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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Author: 높은 하늘
“오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방으로 들어온 뒤, 지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현은 즉시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입고리가 비틀리듯 올라가며 비웃음이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제법 영악해졌네. 우리 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큰형님이라는 걸 아니까, 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한 거잖아.”

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남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 무슨 말이야?”

“모르는 척하지 마!”

수현이 버럭 소리쳤다.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고, 그는 손을 들어 지아를 날카롭게 가리켰다.

“큰형님한테 이른 거지? 그동안 하녀처럼 부려 먹혀서 힘들다고 하소연했을 거 아니야!”

수현 역시 알고 있었다.

형의 성격이 차갑고 엄격하기는 해도, 진심으로 괴로움을 털어놓으며 울고 매달리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약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지아가 분명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집안일에서 벗어나려고 형님한테 일자리까지 구걸한 거잖아. 안 그래?”

수현은 턱을 굳게 다문 채 아내를 노려보았다.

지아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빠. 난 그런 적 없어. 나는…”

“손지아.”

수현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

“누가 봐도 뻔해. 네가 먼저 매달린 게 아니라면 큰형님이 먼저 너한테 일을 제안할 리가 없으니까.”

지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은 정말 그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인 걸까?

남편 집에서 하녀 노릇을 하는 것 말고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 사람인 걸까?

원래 그녀는 남편에게 물어보려 했다. 준현과 함께 일하는 것을 허락해 줄 수 있는지. 하지만 방금 전 수현의 반응이 이미 모든 대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그럼… 오빠는 내가 큰 아주버님과 함께 일하는 걸 반대하는 거야?”

지아가 실망감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물었다.

사실 그녀는 무척 기뻤다.

대기업에서 비서로 일하게 된다는 사실이. 더구나 그녀 같은 학력으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자리였고, 그녀에게는 사회 경험조차 전혀 없었다.

“오빠…”

지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녀는 불안이 가득한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준현과 함께 일해도 되는지, 아닌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빠가 허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억지로 하려고 하지는 않을게.”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수현은 잠시 눈을 감고 코로 거칠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말 준현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반대한다고 말한다면, 형은 분명 그 이유를 추궁할 것이다. 단순히 묻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유를 뿌리까지 파헤치고, 자신을 원치 않는 압박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겪고 싶지 않은 압박이었다.

준현은 거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의 말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었다.

진씨 가문의 장남이자 후계자이자 오랫동안 집안 어른을 대신해 온 사람의 명령이었다. 그리고 이 집에서 그를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가 누구랑 일하든 난 상관없어.”

수현이 낮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건 그 일이 네 가장 중요한 목표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거야.”

그는 한 걸음 다가와 지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넌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임신해야 해, 지아. 바쁘든 안 바쁘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그의 턱선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건 실패할 이유가 되지 못해.”

……

다음 날.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그리고 수현의 아내로 살아온 지 1년.

오늘은 지아가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그녀는 이제 비서라는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전문학사 졸업장 하나와 단정하게 정리한 외모를 무기로, 지아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화장은 수수했다.

가볍게 바른 파우더와 은은한 블러셔. 그리고 자연스러운 색의 립스틱.

하지만 그런 단출한 화장만으로도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은 충분히 빛나고 있었다.

그때 수현이 욕실에서 나왔다. 샤워를 마친 그는 넓은 허리에 흰 수건만 두른 상태였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향했다.

“출근은 8시인데, 왜 벌써 준비하고 있는 거야?”

그가 옷장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오빠.”

지아는 몸을 돌려 남편의 듬직한 등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내 첫 출근날이잖아. 늦고 싶지 않아서. 회사가 가족 회사라고 해도 첫날부터 지각할 순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이르잖아.”

수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했다.

“밥은 안 할 거야? 집안일은?”

그는 몸을 돌려 비꼬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같은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명심해. 집안일은 원래 네 의무야.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그 의무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하지 마.”

지아는 작게 웃었다. 여전히 침착한 표정이었다.

“다 했어, 오빠. 새벽에 일어나서 은선 이모랑 같이 집안일 다 했고, 아침 6시에는 아침 식사도 준비했어.”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난 절대 잊지 않아. 내 위치가 아래라는 걸.”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목소리 끝에 맺힌 씁쓸함을 삼켰다.

“집에서는 하녀 취급을 받고, 회사에서도 아마 똑같겠지?”

수현은 대답대신 옷장에서 꺼낸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결혼 후 늘 그래 왔듯이 그 안에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지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감히 남편의 말에 대꾸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수현이 또 화를 내지는 않았다.

……

오전 7시 30분.

진씨 가문의 몇몇 사람들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설 시간이었다.

지아 역시 처음으로 그들과 함께 출근길에 올랐고, 집에는 명희와 막내 손녀 소율, 그리고 두 명의 가정부만 남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모두는 출발하기 전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명희는 거실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문보다 며느리들을 감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가장 먼저 준현이 인사했다.

곧이어 서영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따랐다.

“어머니, 저희 다녀올게요.”

명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부를 바라보는 눈빛은 부드러웠다.

도현과 아내도 앞으로 나섰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가렴.”

명희는 친절하게 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현과 지아 차례가 되었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수현이 말했다.

“그래, 조심해서 가.”

명희는 아들에게 답했다.

지아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저도 다녀오겠…”

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명희는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막내며느리의 목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일 뿐인 것처럼.

마치 손지아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수현은 그 긴장된 분위기를 보지 못한 척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지아는 목이 메었지만 억지로 작은 미소를 지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것은 신문장이 스치는 사각거림뿐이었다.

대저택 밖에는 가족들 각자의 차량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도현은 옆에서 걷고 있는 아내를 힐끗 바라보았다.

“오늘은 당신 차 타고 가. 급한 환자가 있어서 서둘러야 해.”

지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도현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의사인 그의 차량은 정말 응급 상황이라도 있는 듯 순식간에 저택을 빠져나갔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말하면 어디 덧나나?”

지호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이제 직접 차고에서 차를 꺼내고 시동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귀찮았던 것이다.

그때 수현이 자신의 차로 향하는 모습을 보자, 지호는 곧바로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서방님! 저도 같이 가요. 어차피 방향 같잖아.”

그녀는 빠르게 말한 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조수석 문을 열고 그대로 올라타 버렸다.

수현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지아에게 향했다.

방금 지호가 차 주인의 허락도 없이 차에 올라탄 모습을 그녀 역시 분명 보고 있었다.

“오빠… 나도 같이 가도 될까?”

지아가 희망이 담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뒤에 앉으면 돼. 괜찮아.”

“방향이 달라. 택시 타고 가.”

수현은 차갑게 대답한 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그대로 저택 정문을 빠져나갔다.

지아만 홀로 마당에 남겨졌다.

아침 바람이 피부를 스치며 파고들었다.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리고 숨이 턱 막혔다.

지아는 천천히 닫혀 가는 자동문을 바라본 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첫 출근 첫날부터 지각하면 어떡하지…?”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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