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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한마음
손기욱은 고개를 돌려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경을 바라보았다.

그가 뭐라고 두둔하려는데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노부인, 소인은 방금 후작 나으리의 오른쪽 어깨가 굳어 있고 왼쪽에 비해 약간 솟아 있는 것을 보고 어림짐작으로 알아맞힌 것입니다.”

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송지운에게 말했다.

“시종도 주인을 닮아 참으로 영리하구나.”

그와 동시에 손기욱은 연경만 들을 수 있을 목소리로 작게 읊조렸다.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연경은 순간 당황스러웠으나, 사람들이 다 보고 있으니 뭐라고 응대하진 않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계속해서 그의 어깨만 주물렀다.

노부인은 손기욱이 편안한 표정을 보고는 시종에게 눈짓했다.

잠시 후 시종이 초상화 몇 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너도 나이가 있으니 이것 좀 보렴. 그날 연회에 참석했던 아이들의 초상화야. 우리 가문과 역량이 비슷하고 용모가 단정한 아이만 골랐단다. 자세히 보고 내년이 오기 전에는 혼사를 정하자꾸나.”

시종이 초상화를 펼치자 작은 얼굴에 단아한 외모를 가진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이는 양국공의 막내딸이야. 어머니는 경창 후작가의 적녀이고…”

노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기욱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양국공은 아직도 원기 왕성하신가 보네요. 연세로 치면 할아버지와 동년배인데 아직도 혼인을 안 한 막내딸이 있으니 말이죠.”

노부인의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지어졌다.

양국공은 평소에 어쩌다 마주치면 노부인마저도 예를 행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곧이어 다른 여인들의 초상화도 펼쳐졌지만 손기욱은 영 심드렁한 얼굴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그는 가타부타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노부인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연경에게 은화 몇 냥을 포상으로 내린 후, 다음날에도 안마하러 오라고 지시했다.

금수원으로 돌아온 송지운은 연경을 시켜 다리를 안마하게 했다.

잠시 후, 손유민도 방으로 복귀했다. 노부인께 아침문안을 마치고 외출했던 그는 노후작을 위해 앵무새 한 마리를 사서 선물했다.

“그 녀석 어찌나 말을 신통하게 하던지, 할아버지께서 재밌으시다고 한 시진이나 데리고 놀았지 뭐야.”

“할아버님께서 하라는 글공부는 안 하고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핀잔이라도 주시면 어쩌려고요?”

송지운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애교를 떨며 손유민의 품에 안겼다.

손유민은 그녀를 안고서도 시선은 연경에게 두고 있었다.

눈밑은 거뭇거뭇했지만 햇살이 그녀의 눈처럼 하얀 얼굴을 비추고 있어 보기만 해도 매혹적이었다.

손유민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 앵무새 찾는다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다리가 쑤시네.”

연경은 굳은 표정으로 송지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은 순간 송지운의 눈빛에 분노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화를 억누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와서 다리를 주물러드리지 않고 뭐 하니?”

연경은 하는 수없이 다가가서 손유민의 종아리를 주물렀다.

손유민은 하얗고 부드러운 손이 다리에 닿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송지운을 안고 입을 맞추었다.

송지운은 수줍은 얼굴로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그가 해주는 사탕발림 말을 듣다 보니 연경에게 주의를 돌릴 틈이 없었다.

연경은 불가마에 들어간 개미가 된 기분이었다.

송지운이 안 보는 곳에서 손유민이 발로 은근슬쩍 그녀의 허리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연경은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고 둘이 침상으로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방을 나왔다.

방밖으로 나오자 오싹한 찬바람이 불어왔다.

방으로 들어와서 좀 쉬고 있는데 지연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오늘 내가 작은 마님께 일깨워드리지 않았으면 네가 노부인 앞에 불려가서 치하 받을 일도 없었어.”

연경은 품에서 노부인이 포상으로 줬던 은화를 꺼내 지연의 손에 하나 쥐여주었다.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지연 언니.”

지연은 만족스럽게 은화를 챙기고는 침상에 벌러덩 눕더니 말했다.

“허리가 좀 시큰거리네. 좀 주물러줘.”

“그럼요.”

연경은 피곤한 몸을 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기회는 아무런 연고없이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최근 며칠간 그녀는 잠을 줄여가며 송지운의 심복을 위해 안마를 해주었다. 그래서 노부인이 두통이 발작했다고 했을 때 지연이 송지운에게 환심을 사려고 연경을 추천한 것이었다.

어차피 연경이 잘해서 칭찬을 받았어도 결국 송지운이 있는 곳에서 모든 공로는 추천인인 지연에게로 돌아갔다.

그래도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니 연경은 괜찮았다.

그녀는 조금 전 손유민의 다리를 안마하던 촉감을 떠올리고 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손이 더러워져서 좀 씻어야겠네요.”

그녀는 대야에 물을 받아 손이 뻘겋게 될 때까지 빡빡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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