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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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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태이해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환생을 했더니 전 남편의 현 아내가 되어있었다.

억울하게 파멸했던 한이서는 안하무인 재벌가 악녀 ‘민채린’의 몸으로 눈을 뜬다. ​자신을 짓밟은 거대한 권력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는 민채린이라는 오만한 가면을 쓰고 서늘한 복수의 판을 짜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은 변화마저 집요하게 감시하는 옛 연인 강태준이 길목을 막아서며, 치명적인 경계선 위에서의 위험한 게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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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24화. 닫힌 창 너머의 시선
며칠후, 이서는 다시 갤러리를 찾았다. 손에 오래된 구 화첩 한 권을 들고서였다."찾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요."그녀의 덤덤한 말에 권제하는군말 없이 갤러리 뒤편의 작은 사무실로 그녀를 안내했다. 은은한 원목 향과 묵은 종이 냄새가 감도는 나지막한 공간. 두 사람은 작은 찻상 겸 서류함 앞에 나란히 앉아 옛 화첩의 서류와 자료들을 넘기기 시작했다.저택에서의 숨 막히는감시와 침묵과는 전혀 다른, 평화롭고 정갈한 적막.“왜 이 그림을 찾으시는 거예요?”“추억이 많은 그림이었어요.” 이서가말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어요.”권제하는화첩위의그림사진을내려다보았다. 한참 보았다."이 그림." 그가말했다. "예전에 제 선배가 굉장히 좋아했던 작품이에요.""어떤 선배요?""큐레이터였던 분이에요." 그가말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잠시 저를 가르쳐주셨던 분이에요. 성함이한이서씨."이서는움직이지않았다."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권제하가말했다. "그분은 그림을 볼 때, 보는 사람이 감춘 걸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보는사람이보여주고싶어하는게아니라.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나중에야조금알것같았고요."이서는화첩위의사진을응시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세요?" 권제하가물었다."몰라요." 이서가말했다.아주평평하게말했다. 그러고는 화첩을 접어 넣었다."이 그림들," 그녀가말했다. "그 수집가가 괜찮다면, 원작을한번보고싶어요. 사려는 게 아니고, 그냥한번."권제하는잠시생각했다."한번 여쭤볼게요." 그가말했다. "장담은 못 해요. 그수집가는좀처럼모습을드러내지않으니까.""네."갤러리를 나설 때, 제하는 현관문 밖까지 따라 나와 그녀를 배웅했다. 문 앞에서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잠시 이야기를 이어갔다.타인의 시선이 미치지않는 평범한 거리였지만, 모르는 사이치고는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 가까웠다. 민채린의 몸을 덮고 있던 가시 돋친 방어기제가 권제하라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무장
Last Updated: 2026-10-27
Chapter: 제23화. 투명한 이방인
무거운 두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을 때, 이서의 시선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낯선 하얀 천장이었다. 코끝을 찌르는 매캐하고 서늘한 소독약 냄새, 그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정체모를 기계음.이서는 지체 없이 손등에 꽂힌 바늘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의 만류나 보호자의 동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제 몸의 주도권을 되찾자마자 서둘러 퇴원 수속을 밟은 그녀는 고요하게 저택으로 돌아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던 강태준과 시선이 마주했다.하지만 이서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무심히 지나쳐 제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도, 거실 복도를 지나치며 옷깃이 스쳐 지나갈 때도,단 한 번도 서로의 눈을 맞추지 않았다.서로를 외면하는 침묵은 가시처럼 돋아나 저택의 공기를 팽팽하게 죄어왔다.방 안에 홀로 앉은 이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지금의 나는 너무 눈에 띄어.'민채린이라는 껍데기르르 쓰고 움직이는 순간, 모든 행벅은 대원가와 성운그룹 양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강무성의 사냥개들과 강태준, 그리고 성운의 감시망이 촘촘하게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이 판을 뒤흔들려면,양쪽 가문 그 누구와도 접점이 없는 '완벽하게 깨끗한 제3자'가 필요했다. 대원에서도, 성운에서도 감시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투명한 사람.이서는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몇 달 전, 그녀가 '민채린'의 신분으로 처음 만찬장을 걸었을 때, 한 그림 앞에 멈춘 적이 있었다. 그 그림은 . 액자 오른쪽 아래에 흐릿한 글씨가 있었다. 유리 너머라 그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글씨가 그녀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그 그림이 예전에 자신이 일했던 거리 근처에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해 보니 원래 갤러리는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새 갤러리가 들어서 있었다. 이름도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다.그녀는 입구에 잠시
Last Updated: 2026-10-19
Chapter: 제22화. 낯선 경계 
완벽한 패배였다. 거대한 장벽에 사정없이 부딪힌 절망감이 온몸의 피를 식혀버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택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멍한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어두운 거실으르 들어선 순간, 이서의 발걸음이 딱 멈추어 섰다. 소파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적막 속에서, 태준은 이서를 향해 아무런 말도 없이 몇 초간 그 짙은 눈동자로 빤히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옷자락에 묻어온 주차장의 흙먼지와 실패의 냄새를 한눈에 읽어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 어디 갔었어?" 메마르게 던져진 태준의 한마디. 그 나직한 음성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동안 민채린의 가면 뒤에서 차갑게 평정심을 유지하던 이서의 가슴 깊은 곳에서,무언가 뜨거운 덩어리가 목울대를 콱 치고 올라왔다. 통제할 수 없는 울컥함이 목구멍을 막아서며 눈시울이 시려왔다. "법무법인에 갔어." 이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태준은 단번에 그 미세한 균열을 알아채고는, 울컥함에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직시했다. 그리고는 피곤함이 짙게 깔린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어느 법무법인." "한성진." 거실이 2초 동안 조용해졌다. 그러고 나서 태준이 일어섰다. "그 사람한테 왜 갔어?" "당신과 상관없어." "상관없어." 그가 되뇌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사람이 누구 사람인지 알고는 있어?" "알아." 이서가 말했다. "대원 사람이지. 그 말을 하는 거라면." "알면서 갔어." 그의 취조하는 듯한 말투가 이서의 남은 이성을 완전히 꺼트렸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서의 언성이 순식간에 높아졌다. " 그래. 갔어. 그리고 또 갈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걸 전부 알 때까지 계속 갈 거야." 태준은 그녀의 음성에 거슬림이 묻어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눈썹 뼈 부근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심기가 매우 불편할 때 나오는 그이 오랜 습관이었다. "못 찾아."
Last Updated: 2026-10-06
Chapter: 제21화. 보이지 않는 벽
쾅! 고요함을 유지하던 법무법인 대표 집무실의 문이 거친 충격음을 발산했다. 안내 직원의 경악한 비명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늘한 마찰음을 내며 단단한 골프공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날아갔다.콰창! 변호사 책상 바로 뒤편, 벽면에 걸려 있던 거대한 원목 액자가 산산조각이 나며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방으로 튄 유리의 날카로운 파편들이 고급 원목 책상 위와 대리석 바닥으로 비처럼 흩뿌려졌다. 민채린 특유의 오만하고 거침없는 기세를 덧씌운 이서가, 한 손에 묵직한 아이언 골프채를 쥐어잡은 채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그 표정에는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악녀다운 당당함의 서려 있었다.책상 주인의 이름은 한성진."민채린 씨."그의 말투는 평평했다. 놀람도, 당황도 없었다.이서는 골프채 끝을 바닥에 대고 그를 바라보았다."제가 왜 왔는지 아시죠.""모릅니다.""그럼 더 분명하게 말하죠."이서가 말했다. "3년 전 대원그룹의 해외 인수합병 건. 변호사님이 맡았던 그 건. 중간에 자금 하나의 행방이 불분명합니다. 지금 그 서류를 제게 주시면,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한성진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아주 옅은 표정을 지었다. 냉소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피로에 가까웠다."서류는 제게 없습니다.""그럼 어디에 있죠?""모릅니다." 그가 말했다. "3년 전 그 사건을 넘겨받은 사람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름만 올렸을 뿐입니다. 실제로 처리한 사람이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모든 걸 가져갔습니다. 제가 받은 건 깨끗한 종결 보고서 한 장뿐입니다."이서는 그를 응시했다."누가 가져갔죠?"한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수 없습니다.""말할 수 없는 건가요, 모르는 건가요?""……"이번에 이서에게 대답한 것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내뱉지 않는 한 변호사의 평평한 입매뿐이었다.이서는 더 묻지 않았다.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서서 나갔다. 복도는 조용했고, 그녀의 구두
Last Updated: 2026-09-22
Chapter: 제20화. 악녀의 수단
이서는 민채린의 비밀 폰 속 오래된 파일을 뒤지다 그 이름을 발견했다.한성진. 3년 전 대원그룹의 한 해외 인수합병 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그 인수합병은 결국 '상대방 자진 철수'로 종결됐지만, 비밀 폰 안에는 암호화되지 않은 메모 하나가 남아 있었다. 한 줄뿐이었다."한성진, 해외 계좌, 사할."사할. 무엇의 사할인지 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원의 인수합병 건을 맡았던 변호사가 메모에서 '해외 계좌'와 나란히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찾아갈 이유는 충분했다.다음 날 오전 열 시, 이서는 법무법인에 도착했다. 프런트에는 젊은 여직원이 있었다. 훈련된 예의 바른 미소를 띠고 있었다."죄송합니다. 한 변호사님께서 갑작스러운 외부 미팅이 생기셔서 방금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다음에 다시 일정을……"이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프런트를 지나 복도 끝의 유리문 너머로 향했다. 유리문 뒤, 의자 등받이에 걸린 짙은 회색 정장 재킷과 탁자 위에 놓인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이 보였다."언제 돌아오시나요?""그게…… 확실하지 않습니다."이서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돌아서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지하 주차장 버튼을 눌렀다.차에 앉아 잠시 조용히 있었다. 오래전, 자신이 갤러리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너는 너무 물러. 네가 옳게 하기만 하면 남들도 너에게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러면 그러할수록 남들이 너를 더 밟아."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대원에서 쫓겨나고 나서야 그 말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이서는 시동을 걸고 차를 주차장 밖으로 내보냈다. 스포츠용품점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골프채 한 자루를 샀다. 나올 때는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세졌다.만약 세상이 '민채린'이라는 이름을 악녀라 부르며 멸시한다면, 굳이 그 이름을 정화하려 애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모든 악명과 오명은 '민채린'이라는 껍데기가 전부 뒤집어쓸 터였다. 진짜 영혼은 그 악
Last Updated: 2026-09-21
Chapter: 제19화. 같은 지붕 아래의 균형
조용한 갤러리 안쪽, 낯익은 캔버스 앞에 이서가 멈춰 섰다.화폭 위에 내려앉은 붓 터치를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캔버스 귀퉁이에 적힌 희미한 서명을 내려다보던 이서는 곁으로 다가온 갤러리 큐레이터에게 무심한 듯 질문을 건넸다."이 그림,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소장자분은 계속 같은 분이신가요?"질문을 들은 직원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손님. 한 분께서 수년째 갤러리에 위탁 대여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개인 소장자분의 신원이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은 철저히 비공개로 부쳐져 있어서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완벽한 보안. 이서는 더이상 캐묻지 않고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갤러리 문을 나서는 이서의 구두 굽 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자신이 버려지고 잊힌 자리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의과거를 이 공간에 영원히 박제해 두고 있었다. 그 익명의 소장자가 누구인지 지금 당장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언젠가 알게 되겠지. 그 손의 주인도.'저택으로 돌아와 고요한 거실을 지나치려돈 찰나였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태블릿을 넘기던 강태준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내일, 할아버지의 개인 만찬이 있어."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어조. 그는 시선을 태블릿에 고정한 채 말을 덧붙였다."너도 참석하라고 하셨어."이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을 툭 던졌다."알았어."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이서가 거실을 지나 2층 계단을 밟고 올라서려던 바로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묵직하게 진동했다. 화면을 켜자, 방금 전 거실을 스쳐 지나온 강태준의 이름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내일은 화려한 건 빼고 입어. 할아버지는 눈에 띄는 걸 아주 싫어하시니까.]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때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더니, 뒤돌아서자마자 날아든 무심한 경고.이서는 화면에 뜬 짧은 문장을 몇 초 동안 가만히 응시했다. 차가운 껍데기 속에 숨겨진 것이 가문의 며느리를 향한
Last Updated: 2026-09-15
망각이 낳은 형벌

망각이 낳은 형벌

창세의 균형을 이루던 두 존재 빛과 기록의 여신 쉐리와 어둠과 망각의 왕 로엘. 서로를 사랑했지만 닿는 순간 세계가 붕괴되는 금기의 관계였던 그들은 결국 사랑을 선택했고 그 대가로 형벌을 받는다. 로엘은 기억을 잃는 저주를 짊어지게 되고 쉐리는 인간 한소연으로 환생한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감정만이 남은 채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소연의 몸은 점점 무너져가고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세의힘이 담긴 조각을 얻는 것.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잔혹한 진실 누군가는 반드시 사려져야 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억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사랑을 포기하고 존재를 지킬 것인가 결국 로엘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기록될 수 없는 존재로 세계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하고 소연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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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망각이 낳은 형벌_완결 후기』
​안녕하세요, 태이해 작가입니다! 드디어 완결 후기로 인사드리네요. ​『망각이 낳은 형벌』의 시작, 다들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사실 SNS에서 본 '노로바이러스와 굴'에 관한 일화가 계기였습니다. 고생할 걸 알면서도 다시 굴을 먹고 마는 인간의 굴레를 보고 "망각이 낳은 형벌"이라 표현한 베스트 댓글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죠. 단순히 웃어넘길 수 있는 일화였지만, '망각'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삶과 사랑에서 얼마나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형벌이 될 수 있는지 진지하게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세계관이 지금에 이르렀네요. ㅎㅎ ​집필하면서 저의 사심(?)이 듬뿍 담긴 최애 커플은 사실 이안과 은하였습니다. 메인 커플보다도 이안이 더 돋보였으면 해서 마음껏(?) 고생시키고 희생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이안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집필하며 마음이 아픈 적도 많았지만, 서브 커플만이 줄 수 있는 그 애절한 여운을 꼭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이안... 은하와 잘 지내고 있겠죠?😄😄 ​완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는 벌써 차기작을 구상 중입니다. ​이번 작품이 조금 무거운 '형벌'이었다면, 다음 이야기는 조금 더 [집착 광공/치명적인/구원 서사/회귀] 분위기로 구상 중입니다. 이번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찾아뵐 테니, 잊지 말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이해 인스타그램👉🏻 @taeihae 태이해 메일 주소👉🏻 taeihae@naver.com -작가 태이해 드림🫶🏻
Last Updated: 2026-05-07
Chapter: 외전 2화(完)
과거의 비극과 희생을 건너온 네 명에게 신이 준 마지막 선물은 평범하기에 더욱 찬란한 '내일'이었다. 기적 같은 재회 이후, 소연과 은하에게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축복이 찾아왔다. 같은 해, 같은 달에 임신 소식을 알린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안과 로엘, 한때 마계를 호령하던 전사와 왕은 이제 기저귀 가방을 메고 분유 온도를 맞추는 초보 아빠가 되었다. 네 사람은 소연과 로엘의 펜션 근처에 보금자리를 합치고 '공동 육아'라는 거대한 모험을 시작했다. 소연과 로엘의 아이는 아빠를 꼭 빼닮은 검은 머리칼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로운이었고, 은하와 이안의 아이는 엄마의 금발과 아빠의 다정하고도 강인한 기질을 이어받은 이슬이었다. 수천 년을 살아온 로엘과 이안에게 육아는 그 어떤 마법이나 전투보다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가락을 쥐었을 때, 두 남자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것이 자식의 사랑이라는 것인가..." 로엘은 곤히 잠든 로운의 이마를 짚으며 나직이 읊조렸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것, 그 대가 없는 사랑이 주는 평온함은 마왕의 권능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안 역시 이슬이를 품에 안고 달래며, 자신이 지켜야 할 세상이 이제는 이 작은 아이의 웃음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소연과 은하 또한 서로의 아이를 교차해서 돌보며,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맺어진 진정한 가족이 되어갔다. 로운이와 이슬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펜션의 푸른 잔디받을 함께 뛰놀며 소꿉친구로 자랐다. 점잖고 배려심 깊은 로운이는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이슬이의 뒤를 졸졸 따르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운아, 로운! 빨리 와, 저기 나비 봐!" "슬아, 천천히 가. 넘어진다니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펜션'잔향'의 가장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되었다. 네 어른은 테라스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종종 옛날이야기를 나누었
Last Updated: 2026-05-04
Chapter: 외전 1화
서울 도심의 활기찬 꽃집 '은하계'에는 달콤한 꽃향기가 감돌았다. 플로리스트 은하는 꽃다발을 다듬으며 곁에서 묵묵히 화분을 올겨주는 이안을 향해 미소 지었다. 이번 생의 이안은 그녀의 곁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연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안은 배달을 가려다 말고 길 저편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군중 속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아이 하나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여섯 살 남짓 되었을까. 흩날니는 머리칼과 그 특유의 야무진 발걸음, 무엇보다 찰나에 스친 그 눈매가 이안의 심장을 거세게 두드렸다. "소연...?" 이안은 홀린 듯 그 아이를 따라 몇 걸음 내디뎠다. 하지만 아이는 신기루처럼 골목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뒤따라온 은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이안, 왜 그래요? 아는 사람이라도 봤어요?" 이안은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수천 년의 세월을 기억하는 그에게 그 아이의 실루엣은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선명했다. 그러나 이안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야. 그냥 누군가와 닮은 것 같아서. 가자, 은하야." 이안은 자연스럽게 은하를 이끌었지만, 그의 마음속엔 이미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편, 인파를 빠져나온 아이는 무언가 소중한 보물을 찾으러 가는 모험가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의 목적지는 인적이 드문 숲 근처의 공터였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등을 돌린 채 허공을 응시하며 서 있었다. 수백 년의 그리움을 고독하게 견뎌온 로엘의 뒷모습이었다. 아이는 멈춰서서 그의 뒷모습을 두 눈에담았다. 그리고 세상을 다 아는 듯한 깊은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로엘." 익숙한 목소리에 로엘의 어깨가 눈에 띄게 떨렸다.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았을 때,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오랜만이야. 나의 이번 생도 함께해 줄래?" *** 그로부터 1
Last Updated: 2026-05-04
Chapter: 36화 (完)
기적처럼 재회한 로엘과 소연에게 허락된 시간은 역설적이게도 '유한함'이었다. 로엘은 불멸에 가까운 존재였으나, 소연은 창세의 조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가냘픈 인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이 있기에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사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은하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소연이 아침을 준비하고, 로엘이 정원의 꽃을 가꾸는 평범한 일상이 수십 번의 계절을 지나 수십 년의 세월로 쌓였다. 로엘은 늙어가는 주름 하나하나를 보석처럼 아꼈고, 소연은 변치 않는 모습의 로엘을 보며 자신이 떠난 뒤 홀로 남을 그를 위해 매일 밤 기도했다. 마침내 소연의 생체 시계가 느려지기 시작한 어느 노을진 오후였다. 침대에 누운 소연의 머리칼은 어느덧 백설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로엘은 젊은 날 그 모습 그대로 소연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마른 손을 꼭 쥐었다. "로엘, 울지 마..." 소연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처럼 가냘팠다. 로엘은 끓어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안 울어. 너를 만난 것이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었으니까." 소연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로엘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마침내 평온한 정적이 방 안을 채웠다. 로엘은 소연의 심장 소리가 멈춘 뒤에도 오랫동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잠시 뒤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긴 입맞춤과 같았다. 소연이 떠난 후, 로엘은 다시 '기록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세계의 틈새로 숨어들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으며 쉐리가 남긴 빛과 라멘트가 짜놓은 인과의 그물망이 그녀를 다시 자신에게 데려다줄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다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을까.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고, 마계와 인간계의 경계는 이제 전설 속의 이야기로 남았다. 어느 화창한 봄날, 로엘은 소연과의 마지막을 보냈던 그 숲의 공터에 서 있었다. 예전의 집은 흔적도 없이
Last Updated: 2026-05-04
Chapter: 35화
마계의 가장 깊은 곳, 만물의 생명이 태동하고 사그라드는 '심연의 방'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 정적을 깨고 라멘트 장로의 묵직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앞에는 육신을 잃고 영혼의 입자로 흩어지기 직전인 이안의 자아가 희뿌연 빛을 내며 부유하고 있었다. 시간은 마계의 서늘한 정기처럼 느릿하게, 때로는 인간계의 계절처럼 정직하게 흘러갔다. 라멘트 장로가 자신의 존재를 깎아 부여했던 '다음 생'의 기회는, 이안에게 있어 단순한 수명의 연장이 아닌 기나긴 기다림의 형벌이자 축복이었다. 그는 수십 년간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소음 속에 몸을 숨긴 채 살아갔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늘 한곳만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가 남겼던 마지막 약속, 그리고 자신을 기억하며 홀로 눈물지었을 그 여린 영혼의 흔적을 쫓아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서울의 오후였다. 빌딩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며칠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안은 군중 속에서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이제는 지칠 법도 한 긴 세월이었지만, 이안의 심장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만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길모퉁이를 돌아 바삐 뛰오던 누군가가 미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이안의 가슴팍으로 세차게 부딪혀 왔다. "꺅-!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작고 가냘픈 체구였다. 이안의 단단한 품 안으로 파고들듯 부딪힌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안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중심을 잡아주었다. 손끝에 닿는 온기,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비누 향기. 수십 년 전, 은하가 카페 앞치마를 두르고 소연과 웃고 떠들 때 풍기던 그 익숙한 향취가 이안의 감각을 일깨웠다. "아, 저기... 괜찮으세요?" 여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굽이치는 긴 금발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산란했고, 이안의 시선은 그녀의 눈동자에 멈췄다.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에, 깊은 바다를 담아낸 듯 짙은 벽안. 그것은 세월이
Last Updated: 2026-05-04
Chapter: 34화
로엘이 돌아오면 모든 비극이 끝날 줄 알았다. 소연은 그와 손을 맞잡고 걷는 매 순간이 기적이라 믿었으나, 운명은 재회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더 가혹한 이별을 던져주었다. 하나뿐인 단짝이자, 텅 빈 1년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주었던 은하가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을때, 소연은 세상을 잃은 듯 오열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그을린 은빛 펜던트뿐이었다. 은하가 목숨을 바쳐 지켜낸 타인의 유품은 주인을 찾아갔으나, 정작 은하 자신의 생명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했다. 장례를 마친 후, 로엘과 소연은 무거운 벌걸음으로 은하의 자취방을 찾았다. 주인을 잃은 방안에는 아직 그녀가 마시다 만 찻잔과 읽다 덮어둔 책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책상 깊숙한 곳, 가죽 일기장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소연은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열자, 그 안에서 몇 장의 사진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은 은하가 한 번도 보여준적 없던 모습이었다. 화창한 봄날의 놀이동산, 은하는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안?" 로엘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사진 속 남자는 로엘의 가장 충직한 수하이자 벗이였던 이안이었다. 소연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자신과 로엘을 위해 희생한 이안이 은하를 두고 갈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감히 상상도 못할 아픈 마음이었겠지... 세 번째 사진은 소연에게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은하가 운영하던 카페에서 소연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앞치마를 두른 채 둘이서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찍은 셀카였다. 사진을 다 확인 한 소연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곳에는 은하가 1년 동안 홀로 감내해야 했던 지옥 같은 고독이 박혀있었다. 2025년 x월 x일 로엘이 사라졌다. 소연이는 모든 기억을 잃고 아이처럼 울기만 한다. 분명 로엘이 내 기억도 지우려 했던 것 같은데, 왜인지 나는 모든 것이 선명하다. 이안이 마지막으로 나를 보며 웃어주던 그 표
Last Updated: 2026-05-04
싱그로운 이슬

싱그로운 이슬

악마의 핏줄을 이어받아 붉은 눈을 숨겨야 하는 소꿉친구 로운과 이슬. 다정하고 철두철미한 흑발의 로운은 흥분하면 눈이 변하는 덜렁이 금발 소녀 이슬의 정체를 매번 다정하게 숨겨준다. 부모님들의 보금자리인 펜션 ' 잔향'에서 서로의 유일한 비밀이 되어 자란 두 사람. 마침내 성인이 된 두 사람은 한여름, 친구들과 함께 숲 깊은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무해하고 싱그러운 두 사람의 몽글몽글한 힐링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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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싱그'로운 이슬' 완결 후기 😆
안녕하세요. 작가 태이해입니다. 드디어 **『싱그로운 이슬』**이 완결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전작 『망각이 낳은 형벌』의 후일담 같은 분위기로, 조금은 가볍고 편안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총 6화 정도의 짧은 단편으로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인물들에게 정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분량도 예상보다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싱그로운 이슬』이라는 제목은 남자 주인공 '로운'과 여자 주인공 '이슬'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제목과 웹표지에서 느끼셨을 수도 있겠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우면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집필한 작품입니다. 오늘부로 『싱그로운 이슬』은 완결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제는 현재 연재 중인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에 더욱 집중하며 작품을 이어 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사실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싶은 작품도 하나 있습니다. 우선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싱그로운 이슬』**을 사랑해 주시고 함께해 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글솜씨지만, 앞으로도 더 좋은 이야기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작가 태이해 드림. 작가 이메일 : taeihae@naver.com 작가 인스타: @taeihae
Last Updated: 2026-07-15
Chapter: 외전) 우리가 함께 걷는 계절 完
로운에게 조개껍질을 받으며 눈물 어린 약속을 나눈 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참으로 정직하고도 정성스럽게 흘러, 어리기만 했던 소년과 소녀를 어엿한 어른의 길목으로 인도했다. 이슬은 제 방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가만히 목덜미를 매만졌다. 그녀의 하얀 목련 같은 목선 위에는 가느다란 체인에 걸린, 낡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경질화된 조개껍질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거울 속 조개껍질을 가만히 응시하던 이슬의 눈동자에 아스라한 과거의 조각들이 스쳐지나갔다. 5년 전, 로운의 절박하고도 뜨거웠던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직후 이슬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태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언제나 자신보다 한 걸음 뒤에서, 혹은 짖궃은 장난 뒤에 진심을 숨긴 채 자신을 바라보던 태하. 그 마음을 어렴풋이 눈치챈 이상 더는 그의 절박한 짝사랑을 모른 척 놔둘 수는 없었다. 그것이 친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태하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성의였다. 조금은 쌀쌀했던 가을날, 단둘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이슬은 떨리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제 마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로운을 향한 제 마음의 크기와, 더는 태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는 거절의 의사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태하는 슬프지만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날이 서 있던 그의 눈매가 그날만큼은 봄날의 눈처럼 부드럽게 휘어졌다. ".....진작 눈치채고 있었어." 태하가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나즈막이 고백했다. "네 시선의 끝에는 항상 내가 아니라 로운이가 있었으니까. 널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왜 그렇게 네 옆자리를 탐냈는지...." "어쩌면 다 내 가여운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했어, 이슬아. 그리고 내 미련한 마음마저 무겁게 받아들여 줘서 고마워." 참으로 태하다운, 쓰라리면서도 어른스러운 고백이자 사과였다. 그날 이슬은 태하와 참 뜻깊기도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했다. 서로의 앞
Last Updated: 2026-07-15
Chapter: 본편 完) 제14화. 여름날의 완벽한 해피엔딩 ​
갑작스러운 소리에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던 이슬의 시선이 자연스레 바닥으로 향했다. 은은한 아침 햇살이 비쳐 드는 이슬의 방 바닥 위에서, 낡았지만 맑고 영롱하게 빛을 내뿜는 조개껍질의 모습에 이슬은 의아한 듯 동그랗게 눈을 뜨며 나지막이 되물었다. "운아, 이거........ 소연 이모 꺼 아니야?" "어, 어...? 응, 그렇긴 한데....." 로운은 예상치 못한 소지품의 등장에 몹시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슬은 그저 바닥에 떨어진 조개껍질을 조심스레 주워 올려 이리저리 살필 뿐이었다. 비록 오랜 세월이 흘러 겉표면이 조금 닳고 낡았을지언정, 로엘의 푸른 마력이 단단하게 깃든 조개껍질은 여전히 신비롭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근데 다시 봐도 진짜 신기하고 예쁘다. 로엘 삼촌, 그때나 지금이나 은근히 로맨틱하다니까? 보는 안목이 아주 남달라." 이슬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눈을 반짝이자, 로운의 눈동자가 깊게 요동쳤다. 그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저도 모르게 툭, 본심을 내뱉었다. ".....예뻐?" "응, 진짜 예뻐." "그럼.... 너 이거 가질래?" "응? 가지라고? 이걸 왜 갑자기 나한테 줘? 이거 소연 이모한테는 세상에 하나뿐인 엄청 소중한 보물이잖아." 이슬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로운은 귓가부터 붉은 기가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어젯밤과 오늘 아침까지 이어진 격정적인 정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이슬의 물음에 쑥스러움이 한꼐에 다다르자, 로운은 온연한 알몸 상태로 제 눈앞에 앉아 있는 이슬의 부드러운 살결이 내심 신경 쓰이는 듯 침대보와 이불을 한꺼번에 끌어 올렸다. 스르륵. 두꺼운 이불을 제 몸에 따뜻하게 감싸 안더니, 이내 이슬의 작은 몸을 제 넓은 품에 빈틈없이 가두어 안았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묵직하고 따뜻한 온기에 이슬은 기분이 좋은 듯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로운의 품에 갇힌 채, 그의 단단하고 넓은 가슴팍에 제
Last Updated: 2026-07-15
Chapter: 제13화. 녹아내린 낙인의 경계
서로의 가슴에 새겨진 낙인이 허공에서 붉고 푸른 빛을 발하며 공명하자, 방 안의 공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급격히 뜨거워졌다. 반려의 낙인이 완전히 맞닿는 순간, 이슬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 가는 것만 같은 강력한 자극을 느꼈다. 온몸의 신경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발정하듯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 읏.... 로, 로운아...." 이슬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 로운의 단단한 두팔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낙인을 통해 들이닥친 본능적인 갈증은 이성을 마비시키기 충분했다.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몸을 침대 위에서 베베 고던 이슬은, 결국 로운의 커다란 손을 잡아끌어 제 왼쪽 가슴, 잠미 문양이 새겨진 뜨거운 살결 위에 얹었다. 잔뜩 젖은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며, 그년느 울먹이듯 애원했다. "나, 나 이상해........ 몸이 너무 뜨거워. 어떻게 좀 해줘, 제발....!" 그 애달픈 애원에 로운의 이성 또한 처참하게 부서져 내렸다. 평소라면 그녀를 아끼고 배려하려 필사적으로 참았겠지만, 본능을 자극하는 반려의 체취와 자신을 갈망하는 이슬의 흐트러진 모습은 로운의 가슴 속 야성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웠다. 단숨에 흥분으로 가득 찬 로운의 눈동자가 한층 더 짙은 붉은빛으로 이글거렸다. "..............슬아. 나 한 번 시작하면 이제 못멈춰." 낮게 가라앉은 맹수의 목소리와 함께 로운이 이슬의 입술을 거칠게 집어삼켰다. 동시에 그의 거침없는 손길이 얇은 옷자락을 사정없이 벗겨냈다. 이슬 역시 매달리듯 그의 셔츠를 밀어내며 벗겼고,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방해물도 남지 않은 완전한 나신 상태가 되었다. 서로의 살결이 빈틈없이 맞닿자, 그들은 마치 굶주린 포식자들처럼 서로의 몸을 거칠게 물고 빨며 탐닉하기 시작했다. 아슬의 목덜미와 쇄골, 그리고 푸른 날개 문양이 새겨진 가슴을 진득하게 핥아 내리던 로운의 입술이 점차 아래로 향했다. 부드러운 가슴살을 지나 배꼽으로, 그리고 마침내 이슬이
Last Updated: 2026-07-15
Chapter: 제12화. 반려의 낙인
문 뒤에서 들려오는 로운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이슬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잔뜩 긴장한 채 침대 시트를 꼭 움켜쥐고 있던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뱉어냈다. "어....? 어, 들어와."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로운이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방금 전까지 옆집에 누워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차림이었지만, 이슬을 바라보는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메웠다. 이슬은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 채 눈동자만 굴렸고, 로운은 그런 이슬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숨결이 어젯밤의 뜨거웠던 온도를 상기시켰다. "몸은.. 좀 어때? 아픈 데는 없고?" 로운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이슬은 온몸의 살결이 다시금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온몸이 뻐근해 미치겠다'는 진실을 말할 수는 없어, 이슬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아... 네 덕분에 독도 다 빠진 것 같고." "다행이다." ​로운이 옅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결연한 눈빛으로 이슬을 응시했다. 무언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한, 진지하면서도 묘하게 굳은 얼굴이었다. 로운이 손을 뻗어 이슬이 꼭 쥐고 있던 이불 자락을 조심스럽게 살며시 아래로 내렸다. "슬아. 혹시... 깨어나서 몸에 이상한 변화 같은 거 없었어?" "어? 변화라니?" "....가슴 근처가 아리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거야." 이슬은 쿵, 심장이 제 발로 향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조금 전 셔츠를 내려 확인했던 그 푸르스름한 문양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듯 동그랗게 커진 이슬의 눈동자를 확인한 로운은 확신이 섰다는 듯 제 셔츠 단추를 빠르게 풀기 시작했다. "로운...? 갑자기 옷은 왜..!!" 당황한 이슬이 눈을 가리기도 전에, 로운의 셔츠 깃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그
Last Updated: 2026-07-15
Chapter: 제11화. 살결에 새겨진 너의 흔적
로운은 조개껍질의 꺼칠한 표면을 매만지며 미소지었다. 사실 이 조개껍질은 로운의 어머니, 한소연 여사가 남편인 로엘에게 받았던 프로포즈의 증표였다. 당시 인간 세상에 잘 모르던 로엘이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다가, 유독 예쁘게 빛났던 조개껍질을 발견하고는 제 마력을 쏟아부어 단단하게 경질화시킨 뒤 소연에게 건넸던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마력으로 단단해진 껍질도 겉면이 조금 닳고 빛이 바랬지만, 소연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런 소연이 어느 날, 아들 로운이 이슬을 바라보는 애틋하고도 따뜻한 시선을 눈치챘다. 그 눈빛에 담긴 깊은 연정을 단박에 알아챈 소연은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제 생애 가장 소중한 보물 1호인 조개껍질을 로운의 손에 쥐여주며 속삭였다. "로운아, 사랑은 타이밍이야. 이때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네 마음을 고백하렴." "엄마, 이건.........." "엄마가 주는 선물, 네가 나중에 정말로 평생을 함깨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프로포즈할 때 주렴." 당황해하는 로운의 머리를 소연은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장난스레 윙크했다. "엄마 보물 1호지만, 우리 아들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줄 수 있어. 우리 아들 파이팅!" "엄마... 진짜 고마워요." 과거의 기억에서 깨어난 로운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조개껍질을 빤히 바라보았다. "후우.... 이제 막 스무 살인데 프러포즈는 너무 부담스러워하려나." 혼잣말을 중얼거린 로운이 껍질을 소중하게 서랍에 넣어두는 그 시간, 옆집 이슬의 방에서는 이슬이 찌푸린 미간을 부여잡고 눈을 떴다. "아이고, 허리야..........." 이슬은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극심한 근육통과 하체에서 밀려오는 묵직한 둔통에 신음했다.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몸이 이 지경인지 흐릿한 머리를 굴리던 이슬은, 이내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 어젯밤 깊은 계곡 속에서 로운과 나누었던 거칠고도 격정적인
Last Updated: 2026-07-14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숨 막히는 재벌 가문을 탈출한 7살 서이현. 절망의 끝에서 마주친 하유주는 구원이자 찬란한 햇살이었다. 그 온기를 독점하기 위해 이현은 다정한 소꿉친구의 가면을 쓴 채 성인이 된다. 마침내 거대한 제국의 주인이 된 이현. 그는 이제 유주의 세상을 무너뜨려 오직 제 곁에만 가두려 한다. “도망쳐봐, 유주야. 네가 멀어질수록 난 더 잔인해질 수 있거든.” 다정했던 첫사랑은 언제부터 광기 어린 집착이 되었을까? 일생을 바쳐 설계한 치밀한 소유욕,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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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 세계관 정리⚔️
태이해 _ 웹소설 전체 세계관과 서사 구조 최종 정리. * 수미상관(首尾相關) 법 * 프롤로그의 첫 번째 대사인 "하유주, 찾았다."와 본편 마지막 화에서 서이현이 남기는 마지막 대사 “하유주, 찾았다.”를 연결했습니다. 작품의 시작과 끝에 동일한 대사를 배치함으로써, 두 장면이 서로 호응하며 하나의 서사적 고리를 이루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님들께서 마지막 장면에 이르렀을 때 프롤로그의 첫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하고, 감동의 극대화와 작품 전체의 구조적 안정감,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운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세계관 및 핵심 설정* ​신성(神性)의 환생과 회귀: 그리스 신화의 절대적인 신들이 현대 한국의 대기업 재벌가 및 인간으로 환생하여 살아가는 '현대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입니다. 전생의 신적 권능과 기억이 현세의 가문 암투, 복수, 그리고 구원의 회귀 서사와 얽혀 전개됩니다. ​구원의 매개체 (알사탕): 태초의 창조신 쉐리의 권능이자 온기가 담긴 특별한 징표입니다. 절망에 빠졌던 어린 이현에게 유주가 건넨 작은 알사탕 한 개는 이현의 차가운 뇌전의 신성을 달래고, 두 사람의 운명을 단단히 묶어주는 핵심 구원 모티프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하유주 (데메테르 / 대지와 풍요의 여신): 은은한 애쉬 브라운 웨이브 머리칼과 에메랄드빛 녹갈색 눈동자를 지닌 인물. 생명과 풍요의 권능을 바탕으로 이현의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구원자이자 중심축입니다. ​서이현 (제우스 / 하늘과 뇌전의 신): 다크 차콜 슈트가 잘 어울리는 냉철한 재벌가 후계자. 어린 시절 강가에서 홀로 울던 자신을 구해준 유주만을 바라보며, 회귀 후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인물입니다. ​서이진 (포세이돈 → 에로스 / 사랑과 욕망의 신): 신성한 은발 머리칼의 소유자. 과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었으나 매혹적인 사랑의 신 에로스로 거듭나며, 현대에서는 화려하고 날티 나는 자유로운
Last Updated: 2026-09-04
Chapter: <그 시절 나를 찾아 회귀하였습니다.> 🥰완결 후기🥰
안녕하세요. 태이해입니다. 5월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가 드디어 완결을 맞이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시절 내가 그리울 때’라는 한 문장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풀어내고 싶었던 세계관과 이야기를 최대한 압축해 빠른 전개로 보여드렸는데요. 아무래도 제 필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고, 저 역시 느린 전개보다는 빠르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서가 그룹 안에서 벌어지는 회사 이야기들은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ㅎㅎ 그리고 이 소설에서 제가 정말 그리고 싶었던 주인공은 어쩌면 ‘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선택과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좌절했던 경험이 있으시겠죠? 저 역시 그럴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신의 탓으로 돌리고, 세상에 부정당한 것 같다며 속상해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무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그때 벌어진 일들의 대부분은 결국 제 선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은 경험과 생각을 소설 속에 담아, 힘든 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만 더 버텨보자.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유년 시절에서 오는 애착과 행복’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서 ‘결핍’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핍은 때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지만, 지나치게 커지면 자신을 가장 밑바닥으로 끌어내
Last Updated: 2026-09-04
Chapter: 외전)제5화. 빛과 어둠이 맞물리는 자리 **최종 완결(完結)**
"유주야, 그리고 서이현. 그동안 잘 지냈어?"사랑의 신 에로스는 성스러운 기운을 가볍게 흩날리며 두 사람을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응... 서이진. 아니, 에로스. 너도 잘 지냈어?""그럼. 세상의 모든 사랑과 욕망을 다스리며 바쁘고도 평화롭게 잘 지냈지."수천 년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과 굴레를 끊어낸 세 명의 신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던 바로 그 순간, 신역의 정적을 깨뜨리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신형(神馨) 가득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엄마-! 아빠-!"유주와 이현은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목소리를 들어채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시에 화색을 띠며 고개를 돌렸다."화연아~!""우리 딸! 잘 지냈어?"저 멀리서 달려온 딸 화연이 두 사람의 품 안으로 깊숙이 안겨 들었다. 이현과 유주는 약속이나 한 듯 품에 꽉 차오르는 딸의 자그마한 온기를 감싸 안고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엄마......아빠.......진짜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두 분이 계시지 않는 동안, 저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걸 느꼈어요. 항상 가득 채워져 있던 자리가 갑자기 빈자리가 되어버리니까..... 얼마나 그립고 슬펐는지 몰라요."화연은 유년 시절, 창조의 신비와 부모의 지극한 사랑, 그리고 인간 세상의 막대한 재력까지 그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온전하게 갖춘 채 자라났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결핍 없이 자라난 삶이야말로 가장 완벽하고 행복한 인생이라 믿는다. 그러나 화연은 부모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며 깨달았다.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환경이야말로, 사소한 부재조차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결핍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그래. 하유주와 서이현이 인간의 몸으로 신의 딸을 낳았다고 신계에 소문이 자자했었는데..... 그 눈부신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너였구나."에로스는 화연에게 다가가,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자신을 향해 손을 뻗어오는 거룩한 존재를 바라보던 화연이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
Last Updated: 2026-09-04
Chapter: 외전)제4화. 신이 맺어준 결실
[5년 후.]창밖으로 여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날이었다. 이현의 단단한 품에 안긴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두 사람을 번갈아 올려다보았다."엄마! 아빠! 나는 인간이에요, 아니면 신이에요?"태초의 신이었으나, 인간의 몸으로 내려와 아이를 품게 된 하유주. 이현 또한 온전한 인간의 신분이었기에, 당연히 두 사람 사이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 아이가 태어날 줄 알았다.하지만 창조의 뜻은 인간의 얕은 계산을 가볍게 비웃었다. 두 사람에게서 태어난 딸은 여름날의 신록처럼 맑고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숲의 신,‘화연(花蓮)’이었다.화연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유주와 이현은 서로를 힐긋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현은 딸아이의 말랑한 뺨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화연아, 너는 이 넓은 숲을 관장하는 신이란다. 숲에 사는 모든 생물을 온화하게 보듬고 키워가며 균형을 맞춰야 하지.""아...... 그렇구나! 그럼 엄마랑 아빠도 신인 건가요?""아니, 엄마 아빠는 아주 옛날엔 신이었지만, 지금은 너를 사랑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다. 어째서 우리 화연이가 신으로 태어났는지 엄마 아빠도 참 궁금하네......"유주는 화연을 안아 들며 신비로운 기분을 느꼈다. 인간의 피를 받고 태어났으면서도 신성을 품은 아이. 모든 것을 게획한 창조의 신, 쉐리는 과연 어떤 원대한 뜻을 품고 이 아이를 내려준 것일까.[60년 후.]"엄마.....아빠....... 두 분 다 이제 정말 가시는 거예요.........?"침대 곁에 선 화연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흘려보낸 서이현과 하유주의 수척한 얼굴은 이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노쇠해져 있었다.태초의 하늘과 대지를 호령했던 형형한 눈빛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제 딸을 바라보는 눈동자 속 온기만큼은 여전히 태양처럼 따스했다."응.......... 화연아, 우리 딸.... 너무 슬퍼하지 마라. 우리는 죽어서 다시 신으로 태어날 테니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
Last Updated: 2026-09-03
Chapter: 외전)제3화. 알사탕이 체온에 녹아 흐를 때
"읏.........이현아. 그, 그만.......너무 간지러워.""미안. 나 못 멈춰."달뜬 숨결 사이로 이현이 유주의 하얀 살결을 조심스럽고도 거칠게 빨아 올렸다. 도톰한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유주는 아랫입술을 거칠게 깨물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삼켜냈다."흐.....읏..........!""참지 마. 입술 터지잖아."유주의 입술 끝에 맺힌 붉은 핏방울을 본 이현은 몸을 일으켜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입속에서 뒤엉키는 혀 사이로 비릿함 대신 아찔하고 달콤한 감촉이 퍼져나갔다.문득 그의 시선이 침대 옆 협탁에 놓은 알사탕 꽃다발로 향했다. 이현의 입꼬리가 짖궃게 호선을 그렸다. 이현은 알사탕의 껍질을 벗겨 제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유주에게 다가가 입술을 지그시 맞물렸다. 서로의 입술과 입안을 탐하는 사이, 달콤한 알사탕이 두 사람 사이에서 유려하게 굴러다녔다.달아오른 숨소리가 방 안을 빽빽하게 채웠다. 알사탕은 그들의 뜨거운 체온에 녹아내리며 크기가 점점 작아졌다."후............"유주와의 인내심에 한계를 맞이한 이현은 짧은 숨을 내쉰 뒤, 유주의 매끄러운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에 걸쳐 놓았다."이,이현아.........?""미안, 나 더는 못 참겠어. 더 풀어줘야 하는 거 아는데...... 물이 흥건할 정도로 나왔으니까 괜찮겠지?" 이현은 능숙하게 부풀어 오른 자신의 자지를 잡아 그녀의 질 입구에 바짝 맞추었다.푸욱-!이현의 단단한 자지가 유주의 질 안으로 깊숙이 침범했다. 평소보다 달아오르는 속도가 몹시 빨라 머릿속이 아찔할 정도였다."하앙!-"온몸을 후려치는 쾌락에 유주의 허리가 활처럼 가파르게 꺾였다."네 안에 들어가니까 내 자지가 더 뻣뻣해지고 터져버릴 것 같아."흥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현은 시야에 들어온 유주의 부드러운 가슴살을 거칠게 빨아들였다."흐응! 이, 이현아.... 살살..."욕정으로 타오르는 이현의 눈동자가 유주를 빤히 응시했다. 숨을 할딱거리며 바라보는
Last Updated: 2026-09-02
Chapter: 외전)제2화. 하늘과 대지가 사랑을 맹세할 때
평소 같았으면 당연하다는 듯 손을 꼭 잡고 함께 퇴근길에 올랐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현은 어디 고장 난 기계처럼 허둥거리며 이상하게 뚝딱거렸다.신벌이 거두어진 후, 태초의 기억과 인간으로서의 기억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차갑고 오만하던 서이현의 성격은 자상하고 따스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온순해진 표정 뒤로 어딘가 지독하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유주는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이현은 손사래까지 치며 황급히 집무실 서류를 정리하는 척 했다.은은한 플로럴 향수가 감도는 집무실 안, 이현의 붉어진 귓가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에서 사정없이 풍기는 초조함이 유주의 감각을 스쳤다."이현아, 어디 아파? 왜 그래?""아,아니....? 유주야, 내가 갑자기 급하게 마무리할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먼저 퇴근해서 기다려 줄 수 있을까?""나 혼자? 같이 마무리하고 같이 가자.""아냐, 진짜 금방 끝나! 유주야, 먼저 가 있어.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그 장소에서.... 기다려 줄래?""그래........? 알았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유주가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사장실 문을 나서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현은 참았던 숨을 후- 토해내며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박 비서님, 준비 다 됐나요? 유주 지금 출발했어요."-네, 사장님! 모든 준비는 완벅하게 끝났습니다. 사장님과 유주님만 오시면 됩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이현은 사장실 문을 박차고 나가며, 유주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한편, 먼저 인연의 강가에 도착한 유주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오늘따라 이상하게 강가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평소라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을 숲속 작은 생명들의 소소한 목소리까지 들리지 않는 이상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뭐지....? 원래 이렇게까지 조용한 곳은 아닌데.........."유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가 중앙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Last Updated: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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