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때문이 아니었다면 네 걱정은 귀찮아서 하지도 않았을 거야.”그렇게 얘기하면서 안리영이 아이를 도닥였다.“그렇지? 설날아. 우리 설날이 생각해 주는 건 나밖에 없다니까. 이리와, 밥 먹자.”안리영이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처음이지만 나는 쑥스러워하지 않고 안리영의 말을 따라 젖을 주었다. 약간 아픈 데다가 처음이라 자세도 편하지 않아 식은땀이 잔뜩 났고 아이도 많이 먹지 못했다.나는 불안해져서 물었다.“어떻게 해야 해?”“괜찮아. 이제 시작이잖아. 일단은 분유를 먹이는 게 좋겠어.”내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진정우를 보면서, 안리영이 얘기했다.“분유나 타 줘요.”“모유 수유가 이렇게 힘든 거예요?”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많은 지식을 섭력한 진정우도 지금은 어리바리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아니요. 전문가가 오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안리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그 말에 진정우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일단 나를 위해 땀을 닦아준 후, 그리고 아기에게 분유를 타 주러 갔다.“딸이 생겼다고 해서 아내를 소홀히 하지 않네. 일단 합격.”안리영은 진정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모유 수유에 실패하자 아이는 입맛을 다시며 또 칭얼거렸다.안리영은 아이를 안고 달래며 얘기했다.“아가야, 조금만 기다려. 네 아빠가 곧 분유를 타올 테니까 말이야.”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본 진정우여도 실전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우는 온도와 분유량을 재차 체크하면서 결국 식은땀을 흘렸다.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진정우가 분유를 안리영에게 건네주자 안리영이 멍해서 진정우를 쳐다보았다.“내가 먹여요?”진정우도 안리영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안리영은 분유병과 아이를 진정우의 품으로 넣어주면서 얘기했다.“이런 건 아빠가 해야죠. 만약 지원이가 모유 수유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진정우 씨가 아이한테 분유를 먹여줘야 하니까요.”“하지만 처음인데... 사레가 들리면 어떡해요?”진정우가 물었다.“괜
“...”안리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너무 빨리 왔나. 일단 돌아가...’놀라서 황급히 몸을 돌리던 순간, 안리영은 옆에 있는 벤치에 다리를 박았다. 너무 아팠지만 소리를 냈다가는 들킬 것 같아 안리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진정우는 내 말을 듣고 표정이 약간 이상해졌다.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하지만 웃다가 상처가 아파서 그대로 굳어버렸다.“왜 그래? 어디 아파?”진정우가 놀라서 물었다.안리영도 내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무슨 일이야?”“상처가 아파...”나는 진정우의 손을 꽉 잡고 통증을 잊으려고 애썼다.안리영은 나를 쏘아보았다.“이렇게 보면 너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같아. 본인 상황부터 좀 알고 얘기해.”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웃음이 터졌다.진정우는 안리영이 우리의 대화를 들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지만 얼굴을 붉히면서 안리영에게 물었다.“괜찮은 거 맞아요? 검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일단 볼게요.”안리영은 말을 마친 후 장갑을 꼈다.자리에 남아있는 진정우를 보면서 안리영이 물었다.“나가 계시지 않고 여기 있으시려고요?”진정우는 나를 쳐다보았다. 진정우가 나를 걱정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난 여전히 부끄러웠다.“가서 물 좀 버려줘. 나는 이제 괜찮아. 검사 안 해도 될 것 같은데...”“검사받아.”진정우는 말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났다.안리영은 검사를 마친 후 얘기했다.“다른 건 괜찮아. 하지만 좀 조심해야겠어. 그리고...”안리영이 나한테 다가와 얘기했다.“그렇게 못 참겠어? 아이를 낳은지 세 시간 밖에 안 됐는데 막 남편을 자극하는 거야?”나는 안리영의 말에 난감해했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이게 바로 부부 사이라는 거야. 하여튼 이미 아이 낳았으니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꿈 그만 꿔. 3개월 동안은 안 되니까.”안리영이 경고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렇게 오래 참아야 해?”“못
“괜찮아, 난 할 수 있어.”진정우가 자연스럽게 물을 받아오려고 떠났다.진정우가 떠나자마자 안리영이 얘기했다.“출산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진정우 씨한테 이 정도 일도 못 시키겠다는 거야?”“그게 아니라... 부끄러워서...”내가 조심스레 얘기했다.“부끄럽기는 뭘.”안리영이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너도 나중에 아이 낳아봐. 네 남편이 네 일을 처리해 준다고 생각해 봐.”그러자 안리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안리영은 얼른 아이를 안고 돌아섰다.“왜 얼굴 붉히는 거야?”“내가 언제?”안리영은 아니라고 잡아뗐다.안리영은 아까 꿈에서의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말이다.진정우가 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수건을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나는 자리에 앉은 채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굳어있다가 결국 진정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놀라서 얘기했다.“여기에 두고 가. 내가 알아서 할게.”안리영이 돌아서서 물었다.“이렇게 부끄러워할 거면 아이는 대체 어떻게 가졌대.”“그만해.”나는 부끄러워서 안리영을 쏘아보았다.“네, 네. 알겠네요.”안리영은 알겠다는 듯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10분 후에 올게. 아니면 정리한 다음에 벨 눌러.”안리영이 떠나자 나와 진정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정우 앞이라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안리영 앞이라서 어색했다.그 사이 안리영은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안 교수님 친구분은 정말 대단하시네요.”헬스장 이용권을 얘기하는 것이었다.“귀한 딸을 얻었으니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죠.”안리영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우리가 돈을 받는 게 금지라서 그렇지, 아니면 이 정도는 해줬을걸요?”안리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보여주자 간호사는 놀라서 숨을 헉 들이켰다.“그렇게 부자예요? 아내분 너무 부럽다...”“돈만 많아서는 부러울 거 하나 없어요. 본인한테 잘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좋은 거지.”안리영은 진정우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았다.“그러게 말
그 순간 안리영이 확 깨버렸다.깨어난 뒤 안리영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이게 무슨 개꿈이야?’수많은 아이들의 출산을 도왔지만 본인이 아이를 낳는 꿈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조시언이라니. 조시언의 아이를 낳는 꿈이라니.말도 안 되는 일이다.‘음력설부터 이런 재수 없는 꿈을...’안리영은 얼굴을 가볍게 때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휴게실을 나왔다.진정우는 나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 혼자 먹을 수 있었지만 진정우는 굳이 나한테 먹여주겠다고 했다. 지금 이 시기는 황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시기라고 말이다.아마도 내가 아이를 낳으면서 받은 고통 때문에 죄책감이 생긴 모양이었다.조시언이 가져온 제비집 요리와 저녁에 같이 만든 만두를 먹으면서, 나는 맛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진정우는 이건 야식이고 이따가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다.“먹고 있어?”안리영이 흰 가운을 걸치고 들어왔다.“같이 먹을래? 나 혼자 다 못 먹어.”“됐어. 나는 먹여주는 사람이 없어서, 싫어.”안리영이 장난스레 얘기했다.“그럼 네 삼촌 부르면 되겠네.”출산을 마친 후 고통이 사라지니 안리영에게 이런 농담을 할 여력도 생겼다.“입 닫고 먹기나 해.”안리영이 나를 쏘아보면서 얘기했다.거의 다 먹은 나는 진정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진정우는 억지로 더 먹이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물로 입가심을 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었다.안리영은 내 품속의 공주님을 보면서 얘기했다.“내가 아주 많은 아이의 출산을 도왔지만 그래도 네 딸이 제일 예뻐. 그리고 조용하고 울지도 않고, 얼마나 기특한지.”나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아이를 쳐다보았다.“편할 거야. 그냥 웃으면서 지켜봐.”안리영은 손으로 아이를 가볍게 어루만졌다.“이름은 지었어?”“응, 설날이라고.”내 말에 안리영이 코웃음 쳤다.“너무 대충 지은 거 아니야? 설날에 낳아서 설날인 거야?”“아직 태명이야. 그리고 너도 7월 7일에 낳아서 네 삼촌이 칠칠이라고 부르잖아.”내 말에
나는 안리영을 보면서 웃었다.“넌 가족이니까, 당연히 달라야지.”안리영은 나를 보더니 카드를 호주머니에 넣고 얘기했다.“봉투 줘요, 이따가 사람들한테 나눠주게요.”진정우는 준비한 봉투를 모두 안리영에게 건넸다.안리영이 물었다.“다른 과도 받을 수 있어요?”진정우와 조시언이 서로 쳐다보다가 웃었다.“당연하죠. 이 병원의 모든 의료진은 다 사용 가능해요.”“감사합니다.”안리영은 진정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안리영이 봉투를 갖고 떠나자 조시언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얘기했다.“별다른 일이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진정우가 설 인사를 올리면서 얘기했다.“세 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와 진정우는 그 말을 들으며 아이를 쳐다보았다.오늘부터 우리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조시언은 안리영과 함께 모든 직원에게 봉투를 나눠주면서 진정우의 뜻을 전해주었다. “돌아갈 거야?”조시언이 안리영에게 물었다.“아니. 출산한 다음에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 게다가 날도 거의 밝았고.”안리영이 하품을 하면서 얘기했다.“그럼 가서 좀 쉬어. 만두를 가져다줄게.”조시언은 안리영이 만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안리영은 명절에 먹는 만두를 더욱 좋아했다. 평소보다 특별한 맛이니까 말이다.“그렇게 할 필요 없어, 삼촌. 삼촌도 못 잤잖아. 돌아가서 쉬어.”안리영은 조시언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았다.조시언은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안리영은 조시언의 무응답이 바로 거절이라는 걸 잘 알았다.하지만 조시언의 고집을 꺾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따뜻할 때 먹어. 먹고 좀 쉬어.”조시언이 제비집을 건네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은 바로 제비집을 다 마셔버리고는 얘기했다.“고마워, 삼촌. 새해 복 많이 받고 번창해.”“새해 복 많이 받아.”말을 마친 조시언이 떠났다.안리영은 그런 조시언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만약 삼촌이 아빠가 된다면 진정우 씨보다 더하면 더 했지,
내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병실에는 꽃과 풍선이 가득했고 옆엔 선물함이 가득한 카트까지 놓여있었다.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생일 파티라도 여는 줄 알았을 것이다.“이게 뭐예요?”안리영이 나 대신 물었다.“고생한 우리 아내한테 주는 선물이죠.”진정우는 쭉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렇게 수고했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죠.”나는 그저 가볍게 웃었다.“난 이런 거 없어도 괜찮은데.”“그건 네 사정이고, 이건 내 마음.”진정우는 내 손가락에 키스하면서 얘기했다.“내 모든 것이 당신 것이라고 해도 더 주고 싶은 게 바로 내 마음이야.”“참으로 눈물겨운 사랑이네요. 지원아, 너는 이런 남편을 만나서 참 좋겠어.”안리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침대를 툭툭 쳤다.“말로만 그러지 말고 일단 여기 눕히고 얘기해요.”진정우는 나를 안아 들어 침대에 눕혀주었다.“자, 아가. 네가 누울 자리도 알아봐 줄게. 네 아빠는 그래도 네 엄마가 1순위야.”안리영이 일부러 큰 소리로 얘기했다.간호사 품에서 아이를 안아온 안리영은 내 옆에 있는 아이 침대에 아이를 눕혀주었다. “30분 뒤에 모유 테스트할 테니까 다시 올게.”그리고 진정우를 보고 얘기했다.“이건 모두 잘 정리해서 금고에 넣어둬요. 병원은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혹시라도 누가 들어와서 훔쳐 가면 난 책임 못 져요.”“알겠어요. 일단 이거 받아요.”진정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툼한 돈봉투를 꺼내 안리영에게 줬다.“정말 고마워요.”“어허, 병원에서는 안 된다니까요.”안리영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꽂은 채 거절해 버렸다.“안리영 씨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한테도 드릴 건데요.”“받는 사람 있으면 얘기해요. 해고해버리게.”병원에서는 환자의 돈을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그렇게 깐깐해요? 그럼 원장님한테 드리면, 원장님이 받으면 안리영 씨도 받으실 거예요?”진정우가 웃으면서 물었다.안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원장님이 받으면 저도 받을게요.”진정우는 안리영을 잘 몰랐지만 나는 안리영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