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9. 끝난 이야기

مؤلف: 지호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28 16:21:54

다음 날 아침, 제이가 출근하자마자 조희철 과장이 자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현제이 씨, 잠깐 탕비실로."

목소리는 낮았지만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얼굴이었다. 제이는 조용히 그를 따라갔다.

탕비실 문이 닫히자마자, 조희철 과장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제 그 메일, 실수였다고 상무님께 다시 보내. 참조 잘못 넣었다고 하면 되잖아."

"실수가 아니었는데, 실수라고 보내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조희철 과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회유인지 협박인지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된 말투였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면, 내가 다음 인사평가 때 잘 챙겨줄게."

"과장님이 제 인사평가를 챙겨주실 위치는 아니실 텐데요."

제이의 담담한 대꾸에, 조희철 과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 거야?"

"말장난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이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담담해졌다. 지난 생, 이런 식의 회유에 넘어가 조용히 넘겼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같은 일이 반복됐을 뿐이었다.

"과장님, 저는 사실을 적어서 보냈을 뿐입니다. 다시 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현제이 씨!"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제이는 그 말만 남기고 탕비실을 나섰다. 뒤에서 조희철 과장이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오전 열 시, 상무실에서 호출이 떨어졌다.

"조희철 과장, 현제이 씨, 둘 다 올라오세요."

조희철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표정에 옅은 확신이 스쳤다. 상무실에 올라가면 결국 신입사원 하나쯤은 정리될 거라 믿는 눈치였다.

상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위기는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박영철 상무 옆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김만식 부장이 서 있었다. 박영철 상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딱딱했다.

"조희철 과장."

"네, 상무님."

"어제 그 회의실 건. 두 시간 넘게 신입사원 붙잡아놓고 개인 얘기만 했다면서요."

"그, 그건 업무 지도 차원에서..."

"업무 지도치고 두 시간이 나옵니까? 그것도 본인 무용담으로."

박영철 상무의 목소리가 낮아질수록, 조희철 과장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경위서 내용, 다 확인했습니다. 시간 순서까지 명확하게 정리돼 있더군요. 반박할 부분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이 건은 이걸로 정리하죠. 앞으로 부하 직원 지도는 업무 범위 내에서만 하세요."

박영철 상무는 그 말을 끝으로 서류를 덮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고로, 이번 온라인 유통 신규 프로젝트에도 현제이 씨가 배정된다고 들었습니다. 조 과장님, 이번엔 제대로 지원해주세요. 발목 잡는 일 없이."

"...네, 알겠습니다."

조희철 과장은 고개를 숙인 채 겨우 대답했다.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상무실을 나서며, 제이는 뒤따라 나오는 조희철 과장을 향해 나직하게 물었다.

"경위서 결재는 이걸로 끝난 건가요?"

조희철 과장은 대답 대신 이를 악물고 시선을 피했다. 제이는 더 캐묻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도일이 은근슬쩍 다가왔다.

"제이 씨, 어제 건 잘 해결돼서 다행이에요. 사실 제가 뒤에서 부장님께 제이 씨 일 잘한다고 슬쩍 언질을 드렸었거든요. 오늘 퇴근하고 축하 겸 저녁 어때요?"

생색이 잔뜩 묻은 말투였다. 제이는 순간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았다. 지난 생, 정작 힘들 때는 나서주지 않았던 사람이 좋을 때만 슬쩍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던 그 숱한 날들, 도일은 늘 이런 식이었다. 정작 문제가 터졌을 땐 침묵하다가, 상황이 좋게 풀리고 나면 그제야 뒤늦게 나서서 자기 몫을 챙기려 들었다.

"한 선배님, 제 업무는 제가 알아서 해결했습니다. 선배님이 신경 쓰실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제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그리고 사적인 저녁 자리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주변 자리에 앉아 있던 팀원 몇몇이 슬쩍 이쪽을 돌아봤다. 도일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아니, 저는 그냥..."

"업무 얘기시면 회의실에서 하시죠."

제이는 그렇게 말하고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도일은 몇 초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수정이 옆에서 작게 속삭였다.

"와, 방금 그거 완전 시원했어요."

제이는 왠지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 옅게 웃었다. 오늘 하루,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는 기분이었다.

점심시간, 창가 자리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제이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었다. 회유하려던 조희철 과장, 완전히 정리된 경위서 건, 그리고 선을 그은 도일까지.

지난 생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하루였다. 그때는 조희철 과장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항의 한번 못 했고, 도일이 슬쩍 던지는 말에 고마워하며 웃어넘겼다. 지금은 둘 다, 필요한 만큼만 상대하면 그만이었다.

자리로 돌아가는 도일의 등 뒤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조희철 과장의 싸늘한 눈빛이 제이를 좇고 있었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5. 채워지는 야심

    본사 27층 대회의실, 정기 이사회가 예정된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상석 옆, 늘 정준호의 이름이 적혀 있던 명패 자리가 오늘따라 유독 휑하게 비어 있었다. 비서실에서도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한 채, 그의 부재만이 확인되고 있었다.가장 상석, 오늘은 이례적으로 정 회장이 직접 자리했다. 평소 정기 이사회에는 좀처럼 얼굴을 비치지 않던 그였기에, 그 존재만으로도 회의실 안 공기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정 실장, 오늘도 연락이 안 됩니까?"한 임원이 옆자리에 조용히 물었다."어제부터 완전히 두절이랍니다. 현제이 사장님도 함께 자취를 감췄고요.""두 분이 같이요?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닙니까?""그러게 말입니다. 비서실 쪽에서도 위치 파악이 전혀 안 된다고……."낮은 웅성거림이 회의실 안을 채웠다. 다들 서류를 뒤적이면서도 시선은 자꾸 그 빈자리와, 그 옆에 말없이 앉아 있는 정 회장의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회장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그 무거운 침묵 한가운데, 정 부회장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정성스레 덧입혀져 있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숨길 수 없는 흥분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지금 이 순간에는 그에게 위축이 아니라 오히려 무대를 넓혀주는 판처럼 느껴졌다."아버지, 그리고 여기 계신 이사님들. 다들 걱정이 크실 텐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부회장이 정 회장을 슬쩍 곁눈질하며 운을 뗐다."조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저도 애가 탑니다. 다만……."그는 잠깐 뜸을 들이며 좌중을 둘러보았다."이런 중대한 이사회를, 후계자라는 사람이 사전 통보 하나 없이 통째로 내팽개친다는 게, 과연 정상적인 일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부회장님, 그래도 실종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실종이라면 더더욱 걱정입니다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요?"부회장이 말을 자르며 목소리를 높였다."신입사원 하나와 눈이 맞아서, 회사의 중대사를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4. 덫의 방아쇠를 당기다

    송도 앞바다를 집어삼킨 해무는 아침이 되어도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층 펜트하우스의 통유리창 너머는 온통 잿빛 안개뿐이었다. 세상을 차단한 듯한 고요 속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서늘한 습기가 미세하게 객실 안으로 스며들었다.제이는 가운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목의 붉은 줄 자국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준호가 꼼꼼히 발라준 연고 덕에 화끈거림은 가라앉았지만, 밧줄에 조여들던 순간의 감각은 여전히 피부 표면에 생생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신체적 피로보다 제이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역공의 판이었다.고급스러운 대리석 테이블 위에는 어제 태안의 눅눅한 염전 바닥에서 거칠게 굴러먹던 이영민의 싸구려 휴대폰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제이는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은 채 테이블 앞으로 가만히 걸어갔다. 인기척을 느낀 준호 역시 물컵을 내려놓고 그녀의 곁에 묵묵히 섰다. 간밤에 서로에게 기대며 나누었던 다정한 온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은 이미 사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걷어낸, 지독하리만큼 차갑고 냉철한 비즈니스 파트너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제이가 손을 뻗어 먼지 낀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화면이 켜지자마자 액정 위에 여러 개의 미확인 메시지 수신음이 끈질기게 울려댔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 하지만 최근 며칠간의 송수신 내역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채우고 있는 번호였다. 제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 번호로 주고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들을 조용히 쓸어내렸다.[일은 끝났나?][왜 보고가 없어. 당장 연락해.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라.]어조는 명령조였고 거만했다. 발신인은 철저하게 추적을 피하고자 차명 휴대폰을 사용했겠지만, 이영민 같은 밑바닥 인간에게 천문학적인 거금을 쥐여주며 자신들을 납치하라고 등 떠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이영민이 제시간에 보고를 안 하니 피가 마르는 모양이네요."제이가 액정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건조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감정도 배제되어 있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3. 온기가 닿는 자리

    ​​정 회장의 저택을 나서는 순간부터 제이의 몸은 이미 한계를 가리키고 있었다.​평생을 물류 현장에서 구르며 단단해졌다고 믿었던 육체였다. 마흔다섯의 고단한 삶을 지나 다시 얻은 스물다섯의 육신은 분명 생기 넘쳤지만, 태안의 차디찬 염전 바닥에서 겪은 물리적 공포와 정 회장과의 피 말리는 독대까지 연이어 겪은 뒤였다. 극도로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의 끈이 느슨해지자마자, 머릿속이 아득해질 정도의 피로가 해일처럼 밀려왔다.​서울과 인접하면서도 삼촌의 감시망을 완벽하게 따돌릴 수 있는 곳. 준호가 택한 은신처는 인천 송도의 한 초고층 호텔 펜트하우스였다.​철컥, 육중한 객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사막의 정적처럼 고요하게 내려앉았다.​통유리창 너머로 서해의 검푸른 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졌지만, 제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방 안의 따뜻하고 정돈된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순간, 그녀는 뼈가 마디마디 부서져 내리는 듯한 무력감을 느끼며 가죽 소파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마치 실이 끊어진 종이인형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제이 씨!”​준호가 황급히 다가가 제이의 마른 어깨를 감싸 안았다. 품에 안긴 몸이 깃털보다 가볍고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서늘한 가죽 소파 위에서 옅게 떨고 있는 제이의 이마에는 끈적한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평소라면 이 상황에서도 노트북부터 켜고 다음 수를 계산했을 여자였다. 제이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경련하는 것을 본 준호의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지독한 소유욕과 분노, 그리고 그녀를 잃을 뻔했다는 뒤늦은 공포가 소용돌이쳤다.​“준호 씨…… 난 괜찮아요. 잠깐, 잠깐 눈만 붙이면…….”​제이가 풀린 눈으로 간신히 입술을 뗐지만, 준호는 그녀의 말을 차갑게 잘라냈다.​“가만히 있어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준호는 가볍게 제이를 안아 올렸다. 저항할 힘조차 없는 제이는 그의 단단한 어깨에 뺨을 기댄 채 힘없이 흔들렸다.​준호가 그녀를 데려간 곳은 넓고 호화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2. 선전포고

    차갑게 식은 새벽안개를 뚫고 달리는 차 안에서, 제이는 조용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거친 소금바닥을 짚었던 손끝에 여전히 미세한 모래알이 만져지는 듯했다. 몸 깊은 곳에서 피로가 묵직하게 밀려왔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회귀하기 전, 마흔다섯의 나이로 쓸쓸한 병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시절의 자신이었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 시절 대기업의 정 회장이라는 존재는 하늘 위에 사는 신이나 다름없었다. 평생을 발버둥 쳐도 말 한마디 섞어볼 수 없었을 절대적인 권력자.​하지만 지금의 제이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기 위해 거대한 저택의 문을 열고 있었다.회장실의 묵직한 마호가니 문이 열리자, 은은한 침향 냄새와 함께 소리 없는 위압감이 사방을 압도했다.​정 회장은 이른 아침부터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으로 집무실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흙먼지와 소금기가 미처 다 가시지 않은 제이와 준호의 옷차림에 닿았다.​“이 이른 시간에 예의도 없이 무슨 일이냐.”낮게 울리는 정 회장의 목소리에는 불쾌함과 동시에 손자의 행보를 시험하려는 엄격함이 서려 있었다. 준호가 한 걸음 나서려 했지만, 제이가 먼저 준호의 팔을 가볍게 누르며 정 회장의 정면으로 걸어 나갔다.“안녕하세요, 회장님. 이른 아침부터 정중하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저희의 행색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어제 납치를 당했었습니다.”폭탄 같은 선언이 비서도 없는 고요한 집무실 안을 강타했다. 정 회장의 희끗한 눈썹이 찰나의 순간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제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그 구차하고 더러운 곳을 빠져나와, 지금 바로 회장님을 뵙기 위해 달려오는 길입니다.”“…….”“회장님께서 저에게 계열사 사장 자리를 주시며 능력을 입증하라 하셨을 때, 저는 앞으로의 10년 계획을 머릿속에 이미 다 그려두었습니다.” ​“ 그리고 그 10년을 움직이는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1. 뒤집힌 포식자

    ​“윽, 컥……!”​소금 먼지가 섞인 차가운 흙바닥에 얼굴이 짓눌린 이영민은 단 한 줌의 공기도 제대로 들이마시지 못했다. 등허리를 짓누른 준호의 무릎은 거대한 바위 같았다. 이영민의 손발이 비참하게 버둥거릴 때마다 준호의 아귀힘은 목뼈가 부러질 듯 그의 덜미를 바투 조였다.​“누구야.”​낮게 가라앉은 준호의 목소리는 평소의 비서나 직원들에게 쓰던 정중한 존댓말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안에 담긴 살기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섬뜩했다.​“이영민 씨. 당신 뒤에서 자금 대주고, 제이 납치하라고 부추긴 쥐새끼. 누구입니까.”​“내, 내가…… 미쳤다고 말할 것…… 아악!”​말끝이 채 맺어지기도 전에 준호가 그의 팔을 등 뒤로 꺾어 올렸다. 관절이 비틀리는 극심한 고통에 이영민의 비명이 텅 빈 염전 창고 천장을 때렸다. 준호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말해.”​“윽! 끄으으윽……!”​“내 인내심 바닥내지 마세요. 내 여자가 이런 썩은 소금 구덩이에 갇혀 있었던 시간에 비하면, 당신 손가락 몇 개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니까.”​서늘하게 내려앉는 준호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마찰음이 울리자,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이영민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돈이고 배후고 간에, 당장 이 괴물 같은 정준호의 손귀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사, 삼촌! 네 삼촌이라고! 정 부회장!”​이영민이 바닥을 긁으며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그분이 시켰어! 난 그냥 시키는 대로 사람만 보낸 거야! 돈도 다 그쪽에서 대줬단 말이야!”​준호의 움직임이 굳어졌다. 제이 역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며 이영민을 매서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준호가 짓누르는 힘을 아주 미세하게 늦추자, 이영민이 흙먼지를 뱉어내며 거칠게 헐떡였다.​“정 부회장님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지시했습니까.”​제이가 차갑고 일정한 톤으로 물었다. 이영민은 제이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 압도되어, 살기 위해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0. 덫이 놓인 염전

    ​​“경호단은 창고 뒤편 갯벌 초입까지 물리세요. 불빛 하나, 담뱃불 하나라도 새어 나가선 안 됩니다.”​준호의 명령은 낮고 엄호했지만, 그 음절마다 서린 온도는 섭씨 영도에 가까웠다. 사설 경호원들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동화되어 사라진 후, 폐염전 창고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았다.​사방이 바다와 갯벌로 막힌 고립된 지형. 환기창 틈새로 들어오는 밤바람은 끈적하고 짠 소금기를 머금고 있었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부식된 철재의 비린내가 뒤섞인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준호의 턱끝이 단단하게 굳어졌다.​평생을 유복하게 자란 그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디뎌본 적 없을 더럽고 음습한 낙후 지대. 제이가 이런 퀴퀴하고 차가운 바닥에 손발이 묶인 채 갇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준호의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준호의 눈동자는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이글거렸다. 당장이라도 배후가 누구인지 사설 정보망을 총동원해 샅샅이 뒤집어엎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준호 씨.”​그의 터질 듯한 침묵을 깬 것은 제이의 차분한 목소리였다. 제이는 준호의 다부진 팔뚝 위로 자신의 손을 얹었다. 차갑게 식어 있는 준호의 살결에 제이의 온기가 닿았다.​“지금 섣불리 움직여서 배후를 캐내려 들면 꼬리가 잘려요. 이영민을 잡으면, 싫어도 그 실체가 제일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조금만 더 침묵을 유지해요.”​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이 거부하는 이성적인 제동. 준호는 제이의 손길에 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는 회귀하기 전,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구차한 과거를 떠올렸다. 그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쥐덫을 놓은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벽에 기대어 어둠 속을 지켰다.​스산한 바람 소리만 가득하던 염전에 고요를 깨는 이질적인 소음이 틈입한 것은 늦은 새벽, 인적이 완전히 끊긴 시각이었다.​사각, 사각.​습기를 머금은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