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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면 되잖아. 이걸 못 죽일 이유가 있어?"
날카로운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김정우의 머리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시안의 행동이 잘못되거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병기'가 된 이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겪은 결과로 증명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망설이는 이유는….
"아직 어린아이잖아!"
겨우 10살 정도로 보이는 다친 어린아이 앞에서 고개를 저으며 이시안을 가로막는 김만철과 양민아를 보고 설득할 마음도 강하게 밀고 갈 마음도 꺾였다. 하필이면 이럴 때 결단을 내려 줄 수 있는 윤재이나 한태산도 없다.
"저,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요…!! 그, 그냥 갑자기…! 누가 절 죽이려고 해서…!"
아이가 겁에 질려 울면서 상황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눈물에 목이 막혀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눈앞에 나이프를 쥐고 있는 이시안의 눈에 겁을 잔뜩 먹은 상태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시안!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 아이는 정말로 산속에 있던 아이야! 우리 부대 아이가 조사를 끝내고 처리해도 늦지 않아!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이 아이가 정말로 아무 상관없는 아이라면, 괜히 죄 없는 아이를 죽이게 되는 거라고!"
양민아의 말에 이시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연기가 자욱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게 뭐 어때서?"
"하! 너, 정말…!!! 살인 기계가 될 셈이야?!"
"양민아!"
"방해할 거면 비켜."
이시안이 자신의 팔을 잡은 김정우를 밀치고 앞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양민아는 재빠르게 뛰어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김만철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면서도 양팔을 벌려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이시안은 까마귀 부대의 대장과 부대장 직책을 맡은 주제에 이렇게나 무른 두 사람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나는 듯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까마귀는 고아원이라도 차릴 셈이야?"
김만철의 머리는 아득했다.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앳적에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같은 '병기'인 김정우가 있지만 김정우는 아마, 아니 분명 이시안을 말리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도 어렴풋이 이시안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를 보니 도저히 넘겨줄 수 없었다.
"그 애도 운 좋으면 정우처럼 될 거라 생각해?"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을 구하는 게 아니야!"
"누님, 제가 책임지고 감시하겠습니다. 적어도 리더가 올 때까지는…."
"재이가 오기 전에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땐 제가…."
"그땐 늦어."
이시안이 시퍼렇게 뜬 눈으로 손가락으로 김정우의 가슴팍을 꾹 누르며 말을 하자, 김정우가 입을 꾹 닫았다. 며칠 전에 족제비 부대가 습격받은 이후로 몹시 예민해진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상태라면 윤재이가 와도 말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비켜."
김정우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뜻은 아무래도 김정우도 은연중에 이시안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에 나타나는 행동일 것이다. 자신들의 위해 싸우는 김정우를 더 이상 곤란하게 할 수 없었다.
"하여간에, 이런 판단도 제대로 안되는 거 보면 대장으로서 자격이… 웁!"
이시안이 짜증이 가득한 말을 다 뱉기도 전에, 누군가의 손이 그 입을 틀어막았다.
"아하하….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우리 애가 말이 좀 그렇죠? 못 배워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서 부대장님."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나타난 것은 당시 족제비부대의 부대장인 서윤재였다.
"응응, 오랜만이야. 정우야. 우리 애 때문에 고생이네~ 미안해."
아무렇지 않게 족제비 병기를 제압한 서윤재를 보고 놀란 까마귀 부대의 시선에 서윤재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보기 힘든 족제비 부대의 그것도 부대장을 직접 본 김만철이 딱딱하게 굳은 채로 인사를 하자,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서윤재는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 틈을 메우는 카리스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너는 좀 유하게 말하라고 했지? 왜 같은 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바보 같은 짓을…."
"바보 같다고 하지 마. 사람 목숨을 구하는데,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어?"
병기가 잔소리를 듣고 있다.
병기가 혼나고 있다.
신선한 모습에 모두 숨죽이며 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윤재는 같은 부대 소속인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냐?!"
"뭐? 어디서 그런 편 가르는 못된 걸 배웠어? 누구야? 안용이니?"
"저, 저기! 두 분 진정…!"
결국 서윤재를 따라온 대원들이 말리기까지 이르렀다.
"몰라!!! 서윤재 따위는!!!"
백기석의 말에 이시안은 약간 화를 눌리는 듯 숨을 억눌러 쉬며 굳은 표정으로 술집을 나가고 나서야 오태성이 진이 빠진 듯이 한숨을 내쉬다,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미쳤어?! 그거 전부 실화?!""그래. 놀랍게도.""와, 미친… 하여간에 그 자식도 제정신이 아니야. 하긴! 원래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 짓을 하며 살았겠지! 그보다 그럼 저이시안은진짜 윤재희가 살린 거야!?""생체공학이라는 게 대단하기는 해?""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백기석이 턱을 문지르며 당당하던 마지막 윤재희를 얼굴을 떠올렸다. 그때의 윤재희는 자신의 계획이 틀릴 리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자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었다. 금방 죽을 녀석치고는 꽤 신이 나 말을 했다."뭐, 처음부터 끝까지 그 녀석이 다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 하지만 그 녀석이 없는 지금 생각해 봤자 우리 머리로는 답을 낼 수 없어. 그냥 받아들여.""와…와아…."오태성이 질색인 얼굴로 감탄 아닌 감탄만 하면 손에 쥐인 술병을 따고서 입으로 벌컥벌컥 쑤셔 넣었다."어차피 그건 '이시안'이고 그 애도 '박시온'으로 살아가고 있잖아."하지만 조금 우스웠다.박시온이란 이름에는 누가 봐도 이시안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나.백기석이 픽 웃으며 빈 술병을 휙 돌렸다.⌜ 너, 미쳤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인륜에어긋나는 행동이라고!!! ⌟⌜ 하하하, 기석아. 인륜을 저버리고 '병기'가 된 내게 하는 말이야? ⌟백기석이 빙빙 도는 술병을
"적진이 내부 분열로 소동이 일어날 즘에, 이쪽도 '병기'들과 병기기의 부대들이 본부와 상관없이 각개 행동하기 시작했어. 윤재희의 짓이지.""그때 진짜 웃겼는데.""본부는 항복선언을 하는 적을 아예 뭉개버릴 방법이 없던 거야. 그래서 어영부영 전쟁이 끝나버린 한심하고 웃긴 이야기지."백기석의 말에 이시안은 아무런 반응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고, 그 모습에 오태성이 괜히 또 날뛸까 긴장되어 백기석의 옆에 찰싹 붙어 침을 꿀꺽 삼켰다.이상했다. 자신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이는 이시안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움직임 하나, 눈짓 하나하나가 무서웠다. 허술해 보이고 쉬워 보이지만 카리스마 있던 윤재이와는 다른 조금 더 날 것의 모습이었다.이런 여자를 '귀여운 여동생'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었다.반대로 이시안은 골치 아팠다.백기석의 말은 신뢰할 수 있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지금 당장은 믿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저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신뢰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았다."그렇게 전쟁의 잔해를 정리하는 와중에, 박도윤이 족제비에 연락을 했나 봐. 너를 찾지 못했다고. 너를 찾고 돌아가겠다고. 그래서 족제비는 너의 추적을 멈췄는데, 윤재희는 멈추지 않았지. 그리고 그때쯤이었을 거야, 갑자기 사람처럼 생긴 무언가가 오직 '병기'만을 노렸지.""……… 그게 지금 애들 꼴이랑 관련 있어?""그래.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호랑이의 김상팔 씨는 자폭을 시도한 것에서 겨우 떨어져 나왔다고 들었고, 독사의 정안용은 독 때문에 썩어 들어간 팔을 도려내는 것으로 살아남았고 까마귀의 김정우는 다리의 신경을 잘린
긴장감이 맴도는 대치 속에 박도윤의 손아귀의 힘이 점점 빠졌다. 중장이 그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발길질을 하자, 미처 피하지 못한 박도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떨어진 총을 여유롭게 줍고 박도윤에게 총을 쏘기 직전, 문을 뚫고 쇠창살이 날아오더니 그대로 중장의 어깨에 박혔다.한 박자 늦게 느껴진 고통에 중장이 소리를 지르며 중장은 그대로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는 팔을 부여잡고 정신을 잃은 듯해 보였다.박도윤이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 중장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자, 그토록 보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얼굴과 목소리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시, 시안아…!"이시안이 숨을 몰아쉬며 박도윤에게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이미 어디선가 한바탕 하고 온 건지 피를 뒤집어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난 이시안의 상태에 놀라 박도윤이 굳어버렸다. 박도윤의 목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 대답할 정신도 없는 건지 이성을 잃은 건지 이미 쓰러진 중장을 완전히 죽일 기세로 다가가서는 어깨에 꽂힌 쇠창살을 빼내 팔을 끊어버릴 기세로 몇 번이나 쑤시는 모습에 바닥에는 중장의 피가 흥건했다.비릿한 피 냄새가 코에 들어와 구역감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성을 잃고 고양된 이시안에 겁이 났다. 마른침만 삼킬 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와, 뭐야? 제물을 받칠 필요도 없겠는데?""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잘도 나오네요."주 학이 최윤수를 노려보며 말을 잇자, 최윤수는 장난기가 어린 목소리와 달리 심각한 얼굴로 주 학에게 물었다."그보다 저거, 말릴 수 있어?"주 학이 이미 시체를 다지는 수준까지 간 이시안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젓자, 최윤수가 곤란하다는 듯이 모
"어라~?! 뭐야, 그 상처?!"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온 최윤수가 자신이 보지 못한 20시간 안에 생채기가 생겨 있는 박도윤의 얼굴을 보며 기겁하는 얼굴로 입술이 터진 턱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퉁명스러운 얼굴로 턱 끝에 힘을 줬다."하, 내가 그~ 렇게 손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손을 댔다는 건가? 신종 자살법? 누가 그랬어? 그놈을 잡아다가 제물로 바쳐버려야겠어.""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아니, 큰일 아냐? 우리는 다른 '병기'처럼 걔를 말릴 수 없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멀쩡하면, 괜찮다고 하면 될 거예요…… 아마."박도윤의 확신 없는 말이지만, 최윤수는 그럴듯한 발언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뭐… 그럼 그 말만 믿고, 안심합니다? 상황이 오면 제대로 말려 줘야 해?""………?""이런 박도윤도 보기와 달리 둔하네~ 이시안이 오고 있다는 말이었는데."최윤수의 말에 박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혼자요?""아니, 뭐 혼자는 아니야."그 말에, 이 상황에서 위쪽에서 고문하려고 같이 오는 건가 싶어 짜증이 나는 자신도 참 구제 불능이었다.하지만 싫은 건 싫은 것이었다."이제 곧 전쟁은 끝날 거야."게다가 무엇을 믿고 저런 말을 확신하는 건지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특히 다른 무엇보다 결국 자신을 구하러 오는 이시안이 기쁘면서 걱정되고 불안했다."그보다 정말로 순수한 호기심인데.""……….""'병기'는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거~ 아시잖아요? 이 녀석 건들면 '병기'가 미쳐 날뛴다는 거.""흥, 애초에 잠적한 녀석이 어떻게 날뛴다는 거지?""애초에 잠적한 것도 계획일지도 모르잖아요?"최윤수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솔직히 일리는 있는 말이기에 그 말처럼 괜히 더 건드렸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병기를 제압할 자신도, 죽일 자신도 없었기에 괜히 헛기침하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실루엣이 완전히 사라지자, 최윤수가 각 잡은 자세를 풀고, 묶인 박도윤의 옆에 널브러져 앉아 물을 술처럼 꿀꺽꿀꺽 마셨다."크~ 정말이지 썩은 내가 진동하지? 너희 쪽도 이래?""…… 당신, 이러고 있어도 돼요?"박도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말처럼 병기를 경계한다고 한들, 자신은 입질로 잡힌 입장이고 위쪽에서 고문하려고 하면 꼭 이 남자, 최윤수가 나타나 그것을 막았다. 족제비 부대의 대장인 서윤재와 같은 위치로. 보이는 이런 식으로 계속 나타나 방해한다면 최윤수의 자리도 곤란해질 것이고, 실제로 이미. 꽤 눈총을 받는 듯해 보였다.그런 박도윤의 시선을 읽은 듯이 최윤수는 끅끅 웃음을 흘렸다."아니 뭐~ 혹시 몰라? 나중에 병기가 쳐들어오더라도 네가 멀쩡하면 내 목숨은 살려 줄지.""시안이를 뭐로 보는 거야.""뭐로 보긴, 살인 기계 '병기'로 보지."반박하고 싶었다.그런 애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박도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강하게 입술을 씹자, 비린 피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인수가 이시안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애꿎은 첩보원만 찾았다지 뭐야. 너도 알아? 이렇게. 생겼다던
*****"윤 형! 나는 못해! 안 해!"정안용이 평소의 장난기를 싹 버리고 굳은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 버티며 말하는 모습을 윤재이는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있자, 김정우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듯이 그 옆에 묵묵히 앉아 윤재이를 올려봤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김상팔도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동의하는 듯 입을 꾹 닫고 있었다."지금 그게 말인가!? 반역을꾀하고있을지도 모르니 찾으면죽이라고!? 웃기고 있네! 그리고 뭐?! 박도윤도 버리자고?? 진짜 죽고 싶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그냥 내가 확 죽여버릴까!?""애초에 가능할지…."윤재이는한참아무 말도없다 결국 제 화에못 이겨괜히 바닥을 부수는정안용을바라보며 싱긋미소 지었다."너네야 말로, 그 행동이 반역이야.""아니!!! 아는데,시안이가반역자일 리가없잖아!! 실컷부려 먹을 대로부려 먹고!! 개돼지 자식들!!! 그보다 리더는 그런 말을 들었는데 아무 말도안 했어!? 나였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였을 거야!!!""그래서 리더가 가는 거겠죠.""아주 가끔 맞는 말을 하는 막내는 좀 맞아야겠다!!!"정안용이 괜히 옆에 있는 김정우의 볼을 뜯을 듯이 잡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김상팔이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한 윤재이를 바라봤다. 평소라면 지금쯤 가장 시끄러워야 할 윤재이가 가장 조용하다는 것이 퍽 이상했다."그래서, 넌 그 명령을 따를 생각인가?""하아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