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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퍽 서운했는지,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자리를 비운 것에 김정우를 보며 눈짓했고, 김정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김만철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이시안을 따라갔다.
"괜찮으세요?"
그리고 그제야 긴장을 푼 김만철이 온몸에 긴장을 풀어 축 늘어졌지만, 서윤재는 그런 시간 따위 없다는 듯이 주위의 정리를 지시했고, 후들거리는 김만철의 팔을 잡아 일으켰고 그 뒤의 양민아에게 고갯짓으로 이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눈짓했다. 그러자 양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울다 지친 아이를 끌어안고 까마귀 거처로 뛰어갔다.
"그…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아뇨, 이해해요. 오히려 이쪽이 죄송해요. 애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뻔해서…."
서윤재가 머리를 긁적였다.
"애가 지금 한참 예민해져 있어서…."
흡사 학교에서 싸운 아이들 때문에 호출당한 부모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서윤재 덕분에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 상황은 앞으로 여러모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다섯 부대 중에서 입김이 가장 강한 부대에 빚을 지게 된 셈이니 훗날이 심히 걱정됐다.
"하…."
김만철이 마른세수를 하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장님."
"네, 네?!"
괜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들켰을까?
화들짝 놀란 김만철이 자세를 고치자, 서윤재는 서류와 주위를 파악하며 말을 이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본부에서 '병기'를 가진 부대는 조금 더 많은 지원이 오잖아요?"
"그, 그렇죠…."
그것은 자신이 지금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 중 하나였다.
김정우가 없던 시절 힘없는 작은 부대 중 하나일 뿐인 부대가 김정우를 등에 업고 '까마귀'라는 이름을 달게 되어 다섯 부대로 묶이게 되었으니까.
"정우가 지원 물자에 항상 욕심을 많이 낸다고 하더라고요."
"네…?"
"정우 자체는 욕심이 없는 편인데, 유독 지원 물자에만 욕심을 내요."
서윤재의 의문은, 답을 알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김만철은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거 저만 아는 거니까, 다른 부대에는 비밀로 해주세요?"
서윤재가 이걸 말하는 이유는, 이시안이 까마귀 부대가 아이를 유달리 사람들을 보호하고 감싸는 것에 질색하고 예민하게 굴었던 이유를 에둘러 말한 것이다. 물론, 지금 까마귀 부대 임시거처 근처에 족제비부대 임시거처가 있는 이유가 8할이겠지만, 그 이유는 말할 필요 없었다.
"하하… 저, 정말 능력 없는 대장이네요. 저."
"아니죠, 정우가 힘낼 수 있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거예요. 전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윤재는 확신에 찬 눈으로 김만철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
사건으로 인한 긴급회의가 끝나고 김만철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임시거처로 돌아오자, 부대원들과 구조된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평소에는 그저 기뻤으나, 지금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주며 양민아가 있을 천막으로 들어가자, 아이를 돌보고 있던 양민아가 조금 고된 표정을 하면서도 힘을 내며 김만철을 바라봤다.
"어쭈, 대장 표정이 그러면 어떡해? 많이 혼났어?"
"혼나기는…."
"족제비 영역이기는 했잖아."
양민아도 그제야 감정적으로 굴었던 것을 반성하고 있었는지 괜히 올려 묶은 머리를 나뭇가지로 긁적였다.
"서 부대장이 잘 처리해 줬어."
"좋은 사람 같더라."
"이런 곳에서 족제비를 보게 될 줄이야."
"왜 그래? 우리도 어엿한 까마귀라고!"
"그렇지."
영 시원찮아 보이는 김만철의 표정에 양민아 역시 걱정이 얼굴에 드리웠다.
"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
"아니… 괜히… 정우에게 미안해서."
김만철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김만철은 대장으로 있기에 마음이 여리다. 언제나 출두할 때 몇 번씩이나 마음을 다잡는 것을 안다. 항상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정우를 보며 어떤 표정을 하는지 잘 알기에
"대체 그 우락부락한 얼굴은 어디에다가 써먹으려고 이렇게 마음이 약한 거야!"
"윽! 우락부락하다니!"
옆구리를 쿡 찌르는 손에 김만철이 허리를 푹 숙였다.
"우리는 전부 김만철 대장을 보고 힘내고 있다고, 그러니까 안 괜찮아도 항상 괜찮은 척해!"
"…… 그래. 그래야지."
"있지, 약속했잖아. 전쟁이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살아가자고."
백기석의 말에 이시안은 약간 화를 눌리는 듯 숨을 억눌러 쉬며 굳은 표정으로 술집을 나가고 나서야 오태성이 진이 빠진 듯이 한숨을 내쉬다,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미쳤어?! 그거 전부 실화?!""그래. 놀랍게도.""와, 미친… 하여간에 그 자식도 제정신이 아니야. 하긴! 원래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 짓을 하며 살았겠지! 그보다 그럼 저이시안은진짜 윤재희가 살린 거야!?""생체공학이라는 게 대단하기는 해?""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백기석이 턱을 문지르며 당당하던 마지막 윤재희를 얼굴을 떠올렸다. 그때의 윤재희는 자신의 계획이 틀릴 리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자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었다. 금방 죽을 녀석치고는 꽤 신이 나 말을 했다."뭐, 처음부터 끝까지 그 녀석이 다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 하지만 그 녀석이 없는 지금 생각해 봤자 우리 머리로는 답을 낼 수 없어. 그냥 받아들여.""와…와아…."오태성이 질색인 얼굴로 감탄 아닌 감탄만 하면 손에 쥐인 술병을 따고서 입으로 벌컥벌컥 쑤셔 넣었다."어차피 그건 '이시안'이고 그 애도 '박시온'으로 살아가고 있잖아."하지만 조금 우스웠다.박시온이란 이름에는 누가 봐도 이시안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나.백기석이 픽 웃으며 빈 술병을 휙 돌렸다.⌜ 너, 미쳤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인륜에어긋나는 행동이라고!!! ⌟⌜ 하하하, 기석아. 인륜을 저버리고 '병기'가 된 내게 하는 말이야? ⌟백기석이 빙빙 도는 술병을
"적진이 내부 분열로 소동이 일어날 즘에, 이쪽도 '병기'들과 병기기의 부대들이 본부와 상관없이 각개 행동하기 시작했어. 윤재희의 짓이지.""그때 진짜 웃겼는데.""본부는 항복선언을 하는 적을 아예 뭉개버릴 방법이 없던 거야. 그래서 어영부영 전쟁이 끝나버린 한심하고 웃긴 이야기지."백기석의 말에 이시안은 아무런 반응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고, 그 모습에 오태성이 괜히 또 날뛸까 긴장되어 백기석의 옆에 찰싹 붙어 침을 꿀꺽 삼켰다.이상했다. 자신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이는 이시안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움직임 하나, 눈짓 하나하나가 무서웠다. 허술해 보이고 쉬워 보이지만 카리스마 있던 윤재이와는 다른 조금 더 날 것의 모습이었다.이런 여자를 '귀여운 여동생'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었다.반대로 이시안은 골치 아팠다.백기석의 말은 신뢰할 수 있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지금 당장은 믿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저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신뢰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았다."그렇게 전쟁의 잔해를 정리하는 와중에, 박도윤이 족제비에 연락을 했나 봐. 너를 찾지 못했다고. 너를 찾고 돌아가겠다고. 그래서 족제비는 너의 추적을 멈췄는데, 윤재희는 멈추지 않았지. 그리고 그때쯤이었을 거야, 갑자기 사람처럼 생긴 무언가가 오직 '병기'만을 노렸지.""……… 그게 지금 애들 꼴이랑 관련 있어?""그래.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호랑이의 김상팔 씨는 자폭을 시도한 것에서 겨우 떨어져 나왔다고 들었고, 독사의 정안용은 독 때문에 썩어 들어간 팔을 도려내는 것으로 살아남았고 까마귀의 김정우는 다리의 신경을 잘린
긴장감이 맴도는 대치 속에 박도윤의 손아귀의 힘이 점점 빠졌다. 중장이 그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발길질을 하자, 미처 피하지 못한 박도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떨어진 총을 여유롭게 줍고 박도윤에게 총을 쏘기 직전, 문을 뚫고 쇠창살이 날아오더니 그대로 중장의 어깨에 박혔다.한 박자 늦게 느껴진 고통에 중장이 소리를 지르며 중장은 그대로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는 팔을 부여잡고 정신을 잃은 듯해 보였다.박도윤이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 중장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자, 그토록 보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얼굴과 목소리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시, 시안아…!"이시안이 숨을 몰아쉬며 박도윤에게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이미 어디선가 한바탕 하고 온 건지 피를 뒤집어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난 이시안의 상태에 놀라 박도윤이 굳어버렸다. 박도윤의 목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 대답할 정신도 없는 건지 이성을 잃은 건지 이미 쓰러진 중장을 완전히 죽일 기세로 다가가서는 어깨에 꽂힌 쇠창살을 빼내 팔을 끊어버릴 기세로 몇 번이나 쑤시는 모습에 바닥에는 중장의 피가 흥건했다.비릿한 피 냄새가 코에 들어와 구역감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성을 잃고 고양된 이시안에 겁이 났다. 마른침만 삼킬 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와, 뭐야? 제물을 받칠 필요도 없겠는데?""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잘도 나오네요."주 학이 최윤수를 노려보며 말을 잇자, 최윤수는 장난기가 어린 목소리와 달리 심각한 얼굴로 주 학에게 물었다."그보다 저거, 말릴 수 있어?"주 학이 이미 시체를 다지는 수준까지 간 이시안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젓자, 최윤수가 곤란하다는 듯이 모
"어라~?! 뭐야, 그 상처?!"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온 최윤수가 자신이 보지 못한 20시간 안에 생채기가 생겨 있는 박도윤의 얼굴을 보며 기겁하는 얼굴로 입술이 터진 턱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퉁명스러운 얼굴로 턱 끝에 힘을 줬다."하, 내가 그~ 렇게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손을 댔다는 건가? 신종 자살법? 누가 그랬어? 그놈을 잡아다가 제물로 바쳐버려야겠어.""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아니, 큰일 아냐? 우리는 다른 '병기'처럼 걔를 말릴 수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멀쩡하면, 괜찮다고 하면 될 거예요…… 아마."박도윤의 확신 없는 말이지만, 최윤수는 그럴듯한 발언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뭐… 그럼 그 말만 믿고, 안심합니다? 상황이 오면 제대로 말려 줘야 해?""………?""이런 박도윤도 보기와 달리 둔하네~ 이시안이 오고 있다는 말이었는데."최윤수의 말에 박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혼자요?""아니, 뭐 혼자는 아니야."그 말에, 이 상황에서 위쪽에서 고문하려고 같이 오는 건가 싶어 짜증이 나는 자신도 참 구제 불능이었다.하지만 싫은 건 싫은 것이었다."이제 곧 전쟁은 끝날 거야."게다가 무엇을 믿고 저런 말을 확신하는 건지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특히 다른 무엇보다 결국 자신을 구하러 오는 이시안이 기쁘면서 걱정되고 불안했다."그보다 정말로 순수한 호기심인데.""……….""'병기'는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거~ 아시잖아요? 이 녀석 건들면 '병기'가 미쳐 날뛴다는 거.""흥, 애초에 잠적한 녀석이 어떻게 날뛴다는 거지?""애초에 잠적한 것도 계획일지도 모르잖아요?"최윤수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솔직히 일리는 있는 말이기에 그 말처럼 괜히 더 건드렸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병기를 제압할 자신도, 죽일 자신도 없었기에 괜히 헛기침하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실루엣이 완전히 사라지자, 최윤수가 각 잡은 자세를 풀고, 묶인 박도윤의 옆에 널브러져 앉아 물을 술처럼 꿀꺽꿀꺽 마셨다."크~ 정말이지 썩은 내가 진동하지? 너희 쪽도 이래?""…… 당신, 이러고 있어도 돼요?"박도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말처럼 병기를 경계한다고 한들, 자신은 입질로 잡힌 입장이고 위쪽에서 고문하려고 하면 꼭 이 남자, 최윤수가 나타나 그것을 막았다. 족제비 부대의 대장인 서윤재와 같은 위치로. 보이는 이런 식으로 계속 나타나 방해한다면 최윤수의 자리도 곤란해질 것이고, 실제로 이미. 꽤 눈총을 받는 듯해 보였다.그런 박도윤의 시선을 읽은 듯이 최윤수는 끅끅 웃음을 흘렸다."아니 뭐~ 혹시 몰라? 나중에 병기가 쳐들어오더라도 네가 멀쩡하면 내 목숨은 살려 줄지.""시안이를 뭐로 보는 거야.""뭐로 보긴, 살인 기계 '병기'로 보지."반박하고 싶었다.그런 애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박도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강하게 입술을 씹자, 비린 피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인수가 이시안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애꿎은 첩보원만 찾았다지 뭐야. 너도 알아? 이렇게. 생겼다던
*****"윤 형! 나는 못해! 안 해!"정안용이 평소의 장난기를 싹 버리고 굳은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 버티며 말하는 모습을 윤재이는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있자, 김정우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듯이 그 옆에 묵묵히 앉아 윤재이를 올려봤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김상팔도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동의하는 듯 입을 꾹 닫고 있었다."지금 그게 말인가!? 반역을꾀하고있을지도 모르니 찾으면죽이라고!? 웃기고 있네! 그리고 뭐?! 박도윤도 버리자고?? 진짜 죽고 싶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그냥 내가 확 죽여버릴까!?""애초에 가능할지…."윤재이는한참아무 말도없다 결국 제 화에못 이겨괜히 바닥을 부수는정안용을바라보며 싱긋미소 지었다."너네야 말로, 그 행동이 반역이야.""아니!!! 아는데,시안이가반역자일 리가없잖아!! 실컷부려 먹을 대로부려 먹고!! 개돼지 자식들!!! 그보다 리더는 그런 말을 들었는데 아무 말도안 했어!? 나였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였을 거야!!!""그래서 리더가 가는 거겠죠.""아주 가끔 맞는 말을 하는 막내는 좀 맞아야겠다!!!"정안용이 괜히 옆에 있는 김정우의 볼을 뜯을 듯이 잡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김상팔이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한 윤재이를 바라봤다. 평소라면 지금쯤 가장 시끄러워야 할 윤재이가 가장 조용하다는 것이 퍽 이상했다."그래서, 넌 그 명령을 따를 생각인가?""하아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