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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초승달 빵

ผู้เขียน: 도수정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6-15 04:05:16

어릴 적에 탑에서 긴 머리카락을 내려 탈출했다는 공주의 이야기를 듣고 마리타는 머리를 길렀다. 때로는 여러 작은 동물을 길러 금세 호박 마차를 기다렸다. 또 어떤 시절에는 지느러미는 없으나 힘을 못 쓰는 평범한 사람이 되면 왕자가 저를 데리러 와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왕자는 저 침대에 앓아누워 매일 밀랍 인형같은 얼굴로 겨우 미소나 짓는 사람이었다.

그 무렵에 이미 마리는 알았다. 드레스를 입은 공주로서는 이 곳의 담장을 넘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크게 벌린 입안으로 서늘한 가을 공기가 드나들었다. 잔디밭을 밟고 맡던 공기의 냄새와 하나도 다를 게 없었고 다만 조금 더 차갑고 시원했다. 담장을 충분히 넘고도 그녀는 더 멀리 날았다.

처음 해보는 시도인 탓에 계산을 잘못한 건지 전에 생각한 지도하고는 영 딴판인 세상에 도착했다.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복판이었던 것이다. 당황한 마리타는 보자기를 가방에 서둘러 집어넣고 불안한 표정으로 가로수만 잡고 서 있었다.

공중에 뜬 네모난 판은 처음 보는 화살표로 가득하고 도로에는 노랗고 하얀 선들로 낙서를 해놓았다.

사람은 코빼기도 없어 그녀는 넋을 놓고 높다란 하늘만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소녀는 빵집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마리타의 뺨을 스치고 빵 내음이 거리에 가득했다.

도로에 정차한 트럭의 짐칸에는 작은 여자 아이 하나가 들어가도 모를 만큼의 공간이 넘쳤고 마침 마리타가 그 작은 여자 아이였다.

부드럽게 달리던 차가 덜덜거리며 돌길을 건널 적에 마리타가 슬그머니 천막을 열고 도로 내린 것이 방금의 전말이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도시는 온갖 쇠로 된 벽과 사람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빌딩으로 가득 찼다. 그 아래에 몇 가지 기둥으로 받치고 가게가 줄지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은 어느 모로 봐도 예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새하얀 구름이 투명한 유리창에 비치자 하늘이 고스란히 반사되어 비춰졌는데 마리타는 오직 그 모습만은 참으로 자유로워 보였다. 그것이 겉으로 보이기에만 자유로울 뿐인지는 알 수 없다.

소녀는 저를 지켜보는 눈길이 생길까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사진을 찍을만한 도구도 없으니 눈으로 오래 담아두면 될 성싶었다. 빵집을 모르는 마리타는 사실 오늘 나온 목적이 있었다. 병원으로 가끔 베버가 사오는 맛있는 봉지의 빵집은 제레미가 좋아하는 빵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그곳은 세상 어디에 가도 있는 공기와도 같은 가게라던 그의 말만이 마리타의 뇌리에 남았다.

어느 지역을 가도 있는 가맹점의 의미도 가게의 상호도 모르는 소녀는 다만 가방에 담아온 빵집의 봉지로 그곳을 추론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녀가 모르는 이국의 글자로 적힌 빵집의 글자는 뱀이 기어 다닌 것처럼 보이기만 했다.

광장의 한가운데 서서 누런 종이봉지를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보는 소녀는 이목을 끌었다. 행인들은 흘끔대며 무심하게 지나갔지만 한 꼬마 무리는 그 광경이 못마땅했다.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던 그들 중 가장 작은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마리타 정도의 또래 소년이었다. 아이는 대충 신발을 꺾어 신고 한쪽 팔에는 쟁반 같은 쇳덩이를 낀 채 소녀의 앞에 제법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너 뭔데 여기 있어? 너 같은 종은 못 오는 곳이야 여긴.”

다짜고짜 내놓는 말이 제법 건방져 마리타는 자기보다 머리가 하나는 작은 소년을 부러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이렇다 할 대꾸가 생각나지 않는지 입술을 삐죽이고는 팔짱을 끼고 물었다.

“그게 뭔데? 난 빵을 사러왔을 뿐이야.”

“빵은 구시가지에서 사”

“이 가게가 거기에도 있어?”

마리타가 내민 빵집의 봉지는 매일 아침마다 그가 보는 지독히도 익숙한 물건이어서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어렸다. 당연히 주인집 아들인 소년이 알기로 다 쓰러져가는 그 폐허 동네에 엄마의 가게가 있을 리 없다.

“아니, 거긴 없어.”

“그럼 비켜.”

“너 내가 신고하면 부모님 모셔 와야 될텐데?”

그는 나름대로 부드럽게 해결하려 했지만 소녀는 유달리 말을 듣지 않았다. 아직도 마을의 이방인인 그가 무리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눈앞의 천덕꾸러기 소녀를 해결해야 했다. 그가 예측하지 못한 것은 마리타가 그보다 더한 고민거리를 불러올 인물임을 몰랐던 것이다.

“그건 또 뭔데?”

바람 빠지는 소리가 절로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다소 얼빠진 소년의 얼굴은 마리타의 시점에서 퍽 재밌는 장면이었다. 부모가 뭔진 모르겠으나 그의 표정이 봐줄만해 스스로도 작금의 상황이 즐거웠다. 또래와의 대화는 간만이었으므로.

“이 빵집만 알려주면 금방 나갈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초승달빵을 좋아해.”

마리타의 설명은 노엘에게도 무척 유리하게 또 기분 좋게 들렸다. 그래서 그는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을 만큼의 손짓으로 방향을 알려준 후 애써 큰소리로 그녀에게 얼른 사라지라고 소리를 쳤다. 사실 그 소리를 지르는 순간조차 표정은 어벙해서 마리타는 그가 전혀 겁나지 않았다.

저 사거리 옆 호수를 건너 바로 보이는 네모난 노란 지붕의 빵집. 분명 그 소년도 초승달빵의 신봉자일 것이라 추측이 가능한 정도의 설명이다. 그는 적어도 제 집 마당만큼 그 빵집을 드나들었을 것이다. 문득 소년이 부러웠다. 마리타는 애써 그런 감정을 지워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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