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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Penulis: 높은 하늘
“오빠...”

지아는 떨리는 손으로 명함을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얘기를 왜 또 하는 거야?”

“왜냐고?”

수현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아... 그러니까 네 생각엔 내가 오늘 아침에 한 말이 그냥 농담으로 들렸다는 거야? 네 할아버지 병원비 얘기도 단순히 겁만 주려고 한 말이라고 생각한 거야?”

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명함이 금방이라도 구겨질 듯 일그러졌다.

“오빠, 하지만... 난 못 해.”

갈라진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나는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어...”

수현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움직임은 차분했지만 그만큼 위협적이었고,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는 한 치의 거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할 수 있어야 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왜냐하면 넌 선택권이 없으니까.”

지아는 눈물로 젖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 제발. 나한테 이런 걸 강요하지 마. 병원비 문제라면 내가…”

“그만.”

단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를 침묵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수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치 이미 숨이 막혀 있던 지아의 가슴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왜 계속 이 얘기를 꺼내는지 알고 싶어?”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 전보다 훨씬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엄마가 작은형님이나 큰형님 앞에서 늘 나를 깎아내리는 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수현은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망신당하는 건 나야, 지아.”

“늘 엄마한테 비난을 받는 것도 나고. 식탁에 앉을 때마다 난 혼자 난도질당하듯 평가받고 있다고.”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씁쓸함만이 짙게 배어 있었다.

수현은 다시 손을 들어 자신의 아내를 가리켰다.

“그런데 넌 오늘 저녁 식사에도 나타나지 않았지.”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와 지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꿰뚫었다.

“넌 일부러 날 망신 주려고 한 거야, 지아.”

압박감이 짙게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불평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의 검지가 앞으로 뻗어 나와 지아의 가슴을 거칠게 밀쳤다.

“당장 임신해. 그게 지금까지 네 남편이 견뎌 온 모든 수치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

“역시 형님 말이 맞네. 동서 넌 정말 다용도 인력이구나.”

지호는 킥킥 웃으며 자신의 블레이저를 다리고 있는 지아를 바라보았다.

“굳이 하인을 여러 명 둘 필요도 없겠어. 이 집에 동서 한 사람만 있으면 구석구석이 다 깨끗하고 말끔하게 유지되겠네.”

겉으로는 칭찬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 속뜻이 노골적인 모욕이라는 사실을 모를 사람은 없었다. 이미 그런 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진 지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림질을 마친 그녀는 다리미 전원을 끄고 전선을 정리했다.

“다 끝났어요, 형님.”

무덤덤한 목소리였다.

감정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심지어 지호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래? 이리 줘 봐.”

지호는 블레이저를 받아 들고 흠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이거 봐. 아직도 제대로 안 됐잖아, 동서. 난 완벽하지 않은 거 정말 싫어하거든.”

“여기, 다시 제대로 다려.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그녀는 블레이저를 다시 탁자 위로 내던졌다.

지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반박하지도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마치 이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무감각해진 모습이었다.

그 시선이 오히려 지호의 심기를 건드렸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쏘아붙였다.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한 채 몸을 앞으로 숙였다.

“내 블레이저 다려 주는 게 그렇게 싫어?”

지아는 입을 열어 설명하려던 순간이었다.

“지호!”

도현의 목소리가 팽팽한 공기를 단숨에 갈라놓았다. 문간에 서 있던 그는 조급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둘러. 이러다 나 늦겠어!”

지아도 고개를 돌려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 아주 잠깐의 시선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지아는 더 깊이 고개를 숙이기에 충분했다.

“알겠어요!”

지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화는 도현이 아니라 지아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기분을 망쳐 놓은 장본인이라는 듯한 시선이었다.

지호는 방금 던져 다시 구겨진 블레이저를 집어 들고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조심해, 동서.”

그 말을 남긴 채 그녀는 방을 떠났다.

공기 중에는 위협적인 기운만이 짙게 남아 있었다.

지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지호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다음 일을 하기 위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직 아침이었지만 지아에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평소처럼 시어머니의 준비를 도와야 했고, 특히 아침 식사 전에 명희가 약을 챙겨 먹도록 하는 것은 그녀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였다.

똑똑.

지아는 소리가 너무 크지 않도록 조심하며 명희의 방문을 두 번 두드렸다. 양손에는 약과 따뜻한 물이 담긴 쟁반이 들려 있었다.

“들어와.”

방 안에서 명희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는 곧바로 문손잡이를 돌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명희는 이미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약 먼저 드세요.”

지아는 부드럽게 말하며 쟁반을 침대 옆 협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명희는 몸을 돌렸다. 차가운 시선이 지아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려갔다.

지아는 따뜻한 물과 약을 공손히 내밀었다.

“어젯밤 어디 있었니?”

명희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저녁 식사에 안 나왔어?”

지아의 목이 바짝 말랐다. 그녀는 전날 밤 자신이 식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냈던 수현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어머니. 어젯밤 몸 상태가 좀 안 좋아서 식사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더 이상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희는 긴 설명을 싫어했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믿어 주지도 않았다.

명희는 약을 삼킨 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빈 컵을 내밀었다. 지아는 재빨리 그것을 받아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아는 명희의 뒤에 서서 긴 머리를 천천히 빗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를 틀어 정갈한 쪽머리를 만들었다.

“다 됐어요, 어머니.”

비녀까지 꽂아 마무리한 뒤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지아가 방을 나서려는 순간, 명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내 지팡이 가져와.”

지아는 곧장 지팡이를 가져와 건네고 시어머니를 부축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는 왼쪽에서 함께 걸으며 한 손에는 빈 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명희의 팔을 붙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런데 식탁 가까이에 다다르자 명희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나 만지지 마!”

명희는 비웃듯 말했다.

“네가 일부러 날 밀어서 넘어뜨리려고 할지 누가 알아?”

식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지아에게 향했다. 날카로운 눈길들이 꽂히자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죄송해요, 어머니...”

지아는 작게 속삭이며 재빨리 의자를 당겨 명희를 앉혀 드렸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넓고 화려한 식당은 다시 조용해졌다.

가족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각자의 일상을 위해 흩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 자리에 남은 사람은 지아뿐이었다.

이 집의 안주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은 또다시 자신의 의무 같은 일상을 이어 가야 했다.

아침 요리는 하인들이 담당했지만, 설거지는 그녀의 몫이었다.

지아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눗물에 손을 담갔다. 그리고 늘 자신을 깔보는 가족들이 남긴 식사 흔적을 하나하나 치워 나갔다.

주방 일이 모두 끝난 뒤 방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지아는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오늘은 금요일, 시어머니의 손톱을 깎아 드리는 날이었다.

명희와 관련된 일은 언제나 그녀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지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번 일도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녀는 손톱깎이를 챙겨 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명희가 1인용 소파에 앉아 전통 의상 패션 잡지를 읽고 있었다.

옆에는 생후 여섯 달 된 아기를 안은 서영이 있었고, 서영의 큰딸 하랑은 카펫 위에서 놀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 손톱 깎는 날이에요.”

지아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

명희는 무심하게 힐끗 바라보았을 뿐이었지만 잠시 후 오른손을 내밀었다.

지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럽게 손톱을 다듬기 시작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극도로 신경을 쓰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때, 고급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며 준현이 지아의 뒤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강한 존재감이 순식간에 거실을 가득 채웠다.

“아빠!”

하랑이 밝게 외쳤다.

준현은 딸을 향해 짧게 눈썹만 들어 올린 뒤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젖병으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던 아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시선은 카펫 위에서 놀고 있는 큰딸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손톱을 깎고 있는 지아에게로 옮겨갔다.

딸깍.

“아앗!”

명희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지아의 이마를 밀어 버렸다.

쾅!

지아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눈을 크게 뜬 채 바닥에 주저앉았고, 손에서는 손톱깎이가 툭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양식의 맨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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