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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Author: 코코넛 서고
다행히 설맹증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봉한설이 한참 더 쉬고 나자 눈앞의 빛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녀는 밖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지려했지만 서인경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봉한설은 걱정이 밀려와 결국 직접 나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온천 근처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거대한 괴물이 온천가에 쪼그리고 앉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설마 그분까지 호롱님을 구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그분은 그렇게 약하지 않을 텐데... 설마 물에 빠져 죽은 것일까? 그렇다면 난 대역죄인이 될 텐데... 지금이라도 죽어서 사죄해야 하나…?”

봉한설은 그 중얼거림을 똑똑히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왕비 마마를 밀어버린 것이냐?”

그 거대한 존재는 고개를 홱 돌리며 등불 같은 두 눈을 번쩍였다.

“그대는 누구십니까?”

봉한설은 그대로 달려가 괴물을 밀쳐냈다. 하지만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그녀가 튕겨 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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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41화

    임선우는 임충서를 보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그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바깥으로 끌어내려 했다.“사람을 해쳐선 안 된다! 아버지와 함께 가자. 네가 네 신분만 잊는다면, 넌 언제까지나 우리 임 가의 도련님이다!”그는 힘껏 잡아끌었지만, 임충서는 제자리에 서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신분을 잊으라고요? 제가 잊지 못하겠다면 어쩌시겠습니까?”임선우의 수염이 가늘게 떨렸다.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네 어미에겐… 너 하나뿐이다.”그는 혈육의 정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완전히 빗나간 시도였다.임충서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싸늘한 웃음뿐이었다.“어머니께서 저를 낳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화족의 혈맥을 잇게 하고, 그 사명을 영원히 잊지 말게 하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신분을 숨기고, 임 가의 도련님으로 살아가라고요? 어머니께서 정말 그걸 바랐다면, 애초에 저를 낳지도 않았겠지요. 더더욱... 당신을 그렇게까지 유혹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그 한마디는 그대로 임선우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노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결국 남은 것은 한 아버지의 절절한 애원뿐이었다.“아버지가 부탁한다. 과거는 잊고 그저 평범하게 살거라.”임충서는 임선우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손을 그의 손에서 천천히 빼냈다.두 사람의 손이 완전히 떨어지는 순간, 임선우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오늘부로, 저 임충서는 임 가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임선우는 그 자리에 굳어 섰다. 등이 한순간에 푹 꺼져 보였다. 마치 단숨에 십 년은 더 늙어버린 듯했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그 여인이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 처음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임충서는 서인경 앞에 다가서며, 비웃듯 입을 열었다.“우리 화족이 예전에 일불락에 귀순한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헌데 화족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화족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기회만 온다면 반드시 독립한다.’ 그러니

  • 시간을 거슬러   제1240화

    임충서 역시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화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불락 수령 일족에 귀순할 생각은 없습니다. 화족의 옛 터를 돌려주고, 이제부터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갑시다. 다리와 길을 나누듯, 더는 얽히지 않는 겁니다. 어떻습니까?”독립을 선언하겠다는 소리였다.예로부터 독립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용납되는 일이 아니었다.서인경은 본래 그들의 일에 깊이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이후 스스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면 그들의 선택을 기꺼이 응원해줄 생각이었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목족처럼 말이다.다른 족속들이 수많은 혈맥을 남겨 두었듯, 목족 역시 열셋 째 왕야 연도현의 모후 한 사람만 남아 있을 리는 없었다. 그저 다른 이들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혹은 자신의 정체를 아예 모르고 살거나, 알고 있다 해도 일불락의 그 ‘재물’ 따위에는 관심 없어 그저 보통 백성처럼 살기를 택했을 것이다.그렇다면 서인경은 기꺼이 그 선택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돌아오지 않겠다는 이들을 억지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달랐다.이곳에서 기사회생과 장생불사를 도모했던 자들. 그들만큼은 결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이 두 가지는… 반드시, 완전히 사라져야 했다.서인경은 시선을 옮겨 남궁열을 바라보았다.“그런 말은 삼가라. 어족에는 아직 사람이 남아 있다. 너는 어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네 자신 하나를 대표할 뿐이다. 넌 어족의 배신자다. 그러니 지금 내가 대장로를 대신해 문을 정리하겠다.”말이 끝나자마자, 방금 전 그 비수가 번개처럼 튀어나갔다.남궁열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기에 몸을 날려 피했다.그러나 비수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그의 움직임을 따라 집요하게 쫓아왔다.이미 무공이 폐해진 그는, 더는 예전의 몸놀림을 보일 수 없었다.결국 정면으로 날아든 비수가 그의 팔을 꿰뚫었다.순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그는 팔을 틀어쥐었지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 시간을 거슬러   제1239화

    “방자하다! 나는 요동의 황후이자, 진국의 대장공주다. 네 윗사람이란 말이다!”서인경은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웃었다.“아까 말했지요. 변경의 재앙이 화족의 소행이라고. 그런데도 본인이 깨끗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당신의 묵인과 협조가 없었다면, 화족이라 해도 십오 년이나 백성들을 그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 빚… 이제는 계산할 때가 됐네요.”금수 대장공주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얼굴을 굳히고 연기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네 황후가 본궁을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는데, 정말로 가만히 두고 볼 셈이냐?”연기준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 시선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짐 또한, 대장공주께서 이곳에 남는 것이 썩 괜찮다고 봅니다.”그는 스스로를 ‘짐’이라 칭했고, 그녀를 ‘황고모’라 부르지 않았다.그 말은 곧, 지금 이 자리에서 둘 사이에는 오직 두 나라의 관계, 군신의 관계만 있을 뿐, 고모와 조카의 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웅 하는 소리와 함께, 금수 대장공주의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울렸다.“뭐라 했느냐? 나는 네 친고모다! 나를 해치면, 돌아가서 네 어미께 어떻게 설명할 셈이냐?”연기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짐이 돌아갈지 말지는 차치하고, 설령 돌아간다 해도 먼저 잘못을 저지른 쪽은 대장공주십니다. 성조 선황께서 힘겹게 유지해 온 두 나라의 관계를 깨뜨려 전쟁 직전까지 몰아넣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은 수년간 도탄에 빠져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사악한 세력과 결탁해 우리 조정의 백성을 해치고, 수천의 마을 사람들과 여든한 명의 아이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을 뻔하게 했습니다. 이 모든 죄목을 하나하나 따진다면… 성조 선황께서 살아 계셨더라도, 아마 직접 손으로 친딸인 당신을 베었을 겁니다. 그러니 이 죄는 직접 저승에 가서 그분께 사죄하는 게 마땅합니다.”말이 이어질수록 금수 대장공주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마침내 그녀의 얼굴에는 핏기라곤 한 점도 남지 않게

  • 시간을 거슬러   제1238화

    임충서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서인경의 추궁 앞에서 한마디도 내놓지 못했다.서인경이 비웃듯 짧게 숨을 뱉었다.“화족… 역시 본성은 못 버리는군. 오늘, 내가 일불락의 문을 깨끗이 정리해 주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채찍이 다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그러나 이번에는 임충서의 몸에 닿지 못했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노인이 그 채찍을 가로막아 버린 것이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그는 채찍 끝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서인경이 힘껏 끌어당겼지만 미동조차 일으킬 수 없었다.그 노인의 힘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 있었다.그때, 연기준이 곧바로 손을 뻗어 서인경의 채찍을 잡았다.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낮고 묵직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바로 곁에 있던 서인경은, 그 순간 그의 힘이 폭발하듯 솟구치는 것을 생생히 느꼈다.내력이 한순간에 퍼져 나가며, 가까스로 노인의 손을 떼어냈다.노인은 반걸음 물러서며, 눈꺼풀을 번쩍 치켜떴다.연기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자신에게는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익숙함을 넘어 훨씬 더 깊고 강렬했다.게다가 그 안에는 자신조차 거스를 수 없는 또 다른 힘이 섞여 있었다.“그 공력… 어디서 배운 것이냐? 왜 목족의 심후공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연기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채찍을 서인경에게 돌려주고, 더는 말 섞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사람은 이미 구해냈고 이 골짜기는 곧 묻힐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겠지요.”“감히!”노인이 분노에 찬 눈으로 연기준을 노려보았다.자신의 질문을 완전히 무시당한 것이 못내 분한 듯했다.“정말 금족과의 옛 정까지 모조리 저버리겠다는 것이냐? 금족을 무너뜨려서 네게 무슨 이득이 있지?”연기준의 시선이 서서히 식어 갔다.“저한테 이득은 없어도, 당신한테 손해라면 그걸로 충분하지요. 당신들이 이곳으로 옮겨 온 과정… 굳이 제가 더 말해야 합니까?”노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너는 어디까지

  • 시간을 거슬러   제1237화

    서인경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화족 놈들은 틀림없이 이들이 서로를 소모해 함께 무너지는 틈을 기다리고, 그 뒤에서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것이다.자신이 짐작할 수 있다면, 저쪽 역시 눈치챘을 터였다.노인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졌다.“누구냐, 나와라!”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현장은 숨이 멎은 듯 고요했다.노인의 분노가 더 짙어졌다. 수염은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했고, 그는 지팡이를 바닥에 쿵쿵 찍어댔다.화족이 줄곧 자기 곁에 숨어 있었는데도, 정작 그는 그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마치 교묘한 술수에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었다.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다른 족속들은 그래도 떳떳하게 나오는데, 화족은 바깥에서 온갖 일을 벌여 놓고도 숨어서 목숨이나 부지하려 드는 거냐? 조상 망신도 이런 망신이 따로 없구나! 내가 설산으로 돌아가면, 네놈들 영토에 있는 무덤을 모조리 파헤쳐서 네 조상들 눈앞에 들이밀어 주마! 후손이 얼마나 비겁한지. 너희들이 얼굴조차 못 내미는 꼴을 똑똑히 보게 해 주지!”말이 끝난 지 잠시 후,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거친 삼베옷을 입고, 하인 차림을 한 사내였다.그는 키가 훤칠하게 커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사내는 사람들 앞에 이르러, 머리에 쓴 삿갓을 조용히 벗었다.드러난 얼굴은 깨끗했으나, 지나치게 평범해서 금세 잊힐 듯한 인상이었다.하지만 서인경은 그 얼굴에서 임선우의 흔적을 어렴풋이 읽어냈다.“임충서?”임충서는 서인경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맞힌 데에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이미 아버지를 만나셨군요. 그리고 제 어머니가 얼마나 처절하게 저라는 혈맥을 남겨 냈는지도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그가 말을 꺼낼 때, 표정은 어둡고 뒤틀려 있었다.어머니가 오랜 세월 임선우 곁에서 참고 견디며 살아온 나날을 떠올린 듯했다.일불락의 여러 부족 가운데는, 가문의 혈맥을 잇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서인경 역

  • 시간을 거슬러   제1236화

    서인경은 걸음을 옮겨 연기준의 등 뒤로 붙어 섰고, 곧바로 손바닥을 내질러 노인과 맞부딪쳤다.강렬한 충격이 팔을 타고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인경은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뒤로 밀려났다. 다행히 등 뒤에 연기준이 있었기에, 간신히 발을 딛고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다시 노인을 바라보니,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였다.노인은 서인경의 상태를 살피며, 눈 밑으로 스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렇게 어린 계집아이가, 이만한 내공을 지녔다니 뜻밖이로군. 이 세상에서 내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느냐. 네가 이 나이까지 살아남는다면, 무공의 경지는 틀림없이 나를 뛰어넘겠지.”서인경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비릿한 기운을 억눌러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과찬이십니다. 반드시 오래 살아, 어르신보다 더 멀리 가보겠습니다.”노인은 코웃음을 치듯 차갑게 웃었다.연기준의 얼굴은 이미 먹구름처럼 어두워져 있었다.“기습이라니요. 그게 금족을 다스리는 자의 수단입니까?”노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이길 수만 있다면, 방법 따위는 상관없지.”그때였다.“큰일입니다! 놈들이 연단방(煉丹房)에 들이닥쳤습니다!”몇 사람이 팽팽히 맞선 채 말을 주고받는 사이, 흑갑군의 통령 방비우가 병력을 이끌고 이미 다른 이들을 제압한 뒤, 후방까지 돌파해 들어온 상태였다.잠시 후, 병사들이 하나둘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의 어깨마다, 아이 하나씩이 들려 있었다.“여든하나, 하나도 빠짐없습니다!”아이들은 대부분 축 늘어진 채 병사들의 어깨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무언가 약을 먹은 듯,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기미조차 없었다.연기준은 노인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서늘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흑갑군 통령을 향하고 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곧바로 계곡을 벗어나거라. 너희 임무는 끝났다.”방비우는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굳었다

  • 시간을 거슬러   제52화

    서인경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그건 제가 목숨 걸고 구해온 것입니다. 유용하게 써야지 쉽게 드릴 수는 없어요.”그녀는 이런 비겁한 사람과 거래하려면 시기와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법을 배웠다.만약 손에 쥐고 있는 패가 없었다면, 늘 그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연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래서 뭘 원하는 거지? 한번 말해보거라!”목적을 달성한 서인경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화리서를 저에게 써주십시오. 그러면 한달 안에 다 낫게 해드리겠습니다.”연기준의 안색이 눈에 띄게 음침해졌다

  • 시간을 거슬러   제46화

    서인경은 한치 빈틈도 없는 당당한 얼굴로 모든 문제를 상왕에게 돌렸다.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태황태후가 아니었다.“내 듣기로 너가 영롱탑에 여의주를 보러 갔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더냐?”서인경은 당당하게 고했다.“사실이 아니옵니다. 왕야께서 시키신 일은 군중기밀이라 사람들의 눈을 속여해야 해서 그곳을 지나쳐 갔을 뿐이옵니다. 왕야께 확인하십시오.”태황태후는 매섭게 눈을 치켜떴다.“증거가 있느냐?”서인경은 연기준이 증인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태황태후는 그녀의 얕은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다.‘내가 거기까지만 말하면

  • 시간을 거슬러   제30화

    흑수암에 관한 전설은 그들도 들은 바가 있었다.서인경은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았다.“이번 여정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너희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겠지만, 혹여 내키지 않은 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짐 싸서 이주로 돌아가거라. 다만 돌아가서도 이 비밀은 꼭 지켜주었으면 한다.”호위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눈치만 살폈다.호위들의 수장인 육승은 건장한 체구에 우락부락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육승은 연기준의 충복이야. 무공 실력으로 치면 연풍에게 조금 뒤처지지만 호위들 중에서는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지.’잠시 후

  • 시간을 거슬러   제31화

    “마마, 불로 태우는 방법은 어떠십니까?”누군가가 제안했다.“이것들을 다 불태워 버리면 독에 안 당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서인경은 멍하니 꽃바다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면, 전에 왔던 자들이 시험해 보았겠지. 결국 그 방법은 악재로 그들에게 돌아갔을 테고.”“그럼 저것들을 모두 잘라서 길을 튼다면요?”서인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조금 전, 은사님과 함께 고대 의술을 공부할 때 은사님께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고서의 기재에 따르면 몇천 년 전, 아주 신기한 식물이 있었는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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