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연화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헌의 손목을 낚아챈 순간.
허리가 돌아갔다.
"...!"
술기운에 중심을 잃고 있던 헌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들렸다.
연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안 돼!'
이미 늦었다.
쿵!
둔탁한 소리가 강녕전에 울려 퍼졌다.
술상이 흔들리며 잔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갔다.
맑은 술이 마룻바닥을 적셨다.
연화는 얼어붙은 얼굴로 헌을 내려다봤다.
"...전하."
"..."
"...전하?"
헌은 천장을 바라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연화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참형이다. 이번엔 진짜 참형이다.'
"...소, 소인이."
"..."
"송구하옵니다."
헌이 천천히 한숨을 내쉬다가 갑자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프군. 흐흐."
연화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의관을! 당장 의관을..."
몸을 돌리려는 순간 헌이 손목을 붙잡았다.
"...가지 말거라."
"...예?"
"괜찮다."
"괜찮으실 리가..."
"살아 있다."
연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소인이..."
"...또."
"..."
"...업었사옵니다."
헌은 피식 웃었다.
"업은 것이 아니라."
"..."
"던졌느니라."
"...송구하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연화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만큼 깊이 숙였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헌은 그런 연화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고개 들어라."
연화는 차마 들지 못했다.
"명을 거역할 것이냐."
그제야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눈물을 보일 것이냐."
"...아니옵니다."
"곧 울 것 같은데."
"참고 있사옵니다."
헌은 웃음을 삼켰다.
정말 신기한 아이였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집어 던져 놓고.
이제는 울기 직전이었다.
그때였다.
철컥.
문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
"큰 소리가 들렸사옵니다."
연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문 쪽으로 가려 했다.
헌은 문을 바라봤다.
"들어오지 말라."
내관은 걸음을 멈췄다.
"...예?"
"괜찮다."
"허나..."
"괜찮다고 하였다."
내관은 더 묻지 못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연화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살았습니다."
헌이 물었다.
"누가?"
"..."
"...소인이옵니다."
헌은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연화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 멍한 얼굴로 헌을 바라봤다.
"...전하."
"왜 그러느냐."
"...웃으셨사옵니다."
"..."
"소인이 전하를 넘어뜨렸는데."
헌은 연화를 바라봤다.
"그래서."
"..."
"왜 웃으시는지."
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술기운 때문인지 몸이 약간 흔들렸다.
연화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옥체는 무사하시옵니까?"
헌은 그 손을 잠시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먼저.
연화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
연화의 어깨가 움찔했다.
헌은 조용히 말했다.
"이번에는 참았구나."
연화는 숨을 삼켰다.
조금 전.
분명 예전 같았으면 완벽하게 업어쳤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힘을 거두려 했다.
헌도 그걸 알고 있었다.
"...소인은."
연화가 작게 입을 열었다.
"전하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사옵니다."
그 한마디에.
헌의 손끝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촛불만 조용히 흔들렸다.
그 시각 중전전.
상궁 하나가 급히 무릎을 꿇었다.
"마마."
중전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냐."
상궁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강녕전에서 사고가 있었다 하옵니다."
중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사고?"
"...예."
"그 궁녀가."
"..."
"...또 전하를 넘어뜨렸다 하옵니다."
중전은 한동안 말이 없다, 이윽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그리고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내일, 그 아이를 데려오너라."
“저 궁녀를 죽이려는 사람은 규원들 중에 있지 않습니다.”이헌은 내관을 내려다봤다.“그럼 누구지?”내관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웃었다.“전하께서는 끝까지 찾지 못하실 것입니다.”“끌고 가서 입을 열게 하라.”호위들이 내관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의 턱이 움직였다.연화가 침상 옆에 놓인 쟁반을 집어 던졌다.퍽!쟁반이 내관의 얼굴을 정통으로 때렸다. 그의 입에서 작은 환약이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호위가 급히 환약을 주웠다.“독이 든 듯하옵니다.”이헌이 연화를 돌아봤다.“어떻게 알았느냐?”“자객들은 붙잡히면 입 안의 독을 먹는다고 들었습니다.”“그래서 쟁반을 던졌느냐?”연화는 바닥에 두 동강 난 쟁반을 보며 아쉬워했다.“튼튼해 보였는데.”“내관보다 쟁반이 걱정되느냐?”“전하의 물건이지 않습니까.”“너도 내 사람이다.”연화의 입이 다물렸다.이헌은 호위에게 다시 명했다.“입 안을 막고 끌고 가라.”내관이 몸부림쳤다.“제 가족을 죽일 것입니다!”호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누가 말이냐.”“소인이 입을 열면 서촌에 있는 처와 아이를 죽이겠다고 했습니다.”이헌이 호위대장에게 눈짓했다.“당장 사람을 보내
연화가 죽었다는 소문은 반나절 만에 궁 전체로 퍼졌다.독이 뒤늦게 심장에 번졌다고 했다.시신은 전염될 우려가 있어 천으로 감싼 채 곧바로 궁 밖으로 내보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졌다.실제로 궁문을 빠져나간 관 안에는 쌀가마니가 들어 있었다.그 시각, 죽은 연화는 이헌의 침전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한 그릇 더 주십시오.”상궁이 빈 그릇 세 개를 보며 망설였다.“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냐?”“독을 이겨 내느라 힘을 많이 썼습니다.”“죽은 사람치고는 식욕이 지나치게 좋구나.”이헌이 맞은편에서 말했다.연화는 새로 받은 밥그릇을 품 가까이 끌어당겼다.“살아 있는 동안 많이 먹어 둬야 합니다.”“너는 오늘부터 죽었다.”“그러면 제사상처럼 차려 주십시오. 전도 빠졌고 약과도 없습니다.”이헌은 잠시 연화를 바라보다 상궁에게 손짓했다.“약과를 가져오너라.”연화의 얼굴이 환해졌다.“역시 전하의 침전은 좋습니다.”“밥을 많이 줘서?”“약과도 주시니까요.”“그것 말고 좋은 점은 없느냐.”연화는 방 안을 둘러봤다.“따뜻하고 넓습니다.”“또.”“이불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이헌의 시선이 침상으로 향했다.“오늘 네가 덮을 것이다.”
“누군가 또다시 두 규원 중 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습니다.”연화의 말에 이헌은 종잇조각을 받아 들었다.‘민서령의 명을 받았다.’한소원의 짐에서는 자객의 무기가 발견됐고, 그 안에는 민서령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이헌이 호위에게 명했다.“두 규원을 편전으로 데려오라.”잠시 뒤, 민서령과 한소원이 나란히 들어왔다.민서령은 종이를 확인하자마자 헛웃음을 흘렸다.“이번에는 종이까지 남겼군요.”“네 글씨가 맞느냐?”“아니옵니다.”한소원도 나무함을 바라봤다.“저런 물건은 처음 봅니다. 누군가 제 짐에 넣은 것이 분명하옵니다.”“모두 그렇게 말하겠지.”이헌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소원, 네게서는 자객과 같은 향이 났다.”한소원의 시선이 연화에게 향했다.“그래서 아까부터 향낭을 달라고 했던 것이냐?”“확인하고 싶었습니다.”“백매향은 우리 집안에서 오래 사용한 향이다. 내 사람에게서 같은 향이 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자객이 좌의정 댁의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연화의 말에 한소원의 얼굴이 굳었다.“나를 의심하는 것이냐?”“아직은 모두 의심하고 있습니다.”“모두?”“민 아기씨도, 한 아기씨도, 두 분의 몸종들도요.”연화는
연화는 한소원의 향낭을 바라봤다.자객의 옷깃에서 맡았던 것과 같은 백매향이었다.그러나 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한소원이 직접 자객을 보냈다면 똑같은 향을 달고 궁에 들어오는 것도 이상했다.“향이 마음에 드느냐?”소원의 물음에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주 익숙한 냄새라서요.”소원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어디서 맡았지?”“생각이 날 듯하면서도 나지 않습니다.”연화가 향낭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소원이 반사적으로 몸을 물렸다.“무엇을 하는 것이냐?”“한 번만 더 맡으면 기억날 것 같아서요.”“사람에게 그리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죄송합니다.”연화는 얌전히 물러나는 척하다 다시 향낭을 흘끗 봤다.“그 향낭을 소인에게 주시면 안 됩니까?”이번에는 민서령까지 연화를 바라봤다.“갖고 싶으냐?”“예.”“이유는?”“좋은 냄새가 나니까요.”연화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소원이 향낭을 떼어 주는지 보고 싶었다. 찔리는 것이 없다면 고작 향낭 하나를 거절할 이유도 없을 터였다.소원이 부드럽게 웃었다.“미안하지만 이것은 어머니께서 주신 것이라 줄 수 없구나.”“그럼 비슷한 것으로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궁녀가 쓰기
새로 입궁한 규원의 이름은 한소원이었다.좌의정의 외동딸이자, 민서령과 함께 오래전부터 국모감으로 거론되던 여인이었다.소원은 곧장 대비전으로 향했다.“신녀 한소원, 대비마마를 뵙사옵니다.”대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살폈다.“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구나.”“전하를 모실 수 있다면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옵니다.”단정한 말씨와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이었다.대비가 원하던 규원의 모습에 가까웠다.“궁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당분간 처소 밖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궁인을 데리고 다니거라.”“입궁하던 길에 들었습니다. 궁녀 하나가 자객에게 습격당했다지요?”“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났느냐.”“전하께서 아끼시는 궁녀라 들었습니다.”대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소원은 모르는 척 고개를 숙였다.“신녀가 괜한 말씀을 드린 듯하옵니다.”“아니다. 어차피 만나게 될 아이이니.”“궁녀를 말씀이십니까?”“연화가 당분간 규원들의 시중을 들 것이다.”같은 시각, 연화는 강녕전에서 그 명을 듣고 있었다.“소인이요?”상궁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규원이 궁중 예법을 익히는 동안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라는 대비마마의 명이시다.”“소인은 궁중 예법을 잘 모르는데요.”“네게 가르치라는 것이 아니다.”“그건 지난번에 들었습니다.”연화는 붕대를 감은 팔을 내려다봤다.“다쳤으니 쉴 수는 없습니까?”“나도 그리 말씀드렸지만 대비마마께서 명을 거두지 않으셨다.”옆에서 듣고 있던 이헌이 서책을 덮었다.“연화는 가지 않는다.”“전하.”“자객에게 습
“연화를 죽이라고 명한 분은 민서령 아기씨이옵니다.”몸종의 말이 떨어지자 침전 안이 조용해졌다.이헌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민서령이 직접 명했느냐.”“그러하옵니다.”“언제.”“어젯밤이옵니다.”“민 규원은 오늘 입궁했다.”몸종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입궁하기 전부터 명을 받았사옵니다.”“어찌 죽이라고 했지?”“전하의 마음을 빼앗은 궁녀가 있으니 없애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이헌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래서 독에 당한 연화에게 직접 해독제를 가져왔다는 것이냐.”몸종이 바로 답하지 못했다.연화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민서령에게 자신을 죽일 생각이 있었다면 해독제를 내놓을 이유가 없었다. 가만히 두기만 해도 두 시진 안에 죽었을 테니까.몸종이 급히 말했다.“사람들 앞에서 의심을 피하려 하신 것이옵니다.”“해독제를 쓰면 연화가 살아날 것을 알면서도?”“그것이…….”“거짓말을 하려거든 앞뒤부터 맞추거라.”이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몸종은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하지만 소인은 정말 민 아기씨의 명을 따랐을 뿐이옵니다.”연화가 몸종을 가만히 바라봤다.두 손은 바닥을 짚고 있었지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겁에 질린 사람의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