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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Penulis: 높은 하늘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지아는 가족들이 사용한 식기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세미를 접시에 세게 눌러 문질렀다. 마치 접시에 묻은 얼룩을 지워내듯, 시어머니의 비웃음과 모욕적인 말들까지 함께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져 비눗물 거품과 뒤섞였다.

3개월 안에 임신하라는 압박과 최후통첩을 떠올리자 어깨가 떨렸고, 그녀는 끝내 조용히 흐느끼고 말았다.

바로 그때, 부드러운 손길 하나가 그녀의 등을 살며시 감쌌다.

지아는 깜짝 놀라 급히 팔로 눈가를 훔쳤다.

“막내 사모님...”

진씨 가문의 가정부인 은선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위로와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지아의 팔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만 우세요, 사모님. 사모님의 눈물은 너무 귀한 거예요. 저분들 말 때문에 흘릴 만큼 값싼 눈물이 아니에요. 큰 사모님 말씀까지도요.”

그녀는 그렇게 속삭이며 지아의 손에서 접시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이리 주세요. 제가 계속할게요.”

하지만 지아는 다시 접시를 붙잡았다.

“괜찮아요. 내가 마저 할게요.”

“아니에요, 사모님. 제가 할게요.”

은선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놔두시고 쉬세요. 나중에 제가 마저 할게요. 많이 힘드셨잖아요.”

결국 지아는 설거지하던 그릇을 내려놓고 싱크대에서 두 손을 깨끗이 씻었다.

은선은 가까이 다가와 깨끗한 행주로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마치 친딸을 안아주듯 지아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지아는 평소와 같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은선은 조금 전 식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사모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분들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요.”

지아는 아름다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로 끝까지 씩씩한 척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괜찮아요.”

은선은 수없이 많은 날 동안 지아가 모욕당하고 몰아세워지며, 심지어 이 대저택에서 하녀처럼 취급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아무리 그래도 지아는 엄연히 진씨 가문의 며느리였다. 비록 그녀의 위치가 다른 두 며느리와 동등하게 인정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큰 사모님은 원래 말이 독하신 분이에요.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은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여기에 있잖아요.”

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선은 마치 이 집에서의 삶을 견뎌낼 힘을 전해주려는 것처럼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막내 사모님.”

그녀가 다시 조용히 말했다.

“언젠가 사모님이 이 집안의 혈통을 이을 아들을 낳게 되면, 부인께서도 막내 사모님을 제대로 된 며느리로 인정하게 될 거예요.”

가진 것이라고는 따뜻한 마음뿐인 가정부의 위로를 듣자 지아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들을 낳게 되면’이라는 말은 그녀에게 조금의 희망도 주지 못했다.

은선은 단지 자신을 위로하려고 했을 뿐, 정말로 남자 후계자를 낳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아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후계자를 낳으라는 걸까?

남편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안아준 적이 없는데.

“자, 사모님. 이제 설거지는 제가 할 테니까 가서 쉬세요. 지금 사모님에게 필요한 건 휴식과 마음의 안정이에요.”

지아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

“미안해요... 괜히 폐만 끼치네요.”

“어머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은선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래 제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가서 쉬세요. 계속 이야기만 하다 언제 쉬려고요?”

지아는 미소 지었다. 하루 종일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 속에서 처음으로 지어 보인 진심 어린 미소였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네, 사모님. 별말씀을요. 푹 쉬세요.”

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부엌을 나와 거실을 지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그곳에서 서영과 맏딸 하랑을 보게 되었다.

“엄마!”

하랑이 양말과 신발을 들고 달려오며 외쳤다.

“양말 신겨줘!”

거실 소파에 앉아 자신의 패션 디자인이 담긴 태블릿을 보고 있던 서영은 딸을 힐끗 바라봤다.

“혼자 해, 하랑.”

차가운 목소리였다.

“못 하겠단 말이야, 엄마...”

“쯧.”

5살 된 하랑이 투덜거리자, 서영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그리고 부엌에서 나오던 지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막내 동서!”

그녀가 큰 소리로 부르자 지아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리 와.”

손짓까지 하며 부르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형님?”

지아가 다가오자 서영은 딸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하랑이 양말이랑 신발 좀 신겨.”

마치 하녀에게 명령하듯 냉담한 말투에 지아는 순간 멍해졌다. 조금 전 식탁에서는 자신을 불임이라고 몰아세우더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돌보라고 시키고 있었다.

정말 부끄러움도 없는 걸까?

하지만 지아는 다투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이 집안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 위축되어 있었기에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과 그들 사이의 신분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형님.”

서영은 여전히 태블릿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

“이리 오렴, 예쁜아. 작은 엄마가 양말하고 신발 신겨줄게.”

지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하랑의 손을 잡아 소파로 데려갔다.

아이를 앉힌 뒤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영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지아가 이렇게 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빨리 좀 해, 동서. 왜 그렇게 굼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 됐다.”

지아는 신발까지 모두 신겨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랑은 자신의 발을 내려다본 뒤 공손하게 말했다.

“고마워요, 작은 엄마.”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만에, 예쁜아.”

“너는 참 재주도 많다, 동서.”

서영이 비웃으며 말했다.

“하녀도 잘 어울리고, 베이비시터도 잘 어울리고. 못 하는 게 뭐야?”

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자 서영은 더욱 신이 난 듯 말을 이었다.

“아, 맞다. 그럼 나중에 은선 이모랑 같이 소율이도 좀 돌봐줘.”

서영은 비싼 가방에 태블릿을 넣으며 삐딱하게 웃었다.

“동서 아기 좋아하잖아. 지금부터 아이 돌보는 연습도 할 겸.”

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더욱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

“뭐, 동서가 만약 진짜 불임이라면 평생 남의 아이만 돌보게 되겠네. 내 아이나, 둘째 동서 아이 같은 애들 말이야.”

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하랑의 작은 발만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고 있는 그녀만의 작은 버팀목이었다.

서영은 그런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후엔 소율이 분유랑 이유식도 먹여주고, 기저귀도 갈아줘.”

소율은 서영과 준현의 둘째 딸로, 생후 6개월이었다. 그 아이의 탄생은 진씨 가문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일이었다.

가족들은 서영이 남자아이를 낳아 후계자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또 딸이었다.

그래서 명희는 지아를 더욱 몰아붙이며 그녀가 아들을 낳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서영에게 다시 임신하라고 압박해 봤자 또 딸이 태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은 원래 빨리 배우잖아. 솔직히 난 내 아이를 남한테 맡기는 거 싫어해. 하지만 동서에게만은 특별히 허락해 줄게.”

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형님.”

서영은 활짝 웃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난 동서 대답이 정말 좋아. 꼭 주인 말 잘 듣는 강아지 같거든.”

“서영.”

낮고 묵직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준현이었다.

그가 아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지아와 하랑을 바라본 그는 곧 차가운 시선을 아내에게 돌렸다.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엄한 목소리였다.

서영은 남편의 날카로운 눈빛에 어렵게 침을 삼켰다.

“무… 무슨 말이요?”

“모르는 척하지 마.”

준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방금 분명 무례한 말을 했잖아.”

단단한 턱선이 굳어졌다.

“아니에요!”

서영은 황급히 변명했다.

“그런 뜻 아니었어요. 당신이 너무 예민한 거예요.”

“예민하다고?”

준현의 짙은 눈썹이 모였다.

“내가 네 성격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적당히 해. 도움을 부탁해 놓고 그런 무례한 말로 사람을 깎아내리다니.”

서영은 충격을 받았다. 방금 전 자신이 조롱했던 지아 앞에서 남편이 자신을 꾸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

그동안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하랑이 순진한 눈으로 작은 목소리를 내자, 준현은 딸을 잠시 바라본 뒤 다시 아내를 차갑게 응시했다.

“제수씨한테 사과해.”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서영은 서영이었다. 그녀는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짜증이 난 그녀는 남편이 요구한 사과는 끝내 하지 않은 채 하랑의 팔을 잡아끌고 먼저 거실을 떠나버렸다.

현관문이 닫히고 서영과 하랑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거실에는 갑작스러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들리는 것은 지아의 조용한 숨소리뿐이었다.

준현은 곧게 편 자세로 그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늘 감정을 읽기 어려운 차가운 눈빛이 지금은 그녀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지아는 감히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담담했지만, 그녀의 심장을 순간 멈추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 말에 무조건 끌려다닐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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