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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Author: 코코넛 서고
“열다섯 째 황자, 네 전각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애가의 사람들에게 말하거라. 그게 아니라면 직접 애가에게 말해도 된다. 애가가 언제 너를 섭섭하게 한 적이 있었더냐? 앞으로는 상왕비 같은 외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거라.”

그 한마디 외인이라는 말로 태황태후는 서인경과 열다섯 째 황자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그어버렸다. 그녀는 황자가 분명히 깨닫길 바랐다.

하나는 서 씨 일가이고 다른 하나는 연 씨 가문이라는 것.

그리고 열다섯 째 황자가 향해야 할 곳은 결국 연 씨의 혈통이라는 것을.

열다섯 째 황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예, 태황태후 마마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사옵니다.”

“됐다.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들어가 쉬거라. 상왕비는 애가가 따로 사람을 보내지 않겠다.”

서인경은 끝내 태황태후 침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녀도 애초에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태황태후가 열다섯 째 황자의 처지를 다시금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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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37화

    서인경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화족 놈들은 틀림없이 이들이 서로를 소모해 함께 무너지는 틈을 기다리고, 그 뒤에서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것이다.자신이 짐작할 수 있다면, 저쪽 역시 눈치챘을 터였다.노인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졌다.“누구냐, 나와라!”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현장은 숨이 멎은 듯 고요했다.노인의 분노가 더 짙어졌다. 수염은 들썩이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했고, 그는 지팡이를 바닥에 쿵쿵 찍어댔다.화족이 줄곧 자기 곁에 숨어 있었는데도, 정작 그는 그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마치 교묘한 술수에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었다.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다른 족속들은 그래도 떳떳하게 나오는데, 화족은 바깥에서 온갖 일을 벌여 놓고도 숨어서 목숨이나 부지하려 드는 거냐? 조상 망신도 이런 망신이 따로 없구나! 내가 설산으로 돌아가면, 네놈들 영토에 있는 무덤을 모조리 파헤쳐서 네 조상들 눈앞에 들이밀어 주마! 후손이 얼마나 비겁한지. 너희들이 얼굴조차 못 내미는 꼴을 똑똑히 보게 해 주지!”말이 끝난 지 잠시 후,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거친 삼베옷을 입고, 하인 차림을 한 사내였다.그는 키가 훤칠하게 커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사내는 사람들 앞에 이르러, 머리에 쓴 삿갓을 조용히 벗었다.드러난 얼굴은 깨끗했으나, 지나치게 평범해서 금세 잊힐 듯한 인상이었다.하지만 서인경은 그 얼굴에서 임선우의 흔적을 어렴풋이 읽어냈다.“임충서?”임충서는 서인경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맞힌 데에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이미 아버지를 만나셨군요. 그리고 제 어머니가 얼마나 처절하게 저라는 혈맥을 남겨 냈는지도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그가 말을 꺼낼 때, 표정은 어둡고 뒤틀려 있었다.어머니가 오랜 세월 임선우 곁에서 참고 견디며 살아온 나날을 떠올린 듯했다.일불락의 여러 부족 가운데는, 가문의 혈맥을 잇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서인경 역

  • 시간을 거슬러   제1236화

    서인경은 걸음을 옮겨 연기준의 등 뒤로 붙어 섰고, 곧바로 손바닥을 내질러 노인과 맞부딪쳤다.강렬한 충격이 팔을 타고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인경은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뒤로 밀려났다. 다행히 등 뒤에 연기준이 있었기에, 간신히 발을 딛고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다시 노인을 바라보니,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였다.노인은 서인경의 상태를 살피며, 눈 밑으로 스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렇게 어린 계집아이가, 이만한 내공을 지녔다니 뜻밖이로군. 이 세상에서 내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느냐. 네가 이 나이까지 살아남는다면, 무공의 경지는 틀림없이 나를 뛰어넘겠지.”서인경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비릿한 기운을 억눌러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과찬이십니다. 반드시 오래 살아, 어르신보다 더 멀리 가보겠습니다.”노인은 코웃음을 치듯 차갑게 웃었다.연기준의 얼굴은 이미 먹구름처럼 어두워져 있었다.“기습이라니요. 그게 금족을 다스리는 자의 수단입니까?”노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이길 수만 있다면, 방법 따위는 상관없지.”그때였다.“큰일입니다! 놈들이 연단방(煉丹房)에 들이닥쳤습니다!”몇 사람이 팽팽히 맞선 채 말을 주고받는 사이, 흑갑군의 통령 방비우가 병력을 이끌고 이미 다른 이들을 제압한 뒤, 후방까지 돌파해 들어온 상태였다.잠시 후, 병사들이 하나둘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의 어깨마다, 아이 하나씩이 들려 있었다.“여든하나, 하나도 빠짐없습니다!”아이들은 대부분 축 늘어진 채 병사들의 어깨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무언가 약을 먹은 듯,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기미조차 없었다.연기준은 노인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서늘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흑갑군 통령을 향하고 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곧바로 계곡을 벗어나거라. 너희 임무는 끝났다.”방비우는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굳었다

  • 시간을 거슬러   제1235화

    “건방진 소리도 정도가 있지!”돌연 울려 퍼진 음성에, 연기준과 서인경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금수 대장공주였다.그녀의 뒤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한 명 따라 서 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흰 옷자락, 손에는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세속을 떠난 도인처럼 보였고, 어디선가 풍겨 나오는 기운은 마치 신선과도 같았다.그 노인의 눈매를 본 순간, 서인경의 가슴 한켠이 묘하게 흔들렸다.어딘가 낯익은 느낌이었다.그리고 연기준은 그 노인을 마주한 찰나, 눈빛이 미세하게 조여들었다.“둘째 외조부… 살아 있는 동안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둘째 외조부?서인경은 그 한마디로 노인의 정체를 단번에 정리해냈다.노인은 연기준의 호칭을 듣자마자, 노련한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시선에는 은근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형님께서 아끼던 딸이 낳은 자식답게, 과연 범상치 않구나. 그러니 그가 그토록 네 어미에게 금족을 잇게 하려 했던 것이지.”연기준은 더 이상 에둘러 말할 생각이 없었다.“오늘, 이곳을 전부 부수겠습니다. 여기 있는 금족과 화족의 후예들이 일불락 수장 일족에 귀순한다면, 지금까지의 죄는 모두 묻지 않겠습니다. 허나 거부한다면, 이 자리에서 함께 묻히게 될 것입니다. 따를지 말지는 스스로 선택하십시오.”연기준의 기세는 거칠 것 없었다.뒤편에 늘어선 수만의 흑갑군까지 더해지자, 그 위압감은 더욱 커졌다.주위에 서 있던 이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조금 전, 그들은 직접 보았다. 연기준이 덕비의 진법을 얼마나 손쉽게 무너뜨렸는지를.그는 분명, 일불락 수장 일족의 혈통을 이은 자였다.일불락. 그 이름은 그들에게 있어, 오직 어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던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손에 닿을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이미 멸족한 줄로만 알았던 그 일족이, 지금 눈앞에, 그것도 이렇게 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한 걸음을 내딛으려다 다시 망설였다. 서인경이 과

  • 시간을 거슬러   제1234화

    통령의 얼굴빛이 점점 가라앉더니, 이내 음울하게 굳어졌다.“너도 당장 꺼지거라!”그는 평생 단 한 번도 패배를 인정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저 눈치없는 자식은 굳이 이 일을 들추어냈다. 비록 연기준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 역시 멀쩡하진 않았다. 그러니 패배라 말할 수는 없고 기껏해야 무승부일 뿐이었다.둘 다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나자, 그제야 입을 다물고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했다.이쪽은 소란스럽게 티격태격하고 있었지만, 덕비 쪽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남궁열의 핏빛 눈동자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익숙한 온천수를 보는 순간, 당장이라도 피를 흘릴 듯 일그러졌다.“왜… 왜 아무도 저한테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그 여자가 설산에 들어갔다는 걸 말입니다!”하지만 덕비의 관심은 오직 딸이 되살아날 수 있느냐에만 쏠려 있었다. 서인경이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서인경이 설산에 다녀온 사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조차 알지 못했다.“들어갔으면 간 거지.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는 것이냐? 고작 흉내 내듯 비 한 번 내린 것뿐이잖아. 이 촛불은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져도 꺼지지 않는다. 설마 그 서인경이 진짜로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는 재주라도 있다는 것이냐?”남궁열이 냉소를 흘렸다.“멍청한 것.”그 한마디에 덕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누가 멍청하다는 것이냐! 남궁열, 잊지 말거라. 내 딸을 네 손에 맡겨 밖으로 보냈는데, 네가 돌려준 건 시체뿐이었다. 그 일에 대한 해명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오늘 제대로 나를 돕지 않으면, 이곳에 네 자리는 없을 줄 알거라!”남궁열은 그 위협 따위는 아예 귀에도 담지 않는 듯했다.“그건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닙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덕비가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앞쪽의 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덕비는 번쩍 고개를 들고 바라보다가,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안 돼!”촛불이 꺼졌다. 딸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불꽃이 꺼져버렸다.거대한 화구가 완전히 사라지자 서인경

  • 시간을 거슬러   제1233화

    서인경이 방금 내뱉은 말은, 덕비를 떠보는 시험에 가까웠다.그리고 지금의 반응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의 짐작이 자리 잡았다.덕비는 지나치게 쉽게 분노했고, 또 너무도 쉽게 남에게 휘둘렸다. 좋게 말하면 단순해서 속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성정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속셈도 계략도 없는 사람이었다.이런 사람이 후궁에서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웠다.그런데 과연 이런 인물이, 지난 세월 동안 금족을 이곳에 숨겨 두고 큰일을 도모해 온 족장일 수 있을까?야랑국의 늙은 황제는 노련하고 교활하기로 이름난 인물이다.그런 사람이 수년 동안 곁에 두고도 속셈을 품은 자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있을까?서인경과 연기준은 짧게 시선을 주고받았다.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노무림 안에는, 분명 더 위험한 인물이 숨어 있다.덕비는 그저 앞에 내세워진 희생양일 뿐. 그녀의 딸 역시, 뒤에 숨어 있는 자에게는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오늘 벌어지는 이 기사회생의 의식은 겉으로는 덕비의 집착이지만, 실상은 그 뒤에 있는 자가 서인경과 연기준을 끌어내기 위해 꾸민 판일 가능성이 더 컸다.하지만 덕비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어찌 됐든, 예정연은 반드시 금족의 다음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 나는 반드시 아이를 되살릴 것이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을 놓아줬다면, 너희가 제물이 되어 내 딸이 다시 태어나는 발판이 되어줘야겠다!”덕비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진법을 열어라! 이곳에 있는 자들 전부, 이 자리에서 묻히게 하라!”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과 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붉게 타오르던 촛불들이 돌연 눈부신 금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금빛은 서서히 떠올라 하늘 어딘가에 모이더니 이내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화구로 응집되었다.서인경은 고개를 돌려 연기준을 바라보았다.“저 화구보다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주세요.”연기준은

  • 시간을 거슬러   제1232화

    서인경은 의술을 익힌 사람이었다. 그저 한눈에 보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할 리 없었다.눈앞에 쌓여 있는 것은, 모두 사람의 유골이었다.유골은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늘 정리된 흔적이 역력했다. 매일 누군가가 치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 옆에는 커다란 운반용 수레 하나가 놓여 있었다.강물 속에서는 악어들이 여전히 뒤집히듯 몸을 뒤틀며 요동치고 있었다. 낯선 인간의 기척을 느낀 탓인지, 오히려 더 흥분한 듯 보였다.서인경의 머릿속에 한 가지 끔찍한 가능성이 스쳤고,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이 악어들… 설마 사람 고기로 길러진 겁니까?”사람의 살을 먹고 자란 악어는, 보통의 악어보다 백 배는 더 흉포해진다.한 번 인간의 살맛을 본 뒤로는 식성이 극도로 커져, 성인 열 명의 고기로도 하루 배를 채우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이곳의 악어들은 몸집부터가 남달랐다. 한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 길러진 것들이었다.셀 수도 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이곳에서 스러져 갔을 것을 떠올리자, 서인경의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쓸어버리고 싶었다.“이건 모두 변방의 백성들이다.”연기준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뒤따랐다.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유. 변방의 기근과 참상, 끝없이 이어지는 비명과 굶주림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가림막이었기 때문이다.하루에 몇 사람이 사라지는지조차, 그곳에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서인경은 가슴 깊숙이 분노를 눌러 담은 채, 약왕곡에서 붉은 꽃 한 송이를 꺼냈다.눈부시게 붉은 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차라리 눈을 찌를 듯한 기괴한 색채였다.약왕곡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한 독. 혈봉후(血封喉).입에 넣은 지 단 한 순간, 피가 목을 막고 전신이 썩어들어 간다. 결국 남는 것은 한 줌의 핏물뿐. 마치 이 세상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서인경은 이 독을 처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하필이면 악어에게 쓰게 될 줄

  • 시간을 거슬러   제429화

    “왕, 왕, 왕야... 들어오면서 왜 한마디도 안 하는 것입니까? 저도 아직 여기 있는데. 만약 제가 헐벗은 채였다면 어쩔 뻔했습니까?”연기준은 봉한설이 서인경과 함께 잠을 청하고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가 막사에 들어올 때, 바깥을 지키던 장졸들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시선을 돌려 피하며 여느 때처럼 가차 없이 비아냥을 흘렸다.“네가 본왕의 여인 곁에 눕고는 도리어 큰소리냐? 본왕은 어린 계집아이 따위엔 흥미가 없다.”봉한설은 본능적으로 서인경을 흘깃 바라보고는 속으로 조금 위축되었다. 확실히

  • 시간을 거슬러   제442화

    연기준은 시간을 철저히 계산한 뒤, 서인경을 데리고 지붕 위를 날듯 뛰어넘었다.그들은 곧 장군부의 경계를 돌파하고 은밀히 안으로 스며들었다.장군부의 저택은 크지 않았다. 전정과 후정으로 나뉘어 있었고 후정의 남향 삼간집 가운데는 침실, 좌우로는 서재와 욕실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순찰병의 발소리가 가까워 오자, 연기준은 망설임 없이 서인경을 끌어 서재로 몸을 숨겼다. 막사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서인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격한 떨림으로 연기준의 옷

  • 시간을 거슬러   제431화

    만약 연기준이 미리 귀띔해 주었다면 그녀도 나름의 대응책을 세울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예상과 달리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서인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왕야, 도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연기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너는 본왕을 그토록 믿지 못하는 것이냐? 만약 서 가가 화를 입는다면 본왕에게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이냐?”서인경은 전생의 일을 차마 말할 수 없어 그저 화제를 돌렸다.“그럼… 왕야께서는 대황자가 황위에 오르는 걸 지지할 겁니까?”이번 생에서는 모든

  • 시간을 거슬러   제414화

    연기준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서인경이 이 일에 대한 집착은 그의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분명 예전의 그녀는 눈에 오직 자신만 담았고 결코 다른 이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대체 언제부터 변한 것일까? 언제부터 이렇게 더는 쉽게 달랠 수 없는 여인이 된 것일까?“야랑국의 사신이 머지않아 곧 장안을 떠날 것이다. 그들이 떠나는 즉시 본왕이 친히 군을 이끌고 남경으로 향해 숙귀비를 돕겠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느냐?”그러나 서인경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가고 싶었다.연기준은 그녀 마음속 생각을 이미 짐작한 듯 그녀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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