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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까마귀 부대. (5)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19: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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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철이 턱을 문지르며 곤란한 표정을 했다. 

⁠

"그렇다고 한들… 우리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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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기서 더 머물렀다가는 극성쟁이 한지훈이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박시온도 처음이야 신기했지, 이곳의 생활이 썩 편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정보 없이 나갔다가는 이곳에 올 때처럼 어디서 조난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는다. 

전쟁이 없는 세상이라고 한들, 위험이 없어졌다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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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쾡이 부대는 가장 먼저 소식이 끊기기도 했고… 호랑이 부대나 독사 부대와도 그리 친한 편이 아니니까…."

"시안아, 너는 뭐 떠오르는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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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아의 물음에 박시온이 미덥지 못한 표정을 하며 이시안을 바라봤다. 

⁠

"없어. 안호가 국밥집 하고 싶다고 하기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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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안이 기억을 짜내고 짜내 생각해 낸 것은 겨우 '국밥'이었다. 김만철은 초조했다. 도움만 받던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때도 지금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무능력함은 여전히 변함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 폐를 틀어막는 것만 같았다. 

⁠

"아."

"응?"

"그리고 보니 10년 전에…."

"정우야?"

⁠

김정우가 다리가 불편한 것도 잊고, 벌떡 일어서다 비틀거리는 것을 이시안이 자연스럽게 뒷덜미를 잡아 고정했다. 그리고 그런 이시안을 보며 무언가 말하려고 한참 동안 입을 움찔거리더니, 집으로 가야 한다며 절뚝거리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정우야!? 갑자기 왜 그래!!!"

"그, 그게 아니라…! 일단 집으로!"

⁠

드물게 흥분한 듯, 부산스러운 행동을 하며 급한 마음에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 김정우를 보며 양민아가 입술을 깨물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만철도 울컥한 마음에 서둘러 김정우를 부축해 주기 위해 신발을 신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앞에 길게 뻗은 팔에 의해 행동이 저지됐다. 

⁠

"… 어?"

⁠

이시안의 시선이 당황한 김만철을 지나,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보던 박시온에 꽂혔다. 

⁠

"박시온. 너 이 자리, 이 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갑자기 그게 무슨…?"

⁠

박시온이 되묻기도 전에 어느새 김정우에게 다가가 180cm가 넘는 김정우를 들고 그대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 모습에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도, 길을 걷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안된 것은 박시온만 그런 듯했다. 

⁠

"뭐야?"

⁠

뒤늦게 박시온이 이시안을 따라 움직이려고 일어서려는 순간, 김만철이 처음 보는 굳은 표정으로 박시온의 팔을 강하게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저기?"

"시온아, 제발… 부탁인데…. 시안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래?"

⁠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시온이 이해하는 것보다, 다급해 보이고 새파랗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는 채로 심장을 부여잡고 말을 하는 김만철을 보니 차마 싫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

"고맙다."

⁠

얌전히 자리에 앉은 박시온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크게 숨을 내쉬는 김만철은 차마 어린아이의 눈을 마주 보고 말할 수 없었다. 찰나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에서 '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병기'의 눈빛을.

⁠⁠

⁠⁠⁠

⁠

***

⁠

⁠

⁠

김만철의 집에서 꽤 떨어진 골짜기 어귀쯤의 작은 집.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상당히 지저분했다. 

⁠

"재이가?"

"네.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는 것이 늦었어요."

"무슨 쪽지인데?"

"그게… 모르겠습니다."

⁠

너저분한 집을 뒤적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김정우는 기억을 되짚는 듯 구시렁거리며 먼지가 가득 쌓인 책들을 엎으며 어지러운 집을 더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양민아의 말로는 완전히 독립하고 싶어 했지만, 몸이 성치 않아 이 정도로 합의했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도 이시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더 깊은 산 속, 사람들의 인적이 거의 없는 곳. 

전쟁 중이었다면, 몸을 숨기기에 딱 좋은 곳. 

⁠

"아, 이겁니다."

"이게 뭔데?"

"… 그러니까, 모른다고요."

⁠

바닥에 널브러진 한글책을 밟고 김정우에게 다가가 받은 것은 이시안의 손바닥만 한 종잇조각이었다. 이시안이 신중하게 대충 접힌 쪽지를 펼치자, 빛바랜 종이라 흐릿해진 잉크지만 특유의 동글동글한 글씨는 '안용하세 국밥'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준 사람이 윤재이기 때문에 의미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산 구석까지 와서 말이다. 

⁠

"왜 굳이 이걸 네게……?"

"누님?"

"아니, 아니야. 돌아가자."

⁠

이시안의 말에 김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 자리에 그대로 널브러져 앉았다. 

⁠

"아뇨, 어차피 바로 떠나실 거 아닙니까? 전 집에 왔으니 이대로 있겠습니다."

"건방지게 빠져 가지고."

⁠

인상을 찌푸리며 앉은 김정우를 발로 툭툭 건들이자, 김정우는 희미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

"… 누님."

"그래."

⁠

김정우가 바닥에 있던 한글책을 들고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낡은 책보다는 온통 흉 진 자신의 손가락이 더 눈에 띄었다. 

전쟁 중에 난 상처가 아니었다. 

⁠

"전… 전 말입니다."

⁠

김정우가 손톱으로 손가락을 쿡 찌르자, 익숙한 상처에서 익숙하게 피가 뚝뚝 흘렀다. 

⁠

"지금도 가끔… 그때의 꿈을 꿉니다."

⁠

피가 한 방울 톡 떨어졌다.

낡은 책 위로 피가 퍼졌다. 

그와 동시에 김정우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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