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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Author: 강시아
두 사람은 며칠째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연기준은 문득 만춘원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서인경은 진방옥을 향해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었다. 겨우 자기보다 몇 살 어린 사내자식일 뿐인데. 그리고 피부가 흰 것이 남자답지 못한데 뭐가 좋다고... 질투 섞인 생각이 고개를 들수록 연기준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옷깃을 따라 손을 내렸다. 거칠고도 은밀하게, 그러나 또 어딘지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다음 날, 서인경은 눈을 뜨자마자 침대 머리맡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옷은 어제 집을 나설 때 입었던 검은 속옷 그대로였고 허리 끈도 여전히 매어져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

여기는 상왕부.

남자라면 연기준 말고는 발 디딜 수도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어제 평이더러 문을 걸어 잠그라 지시했기에 그는 분명 서재에서 잤을 텐데 어젯밤 그녀가 느꼈던 손길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서인경의 뺨은 저도 모르게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급히 평이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 시켰다.

목욕을 마치고 나니 몸에는 별다른 흔적은 없었다. 그녀는 그제야 겨우 안도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 사이 평이는 이미 밥상을 차려 두고 있었다.

“어제 준비해 둔 달걀부침이 있사옵니다. 아침을 드시지 못하셨으니 점심은 함께 드시지요.”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늦잠을 잘 리 없는 그녀였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힘들게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어제 연기준과 함께 밤을 보냈던 꿈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장면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제… 문을 꼭 잠근 게 맞느냐?”

“그러하옵니다.”

평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자물쇠를 두 겹이나 걸었사옵니다.”

서인경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평이는 그녀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수저를 놓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밤은 섣달그믐이옵니다. 왕비마마께서는 왕야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셔야지요. 조금 전 왕야께서 잔치 때 입으실 옷을 보내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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