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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물과 기름.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4 19:00:32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퍽 서운했는지,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자리를 비운 것에 김정우를 보며 눈짓했고, 김정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김만철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이시안을 따라갔다. 

"괜찮으세요?"

그리고 그제야 긴장을 푼 김만철이 온몸에 긴장을 풀어 축 늘어졌지만, 서윤재는 그런 시간 따위 없다는 듯이 주위의 정리를 지시했고, 후들거리는 김만철의 팔을 잡아 일으켰고 그 뒤의 양민아에게 고갯짓으로 이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눈짓했다. 그러자 양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울다 지친 아이를 끌어안고 까마귀 거처로 뛰어갔다. 

"그…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아뇨, 이해해요. 오히려 이쪽이 죄송해요. 애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뻔해서…."

서윤재가 머리를 긁적였다.

"애가 지금 한참 예민해져 있어서…."

흡사 학교에서 싸운 아이들 때문에 호출당한 부모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서윤재 덕분에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 상황은 앞으로 여러모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다섯 부대 중에서 입김이 가장 강한 부대에 빚을 지게 된 셈이니 훗날이 심히 걱정됐다.

"하…."

김만철이 마른세수를 하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장님."

"네, 네?!"

괜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들켰을까? 

화들짝 놀란 김만철이 자세를 고치자, 서윤재는 서류와 주위를 파악하며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본부에서 '병기'를 가진 부대는 조금 더 많은 지원이 오잖아요?"

"그, 그렇죠…."

그것은 자신이 지금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 중 하나였다.

김정우가 없던 시절 힘없는 작은 부대 중 하나일 뿐인 부대가 김정우를 등에 업고 '까마귀'라는 이름을 달게 되어 다섯 부대로 묶이게 되었으니까.

"정우가 지원 물자에 항상 욕심을 많이 낸다고 하더라고요."

"네…?"

"정우 자체는 욕심이 없는 편인데, 유독 지원 물자에만 욕심을 내요."

서윤재의 의문은, 답을 알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김만철은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거 저만 아는 거니까, 다른 부대에는 비밀로 해주세요?"

서윤재가 이걸 말하는 이유는, 이시안이 까마귀 부대가 아이를 유달리 사람들을 보호하고 감싸는 것에 질색하고 예민하게 굴었던 이유를 에둘러 말한 것이다. 물론, 지금 까마귀 부대 임시거처 근처에 족제비부대 임시거처가 있는 이유가 8할이겠지만, 그 이유는 말할 필요 없었다. 

"하하… 저, 정말 능력 없는 대장이네요. 저."

"아니죠, 정우가 힘낼 수 있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거예요. 전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윤재는 확신에 찬 눈으로 김만철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

사건으로 인한 긴급회의가 끝나고 김만철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임시거처로 돌아오자, 부대원들과 구조된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평소에는 그저 기뻤으나, 지금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주며 양민아가 있을 천막으로 들어가자, 아이를 돌보고 있던 양민아가 조금 고된 표정을 하면서도 힘을 내며 김만철을 바라봤다.

"어쭈, 대장 표정이 그러면 어떡해? 많이 혼났어?"

"혼나기는…."

"족제비 영역이기는 했잖아."

양민아도 그제야 감정적으로 굴었던 것을 반성하고 있었는지 괜히 올려 묶은 머리를 나뭇가지로 긁적였다. 

"서 부대장이 잘 처리해 줬어."

"좋은 사람 같더라."

"이런 곳에서 족제비를 보게 될 줄이야."

"왜 그래? 우리도 어엿한 까마귀라고!"

"그렇지."

영 시원찮아 보이는 김만철의 표정에 양민아 역시 걱정이 얼굴에 드리웠다. 

"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

"아니… 괜히… 정우에게 미안해서."

김만철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김만철은 대장으로 있기에 마음이 여리다. 언제나 출두할 때 몇 번씩이나 마음을 다잡는 것을 안다. 항상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정우를 보며 어떤 표정을 하는지 잘 알기에 

"대체 그 우락부락한 얼굴은 어디에다가 써먹으려고 이렇게 마음이 약한 거야!"

"윽! 우락부락하다니!"

옆구리를 쿡 찌르는 손에 김만철이 허리를 푹 숙였다. 

"우리는 전부 김만철 대장을 보고 힘내고 있다고, 그러니까 안 괜찮아도 항상 괜찮은 척해!"

"…… 그래. 그래야지."

"있지, 약속했잖아. 전쟁이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살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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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배고파요."⁠오랜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했더니, 박시온이 허리와 배를 움켜잡으며 어정쩡한 자세로 결국 불편을 토했다. 그 말을 듣던 이시안이 생각 보니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기차 안에서의 계란 한 알이 전부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뭐 먹을래?""아니, 이시안 씨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왜 맨날 내게만 물어봐?""난 물만 있어도 되는데."⁠이것이 '병기'의 위엄인가?박시온이 인상을 찌푸리며 괜한 소리를 했다면 툴툴거리며 기차역에서 나서자, 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태 왔던 도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운동화로 화려한 패턴의 바닥을 두드리자, 딱딱한 벽돌이 탁탁 소리를 내며 깔려있었다.어찌 되었든 촌구석보다야 낫겠지.박시온이 식당을 찾기 위해 한 발짝 내딛는 순간, '탕' 소리가 하늘에서 울렸다.⁠"악!"⁠동시에 자신의 팔을 강하게 당기는 힘에 이끌려 속절없이 이시안의 품에 묶였다.⁠"무, 뭐예요!"⁠당황스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진 박시온이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이시안의 팔 하나를 뿌리치지 못했다.⁠"떨어지지 마."⁠순식간에 빈 건물 사이로 몸을 숨긴 이시안은 날이 선 목소리로, 주위를 경계하는 눈빛을 했다. 지금 이렇게 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눈앞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대피하는 행동은 영화에서 보았고 분명 아까 들렸던 소리는 '총성'이 틀림없었다.총성이라는 단어를 인지하자 몸의 근육이 빳빳하게 팽창되는 기분 나쁜 고통이 몸을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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