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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좀 전에 아빠한테 얘기 다 들었어. 너 대체 아빠를 어떻게 속인 거야? 너 같은 며느리는 없다면서 절대 이혼하지 말라고 하셨어.”

온은수의 말을 들은 차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온회장님이 정말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다만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들을 되새기며 더 이상 이토록 감정 기복이 심한 남자와 함께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럼 내가 가서 말씀 드릴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은수 씨가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하지 않을게요.”

차수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돌려 차분히 얘기했다.

온은수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속내를 읽어낼 수 없었다.

그를 길들이려고 하는 수작일까 아니면 본인이 원하던 계획이 무너져 자포자기한 걸까?

말을 마친 차수현은 온회장을 찾아가 솔직하게 말씀 드리려 했다. 그녀가 진짜 방을 나서려 하자 온은수는 뒤늦게 일어나 팔을 덥석 잡아당겼다.

“거기 서. 나랑 거래 하나 해. 네가 허락만 한다면 돈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온은수가 갑작스럽게 팔을 붙잡자 그녀는 좀 전의 잔혹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차수현은 온몸이 불편하여 피하려 했지만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뭔데요?”

온은수는 그녀의 팔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에 그녀도 온회장을 찾아갈 생각은 잠시 뒤로 한 채 무슨 거래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연세가 드실수록 하루빨리 내가 결혼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셔. 나도 줄곧 이 일로 아빠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네가 여기 남아준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내가 부담할게. 내 요구는 단 하나야. 만약 내가 진짜 결혼 상대를 만나는 날엔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바로 내 곁에서 떠나. 그땐 네 청춘을 내게 바친 대가로 한꺼번에 100억 원을 보상해줄게.”

차수현은 거만하고 무례한 온은수의 행동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듣는 순간 선뜻 거절할 수 없었다.

차씨 집안 사람들의 행실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언젠가는 엄마의 비싼 치료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번복할 그들이었다. 그땐 차수현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엄마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0억 원이 있다면...

차수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몸을 돌려 그에게 대답했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알았어. 다만 말로 하는 건 소용 없어. 방금 한 말 그대로 계약서를 작성할 거야. 그 아래에 사인해.”

“네.”

차수현은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고 이에 온은수는 곧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를 건네받은 그녀는 내용을 쭉 훑어봤는데 자신에 관한 여러 가지 제한이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았다. 밖에서 온은수 아내의 명분으로 자처하지 말고 항상 분수를 지켜야 한다. 집에서는 반드시 온은수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얌전하고 현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어르신께 두 사람의 관계가 들켜서는 절대 안 된다.

한편 온은수는 달마다 적정한 금액을 그녀에게 제공할 뿐 그에게는 아무런 제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정말 불공평한 계약조건이었다.

차수현은 위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지만...

“저기, 뭐 하나 요구해도 될까요?”

그녀는 사인하기에 앞서 온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또 가격을 더 올릴 셈이야?’

온은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팔짱을 꼈다.

“말해봐.”

그는 차수현의 탐욕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그에게 금액을 얼마나 더 올릴지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아까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면 스킨십을 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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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자
둘다 답답해. 하긴 서로 모르는 상태로 만났으니 그럴만도 하지~ 시간이 지나면 어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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