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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Autor: 코코넛 서고
서인경은 정월 초하루 저녁,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했다.

늙은 장군은 입으로는 규율에 어긋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얼굴에 드러난 기쁨은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부관도 연신 감탄하며 말했다.

“장군님께서 오늘은 밥 한 그릇 더 드셨사옵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난 뒤 서인경이 장군댁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은근슬쩍 내비치자 서회윤은 두말없이 두 사람을 내쫓았다.

상왕부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서인경은 연신 투덜거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너무 인색합니다. 하룻밤도 못 자게 하다니요.”

그러자 연기준이 대답했다.

“내일은 잘 수 있지 않느냐?”

진국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딸이 친정에 머무는 행동은 불길하다고 여겼다. 오늘도 연기준이 함께 따라오지 않았다면 이 소식은 궁궐에 들어가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이미 이런 풍습을 여러 번 들어왔다.

21세기에도 정월 초하루에는 남자들이 이혼당한 누이나 집 없는 여동생을 쫓아내 호텔에 묵게 했다는 뉴스를 접하곤 했다. 그때는 룸메이트들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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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45화

    “수령님, 저희 족장님 정말 잘생기셨잖아요. 평생 우리 족장님 한 분만 총애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야 저희 금족의 지위도 설산에서 더 굳건해질 테니까요.”서인경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 족민들 사고방식이 참으로 기묘했다.결국 그녀는 이들에게 확실한 안심을 주기로 했다.“걱정 말거라. 나는 첩을 들이지 않는다.”연기준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떨렸다.가슴 깊은 곳의 통증조차 이상하게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자기 부족 사람들 손에 떠밀려 수령 일족의 데릴사위가 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총애를 구걸하는 지경이라니.족민들이 하나같이 서인경과 연기준 쪽으로 기울자 덕비는 수치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손을 썼다.“배신자들!”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족민들에게 닿기도 전에 서인경에게 가로막혔다. 한 번의 장력으로 덕비는 그대로 땅에 내동댕이쳐졌다.“자기 부족 사람들까지 해치려 하다니… 참으로 제정신이 아니군요.”덕비는 피를 토해냈다.그 눈에는 분노와 원망, 그리고 꺼지지 않는 집착이 뒤엉켜 있었다.“왜… 왜 다들 저 여자의 편을 드는 것이냐?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나보다 그녀를 더 아꼈다. 겨우 내쫓았는데 늑대에게 잡아먹히기는커녕 진국의 후궁이 되고, 그 아들은 황제가 되었지. 내 딸은 족장 자리조차 차지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여자의 며느리가 일불락의 수령이라고? 왜 좋은 일은 전부 그 여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냐!”서인경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게 당신 운명이니까요. 억울하지 않습니까?”그 한마디는 그대로 덕비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녀는 울화가 치밀어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냈다.덕비는 천천히 예정연을 향해 기어갔다. 몸 아래에는 피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딸의 손을 잡고, 함께 다시 태어나려 했던 걸까. 그러나 그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그대로 쓰러진 채 숨을 거두었다.모두… 죽어버렸다.그러나 서인경의 마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한

  • 시간을 거슬러   제1244화

    “하늘은 노력한 자에게 보답하고, 금석도 결국 갈라진다! 신도, 족장께 머리 조아립니다! 금족이여, 천추만대 번영하라!”그 외침은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며, 텅 빈 골짜기를 가득 채웠다.마치 새로운 신념이 이곳에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그 순간 싸우고 있던 연기준의 전신이 금빛으로 감싸인 듯 빛나기 시작했다. 밀리던 기세였던 그가 마치 어떤 거대한 힘을 새로 얻은 것처럼 변했다.노인은 점점 버거워졌다. 마침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절규를 내질렀다.온 힘을 끌어모아 그는 연기준을 향해 무겁게 일장을 내질렀다.연기준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착지했지만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몇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다.그러자 서인경이 급히 달려갔다.“괜찮습니까? 다친 데는 없습니까?”연기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에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괜찮다.”서인경은 믿지 못하고 그의 옷을 풀어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연기준이 손을 잡으며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보거라. 떨어지지 않느냐.”그 말에 시선을 돌린 순간, 노인 역시 공중에서 떨어져 내려와 땅에 세게 내리꽂혔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연강호를 가리켰다.도움을 청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연강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금족 내부의 일에까지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지.”그는 지금 힘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곧 서인경과 맞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노인의 몸이 몇 번 크게 떨렸다.그제야 깨달은 듯했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자들도 있다는 것을. 동맹이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결국 마지막 힘마저 다하고 노인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연기준은 팔괘진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그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골짜기를 울리며 모든 금족 사람들의 귀에 닿았다.“귀순하지 않을 자는 스스로 무공을 폐하고 이곳을 떠나거라. 그리고 귀순할 자는 오늘 바로 설산으로 향해 어족의 막

  • 시간을 거슬러   제1243화

    일불락의 어느 부족이든, 그들에게는 엄격하게 내려오는 사명이 있었다.대대로 조상들에게서 교육받아 온 것은 단 하나, 평생의 충성이었다.그들이 목숨을 바쳐 섬기는 대상은 부모도 형제도 아닌, 오직 자신의 족장뿐이었다.그리고 그 족장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족장만이 지닐 수 있는 전용 신물뿐이었다.그해, 노인과 옛 족장의 심복을 따라 야랑국을 떠나 이주할 때, 그들의 조상들은 분명히 보았다.숨이 끊어져 가던 옛 족장이, 금족의 문양이 새겨진 동경을 노인의 손에 넘겨주는 모습을.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옛 족장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장녀가, 아주 어린 나이에 실종되었다는 사실을.그래서 그들은 믿었다. 더는 그녀를 찾을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옛 족장이 족장 자리를 결정할 권한을 친동생에게 넘겼다고.그리하여 이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단 한 번도 노인의 말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진국 변경으로 들어가기 직전, 노인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라 했을 때도 그들은 따랐다. 노인이 덕비가 금족의 족장이라 했을 때도 그들은 믿었다. 심지어 옛 족장의 심복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도, 노인이 그들을 세상과 동떨어진 이 골짜기로 이끌어 장생불사를 연구하게 했을 때도 그들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노인은 말했다. 수령 일족의 후손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생사조차 알 수 없다고. 설산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백 년 전처럼 침략당하지 않고 싶다면, 오직 일불락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그리고 그 길은 단 하나라고 했다. 모두가 칼도 창도 통하지 않는 몸이 되는, 장생불사를 이루는 것뿐이라고.그래서 그들은 지난 세월 동안, 그 신약을 위해 양심을 거스르며 수많은 아이들을 끌어왔다.노인은 말했다. 그 아이들의 조상은 한때 우리의 땅을 침략했던 자들이라고. 그들을 잡아오는 것은, 설산 깊은 곳에 묻힌 조상들의 원한을 갚고, 그들이 비로소 편히 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비록 장생불사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금족의 사람

  • 시간을 거슬러   제1242화

    남궁열은 끝내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아마도 이루지 못한 숙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혹은 처음 배신을 선택하던 그 순간, 이런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탓일지도 몰랐다.짧은 시간 사이, 땅 위에는 이미 세 구의 시신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임선우는 백발로 자식을 먼저 보내는 비극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이런 결말은 그 모자의 정체를 알게 되었던 순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그는 비틀거리며 임충서를 끌어안고 일어섰다.“폐하, 황후 마마… 소인은 제 아들의 시신을 임 가로 데려가도 되겠습니까?”연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허한다.”임선우는 발밑에 밟힌 피를 그대로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붉은 발자국을 남기고 떠나갔다.서인경은 마지막으로 시선을 들어 노인과 덕비를 바라보았다.덕비는 스스로 괜찮다고 되뇌었지만, 몸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반면 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태산처럼 서 있었고, 다만 깊게 패인 눈동자 속 분노만이 더 이상 감춰지지 않고 들끓고 있었다.“내가 널 너무 얕봤구나. 지금 네 공력은 일불락의 순수 혈통이 아니고서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죽기 전에 하나만 묻자. 도대체 어떻게 이런 힘을 얻은 것이냐? 수령 일족의 본령을 너는 어디까지 익힌 것이냐?”서인경은 그의 말속에 숨은 미묘한 어긋남을 곧바로 감지했다.이 노인은 자존심이 강하고, 스스로를 누구보다 높이 여기는 인물이다.그녀와 연기준이 수년간의 계획을 무너뜨렸는데, 이대로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리 없었다.그는 말을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를 상대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일 터.서인경은 입 밖으로 나올 뻔했던 답을 다시 삼켰다.“그건 어르신께서 알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숨겨둔 비책이든, 부를 수 있는 도움군이든… 전부 꺼내 보세요.”“하하하하!”속내가 들통나자 노인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하늘을 향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수령 일족에도… 꽤

  • 시간을 거슬러   제1241화

    임선우는 임충서를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그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바깥으로 끌어내려 했다.“사람을 해쳐선 안 된다! 아버지와 함께 가자. 네가 네 신분만 잊는다면, 넌 언제까지나 우리 임 가의 도련님이다!”그는 힘껏 잡아끌었지만, 임충서는 제자리에 서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신분을 잊으라고요? 제가 잊지 못하겠다면 어쩌시겠습니까?”임선우의 수염이 가늘게 떨렸다.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네 어미에겐… 너 하나뿐이다.”그는 혈육의 정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완전히 빗나간 시도였다.임충서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싸늘한 웃음뿐이었다.“어머니께서 저를 낳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화족의 혈맥을 잇게 하고, 그 사명을 영원히 잊지 말게 하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신분을 숨기고, 임 가의 도련님으로 살아가라고요? 어머니께서 정말 그걸 바랐다면, 애초에 저를 낳지도 않았겠지요. 더더욱... 당신을 그렇게까지 유혹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그 한마디는 그대로 임선우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노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결국 남은 것은 한 아버지의 절절한 애원뿐이었다.“아버지가 부탁한다. 과거는 잊고 그저 평범하게 살거라.”임충서는 임선우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손을 그의 손에서 천천히 빼냈다.두 사람의 손이 완전히 떨어지는 순간, 임선우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오늘부로, 저 임충서는 임 가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임선우는 그 자리에 굳어 섰다. 등이 한순간에 푹 꺼져 보였다. 마치 단숨에 십 년은 더 늙어버린 듯했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그 여인이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 처음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임충서는 서인경 앞에 다가서며, 비웃듯 입을 열었다.“우리 화족이 예전에 일불락에 귀순한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헌데 화족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화족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기회만 온다면 반드시 독립한다.’ 그러니

  • 시간을 거슬러   제1240화

    임충서 역시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화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불락 수령 일족에 귀순할 생각은 없습니다. 화족의 옛 터를 돌려주고, 이제부터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갑시다. 다리와 길을 나누듯, 더는 얽히지 않는 겁니다. 어떻습니까?”독립을 선언하겠다는 소리였다.예로부터 독립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용납되는 일이 아니었다.서인경은 본래 그들의 일에 깊이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이후 스스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면 그들의 선택을 기꺼이 응원해줄 생각이었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목족처럼 말이다.다른 족속들이 수많은 혈맥을 남겨 두었듯, 목족 역시 열셋 째 왕야 연도현의 모후 한 사람만 남아 있을 리는 없었다. 그저 다른 이들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혹은 자신의 정체를 아예 모르고 살거나, 알고 있다 해도 일불락의 그 ‘재물’ 따위에는 관심 없어 그저 보통 백성처럼 살기를 택했을 것이다.그렇다면 서인경은 기꺼이 그 선택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돌아오지 않겠다는 이들을 억지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달랐다.이곳에서 기사회생과 장생불사를 도모했던 자들. 그들만큼은 결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이 두 가지는… 반드시, 완전히 사라져야 했다.서인경은 시선을 옮겨 남궁열을 바라보았다.“그런 말은 삼가라. 어족에는 아직 사람이 남아 있다. 너는 어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네 자신 하나를 대표할 뿐이다. 넌 어족의 배신자다. 그러니 지금 내가 대장로를 대신해 문을 정리하겠다.”말이 끝나자마자, 방금 전 그 비수가 번개처럼 튀어나갔다.남궁열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기에 몸을 날려 피했다.그러나 비수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그의 움직임을 따라 집요하게 쫓아왔다.이미 무공이 폐해진 그는, 더는 예전의 몸놀림을 보일 수 없었다.결국 정면으로 날아든 비수가 그의 팔을 꿰뚫었다.순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그는 팔을 틀어쥐었지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 시간을 거슬러   제500화

    그가 처음으로 열셋 째 황숙 연도현을 따라 능지국의 땅을 밟았던 그날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두 손을 등 뒤에 얹고 냉랭한 눈빛으로 옥좌 위의 사내를 바라보았다.“능지국을 돕고 있는 일불락의 후손은 어디 있습니까?”단무진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일불락 후손이라니? 짐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구나.”“잡아떼는 것입니까?”연기준은 입가를 살짝 비웃듯 올렸다.“괜찮습니다. 본왕의 장졸들이 오늘 능지국 왕궁을 샅샅이 뒤집어 놓을 것이니까요. 저희가 설마 그 자 하나를 못 찾아내겠습니까?”그 말에 단무진은

  • 시간을 거슬러   제465화

    원래라면 연기준 역시 그 질문에 흥미를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왕비가 경성에서 미리 사 둔 것이다. 본왕이 사람을 시켜 조금 늦게 운송했을 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연강헌은 눈살을 찌푸렸다.“한데 저희가 도착한 지도 꽤 되었는데 그동안 물자가 들어오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관서윤 또한 곧장 말을 받았다.“저도 못 봤습니다. 왕야와 왕비께서 오신 이후로는 다른 수레가 군영에 들어온 적이 없어요. 왕야께서는 왕비 마마를 감싸기 위해 이런 말을 하시는 게 아닙니까?”연기준의 미간

  • 시간을 거슬러   제489화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서인경은 황급히 아기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봉한설이 깜짝 놀라며 급히 손을 막았다.“아아, 안 됩니다! 춥잖아요. 남자아이에요. 제가 확신합니다!”서인경은 그제야 손을 거두었다.“내가 얼마나 오래 잔 것이냐? 그리고 여긴 어디냐? 아까 그 노부인은 누구고? 전선은 지금 어떤 상황인 것이냐?”서인경의 머릿속에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아기를 낳았지만 전생에서는 신생아들을 수없이 봐왔었기에 아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서인경의 아기는 또렷한 눈으로

  • 시간을 거슬러   제488화

    서인경 자신이라면 약왕곡으로 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남는 건 한 줌의 영혼뿐이었다. 그녀는 봉한설을 데리고 갈 수도, 이 육신을 지킬 수도, 뱃속의 아기를 품을 수도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봉한설을 자기와 함께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서인경은 통증을 참으며 봉한설을 바깥으로 밀어냈다.“어서 나가거라. 날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란 말이다.”하지만 봉한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서인경을 꼭 끌어안고 불길 속에서 함께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안 됩니다. 전 왕비 마마를 혼자 두고 나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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