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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한마음
손기욱은 심복인 조태복에게 눈짓했다.

명을 받은 조태복은 재빨리 가산 뒤쪽으로 가서 헛기침을 했다.

뒤쪽에서 들려오던 여인의 비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해자가 입을 틀어막은 듯했다.

조태복은 손기욱에게로 돌아가서 공손히 말했다.

“나으리, 날도 추운데 이만 돌아가시지요.”

손기욱은 가산 뒤쪽을 노려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명했다.

“저 후레자식을 끌고 나오거라.”

조태복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나으리, 그건….”

무안 후작가에서 현재 손유민의 입지가 난처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들 부부가 노후작 부부에게 효도하고 있고 노후작도 꽤나 손유민에게 관심을 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무안 후작가에서 손유민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를 끌어낸다면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태복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면 손기욱은 심복이 멀뚱하니 서 있기만 하자 불쾌한듯 미간을 찌푸렸다.

조태복은 주인이 당장 화를 낼 징조라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주저함 없이 가산 근처로 가서 손유민을 불렀다.

“도련님? 동굴 안에 꽤 갑갑하실 텐데 일단 나오시지요. 나으리께서 꼭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손유민은 등 뒤에 식은땀이 났다. 밤바람이 불어오니 정신이 좀 돌아오는 듯했다.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연경에게 경고했다.

“뭘 말해야 하고 뭘 말하지 말아야 할지는 알고 있지?”

연경은 입이 틀어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유민은 그제야 그녀를 풀어주고 비틀거리며 동굴 밖으로 나갔다. 조태복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연경은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정리하려다가 눈물만 닦고 밖으로 나갔다.

손기욱의 앞으로 다가온 손유민은 손발이 덜덜 떨렸지만 일단 취한 척하기로 했다.

그는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아… 아버지가 날 부르신다며? 어디 계셔?”

조태복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으리, 도련님께서 많이 취하신 것 같군요.”

손기욱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들을 쏘아보고는 뒤에 있는 연경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는 머리가 흐트러지고 눈망울은 빨갛게 부은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날처럼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손기욱은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남들은 술로 용기를 북돋는다고 하더니 너는 술을 마시고 여색에 취해 있었어?”

손유민은 순간 숨이 막혔지만 이내 연경을 밀치며 소리쳤다.

“저… 저리 비켜! 난 이미 혼인한 몸이라고! 내 부인에게 미안한 짓을 할 수는 없지. 난… 너한테 관심없어.”

연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었다.

조태복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나으리, 보세요. 분명 이 시종이 신분 상승해 보겠다고 주인을 홀린 것입니다. 나으리, 어서 돌아가시죠. 바람이 찹니다.”

연경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저… 아니에요. 소인은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았어요… 나으리, 소인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치욕의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렀다. 손유민이 얼마나 변태적인 인간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기욱이 평소에 관저로 돌아오는 시간에 미리 맞춰서 그의 마중을 나온 것이다.

그녀는 손유민이 자신에게 추잡스러운 짓을 시도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무섭고 굴욕적이었지만 도박수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

운명이 전생대로 흘러간다면 두 달 뒤에 송지운이 회임할 것이고 그녀는 손유민의 노리개로 보내질 것이다.

연경은 전생과 같은 길로 들어설 수 없었다!

손기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연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태복에게 말했다.

“도련님을 처소로 모시거라.”

조태복은 그와 연경을 번갈아보다가 서둘러 손유민을 부축해서 자리를 떴다.

연경은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손기욱은 저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그날 밤에도 그녀는 이렇게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소리 없이 울기만 했다.

연경은 감정을 추스르고 바닥에 떨어진 등불을 주웠다.

“나으리, 소인이 등불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서러움에 떨리고 있는 듯했다.

손기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연경은 그의 좌측에서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손기욱은 우연히 고개를 돌렸다가 그 모습을 보고 점점 인상이 구겨졌다.

매화당에 도착하자 연경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손기욱은 결국 그녀를 불러세웠다.

“잡아먹지 않을 테니 이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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