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비담
주영도는 노윤환이 사 온 목걸이를 들고 집으로 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서야 강루인이 출장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루인이 평소에도 출장을 가는 경우가 있었기에 주영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홀로 저녁을 먹었다.

다 먹은 후 습관적으로 냅킨을 받으려다가 강루인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직접 냅킨을 챙겼다.

주영도가 물었다.

“언제 돌아온다고 하던가요?”

그러자 진경자가 대답했다.

“그런 말씀은 없으셨어요.”

전에는 출장을 갈 때마다 스케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는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주영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시각 강루인은 홀로 저녁을 먹고 쓰레기를 치운 다음 씻고 침대에 누웠다.

새로운 침대와 새로운 잠자리였지만 강루인은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밤새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

다음 날 강루인은 오전에 출근하지 않고 할머니 이수희를 보러 병원에 갔다.

이수희는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병에 걸려 매일 비싼 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었기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텼다.

강루인을 보자마자 이수희는 매우 기뻐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 혹시 주씨 가문 사람들이 못살게 굴어?”

강루인이 웃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시댁 식구들 저한테 다 잘해주세요.”

이수희가 또 말했다.

“속상한 일 있으면 할머니한테 말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그녀는 손녀가 힘든 일이 있으면 속으로 삼키는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강씨 가문이 강루인에게 미안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과거 주영도의 액땜 신부가 되는 것에 대해 이수희는 계속 반대했었지만 발언권이 별로 없었던 터라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강루인이 복이 많아 과부가 되진 않았다.

강루인이 말했다.

“속상한 일이 없어요, 할머니.”

주영도와 결혼한 걸 강루인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주영도에게 시집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혼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녀의 자발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병원을 나서기 전 주영도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전화가 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마 함지율이 보낸 이혼 합의서를 받았을 것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주영도가 따지듯 물었다.

“지금 어디야?”

강루인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할 말만 했다.

“합의서에 사인했어?”

“대체 언제까지 억지 부릴 거야?”

주영도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가득했다. 강루인이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바로 법원에 가서 이혼 신청하면 되겠네.”

휴대폰 너머 주영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소리만 들어도 그의 분노가 느껴지는 듯했다.

‘강루인, 대단하다, 너? 감히 날 이렇게까지 화나게 해?’

몇 초 후 주영도는 평정심을 되찾고 차분하게 물었다.

“대체 어디야?”

강루인은 그와 순조롭게 이혼하고 싶었던 터라 더 도발하지 않고 주소를 알려줬다.

30분 후 주영도의 차가 병원 앞에 멈춰 섰다.

강루인이 문을 열고 차에 타자마자 주영도가 물었다.

“할머니는 요즘 좀 어떠셔?”

그녀가 말했다.

“구아정 씨가 영도 씨 다리에 족쇄라도 채워놨어?”

다시 말해 직접 할머니를 보러 가라는 뜻이었다.

주영도는 그녀를 싸늘하게 쏘아보며 심문하듯 물었다.

“어젯밤에는 어디서 잤어? 왜 안 들어온 건데?”

그녀가 출장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영도 씨가 외박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까먹었어? 영도 씨는 마음대로 외박해도 되고 난 안 된다는 말이야?’

강루인이 말했다.

“난 영도 씨처럼 부도덕한 사람이 아니야. 이혼하기 전에는 바람을 피우지 않아.”

질투심에 휩싸인 강루인의 모습에 주영도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아무도 주씨 가문 사모님의 자리를 흔들 수 없어.”

‘그 말은 와이프는 집에 두고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겠다는 뜻이야?’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집에 들어와.”

강루인이 거절하기도 전에 주영도가 제멋대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본가로 오라고 하셨어.”

그 말에 강루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혼하기 전에 시어머니의 귀에 들어가면 괜히 번거로운 일만 늘어날 뿐이었다.

안북의 주씨 저택.

주씨 가문은 안북에서 역사가 유구한 가문이라 세력이 어마무시했다.

주영도는 첫째의 자식이었고 그 외에 둘째와 셋째의 자식들, 그리고 방계도 매우 많았다.

현재 주씨 가문의 실세는 여전히 주영도의 할아버지인 주세웅이었다.

그들이 지금 가는 집은 주영도의 어머니 댁이었다.

주영도의 아버지는 5년 전 주영도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제 이 집에 남은 남자라곤 주영도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여자였다.

하여 저승의 문턱까지 간 주영도를 구한 강루인을 시어머니가 이렇게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하도 중요하게 여겨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들을 낳게 해주는 약부터 들이밀었다.

시어머니 박정금이 말했다.

“이건 내가 만항시에서 구해온 비법인데 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하더구나. 따뜻할 때 먹어.”

도우미가 약을 건넨 순간 코를 찌르는 냄새에 강루인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런 약을 먹는 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들이 합방한 첫날부터 박정금은 손자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4년 반이나 이어졌다. 강루인의 사주가 좋지 않았다면 결혼한 첫해에 바로 쫓겨났을 것이다.

그동안 애타게 기다린 사람이 박정금만은 아니었다. 강루인 또한 주영도와 혈연으로 이어진 아이를 갖기를 간절히 바랐다.

시간이 지나면 진심이 통할 거라고, 아이가 생기면 유대감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실망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 사이에는 진심이 없었다. 그리고 싫어하는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젠 강루인도 주영도의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강루인은 몸을 옆으로 피하면서 주영도를 쳐다보았다. 그가 대신 거절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주영도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코트를 벗는 데만 집중했다.

강루인이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어머님, 저 감기약을 먹어서 다른 약을 함부로 먹으면 안 돼요.”

그러자 박정금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감기 걸렸어?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게 다 네 몸이 약한 탓이야. 다시 들어와서 살아. 용주 아주머니한테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해달라고 할게. 몸이 건강해져야 아이도 잘 낳지. 너도 이젠 28살이야. 조금만 더 지나면 고령 임산부가 된다고.”

그러고는 주영도를 쳐다보자 주영도가 말했다.

“전 아무 문제 없어요.”

강루인은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와서 효자인 척하는 거야? 이혼까지 생각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다시 불구덩이에 들어가?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었다고.’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9화

    신부 대기실을 나온 주승우는 곧장 연회장으로 향하지 않았다.그는 그대로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스토커처럼 밖에서 지키고 있는 주영도를 찾아갔다.결혼식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주영도는 차 문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고 그의 발밑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주변에는 누가 봐도 그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노골적인 시선을 보니 틀림없이 지수현이 붙여놓은 사람들이었다.주승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내가 방금 형 대신 강루인을 보고 왔어. 아주 잘 지내더라. 엄청 행복해 보이던데.”주영도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하지만 수십 년을 함께한 형제인 주승우는 그의 태연한 얼굴 뒤에 숨겨진 감정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주영도는 지금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주승우는 비아냥거리듯 말을 이어갔다.“이것도 인과응보라고 해야 하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 버림받은 것도 형 운명이야.”“결혼식장 곳곳에 두 사람의 웨딩사진이 걸려 있더라. 지수현이 강루인을 정말 많이 사랑하나 봐. 또 엄청나게 잘해준다고 하더라고. 그 사람이 강루인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더라. 그런데 형은...”말끝을 흐린 주승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덧붙였다.“애초에 비교 상대가 안 돼.”주영도 주변의 공기는 눈에 보일 정도로 차갑고 살벌하게 얼어붙었다.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면 주승우는 지금쯤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고도 남았을 터였다.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말을 이어갔다.“왜? 억울해? 사실을 말해주니까 듣기 싫어?”주영도가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너무 편하게 사는 게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주승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꼬듯 말했다.“뭐야? 나까지 건드리게?”주영도는 담담하게 받아쳤다.“네 소원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그의 말이 끝나자 주변 공기는 묵직하게 가라앉았고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8화

    주승우는 선물까지 건넨 뒤 더 이상 머물 생각이 없었고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 가볍게 눌러보고는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예쁜 신부가 되어요.”축복의 말을 남긴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함지율의 곁을 지나치던 주승우는 최이안을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이 아이가 최지호 아들이에요? 통통한 게 너무 귀엽네요.”그는 아이의 통통한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탐색기에 접어든 최이안은 주승우의 손가락을 움켜쥐더니 본능적으로 입으로 가져갔다.“어, 안 돼...”함지율이 급히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주승우의 손가락은 그대로 최이안의 입에 물리고 말았다.아직 이가 나지 않은 어린 아기였기에 아무리 물어도 아플 리는 없었다.“참, 욕심 많은 녀석이네.”그는 곧바로 손가락을 빼내더니 침으로 흥건하게 젖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옷에 닦고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신부 대기실 문이 열렸다가 닫히고 안에는 다시 강루인과 함지율, 그리고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최이안만 남았다.함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보기엔 주승우가 그 망할 놈보다 훨씬 나아.”강루인은 선물 상자를 열어보며 대답했다.“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상자 안에는 옥팔찌 하나가 들어 있었고 보기만 해도 값비싸 보이는 물건이었다.강루인은 팔찌를 꺼내 자세히 살펴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둘 수도 없었기에 나중에 사람을 시켜 따로 감정을 받아보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함지율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응? 그게 무슨 말이야?”강루인은 상자 뚜껑을 닫으며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주씨 가문 같은 집안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얼마나 순수하겠어?”주승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었다.과거 주영도와 맞서던 과정에서 강루인을 끌어들이려 했던 적도 있었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때는 그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7화

    결혼식장에 도착하자 강루인은 곧바로 신부 대기실로 안내받았다.“여기서 좀 쉬고 있어. 난 밖에 나가서 손님들 챙길게.”말을 마친 지수현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강루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은우는?”결혼식장에 들어온 뒤로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평소 자신을 유난히 잘 따르던 아들이라 그녀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지수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자기도 어른이라면서 너 대신 손님들을 챙기겠대. 지금 밖에서 어른 역할 제대로 하고 있어.”강루인에게는 역시나 기특한 아들이었다.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당부했다.“잘 보고 있어.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말고.”지수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그럼 나는?”“뭐?”“나한테는 할 말 없어?”서운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에 강루인은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데리러 오길 기다리고 있을게.”그 한마디는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다.지수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환해졌다.그는 고개를 숙여 강루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말했다.“금방 다녀올게.”지수현이 나간 뒤 그녀는 입술에 번진 립스틱을 다시 정리했다.옆에서 최이안을 안고 있던 함지율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말했다.“정말 끈적끈적하네.”지수현이 원래 애정 표현이 많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앞에서까지 대놓고 티를 내는 걸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우리 이안이도 나한테 저렇게까지 달라붙지는 않아.”최이안은 함지율에게 있어 그야말로 복덩이 같은 존재였다.강루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최 변호사님도 만만치 않은 것 같던데?”함지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다르지.”강루인이 되물었다.“뭐가 다른데?”함지율이 태연하게 말했다.“최지호는 이제 늙은 아저씨잖아.”강루인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최 변호사님은 자기가 네 마음속에 그런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함지율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말했다.“난 원래 있는 그대로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6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았지만 강루인은 행복했다.세상에 어느 여자라도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올리는 아름다운 결혼식을 한 번쯤은 꿈꿀 것이다.예전의 그녀에게는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이 찾아왔다.함지율은 강루인이 배를 곯을까 봐 먹기 편한 음식까지 따로 준비해 하나씩 입에 넣어주며 정성껏 챙겼다.덕분에 강루인은 마음마저 든든하고 편안했다.시간이 되자 결혼식 차량이 도착했다.신랑인 지수현은 입이 귀에 걸린 채 찬 바람을 맞아가며 계단을 올라왔다.“여보, 나 왔어.”그는 문에 바짝 붙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외쳤다.방 안에는 강루인 역시 이쁘게 단장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강루인은 함지율에게 굳이 문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삶은 모든 일이 순조롭고 막힘없이 흘러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물론 함지율은 일부러 지수현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강루인의 뜻을 알고는 더 이상 끼어들지도 않았다.대신 아주 통쾌하게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문이 열리자 맨 앞에 서 있던 지수현의 모습이 강루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동시에 웃었다.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감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원래도 서로의 외모가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완벽하게 꾸민 모습은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고 눈부시게 빛났다.“구경만 할 거예요? 얼른 가서 신부를 안아줘야죠.”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함지율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지수현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여 강루인을 단번에 안아 올렸다.“여보, 너무 예뻐.”강루인 역시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팔로 감싸며 아낌없이 칭찬했다.“너도 정말 멋있어.”두 사람은 모두의 축복 속에서 신혼방을 나와 웨딩카에 올라탔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지호는 최이안을 품에 안은 채 함지율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러고는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5화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강루인은 쉬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이어갔다.그날도 막 접대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우연히 주승우와 마주쳤다.몇 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주씨 가문 둘째 집안에 일이 생긴 탓인지, 지금의 주승우는 예전처럼 거침없고 제멋대로인 모습이 한층 옅어진 채 훨씬 성숙하고 차분해진 분위기를 풍겼다.주씨 가문 큰 집안과 둘째 집안 사이의 원한에 대해 강루인은 조금도 관심이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주승우라는 사람에게도 딱히 원한은 없었다.오히려 과거 주씨 가문에 있을 때 그는 강루인에게 잘해주었던 사람에 속했다.“오랜만이네요.”강루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주승우가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은 아니죠. 할아버지 생신 연회 때도 봤었잖아요.”그 말을 들은 강루인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그날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주승우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좋아 보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 봐요.”강루인은 오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듯 편하게 말했다.“네. 잘 지내고 있어요. 승우 씨는요?”주승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저야 뭐. 늘 여전하죠.”강루인이 담담하게 말했다.“결혼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미처 축하한다는 말도 못 했네요.”주승우는 곧바로 받아쳤다.“고마워요.”강루인이 문득 물었다.“그러고 보니 가윤이는 어때요? 요즘은 뭐 하고 지내요?”그녀의 말에 주승우는 표정을 잠시 굳히더니 어딘가 어리둥절한 기색과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강루인은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주승우는 그녀에게 다시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해외로 나갔어요. 집에도 연락을 별로 안 해서 자세한 상황은 저도 잘 몰라요.”주가윤에 대해서 더는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듯한 태도였다.주승우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결혼식 올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강루인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그의 화제로 끌려갔다.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54화

    “영도야, 인제 그만 정신 차리고 현실을 받아들여. 강루인 씨 할머니가 돌아가신 그 순간부터 너희 두 사람은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거야. 앞으로도 계속 평행선을 달릴 뿐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야.”주영도가 강루인에게 보였던 냉정함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두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만으로도 그들에게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두 사람의 소중한 목숨이 결국 주영도의 손에서 간접적으로 희생된 셈이었다.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덮어두고 다시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주영도는 또다시 침묵에 잠겼다.최지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더 이상 끝까지 따지고 들고 싶지도 않았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것뿐이었다.그래야만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결혼식은 어디서 해?”최지호는 대답 대신 경계 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또 뭐 하려고?”괜히 또 무슨 사고라도 치지 말라는 뜻이었다.주영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무것도 안 해.”그는 그저 가서 한번 보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최지호는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아무것도 안 할 거라면 굳이 묻지도 마. 그리고 나한테 물어봐도 소용없어. 나도 모르니까.”최지호의 말에 주영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그럼에도 최지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영도야, 이제 그만 잊어. 강루인 씨가 어렵게 되찾은 행복을 방해하지 말고 이제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그의 말에 주영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그는 강루인을 잊을 수 없었다.지금의 강루인은 이미 주영도의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기에 잊으려면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아내는 듯한 고통을 견뎌야 할 터였다.사실 그는 잊고 싶지도 않았다.주영도를 배웅한 최지호는 고개를 숙여 품에서 옹알거리는 아들을 바라보며 신신당부했다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