시달려 몸과 마음이 모두 쇠해 있었기에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기침이 도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맹수와 맞서 싸웠다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다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황제는 황후의 손을 짚고 말에서 내렸다.“괜찮다. 짐은 멀쩡하다. 황후도 그들을 탓하지 말거라. 그들이 직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짐은 이 흑곰에게 기습을 당했을 것이다.”숲은 그가 스스로 향한 곳이었다.전생에 그는 불찰친왕에게 몰려 이 자리까지 쫓겼다. 숲 깊숙한 곳에는 맹수가, 등 뒤에는 그를 산 채로 잡으려는 추격병이 있었다. 그는 나무 아래에서 제 손으로 어린 아들의 숨을 끊고 곧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늘 그는 말을 몰아 그 전생의 자리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그 연리지는 더 이상 없었다.잠시 넋을 놓은 그 틈에 이 곰이 소리 없이 뒤에서 덮쳐왔다. 주종현이 재빨리 외쳐 경고했고 모두가 힘을 모아 간신히 생포해냈다.황지영과 맹시은은 멀찍이서 구경하고 있었다.“정말 살아 있네!”황지영은 살아 있는 흑곰을 본 적이 없었다.예전에 어떤 부상이 아들을 공구서원에 보내려 하며 곰 가죽을 선물로 가져온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받지 않고 곰 가죽과 부상을 함께 산에서 돌려보냈다.그때 처음 곰의 모습을 보았다.지금은 살아 있는 흑곰이 우리를 쾅쾅 치며 포효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우리를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6화

    “폐하께서는 정사가 바쁘십니다. 딸은 황후로서 그저 폐하의 몸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어찌 다른 생각을 더 하겠습니까?”장 황후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입궁한 지 반 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그것이 황제의 첫 자식이었다.비록 그는 국사에 쫓겨 가끔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지만 그녀는 그래도 기대에 차 있었다. 아이만 있다면 그것이 곧 의지처이자 희망이라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아이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후궁이 많지 않았고 회임한 뒤로는 모든 문안을 면하게 하여 조용히 태를 기르고 있었다. 그토록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결국 아이를 지켜내지 못했다.장씨 부인은 딸의 그늘진 얼굴을 보며 가슴이 저려 왔다. 그녀는 딸의 손을 잡아 쥐었다.“염려 말거라. 조모께서 특별히 송자관음 상을 모셔 오셨다. 날마다 너를 위해 경을 외우고 계신다.”말을 마친 장씨 부인은 슬며시 작은 자기병 하나를 그녀의 손바닥에 쥐여 주었다. 비연병만 한 크기였다.장씨 부인의 손이 딸의 손을 단단히 감쌌다. 차갑고도 매끈한 감촉이 손안에 닿자 황후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굳게 오므라들었다.“어머니…”그때 여관이 장막을 들어 올렸다.“마마, 각 부의 명부들께서 밖에서 문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장 황후는 재빨리 작은 병을 소매 속으로 숨겼다.“들라 하라.”문안을 오는 부인들은 하나같이 적령기의 딸을 데려왔다. 황제는 이미 세 차례나 대선을 취소했다. 그러니 이번 추렵은 황제를 가까이서 뵐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혹여 그의 눈에 들어 궁으로 들게 된다면 자신의 자리는 더욱 위태로워질 터였다.장 황후는 무의식중에 소매를 꽉 쥐었다. 어머니를 한 번 바라본 뒤, 천천히 등을 곧게 세웠다.*맹시은은 품계가 없어 원래는 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진국공부에는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어장과 가장 가까운 쪽은 맹 가였지만 황후를 알현하는 순서는 오히려 맨 마지막이었다.“맹 언니!”황지영이 먼저 그녀를 알아보고 달려왔다.“왜 여기 있느냐? 수영 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5화

    적금으로 만든 비녀에는 겹겹의 금련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삼 년 전 장공주 연회에서 활쏘기로 따낸 것이었지만 끝내 건네지 못한 물건이었다. 그녀가 다리를 다쳐 혼절했을 때, 그는 그 비녀를 조용히 베개 곁에 두고 나왔었다.그리고 삼 년이 흐른 지금, 그것이 마침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과거 가을 사냥터.하늘을 찢는 듯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들은 콧김을 뿜으며 이미 겨루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전 내관이 높은 단상 위에 서서 외쳤다.“이번 추렵은 무게로 승부를 가른다! 갑, 을, 병 각 한 명을 선발하여 어전행주로 삼고 갑등은 금위군 좌지휘사에 임명한다!”출발을 기다리던 젊은이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건 허울 좋은 자리 따위가 아닌 실권이 따르는 직책이었다.주종현은 말을 몰아 황제의 곁을 따랐다.잠시 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활을 공손히 황제에게 건넸다.모두가 고삐를 움켜쥐고 황제의 손에 들린 활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그는 활시위를 끝까지 당겨 높은 단상 위 붉은 비단을 겨누었다.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붉은 천이 떨어지자마자 만마가 일제히 달려 나갔고 숲속의 새들은 놀라 날아올랐다.황제는 활을 어깨에 비스듬히 둘러메었다.“모처럼의 추렵인데 짐이 어찌 뒤처질 수 있겠느냐? 가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은 화살처럼 튀어나갔다.“폐하!”전 내관의 심장이 내려앉을 듯 뛰었다.“빨리! 뒤를 따르거라!”주종현은 십여 명의 금위군을 이끌고 곧장 뒤를 쫓았다.이번 추렵에는 인원이 많았다. 오품 이상 각 가문과 부에서 한 사람씩 참가했다.대부분 젊은 사내들이었다. 특히 음서로 겨우 작은 벼슬을 얻은 세가 자제들에겐이 자리가 정당하게 승진할 수 있는 기회이자 천자의 측근이 될 수 있는 자리였다.발 빠른 자들은 토끼와 새 같은 작은 짐승을 먼저 사냥했다.그러나 황제는 고삐를 단단히 잡은 채, 토끼가 눈앞을 스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곧장 숲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숲이 깊어질수록 사람의 기척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4화

    밤이 깊어지자 사냥터는 고요에 잠겼다. 순찰을 도는 금위군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다.맹시은은 막 장난치던 두 소녀를 재워 놓은 참이었다. 그때 춘행이 조심스레 들어왔다.“아가씨, 영국공부 세자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맹시은은 부채를 춘행에게 건네며 말했다.“잠시 다녀올게.”밖으로 나오자 주종현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서 있었다. 하늘가에는 가느다란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황제의 말을 듣기 전이었다면 그는 맹시은을 데리고 붉게 물든 산을 보러 가고 싶었다.“이 밤중에 쉬지도 않고.”맹시은이 다가서자 그의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그 어깨에 옅은 쓸쓸함이 스며 있는 듯했다.“내일 사냥이라 모두 기세가 대단하겠지요. 폐하 앞에서 솜씨를 보이겠다며 말입니다. 당신은 금위군 통령인데 수확이 없으면 체면이 서겠어요?”주종현이 돌아섰다. 그녀의 눈꼬리에 얇게 번진 웃음이 보였다.그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잠이 오질 않아 그런다. 좀 걷자꾸나.”“무슨 일입니까?”그는 낮에 황제와 대화를 나누었던 숲 가까이까지, 한참이나 걸어왔다.그 말들이 아직도 가슴을 내려찍고 있는 듯했다.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맹시은. 내가 모든 걸 버린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떠나겠느냐?”그의 눈빛은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감추지 못한 채 끓어오르고 있었다.그러나 맹시은의 눈썹은 미세하게 찌푸려졌다.주종현의 성정상, 이런 말을 꺼낼 사람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이상했다.“폐하께서 곤란하게 하셨습니까?”그녀가 질문에 답하지 않자 그는 격해진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맹시은, 삼 년이다! 내가 한 게 아직도 부족한 것이냐?”눈꼬리가 붉게 물들고 목소리도 떨렸다.맹시은은 그의 눈 속 고통을 바라보았다.“하늘 아래 왕토가 아닌 곳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어디로 갈 수 있겠어요?”“하늘도 넓고 땅도 넓다. 못 갈 곳이 어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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