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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중전의 부름

작가: 이스
last update 게시일: 2026-07-25 09:00:53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전하가 허공으로 떠오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참형이다.'

'이번에는 정말 참형이다.'

연화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라리 어젯밤에 기절하실 것이지."

혼잣말을 내뱉고는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다, 그건 더 큰일이다."

겨우 몸을 일으켜 궁녀 복색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섰다.

평소처럼 강녕전으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연화."

익숙한 상궁의 목소리에 연화가 걸음을 멈췄다.

"예, 상궁마마."

상궁은 잠시 연화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중전마마께서 부르신다."

순간 연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소인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이옵니까?"

"지금."

연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왔다... 내 최후의 날.'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중전전은 강녕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화려했지만 소란스럽지 않았고, 넓었지만 숨소리 하나 크게 내기 어려울 만큼 고요했다.

연화는 문 앞에서 숨을 고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

"소인 연화. 중전마마를 뵙사옵니다."

중전은 차를 마시던 손을 멈추고 연화를 바라봤다.

"...가까이 오너라."

연화는 무릎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송구하옵니다."

중전의 눈썹이 가볍게 올라갔다.

"...내가."

"..."

"사과를 받으려고 너를 불렀느냐."

연화가 천천히 눈을 들었다.

"...예?"

"차를 따라 보아라."

뜻밖의 말이었다.

연화는 얼떨떨한 얼굴로 찻주전자를 들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차가 잔을 가득 채우자 중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잠시 향을 음미하던 중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구나."

연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망극하옵니다."

중전은 찻잔을 내려놓고 연화를 바라봤다.

"연화."

"예, 마마."

"강녕전에는 오래 있었느냐."

"아직 오래되지는 않았사옵니다."

중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다면 하나 묻겠다."

"...예."

"전하는 어떤 분이더냐."

뜻밖의 질문이었다.

연화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엄하고 무서운 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시장 한복판에서 굶주린 아이의 떡값을 대신 치러 주던 모습을 떠올려야 할까.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연화는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좋으신 분이옵니다."

곁에 서 있던 상궁 하나가 연화를 힐끗 바라봤다.

궁녀가 임금을 두고 그렇게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중전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무엇이 좋으셨느냐."

연화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배고픈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사옵니다."

"..."

"궁 밖에서도 백성을 먼저 살피셨사옵고, 소인이 실수를 하여도 크게 꾸짖지 않으셨사옵니다."

연화는 조심스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좋은 분이라 생각하였사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중전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이 말했다.

"...전하를 그렇게 보는 사람이 드물다."

연화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망극하옵니다."

"망극할 일은 아니다."

중전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사람은."

"..."

"가까이에서 본 모습과 멀리서 본 모습이 다를 때가 많다."

연화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중전이 다시 물었다.

"강녕전에서도 네가 차를 올리더냐."

"예, 마마."

"언제부터였지."

"며칠 전부터 밤차까지 맡게 되었사옵니다."

"...밤차."

중전의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전하는 자주 웃느냐."

연화는 곰곰이 생각했다.

"...아니옵니다."

중전은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허나..."

"..."

"요즈음은 가끔 웃으십니다."

"그렇더냐."

"예."

"무엇을 할 때."

연화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소인도 잘 모르겠사옵니다."

"소인이 말을 하면 웃으시기도 하고."

"업..."

순간 입을 다물었다.

중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계속 말해 보아라."

"전하를 한 번...아니, 두 번쯤 넘어뜨린 적이 있사온데."

"..."

"...그때도 웃으셨사옵니다."

중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놀라는 기색도, 화를 내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연화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참 특이한 아이구나."

연화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또 사과하는구나."

"...버릇이 되었습니다."

중전은 처음으로 작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다."

연화는 자세를 바로 했다.

"예, 마마."

중전의 시선이 연화를 곧게 향했다.

"...전하를."

잠시 방 안이 조용해졌다.

"...사내로 본 적이 있느냐."

순간 연화의 숨이 멎었다.

"...예?"

"대답해 보아라."

연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전하를 사내로...?

그런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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