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Penulis: 제로두유
한 시간 뒤 안예서와 정윤설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안예서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왜 그래?”

정윤설이 감회에 젖은 듯했다.

“오랜만에 임현섭의 이름을 다시 들으니까 갑자기 내 청춘이 그리워져서...”

그녀가 아무 말이 없는 안예서를 보며 말했다.

“넌?”

안예서가 시선을 늘어뜨린 채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정윤설이 팔꿈치로 툭툭 쳤다.

“아무 생각 없다고 하지 마. 학교에서 네가 임현섭을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게다가 임현섭도 널 특별하게 대했고. 만약 임현섭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안 갔더라면 너희 둘 진작에 사귀었을걸.”

안예서가 무릎을 안고 하품했다.

“네 말대로 만약이잖아. 만약 임현섭이 유학을 안 갔다면, 만약 우리 집에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박도준의 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스톱, 스톱.”

정윤설이 안예서의 말을 가로챘다.

“너랑 박도준은 서로 원해서 만난 거잖아.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 걸 연애라고 해. 무슨 그런 구시대 소리를 하고 있어? 그리고 박도준의 약혼 기사도 오늘에 났어. 그전까지 넌 아무것도 몰랐고.”

정윤설은 안예서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안예서와 박도준이 만난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안예서가 멍한 눈으로 앞을 내다봤다. 확실히 피곤하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 매달 나한테 돈을 줬잖아.”

“연애할 때 돈 안 써? 공짜로 자주면 그건 자선 사업이지.”

“고마워. 덕분에 위로가 되네.”

정윤설이 한숨을 내쉬었다가 안예서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래, 이래야지. 어차피 그 사람이랑 헤어졌고 마침 임현섭도 돌아왔으니 환승... 아니, 다시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

안예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어. 씻고 자자.”

정윤설이 안예서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말하려다 이내 삼켜버렸다. 안예서가 박도준과 함께 보낸 지난 3년의 시간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뻔한 위로 외에는 그녀가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눈부시게 빛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란 재벌 집 딸은 이미 오래전에 현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안예서는 안씨 가문이 부도 나면서 짊어진 빚을 갚기 위해 엄청나게 고생했다.

다행히 이제는 거의 다 갚아갔다.

...

안예서가 침대에 누웠다. 몸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예전이었더라면 매주 오늘에 박도준에게 시달리다 돌아와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져 점심때나 되어야 깨어나곤 했었다.

박도준과 임현섭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싸움이라도 벌이듯 엉겨 붙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결국 안예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오늘 떠나기 전 박도준이 보인 그 애매모호한 태도가 떠오른 순간 서면으로 다시 한번 통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어 글을 작성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전송 버튼을 눌렀다.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었다. 만날 때는 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으면서 헤어질 때는 아주 격식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으로 지난 3년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었다.

모든 것을 끝낸 안예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

박도준이 아침이 되어서야 안예서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가정부가 가져다준 커피를 받아 들고 무심한 눈길로 휴대폰을 훑었다.

[박도준 씨, 그동안 챙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네요. 부디 하시는 일마다 뜻대로 이루어지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아울러 예비 신부님과도 백년해로하시고 예쁜 자녀 얻으셔서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가 피식 웃더니 휴대폰을 식탁 위에 뒤집어 놓았다.

박도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어머니 김희주가 말했다.

“효진이와의 혼담이 결정됐으니 이제 시간 좀 내서 효진이랑 데이트도 하고 그래. 하루빨리 정을 붙여야 결혼식도 서두를 것 아니야.”

그의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결혼하기로 정해졌는데 굳이 감정까지 쌓아야 할 필요가 있나요?”

그 말에 김희주가 멈칫했다. 박도준이 이 혼사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네 아버지가 곧 그 여자랑 아들놈을 데리고 돌아올 거야.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걔네들한테 기회를 줄 수가 있어. 양씨 가문이 우리 박씨 가문만은 못해도 너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정도는 돼. 네 아버지가 나중에 그 사생아 놈을 회사에 들이려 해도 어느 정도 눈치를 보게 될 거고...”

박도준이 반박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

“어머니 좋으실 대로 하세요.”

김희주가 입술을 깨물고 물었다.

“도준아, 솔직히 말해 봐. 효진이랑 결혼하기 싫은 이유가 혹시 밖에서 만나는 그 여자 때문이니?”

김희주는 박도준이 지난 3년 동안 매주 주말마다 같은 곳에 가고 밖에 여자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나이대 남자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동안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만약 그 여자가 박씨 가문과 양씨 가문의 혼사에 방해가 된다면 김희주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세요.”

박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 하나가 저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요. 말씀드린 대로 어머니께서 좋으시다면 양효진이든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김희주가 식탁보를 꽉 움켜쥐자 단아하던 얼굴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와 사생아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

월요일 아침, 안예서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옷장에서 정장을 꺼내 입고 눈가의 다크서클을 가리기 위해 옅은 화장을 한 뒤 방을 나섰다.

주방에서 정윤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차려놨어. 좀 먹고 가.”

안예서가 허리를 숙여 신발을 신으며 답했다.

“먹을 시간이 없어서 못 먹어.”

“그럼 가는 길에...”

정윤설이 쫓아 나왔을 때 안예서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샌드위치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먹어야 했다. 샌드위치를 입에 넣고 뒷정리하러 갔다.

안예서가 다니는 회사는 번역 회사였다. 지난주 회사로 S국 언어 통역 의뢰가 들어왔는데 고객이 직접 안예서를 지목했다.

책임자는 아주 중요한 고객이라며 절대로 실수해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8시 45분, 안예서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15분 일찍 도착한 안예서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며 숨을 골랐다.

길가에 서서 손목에 남은 멍 자국을 내려다보다가 어젯밤 마지막에 거칠게 몰아붙이던 박도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손목뿐만 아니라 몸 곳곳이 쑤시고 아파서 근처 약국으로 향했다.

안예서가 약을 사고 나오자마자 하얀색 포르쉐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가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안예서에게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예서 씨 맞으시죠?”

안예서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던 그때 여자가 안예서에게 악수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양효진입니다.”

안예서가 그녀를 모를 리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녀와 박도준의 사진이 인터넷에 도배되었으니까.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양효진과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양효진 씨.”

양효진이 웃으며 말했다.

“실물이 이력서 사진보다 훨씬 예쁘시네요. 역시 제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요.”

안예서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

만약 이번 고객이 박도준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절대 맡지 않았을 것이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30화

    어쩌면 아직은 때가 아닌지도 몰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안예서가 얼마 전 헤어지자고 했던 일로 언짢았던 마음이 서서히 풀린다면, 그때 다시 기회를 찾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정윤설은 안예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주말이 되자 안예서는 예전에 그만두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그동안 박도준은 안예서를 찾지 않았고 안예서는 최대한 하루라도 더 미루자는 생각으로 박도준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사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나 매주 정해진 약속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지난번에 박도준이 캔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안예서는 캔들을 켜지 않았다. 대신 조명 하나를 켜두고 소파에 앉아 박도준을 기다렸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어느샌가 밖이 어두워졌다.안예서는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 알림을 보고 나서야 이번 달이 거의 끝나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예서는 모바일 앱으로 어머니의 입원비를 납부했다.세진 그룹에서 보수를 두 배로 지급해 준 데다 온라인 번역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마침 입원비를 모두 낼 수 있었다.안예서는 계좌에 500원이 남아 있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돈을 받고 남자랑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은 아마도 안예서일 것이다.물론 박도준이 박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박도준이 준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두 필요한 곳에 사용했을 뿐이다.지난달 박도준이 돈을 준 이후로 안예서는 빚을 거의 다 갚게 되었기에 마음은 그래도 조금 가벼웠다.안예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느샌가 소파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안예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며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눈부신 불빛을 피했다.그러나 잠시 뒤 안예서는 눈을 번쩍 떴다.박도준이 왔다.자리에서 일어나던 안예서는 자신의 몸에 담요가 덮여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물소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9화

    임현섭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함께 해결하면 돼. 그러니까 그런 일로 나를 밀어내지는 말아 줘. 응?”안예서는 고개를 들어 임현섭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 안예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안예서는 결국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임현섭, 우리 둘 다 잠시 시간을 갖자. 네가 한 말 잘 생각해 볼게. 대신 너도 다른 여자들을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설렘인지 알 수 있지 않겠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라 한 번 시작한 관계는 쉽게 끝내지 않아.”임현섭이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예서야, 나를 믿어줘. 나는 결코 예전의 아쉬움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고.”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응, 믿어.”결국 그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고 임현섭은 안예서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안예서가 차에서 내릴 때 임현섭은 꽃다발을 건넸다.임현섭이 말했다.“지금 당장 나를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준 꽃다발 정도는 받아도 되잖아.”안예서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꽃다발을 건네받았다.“고마워. 정말 예쁜 꽃이네.”임현섭이 말했다.“조심히 들어가. 오늘 푹 쉬어.”“너도.”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꽃다발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윤설이 불쑥 튀어나왔다.“벌써 돌아온 거야? 영화는 안 봤어?”안예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은 뒤 꽃다발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안 봤어.”정윤설은 머리를 긁적였다.“미안해, 예서야. 임현섭이 갑자기 나한테 연락해서 너한테 고백하고 싶다고 하길래...”“괜찮아.”안예서는 신발을 갈아신은 뒤 거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임현섭한테 당분간 시간을 갖자고 했어.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한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8화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이 박도준과 결혼하는 걸 방해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월요일이 되자 안예서는 평소처럼 출근했다.그 무역회사는 안예서가 다니는 번역 회사와 여러 차례 협업했던 곳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저녁이 되자 양측은 식사를 했고, 식사가 끝난 뒤 안예서는 사람들을 차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하려는데 정윤설이 갑자기 위치를 하나 보냈다.곧이어 음성 메시지도 하나 도착했다.[나 지난번에 성과급 받아서 밥 산다고 했잖아. 그동안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샀는데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자!]안예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답장을 보낸 뒤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정윤설이 알려준 곳에 도착해 보니 정윤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임현섭이 보였다.안예서는 가방을 든 채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임현섭은 안예서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내가 정윤설한테 너 좀 불러달라고 부탁했어. 내가 부르면 네가 안 나올 것 같았거든.”안예서는 미소로 머쓱함을 감췄다.“그럴 리가. 내가 왜...”임현섭은 안예서에게 꽃다발을 건넸다.“영화 곧 시작이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안예서는 꽃다발을 받지 않고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임현섭, 지난번에 얘기했지만 나는...”“알아.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잖아. 재촉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눠봐야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지 않겠어?”임현섭이 말을 이어갔다.“나를 그냥 너를 좋아해서 네 곁을 계속 맴도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해 줘. 너무 부담 갖지는 마.”안예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임현섭은 꽃다발을 거두며 말했다.“꽃다발이 좀 무거우니까 이따가 줄게.”임현섭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예서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일단 영화부터 보러 가자.”안예서는 자기도 모르게 임현섭의 뒤를 따라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7화

    같은 시각, 양씨 가문.양효진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정부가 박스 하나를 들고 다가와서 말했다.“아가씨, 택배가 왔어요.”양효진은 박스를 힐끗 보고 말했다.“뭐예요?”포장만 봐서는 보석이나 액세서리는 아닌 듯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걸 보낸 분이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보셔야 한다고 해서요.”양효진은 박스를 건네받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가봐요.”양효진은 박스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박스를 뜯어 보고 나서야 그 안에 얼마 전 자신이 레오에게 건넸던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양효진은 그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황급히 메모리카드를 꺼내 옆에 있던 카메라에 꽂았다.영상이 재생되자 양효진은 비명을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던졌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레오의 모습이 카메라에 몇 초간 잡혔다.그러나 이내 화면이 바뀌며 조명이 한층 어두워졌고, 카메라는 마침 소파 위에서 겹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뭔가를 깨달은 양효진은 허리를 숙여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비록 두 사람의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남자의 체격과 옷차림을 보니 박도준이 확실했다.그리고 박도준의 몸 위에는 셔츠가 흘러내려 팔에 걸쳐져 있고, 길고 가느다란 목을 살짝 젖히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여자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입을 틀어막은 양효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영상의 길이는 겨우 1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매우 많았다.양효진은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팽개쳤다.밖에 있던 가정부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괜찮으세요?”양효진은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꺼져! 다 꺼지라고!”이내 문밖은 조용해졌고 양효진의 앞에 놓인 카메라에서는 같은 영상이 반복 재생되었다.여자의 가쁜 숨소리가 계속해 양효진을 자극했다.양효진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금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액정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영상은 똑똑히 보였다.양효진의 시선이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6화

    잠시 후, 박도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안예서를 힐끗 바라봤다.안예서는 곧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 박도준의 허벅지에서 내려왔다.박도준은 허리를 숙여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서류봉투를 안예서에게 던졌다.안예서는 안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묻지 않은 채 곧장 서류봉투를 열어봤다.안예서는 박도준이 이번에 자신과 계약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한 달에 무려 10억을 준다고 했는데 안예서가 또 도망치려고 할 수도 있으니 계약서가 있는 편이 조금 더 안심될 것이다.그러나 서류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보니 계약서가 아니라 부동산 등기부등본이었다.심지어 등기부등본에는 안예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안예서는 고개를 들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도준 씨, 이건...”박도준은 조금 전 안예서가 푼 단추를 한 손으로 잠그며 차가운 얼굴로 무심하게 말했다.“오늘부터 이 집은 네 거야. 언제든 이사 와도 좋아.”안예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박도준의 말뜻을 이해한 듯이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 도준 씨가 언제든 여기로 올 수 있으니 매일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뜻인가요?”박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안예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왜 네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안예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겸손하게 대답했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듣기 좋은 말을 좀 해야 하잖아요.”박도준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예서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에 들린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이렇게 순식간에 아주 비싼 집을 가진 부자가 되다니.로운의 아파트는 넓어서 쾌적한 데다가 위치가 좋아 한 채 가격이 수백억 원에 이르렀다.박도준은 옷을 갖춰 입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그러자 안예서는 서둘러 박도준을 뒤따라갔다.“도준 씨, 그러면 전에 말했던 매달 10억씩 준다는 약속은 아직 유효한가요?”박도준은 안예서를 바라봤다.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는 것 같은 안예서의 모습이 처음

  •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제25화

    안예서는 외출하기 전 옷장을 열어 새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공들여 화장을 하자 핏기 없던 얼굴이 금세 생기 있고 화사하게 변했다.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아무 소용이 없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적어도 박도준이 만족하면 안예서도 조금은 편히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안예서가 로운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평소처럼 샤워를 하고 실내 조명을 조금 어둡게 했다.그리고 창문을 열고 캔들을 하나씩 켜기 시작했다.그런데 캔들을 켜는 와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무심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하는 거야?”박도준도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안예서는 라이터를 끄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예전에도 항상 이런 식으로 준비했었잖아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다르게 준비해 볼게요.”박도준은 별말 없이 한 손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소파에 앉았다.안예서는 그 모습을 보더니 캔들을 마저 켜는 것을 포기하고 박도준의 앞으로 걸어가 허벅지 위에 앉은 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살짝 풀어진 넥타이를 조금씩 잡아당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샤워할래요?”박도준은 입술을 달싹이며 덤덤히 말했다.“아니.”“그래요.”안예서는 그렇게 대꾸한 뒤 박도준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박도준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시선을 살짝 내리깔며 안예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단추를 거의 절반 이상 푼 뒤에는 자연스럽게 더 아래로 팔을 뻗어 박도준의 버클에 손을 댔다.다음 행위를 이어가려는 순간 박도준이 안예서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보아하니 푹 쉬었나 보네.”안예서는 멈칫했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싱긋 웃으며 박도준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그럼요. 도준 씨 아니면 제가 무슨 수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자보겠어요?”오늘 정신을 차렸을 때 보니 이전에 있던 방과는 달랐다.비록 그날 밤 끝날 때쯤에는 의식이 매우 흐릿했지만, 그럼에도 어렴풋이 박도준이 자신을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