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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Auteur: 서은월
“가자. 입궁할 것이다.”

황성은 경성 한가운데 위엄 있게 솟아 있었고 성문 앞의 얼굴들도 또 바뀌어 있었다. 소림은 익숙하게 자신의 패를 던졌다. 그러자 호위병들은 허둥지둥 패를 받아 들고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일곱 째 전하를 뵙습니다.”

소림은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황형은 다 좋은데 궁 안의 사람들을 너무 자주 갈아치우는 것이 문제였다. 반년마다 한 번씩 바꾸고 두 해면 대대적으로 바꾸니, 본래도 입궁이 잦지 않은 소림으로서는 도저히 얼굴을 외울 수가 없었다.

근정전.

전 내관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폐하, 일곱 째 전하께서 알현을 청하십니다.”

황제는 붓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빛에 비친 그의 관자에는 어느새 희끗한 은사가 비쳐 보였다.

“들라 하라.”

소림은 밖에서 제멋대로 굴어도 궁 안에 들어오면 갖춰야 할 예는 빠짐없이 지켰다.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는 붓을 내려놓았고 전 내관은 곧바로 따뜻한 수건을 받쳐 올렸다.

“말해 보거라.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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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11화

    그는 술잔을 들어 올렸지만 입에 대지는 않고 그저 옅은 미소만을 띠었다.“전 관사께서 베풀어 주신 성의는 마음으로 충분히 받았습니다.”그는 술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는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다만 오늘은 길을 서둘러야 하는지라, 술을 많이 들 수 없는 형편입니다. 훗날 다시 우주에 들르게 된다면, 그때는 전 관사와 마음껏 술잔을 기울리겠습니다.”이 말은 사실상 자리를 정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그러나 전유덕은 마치 그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오히려 미소를 더 짙게 지었다.“아이, 열 공자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열 공자처럼 젊고 유망한 분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이처럼 큰 뜻을 품은 영웅호걸과 사귀는 것, 그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있겠습니까! 다만 만난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한스럽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공자와 발을 맞대고 누워 사흘 밤낮을 마시며 이야기했을 텐데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더욱 절절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공자께서 길을 재촉하셔야 한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그러니 오늘은 길게 마시지 않겠습니다. 딱 한 잔, 마지막 한 잔만!”그는 다시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타는 듯한 눈으로 열무를 바라보았다.“이 한 잔만 비우시면, 제가 직접 말을 준비해 공자와 부인을 성문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그 말은 얼마나 간절하고, 또 얼마나 호방한가.마치 이 한 잔을 거절하는 순간, 그의 진심을 저버리고 이 우정을 업신여기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다.열무의 시선은 고요한 물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광기에 가까운 열기를 띤 전유덕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문득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었다.천천히 술잔을 들어 올린 그는 전유덕의 기대에 찬 시선을 마주한 채 단숨에 잔을 비워냈다.“좋습니다!”전유덕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그의 눈빛에 안도의 기색이 번뜩였다.연회는 아직 끝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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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9화

    타로는 중얼거리듯 한마디 덧붙였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목소리를 더 낮췄다.“그, 그게… 투연 아가씨가 알면 공자님께서 편애하신다고 하지 않을지… 지난번엔 거의 화살로 눈을 쏴버릴 뻔하셨잖습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칼날처럼 서늘한 시선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타로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목을 움츠리고는 얼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복도 끝을 가리켰다.“아, 아! 날이, 날이 늦었네요! 저, 저 아직 정리 못 한 게 좀 있어서, 얼른 다녀오겠습니다!”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 속도는 토끼보다도 빨랐다.복도에는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고 열무는 손에 든 미과를 내려다보았다.그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졌다.“끼익.”뒤쪽 방문이 열리자 그는 무심코 몸을 돌렸다.단 한 번의 시선에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문을 연 여인은 이미 그 호수빛 치마저고리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중상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몸선은 한층 가늘어 보였고, 얼굴빛 또한 투명할 만큼 창백했다.하지만 그 소박한 옷차림조차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타고난 냉정함과 기개를 전혀 가리지 못했다.얼굴의 먼지를 씻어낸 그녀는 놀라울 만큼 맑고 단정한 용모를 드러냈다. 먹빛 머리는 단정히 뒤로 묶여 있었고 길게 뻗은 목선이 더욱 도드라졌다.특히 눈이 아름다웠다. 차가운 못에 잠긴 흑요석처럼, 맑고 투명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함이 담겨 있었다.열무의 숨이 아주 잠깐 멎었다.주연아는 그가 보인 그 짧은 흔들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그 앞에 다가가 멈춰 섰다. 그리고 단정하게 몸을 낮춰, 대성조식 만복례를 올렸다.“두 번이나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주연아는 이 은덕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약해져 다소 쉰 기색이 있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렷하고 단단하게 떨어졌다.연아?멀쩡한 이름 두고, 왜 저렇게 촌스러운 이름을…열무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다시 평소의 냉정함으로 돌아왔다.“별거 아닙니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8화

    주연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이미 침상 위에서 같은 자세로 꼬박 사흘 밤낮을 엎드려 있었다.목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꺾인 듯 뻣뻣하고 저릿했으며, 거의 감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아야…”한참이 지나서야 그 지독한 통증이 조금씩 밀물처럼 빠져나갔다.그제야 그녀는 아픔을 참고, 제 몸이 아닌 것처럼 굳어버린 목을 힘겹게 돌려 사방을 살폈다.낯선 방이었다. 단출했지만 깨끗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약초 향이 감돌고 있었다.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주연아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솜처럼 풀려있어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몸에 걸친 옷은 여전히 원래 입고 있던 그 옷인 듯했다.피와 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다만… 등 뒤가 서늘했다.방문이 열리며 그녀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끊겼다.역광을 등지고 곧은 그림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주연아는 경계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거의 요사하다 싶을 만큼 준미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그였다.“깨어나셨군요.”열무의 목소리는 물처럼 담담했다.그는 손에 든 식합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곧장 침상가로 걸어왔다.주연아는 경악했다.자신의 등 뒤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저 사람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다니.“당신!”열무는 그녀의 동요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 행동했다.그는 탁자 곁으로 가 청자 작은 항아리 하나를 집어 들고, 대나무 조각으로 푸른빛 고약을 떠냈다. 그리고 다시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서늘한 약 향이 공기 속으로 퍼졌다.“움직이지 마십시오. 본 공자는 거의 죽어가는 시체 등에 붙은, 새까맣게 탄 썩은 살덩이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약이 그녀의 상처 위로 그대로 눌렸다.“악!”주연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이건 약 바르는 게 아니었다.“저 아직 살아 있거든요!”“아픕니까?”열무는 짧게 그녀를 보며 손의 힘을 조금 늦췄다.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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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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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버니와 서먹해진 것이냐?”나이가 들면 제 뜻이 생기기 마련이고 더구나 이 남매는 십여 년 만에 만났다. 아람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오라버니, 우주와 정현의 창고는 모두 제가 성왕께 빌린 거예요.”“얼마나 빌렸느냐?”강세오는 금액이 작지 않으리란 걸 직감했다.“경성을 떠난 뒤로 수레도 말도 모두 성왕께서 도와주셨어요. 우주 창고는 이만 냥, 정현 창고와 곡식은 오만 냥이예요.”칠만 냥. 강세오의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는 그저 어리석은 누이가 성왕의 덫에 걸린 줄만 알았다.“시아야, 곡식을 파는 건 어렵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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