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연화가 죽었다는 소문은 반나절 만에 궁 전체로 퍼졌다.
독이 뒤늦게 심장에 번졌다고 했다.
시신은 전염될 우려가 있어 천으로 감싼 채 곧바로 궁 밖으로 내보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궁문을 빠져나간 관 안에는 쌀가마니가 들어 있었다.
그 시각, 죽은 연화는 이헌의 침전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한 그릇 더 주십시오.”
상궁이 빈 그릇 세 개를 보며 망설였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냐?”
“독을 이겨 내느라 힘을 많이 썼습니다.”
“죽은 사람치고는 식욕이 지나치게 좋구나.”
이헌이 맞은편에서 말했다.
연화는 새로 받은 밥그릇을 품 가까이 끌어당겼다.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먹어 둬야 합니다.&rd
연화의 향낭이 완성된 날, 강녕전에는 뜻밖의 손님이 셋이나 있었다.중전이 보낸 상궁 하나.대비가 보낸 상궁 하나.그리고 강무영이 보낸 병사 하나.병사는 궁문에서부터 커다란 나무 상자를 안고 왔다.이헌이 상자를 보며 물었다.“또 무엇이냐?”“장군께서 손수 만드셨다 하옵니다.”연화는 반가운 마음에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아기가 누울 만한 작은 나무 침상이 있었다.네 모서리는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한쪽 끝에는 손잡이까지 달려 있었다.“아버지가 이것을 직접 만드셨다고?”“예, 마마.”병사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첫 번째 것은 한쪽 다리가 짧았습니다.”“이것은 괜찮으냐?”“병영의 무사 열둘이 차례로 앉아 확인했습니다.”이헌이 침상을 내려다보았다.“열둘이나?”“장군께서 직접 앉으셨을 때는 괜찮았는데, 무사 하나가 내려앉자 기울어서 다시 고치셨사옵니다.”연화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열둘이 되었구나.”“열셋째는 앉으려다 말렸사옵니다. 더 고칠 곳이 나오면 출입 시기를 맞추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침상 밑에는 종이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연화가 펼쳤다.아이가 크기 전까지는 쓰겠지. 크면 더 큰 것을 만들겠다.짧은 글 끝에 강무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연화가 종이를 고이 접었다.이헌은 침상 가장자리를 손으로 눌러 보
연화는 수놓은 천을 세 번 뒤집어 보았다.앞으로 보아도, 뒤로 보아도 모양이 같았다.옆에서 지켜보던 상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마마, 어디에 놓으시려는 것이옵니까?”“아직 정하지 않았다.”“향낭으로 만드셔도 좋겠습니다.”연화가 천 가운데를 보았다.비뚤어진 줄기 끝에 둥근 것이 세 개 매달려 있었다.“향낭에 이것을 달고 다녀도 괜찮겠느냐?”상궁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때 문밖에서 정 소원이 왔다는 기별이 들렸다.연화가 천을 서둘러 접었다.그러나 정 소원은 들어오자마자 그것부터 보았다.“무얼 숨기십니까?”“숨기지 않았다.”“지금 접으셨잖아요.”연화는 천을 다시 펼쳤다.정 소원의 눈이 가운데로 향했다.잠깐의 침묵 끝에 그녀가 말했다.“포도입니까?”“매화다.”정 소원이 입술을 눌렀다.연화가 그 표정을 보았다.“웃어도 된다.”“소첩이 어찌…….”“그러다 입술을 다치겠다.”정 소원은 결국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어깨가 한 번 움직였다.연화는 천을 내려다보았다.매화는 그렇게 둥글지 않았다.그 사실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바늘을 쥐는 것보다 사람을 업는 편이 쉽구나.”정 소원이 돌아앉았다.“그것은
궁에 돌아오자 이헌은 약속부터 지켰다.연화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머리의 꽃 장식을 가리켰다.“첫 번째는 그것이다.”“뒤꽂이요?”“내가 꽂아 줄 때 얌전히 고개를 기울이더구나.”연화는 꽃 장식을 빼려던 손을 멈췄다.이헌이 그 손을 잡았다.“조금 더 하고 있어라.”“머리가 당깁니다.”그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연화가 웃으며 뒤꽂이를 빼자 이번에는 직접 받아 탁자에 내려놓았다.“두 번째는 약과다.”“맛있으셨지요?”“나 먹으라고 아침부터 챙긴 것이 좋았다.”“두 개뿐이었습니다.”“네 것이 넷인데 내게 두 개를 나눠 줬어도 좋았을 것이다.”연화가 고개를 저었다.“그것은 많이 어려웠을 겁니다.”이헌은 웃음을 터뜨렸다.연화도 따라 웃다가 발을 조금 옮겼다. 새 신에 쓸린 뒤꿈치가 바닥에 닿았다.그 작은 움직임을 본 이헌이 그녀 앞에 앉았다.“신부터 벗자.”“상궁을 부르겠습니다.”“내가 벗기면 안 되느냐?”연화가 잠깐 망설였다.그사이 그는 치맛자락 밖으로 나온 신을 조심스럽게 벗겼다.뒤꿈치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살갗이 눌려 따가웠을 것이다.이헌의 웃음이 가셨다.“아픈데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
연화는 아침부터 같은 말을 세 번 들었다.“마마, 전하께서는 아직 조회 중이시옵니다.”“알고 있다.”“조회가 끝나시면 기별을 주실 것이옵니다.”“그것도 알고 있다.”상궁은 연화의 손에 들린 작은 보자기를 보았다.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몰랐다. 다만 아침 수라가 끝나자마자 묶어 놓더니, 벌써 두 번이나 풀어 내용물을 확인했다.연화가 보자기를 무릎 위에 올렸다.“내가 너무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느냐?”상궁은 잠시 대답을 고르다가 고개를 숙였다.“무척 기뻐 보이십니다.”“그것은 맞다.”연화는 순순히 인정했다.어젯밤 이헌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왕을 기다리지 말고, 사내 하나를 기다리라던 말.네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사내를.이미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그런데도 오늘은 어떤 얼굴로 올지 궁금했다.연화는 보자기를 다시 만졌다.상궁이 웃음을 숨기며 말했다.“내용물이 달아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부서질 수는 있지 않으냐.”“약과가 그리 쉽게 부서지지는 않습니다.”연화가 상궁을 보았다.상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이헌은 약속한 때에 도착했다.짙은 남색 도포를 입고, 장식이 적은 허리띠를 맸다. 용포를 벗었을 뿐인데 연화는 문 앞에 선 그를 잠깐 낯설게 보았다.그는 곧장 들어오지 않았다.문턱 밖에서 손을 내밀었다.&l
공주가 연화의 처소에 들어온 것은 아침 수라상이 물러나기도 전이었다.연화는 마지막으로 남은 밤 한 알을 집으려다 손을 거두었다.“공주마마, 아침은 드셨습니까?”“먹었다.”“그럼 이것은 신첩이 먹겠습니다.”공주가 앉기도 전에 밤이 사라졌다.평소 같으면 먹을 것부터 챙긴다고 한마디 했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연화의 입이 다 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연화는 그쪽이 더 수상했다.“무슨 일이 있으십니까?”“옷을 하나 고르려 한다.”“공주마마의 옷은 상궁이 골라 드리지 않습니까?”“오늘은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뒤따라 들어온 궁녀가 보자기를 풀었다.연분홍 치마와 연두 저고리, 옅은 푸른빛 치마와 흰 저고리가 나란히 놓였다.연화가 두 벌을 번갈아 보았다.“어디에 가십니까?”“후원.”“누구와 가십니까?”공주가 찻잔을 들었다.“사람과.”“서 대인도 사람이지요.”찻잔이 도로 내려왔다.연화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꾹 눌렀다.“푸른빛이 좋겠습니다.”“어째서?”“공주마마 얼굴이 붉어져도 덜 눈에 띌 것 같습니다.”“연화야.”“분홍빛은 더 붉어 보이실까 염려되어서요.”공주는 연화를 잠깐 노려보다가 푸른 치마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그것을 보니 연화는 더 웃고 싶어졌다.“서 대인과 무슨 말씀을 나누실 겁니까?”“그걸 정해 놓고 만나느냐?”“신첩은 전하를 처음 뵈었을 때 무슨 말씀을 드릴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때는 전하를 업어쳤지.”“그래서 지금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미리 생각하시는 편이 좋겠습니
“이제 신첩도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연화의 말에 공주가 혼서를 집어 들었다.“재미있을 일이 아니다.”“공주마마께서는 신첩이 전하를 좋아하는지 하루에도 세 번씩 물으셨습니다.”“그것과 이것은 다르지.”“어떻게 다릅니까?”공주가 이헌을 바라봤다.“전하, 소의를 좀 말려 주십시오.”이헌은 연화의 옆에 편히 앉았다.“나는 재미있다.”“남매의 혼담을 두고 재미있다는 말씀을 하십니까?”“내 혼담도 아닌데 재미있지.”공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봤다.연화가 빈 방석을 가리켰다.“우선 앉으십시오. 서 계시면 도망가시기 쉽습니다.”“내가 왜 도망을 가?”“서진우 나리를 부른다고 하니 문부터 보셨습니다.”공주는 결국 자리에 앉았다.혼서는 무릎 위에 단단히 눌러 놓았다.연화가 물었다.“서진우 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그런 말을 한 적 없다.”“그러면 마음에 드십니까?”“그런 말도 한 적 없다.”“말씀을 안 하시면 신첩은 알 수 없습니다.”이헌이 거들었다.“나도 모르겠다.”공주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혼인하면 제가 그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