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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물과 기름. (1)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9-13 19:00:12

*****

⁠⁠

"죽이면 되잖아. 이걸 못 죽일 이유가 있어?"

날카로운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김정우의 머리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시안의 행동이 잘못되거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병기'가 된 이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겪은 결과로 증명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망설이는 이유는….

"아직 어린아이잖아!"

겨우 10살 정도로 보이는 다친 어린아이 앞에서 고개를 저으며 이시안을 가로막는 김만철과 양민아를 보고 설득할 마음도 강하게 밀고 갈 마음도 꺾였다. 하필이면 이럴 때 결단을 내려 줄 수 있는 윤재이나 한태산도 없다. 

"저,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요…!! 그, 그냥 갑자기…! 누가 절 죽이려고 해서…!"

아이가 겁에 질려 울면서 상황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눈물에 목이 막혀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눈앞에 나이프를 쥐고 있는 이시안의 눈에 겁을 잔뜩 먹은 상태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시안!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 아이는 정말로 산속에 있던 아이야! 우리 부대 아이가 조사를 끝내고 처리해도 늦지 않아!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이 아이가 정말로 아무 상관없는 아이라면, 괜히 죄 없는 아이를 죽이게 되는 거라고!"

양민아의 말에 이시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연기가 자욱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게 뭐 어때서?"

"하! 너, 정말…!!! 살인 기계가 될 셈이야?!"

"양민아!"

"방해할 거면 비켜."

이시안이 자신의 팔을 잡은 김정우를 밀치고 앞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양민아는 재빠르게 뛰어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김만철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면서도 양팔을 벌려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이시안은 까마귀 부대의 대장과 부대장 직책을 맡은 주제에 이렇게나 무른 두 사람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나는 듯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까마귀는 고아원이라도 차릴 셈이야?"

김만철의 머리는 아득했다.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앳적에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같은 '병기'인 김정우가 있지만 김정우는 아마, 아니 분명 이시안을 말리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도 어렴풋이 이시안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를 보니 도저히 넘겨줄 수 없었다. 

"그 애도 운 좋으면 정우처럼 될 거라 생각해?"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을 구하는 게 아니야!"

"누님, 제가 책임지고 감시하겠습니다. 적어도 리더가 올 때까지는…."

"재이가 오기 전에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땐 제가…."

"그땐 늦어."

이시안이 시퍼렇게 뜬 눈으로 손가락으로 김정우의 가슴팍을 꾹 누르며 말을 하자, 김정우가 입을 꾹 닫았다. 며칠 전에 족제비 부대가 습격받은 이후로 몹시 예민해진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상태라면 윤재이가 와도 말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비켜."

김정우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뜻은 아무래도 김정우도 은연중에 이시안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에 나타나는 행동일 것이다. 자신들의 위해 싸우는 김정우를 더 이상 곤란하게 할 수 없었다. 

"하여간에, 이런 판단도 제대로 안되는 거 보면 대장으로서 자격이… 웁!"

이시안이 짜증이 가득한 말을 다 뱉기도 전에, 누군가의 손이 그 입을 틀어막았다. 

"아하하….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우리 애가 말이 좀 그렇죠? 못 배워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서 부대장님."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나타난 것은 당시 족제비부대의 부대장인 서윤재였다. 

"응응, 오랜만이야. 정우야. 우리 애 때문에 고생이네~ 미안해."

아무렇지 않게 족제비 병기를 제압한 서윤재를 보고 놀란 까마귀 부대의 시선에 서윤재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보기 힘든 족제비 부대의 그것도 부대장을 직접 본 김만철이 딱딱하게 굳은 채로 인사를 하자,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서윤재는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 틈을 메우는 카리스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너는 좀 유하게 말하라고 했지? 왜 같은 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바보 같은 짓을…."

"바보 같다고 하지 마. 사람 목숨을 구하는데,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어?"

병기가 잔소리를 듣고 있다. 

병기가 혼나고 있다. 

신선한 모습에 모두 숨죽이며 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윤재는 같은 부대 소속인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냐?!"

"뭐? 어디서 그런 편 가르는 못된 걸 배웠어? 누구야? 안용이니?"

"저, 저기! 두 분 진정…!"

결국 서윤재를 따라온 대원들이 말리기까지 이르렀다. 

"몰라!!! 서윤재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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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휘둥그레지며 저도 모르게 멈춘 이시안을 끌어안아 멈춘 박시온이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온몸이 떨린 채로 이시안의 손을 강하게 때려 총을 떨어뜨리게 했다. 이번에는 쉽사리 총을 떨어뜨린 이시안이 의아함에 눈만 깜빡이며 그 자리에 멈춰 아무 말 하지 않았다.⁠"너… 왜 여기 있어?""미쳤어요!? 살인자가 될 거야!?""뭐?"⁠이시안은 이 상황이 그저 의아했다.그것은 주위를 둘러싼 경찰도, 사건을 벌이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이시안은 그저 날뛰고 있는 것을 제거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잘못됐는지,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중년의 남성은 자신에게 쏠렸던 관심을 뺏기자 분한 건지, 인질의 머리에 처박혀 있던 총구를 박시온으로 향해서는 망설임 없이 쐈다.'탕'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울린 총성에 박시온이 눈을 질끈 감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윽…!?"⁠그리고 박시온이 눈을 뜨자, 이시안의 오른쪽 어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이, 이시안 씨!"⁠놀랐다.병기가 피를 흘리고 있다.이시안이 피를 흘리고 있다.순간 박시온의 머리에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김만철의 말이 스쳐 지나가며 당황스럽게 이시안을 끌어안아 자신의 옷으로 피를 감쌌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괘, 괜찮아요!?"⁠자신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게다가 이런 상처는, 이런 피는 처음 본다.

  • 아빠의 여자친구   18. 중앙구.

    ⁠⁠⁠"으으… 배고파요."⁠오랜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했더니, 박시온이 허리와 배를 움켜잡으며 어정쩡한 자세로 결국 불편을 토했다. 그 말을 듣던 이시안이 생각 보니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기차 안에서의 계란 한 알이 전부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뭐 먹을래?""아니, 이시안 씨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왜 맨날 내게만 물어봐?""난 물만 있어도 되는데."⁠이것이 '병기'의 위엄인가?박시온이 인상을 찌푸리며 괜한 소리를 했다면 툴툴거리며 기차역에서 나서자, 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태 왔던 도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운동화로 화려한 패턴의 바닥을 두드리자, 딱딱한 벽돌이 탁탁 소리를 내며 깔려있었다.어찌 되었든 촌구석보다야 낫겠지.박시온이 식당을 찾기 위해 한 발짝 내딛는 순간, '탕' 소리가 하늘에서 울렸다.⁠"악!"⁠동시에 자신의 팔을 강하게 당기는 힘에 이끌려 속절없이 이시안의 품에 묶였다.⁠"무, 뭐예요!"⁠당황스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진 박시온이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이시안의 팔 하나를 뿌리치지 못했다.⁠"떨어지지 마."⁠순식간에 빈 건물 사이로 몸을 숨긴 이시안은 날이 선 목소리로, 주위를 경계하는 눈빛을 했다. 지금 이렇게 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눈앞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대피하는 행동은 영화에서 보았고 분명 아까 들렸던 소리는 '총성'이 틀림없었다.총성이라는 단어를 인지하자 몸의 근육이 빳빳하게 팽창되는 기분 나쁜 고통이 몸을 지배

  • 아빠의 여자친구   17. 소문의 그 남자.

    ⁠⁠⁠김정우가 김만철의 앞을 막아섰다.때에 따라서 어떤 형태의 불똥이 튈지 몰랐다.아직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병기는 봐주는것 따위는없었다. 달려드는 아이의 목덜미를 낚아채 그대로 꺾어버렸지만, 훈련받은 아이의 몸에는 폭탄이 있던 건지 고통을느낄 새도없이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그대로 터져버렸다.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어린아이의 몸이터진 거다. 온 사방으로 흩어진 진득한 피와 함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시신과, 정면에서의 화상은피한 건지칼에 관통당한 손바닥에서 칼과 함께 떨어진 시체의 팔을 보며 혀를 강하게 찼다.⁠"후…."⁠김만철의 위치와이시안의위치 사이의거리는 꽤 멀었다.그런데도정확히 살기가 담긴이시안의눈과 마주친 김만철이 속이 뒤틀리는 느낌과 그 살의에 눌려 체면을 생각하지 못하고 토악질을 했다.그 모습에 김정우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김만철의 앞을 더욱 막아 감싸며이시안을바라보고 있었다.⁠"누님, 부대에 피해는 없습니다.""… 부상자 셋. 거기에서윤재가있었어. 죽었다면?"⁠그 당시김만철은이시안을잘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평소 김정우를 어떻게 대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저이시안은그 김정우에게도 살의를 내뿜고 있었다. 이 상태는 위험하다는 신호인지 김정우도 긴장한 채로 마른침을 삼키며 언제든지반격 태세를할 수 있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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