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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作者: 서은월
강시아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이 모두 달라져 있었다. 그녀도 한때 세자의 침소에 오르고 아이를 품음으로써 겨우 첩이 된 게 아니었나?

주온청이 다시 입을 열려 했으나 주은혜가 억지로 팔을 끌며 나섰다.

“언니, 어서 갑시다! 언니가 끼어든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그들 자매는 모두 서녀였다. 셋째가 송하윤을 두둔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실부인의 눈 밖에 났는데 이제 또 명옥의 일까지 거든다면...

그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그녀들의 혼사도 정실부인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주종현 또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인파 뒤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강시아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 손을 높이 들어 명옥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의 얼굴에는 비통함이 가득했다.

“나는 너를 자매로 여겼다. 항상 너를 생각했었는데 감히 이런 짓이나 저지르다니! 나는 속여도 좋다. 헌데 너를 좋아하는 연아에게는 부끄럽지도 않으냐!”

명옥은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던졌다. 이게 정말 예전의 겁 많고 소심하던 강시아란 말인가.

강시아는 곧장 무릎을 꿇어 주종현에게 애절히 호소했다.

“명옥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서방님께서 그녀가 첩실을 섬긴 지난 삼사년의 정을 생각하시어 한 번만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그러나 주종현의 눈에는 오히려 더 큰 분노가 치솟았다.

“네가 나더러 그녀를 살려 달라고?”

“그렇습니다.”

강시아는 곧장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러다 이내 눈가가 젖으며 눈물을 흘렸다.

“명옥은 본디 작은 마님께서 직접 뽑아 제 곁에 붙인 아이입니다. 저를 시중드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억울했을 터인데…”

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명옥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강시아를 밀쳐 넘어뜨렸다.

“네가 뭔데! 그런 가식적인 말은 필요 없다!”

강시아는 놀란 듯 두 눈이 커졌다. 그녀의 표정은 믿기지 않는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명옥은 이를 악물고 독기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

“네가 뭐라고! 고작 세탁방에서 일했던 계집 따위가... 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주종현이 발길질로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그 순간, 강시아는 눈물이 멈출 뻔했다. 늘 차갑고 냉정하기만 했던 그가 오늘처럼 분노를 터트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게 누구 없느냐!”

“여기 있습니다!”

총관이 땀을 훔치며 종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명옥은 입이 막힌 채 억지로 끌려나갔다. 주종현이 몸을 굽혀 강시아를 번쩍 안아 올리자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다. 팔꿈치가 긁혀 피가 배어 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낮은 침상에 조심스레 눕혀졌다. 그 위의 작은 탁자에는 아직 덮이지 않은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조금만 참거라.”

주종현이 그녀를 흘깃 보았을 때, 소매가 걷힌 팔 안쪽에 붉은 상처 자국이 또렷이 드러났다.

강시아는 이미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몸이라, 이런 자잘한 상처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아픔이 아니라 연민이었다. 강시아는 입술을 깨물며 나직하게 말했다.

“첩… 첩이 스스로 돌아가 약을 바르겠습니다.”

“움직이지 말거라.”

주종현은 단단히 그녀의 팔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 앞을 가로질러 작은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크고 작은 약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는 연위영의 도통(都统:고위 군사 및 행정 관직)이라 훈련장에서 부상을 입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니 그의 방에는 상비약이 늘 구비되어 있었다.

순간, 정적이 두 사람 사이를 흘러 지나갔다. 강시아는 멀쩡한 한 손으로 침상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이 방은 예전과 다름없이 그대로였다. 자신이 분가하여 따로 지내게 된 뒤로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았던 곳. 늘 그가 그녀의 작은 뜰을 찾아오곤 했었다.

명옥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본래 분명 세탁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계집이었다. 그러다 상 상궁에게 자수를 배우고 난 후 비로소 수방에 들어가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자의 얼굴을 본다는 것조차 불가능한 처지였다.

만약 그날, 새로 지은 옷을 들고 왔을 때 세자가 술에 취해 실수하지 않았다면…

명옥이 품은 불만은 그럴 법했다. 세자 댁에서 곁을 모시던 하녀였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세탁방 계집인 그녀가 먼저 기회를 거머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제 사사로운 욕심으로 그녀의 아이까지 해치려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희디흰 가루가 상처 위로 뿌려졌다. 싸늘한 자극에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강시아는 늦게나마 낮게 신음을 흘렸다.

“읏…”

“이제야 아픈 줄 아는구나. 그러니 왜 공연히 남의 일에 끼어든 것이냐.”

주종현은 여전히 냉담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녀는 그가 자신의 부상에 분노한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강시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세자 저하, 명옥은 오랫동안 저와 연아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그의 굳은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너는 참 마음이 곱구나.”

“첩은 연아의 어미로서, 몸도 재산도 가진 것이 없으니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그저 한 줌의 선한 마음뿐입니다.”

주종현은 몸에 힘이 다 빠진듯, 끝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 지나친 선의는 반드시 화를 부르는 법이다. 연아는 나의 딸이기도 하니 그 아이의 앞날은 범상치 않을 것이다.”

강시아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래도 연아에게는 아버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아이는 안전하게 클 것입니다.”

주종현은 두눈 가득 자신만을 비추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옳다. 내가 아이를 평생 지켜 줄 것이다. 그리고 너 또한... 평생 지켜 주겠다.”

강시아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으나 그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눈빛 깊숙이 증오가 스쳤다. 지난 생애, 연아는 송하윤과 함께 그의 뜰에서 지냈다. 나날이 쇠약해져 가는 아이를 눈앞에 두고도 그는 한 번도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그가 말하는 보호였단 말인가?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이 허리에서 위로 미끄러져 내려오자, 강시아의 몸이 번개처럼 침상에서 튀어 올랐다.

“아악!”

주종현은 턱을 감싸 쥔 채 허리를 굽혔다. 정수리를 감싸 쥔 강시아의 눈가에 눈물이 솟구쳤다.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황급히 말을 내뱉었다.

“첩, 달거리 중이라!”

주종현은 얼굴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몸이 불편하면 일찍이 쉬면 될 것을, 한밤중에 어딜 어슬렁거린단 말이냐!”

그는 소매를 휙 휘두르며 곁방으로 사라졌다. 강시아는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져 내실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와 그녀에게 수발을 들라 하다니.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내일이면, 부내에는 반드시 소문이 퍼질 것이다. 세자가 첩을 위해 분노를 터트렸고 침소를 넘보려 한 시녀를 발매했다는 소문으로 말이다.

그녀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송하윤. 지난 생에는 내가 지나치게 고분고분했지. 이번 생에는 과연 네가 얼마나 참고 견딜 수 있는지 보자.’

설강은 세자가 강시아를 안고 데려가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작은 뜰로 돌아갔다. 좋은 구경은 이미 끝났고 이번 일로 확실해진 것이 하나 있었다. 강시아는 분명 세자의 마음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정실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첩들도 들여오겠지.

설강은 스스로 다짐했다. 장우는 비록 가난하나 재능이 빼어나고 사리에 밝은 사내이니, 차라리 가난한 집의 아내가 될지언정 부귀한 집의 첩은 되지 않으리라고!

이튿날, 강시아는 일부러 늦잠을 잤다.

그리고 작은 뜰로 돌아왔을 때, 연아는 회랑 난간에 앉아 턱을 괴고 중얼거리며 멍하니 있었다가, 그녀를 보는 순간 눈이 반짝 빛났다.

“어머니!”

포탄처럼 뛰어든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이고, 내 새끼.”

강시아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아이를 받아안았다.

“어머니, 연아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침에도, 저녁에도, 늘 생각했습니다!”

강시아는 눈가가 휘어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나, 누굴 닮아 입이 이리도 달콤할까. 어미가 뽀뽀해 주어야겠구나!”

연아는 어머니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자랑스럽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설강 언니가 가르쳐 주었어요.”

그러고는 무언가 떠올린 듯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앗, 설강 언니가 말하지 말랬는데…”

강시아는 아이의 귀여운 얼굴을 내려다보다 불쑥 나온 작은 배를 손끝으로 톡 찔렀다.

“그럼, 알겠다. 어미는 방금 네가 한 말을 다 잊어버리마.”

설강은 말소리를 듣고 곁방에서 나왔다.

“마님, 고 유모께서 다녀갔사옵니다. 큰 마님께서 마님을 부르셨사옵니다.”

그러곤 무언가 말하려다 머뭇거리며 입만 달싹였다.

강시아는 딸을 내려놓으며 모르는 척 웃음을 띠었다.

“곧 가겠다고 전하거라. 마침 서수의 머리 부분을 다 수놓았으니 큰 마님께 보여 드려야겠구나.”

설강은 그녀가 수틀에서 자수를 꺼내드는 것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문가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마님.”

강시아가 돌아보았다.

“응?”

설강은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결심한 듯 말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오늘 송 가의 아가씨께서 오셨다고 하옵니다. 그녀는…”

설강은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힘주어 말을 이었다.

“송 아가씨는 앙갚음을 잊지 않는 성정이라 하옵니다. 그러니 부디 마님께서도 조심하시기를…”

강시아는 부드럽게 웃었다.

“알겠다. 고맙구나, 설강.”

지난 생에, 그녀와 설강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저 송하윤이 시집온 뒤, 설강이 첩으로 올려져 그녀와 함께 열흘 남짓 한 집에 살았을 뿐이었다. 그 시절 설강은 매일 우울했기에, 웃는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설강이 죽던 날,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외간 남자와 밀회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맞아 죽었다는 사실을.

설강이 첩이 된 것은 순전히 큰 마님의 결정이었다. 세자는 그녀의 방에 발을 들인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결국 송하윤은 질투로 그녀의 목숨까지 빼앗은 것이었다.

큰 마님의 뜰에는 새로 파낸 연못이 있었다.

그 안에는 몇 마리의 비단잉어가 헤엄치고 있었고 사람이 지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몰려들었다. 정청은 널찍했고 옆에는 작은 불당이 붙어 있었다.

그 시각, 불당에서는 경전 읊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송하윤이 큰 마님을 모시며 함께 염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 앞에 이른 강시아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큰 마님은 옥관음상 앞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경을 읊고 있었고 그 뒤에 선 송하윤은 몰래 하품을 삼키고 있었다.

고 유모는 안으로 들어가 알현을 고했다. 그러나 큰 마님의 염불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고 유모는는 이내 눈치챘다. 이는 곧 강시아의 기세를 꺾으려는 큰 마님의 뜻이라는 것을. 그녀의 눈에는 강시아가 예전과 다름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큰 마님보다 더한 것은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은 송 아가씨의 오만한 기세였다. 지금부터 세자의 집안을 주관하려 드는데, 앞으로 강시아의 나날이 평탄치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강시아는 다른 시녀와 함께 문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빛은 고요했고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고 유모는 왠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세자의 곁에 있는 유일한 첩이면서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늘 잊혀지던 인물.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다름없이 차분해 보이면서도 그 작은 자리에서 은근히 빛을 발하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목탁 소리가 멈췄다.

“들어오너라. 아니면 정말 내 뜰 앞에 서 있는 연화동자가 되려는 것이냐.”

강시아는 수놓은 작품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들어와 공손히 예를 올렸다.

“첩, 큰 마님께 평안을 드립니다. 이는 지난 며칠 동안 첩이 정성껏 수놓은….”

큰 마님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가져가 다시 수놓거라.”

강시아는 당혹스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찌하여…”

송하윤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눈에 멸시를 담아 그녀의 작품을 흘끗 바라보았다.

“고 조모, 제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저잣거리 자수방의 수녀들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모두 청결한 아가씨들입니다. 누가 이런 성스러운 예물을 만들기에 더 적합하겠습니까?”

강시아의 미간이 좁혀지며 물었다.

“송 아가씨, 그 말은 곧 국공부가 청백가가 아니라는 뜻입니까?”

“제가 언제 국공부가 청백하지 않다 했습니까!”

송하윤은 거의 비명을 지를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말한 건 당신입니다. 강 마님!”

강시아는 일부러 모른 척하며 되물었다.

“제가요?”

지난 생에, 그녀가 본래 수놓았던 것은 만수도였다. 그러나 불당에 올리는 날, 송하윤의 시녀 소영이 향불을 쏟아뜨려 뜨겁게 튀어 오른 향재가 수면을 태워 버렸다. 송하윤은 그 틈을 타 더 복잡한 서수헌도 도안을 들고나와 그녀를 압박했다. 그리하여 강시아는 꼬박 칠 일을 밤낮없이 바늘에 매달려, 태후의 생신 전날 전까지 간신히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생에는 겨우 그녀가 주종현의 뜰에 하룻밤 묵었을 뿐인데, 송하윤이 참지 못하고 벌써 뛰쳐나왔다.

송하윤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태후 마마의 수연에 바칠 예물을 두고 강 마님은 마음을 맑히고 몸을 정갈히 하지 못해 오히려 예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고 조모 저에게 더 좋은 도안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어제 골몰하며 생각해낸 도안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강시아가 들고 있는 자수 위를 경멸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사실 그것은, 그녀가 큰돈을 들여 비단방에서 사 온 도안이었다.

본래는 강시아로 하여금 지금 수놓고 있는 도안을 전부 완성하게 한 뒤 그것을 망쳐 버리고 이 도안을 들고나와 그녀를 곤경에 빠뜨릴 계획이었다.

만약 저 천한 년이 세자를 유혹하지 않았다면 이런 비열한 수법도 쓰지 않았을 것을.

그렇다면 이제 그녀에게 고생거리를 주어 세자를 유혹할 겨를도 없게 만들 것이다!

“하윤아, 네가 어찌 시아의 도안을 들고 왔느냐?”

큰 마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무, 무슨…?”

송하윤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러자 강시아가 이내 자신의 자수를 펼쳐 보였다.

“비록 송 아가씨께서 어디서 첩의 도안을 얻으셨는지는 알지 못하나 송 아가씨께서 마음에 들어 하셨다니 첩으로서는 더없는 기쁨입니다.”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눈빛으로 놀라움과 당혹감으로 얼어붙은 송하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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評論 (1)
goodnovel comment avatar
강보연
지가 술취해서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임신시켜놓고 안챙기고. 지딸은 좀 아끼는듯 싶더니. 정실 눈치본거냐고. 정실이 키우게 하고선 애가 말라가는데도 신경안쓰고 학대받는데도 모르고. 뭐 정실이 뭐라고 거짓말을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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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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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 년 넘게 집안에서 일해 온 몇몇 노복들을 제외하고는, 낯선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녀를 빈틈없이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그 보호는 화려하게 장식된 감옥처럼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주연아는 창가에 앉아, 눈의 무게에 눌려 가지가 휘어진 매화나무를 바라보았다.생각하면 할수록,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심장을 움켜쥐듯 조여왔다.번뜩이는 순간,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여우털 외투를 걸치고 눈보라 속으로 뛰쳐나갔다.밤은 깊고 고요했다. 눈 위에는 그녀의 발자국만이 깊었다 얕았다 이어지고 있었다.서재에 다가가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외삼촌의 차분한 목소리가 창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우륵은 오만하고 거칠다. 헌데 이번에는 아예 빌미를 우리 손에 쥐여주었어. 명분이 서는 전쟁이다. 하늘이 내린 기회지. 계획만 치밀하게 세운다면, 단숨에 제압해 우리 대성조 북방의 백 년 묵은 근심을 뿌리째 뽑아낼 수 있을 거다.”주연아의 발걸음이 멎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다.서재 안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아버지가 더는 말을 잇지 않을 것만 같은, 긴 정적이었다.그제야, 주종현의 익숙하면서도 약간 쉰 듯한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폐하는 아직 젊고 기세가 지나칩니다. 여러 차례 사적으로 제게 말했지요. 태조를 본받아, 친히 군을 이끌고 나가 영토를 넓히고 불세출의 공을 세우고 싶다고요. 이번에는…”그의 말이 잠시 끊겼다.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함과 무게가 실려 있었다.“이번에는 연아를 ‘투명장(投名状: 어떤 집단이나 편에 들어가기 위해 충성과 결의를 증명하려고 바치는 증표나 행동을)’으로 삼게 되었으니, 아마 조정의 노신들 입을 막을 더 확실한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투명장…주연아의 머릿속이 ‘웅’ 하고 울리며 새하얗게 비어버렸다.그 뒤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그래서… 이런 거였나. 그녀는 그저 내세우기 좋은 명분이었을 뿐이었다.그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2화

    문무백관은 숨을 죽인 채, 감히 크게 숨 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칼끝이 맞닿을 듯 팽팽하게 긴장된 그 순간, 죽음 같은 적막을 깨뜨린 것은 한 노신의 늙고 떨리는 목소리였다.“폐하, 부디 삼가 숙고하소서!”백발이 성성한 노신이 비틀거리며 대열에서 나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우륵의 병력은 강합니다. 삼십만 대군이 압박해 온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다시 전쟁을 일으킬 때가 아니옵니다!”그의 말은 고요한 호수 위에 던져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켰다.곧바로 몇몇 화친을 주장하던 신하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폐하, 삼가 생각하소서!”“그러하옵니다, 폐하! 주… 주 대인께서 이미 평민이 된 지금, 군을 맡아 이끌 자가 없사옵니다. 전쟁을 택하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하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변방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었다.한쪽은 적융을 막고, 한쪽은 우륵을 막았다.주종현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자 그동안 눈치를 보던 자들마저 하나둘 화친 쪽으로 기울었다.순식간에 조정에는 화친을 청하는 목소리가 물결처럼 번졌다.그 노신은 머리를 땅에 박다시피 하며 눈물과 함께 호소했다.“폐하, 우륵의 한왕이 이토록 성심으로 혼인을 청하며 경연군주를 지목하였으니… 그 뜻을 받아들이시옵소서!”“고작 군주 한 사람으로, 우리 대성조의 수십 년 평안과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폐하!”“그 입 다물라.”소림의 목소리는 한 점의 온기도 없이 차가웠다.서릿발 같은 시선이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는 노신을 곧장 꿰뚫었다.“우리 대성조가 언제부터 이토록 나약해졌느냐.”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한 글자 한 글자가 천근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고작 우륵 따위가 짐의 미래 황후를 탐낸다고 해서, 짐이 스스로 내어주어야 한단 말이냐?”‘황후’라는 두 글자를 그는 유난히 깊게 눌러 말했다.끝없는 소유욕과 모욕당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노신은 온몸을 떨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무언가 더 말하려 했다.그러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1화

    상산왕 주종현은 언행이 바르지 못하고, 어전에서 예를 잃었다는 이유로 왕작이 박탈되었다.일인지하 만인지상이던 상산왕이 하룻밤 사이에 평민으로 전락했다.사흘 뒤.우륵의 한왕이 사신을 보내 국서를 올렸다.말투는 정중하고 간절했으며, 대성조의 군주를 맞아 혼인을 청해 두 나라의 화친을 맺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조정 위에는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은밀히 출렁였다.경성에 없는 종친들을 제외하면, 군주로 책봉된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주종현은 작위를 빼앗겼으나, 연아의 군주 신분을 기록한 옥첩은 회수되지 않았다. 심지어 황후 책봉의 성지도 아직 거두어지지 않은 상태였다.우륵이 구하려는 이는 미래의 황후였다…그러나 소림의 반응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용좌 위에 앉은 황제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기에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었다.그는 붉은 붓을 들어 단번에 내려 그었다.“허한다.”순식간에, 대성조의 군주들은 봄비 뒤 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공후귀족들의 집안에서 적령기의 규수들이 줄줄이 천거되었다.소림은 단숨에 여덟 명의 군주를 봉했다. 모두 꽃처럼 아름답고, 신분 또한 귀한 이들이었다.그렇게 그들은 일렬로 열무의 앞에 내어졌다.금빛으로 빛나는 조정 한가운데 열무는 전각에 서서, 늘 그렇듯 삐딱하고 느긋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여덟 명의 미인들에게는 단 한 번도 머물지 않았다.곧장 사람들 너머로 향해, 용좌 위의 젊은 황제를 향했다.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외삼촌이라 부르겠습니다.”그 외삼촌이라는 말은, 느릿하고도 가볍게 씹히며 흘러나왔다. 희롱과 도발이 뒤섞인 어조였다.“외삼촌께서도 아시겠지요. 제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그 말이 떨어지자 문무백관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정적.전각 안은 숨이 막힐 듯 고요해졌다.소림은 용좌 위에 앉은 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다만 용포 넓은 소매 아래로 드리워진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마디마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잠시 후.그는 문득 웃었다. 입가에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40화

    소림이 떠나자 넓디넓은 편전에는 순식간에 죽은 듯한 적막이 다시 내려앉았다.창밖에서는 그저 눈보라만이 지칠 줄 모르고 울부짖고 있었다.주연아는 천천히 차가운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앉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팔을 끌어안았다.하지만 뼛속 깊이 스며든 그 한기는 아무리 해도 떨쳐낼 수가 없었다.입술에는 아직도 그가 거칠게 빼앗아 간 흔적의 통증이 남아 있었고 공기 속에는 여전히 그의 강압적이면서도 맑은 용연향이 짙게 감돌고 있었다.주전 쪽에서는 희미하게 풍악 소리가 흘러왔다.술잔이 오가고 노랫소리와 춤이 어우러지는 태평성대의 기운.그때였다. 문 밖에서 미묘한 소란이 일어났다.병사들이 낮게 윽박지르는 소리와 궁녀들의 놀란 비명이 뒤섞여 들려왔다.“방자하다! 폐하의 명이 없이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너희는 대체 누구냐! 감히 궁 안에서 손을 쓰다니!”곧이어 둔탁하게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몇 차례 이어졌다.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주연아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았다.“끼이익.”무거운 문이 밖에서 거칠게 밀려 열렸다.익숙하면서도 다급한 기척이 눈보라를 휘감은 채 역광 속에서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연아!”어머니의 목소리였다.맹시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초조와 걱정이 가득했다.그녀의 뒤에서는 무비가 재빠르게 막아서려던 궁녀를 기절시키고, 곧장 문 앞을 경계하며 섰다.주연아의 시야가 순식간에 흐려졌다.팽팽히 당겨져 있던 마음의 끈이 어머니를 본 그 순간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어머니…”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바닥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다.“어머니!”그녀는 맹시은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그 품에 묻었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서러움과 공포가, 그 순간 산산이 터져 나오며 처절한 울음으로 쏟아졌다.“폐하께서...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어머니…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그녀의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떨리고 있었다.맹시은의 심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86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근 할머니는 문짝에 부딪혀 붙어 있다가 그대로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겨우 비명을 한 번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철이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 얼어붙었다. 문 앞의 사내는 병색이 완연했으나 온몸에 서린 살기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귀신 같았다.“입에서 그딴 소리가 또 나오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철이 어머니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사, 살… 살인이야.”주근 할머니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크게 다쳐 한동안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침대머리를 부들부들 치며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61화

    아설이 떠난 지 여드렛째였다. 아람은 적막함에 익숙해지지 못했고 연아 또한 매일같이 물었다.“아설 언니는 왜 아직도 안 와요?”수차례 이모라 부르라고 고쳐줬으나 설강 언니에서 아설 언니로 굳어진 탓에 바꾸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아람도 포기하고 그냥 내버려두던 참이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딸은 딸대로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두었다. 그때, 문희가 갓 지은 옷을 품에 안고 들어왔다.“아람 아가씨, 들으셨어요? 성문 앞에 방(榜:고려ㆍ조선 시대의 과거 합격자 명부)이 내걸렸다 합니다. 오늘 과거 급제자 명단이 나왔어요.”문희는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503화

    황제가 친히 진국공부를 찾은 뒤, 경성의 각 가문에서 보내오는 초청장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너무 많아 나중에는 시녀들이 바구니에 담아 들고 올 정도였다. 그 초청장들은 전부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에 차곡차곡 쌓였다.류영이 방을 정리하며 초청장들을 품계에 따라 나누고 있을 때, 아람의 시선이 각 묶음 맨 위에 놓인 글씨 위로 스쳤다.“글을 읽을 줄 아느냐?”류영는 고개를 숙였다.“예. 예전 아씨께서 규중에 계실 때 글을 좋아하셔서 곁에서 조금 배웠습니다.”“글을 아는 시녀라면 원래는 쉽게 풀어주지 않을 텐데.”아람의 말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47화

    “송 아가씨, 참으로 수완이 대단하군요.”자그마한 뜰에는 나무 받침대가 여럿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물기를 빼는 두부가 층층이 얹혀 있었다. 마당 가득 고소한 콩 향이 감돌았지만 정작 사람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부엌 아궁이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김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안채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송하윤 앞에 맑은 차 한 잔을 따라 두었다.송하윤도 그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그녀는 차에 손을 대지 않고 아직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찻잔을 한 번 내려다본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당신,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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