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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Author: 높은 하늘
준현은 방금 국내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자신의 가문 소유 대기업, 그랜드 진 그룹에 도착했다.

그는 눈앞에 우뚝 솟은 50층 규모의 웅장한 건물 안으로 단호하면서도 위엄 있는 걸음으로 들어섰다.

33세의 성숙한 남자가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가벼운 잡담을 나누던 직원들은 즉시 자세를 바로잡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그가 지나갈 길을 비켜 주었다.

준현의 권위적인 기운은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에도 공간 전체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고위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임원용 출입카드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였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직사각형 금속 상자는 49층에 도착했다.

그의 집무실이 있는 층이었다.

그는 집무실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먼저 시선이 문 앞에 놓인 비서용 책상에 머물렀다. 임원 비서가 앉는 통상적인 자리였다.

다음 순간 그는 휴대전화로 번호를 누르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비서이자 보좌관인 민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내 집무실 앞에 있는 비서 책상을 안으로 옮겨. 내 책상 바로 오른쪽에 두도록.”

준현은 반박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통화를 마친 준현은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차분히 의자에 앉았다.

우아한 검은색 중역용 의자.

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의 위엄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자리였다.

……

한편 지아는 운전기사와 경희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가슴속에서 뛰는 긴장감을 진정시키려는 듯 얕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만큼은 신이 자신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가정부 경희가 장을 볼 때 사용하는 진씨 가문의 개인 차량이 마침 그날 아침 마트로 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지아는 마트와 회사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여러 번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함께 차에 올라탔다.

“실례합니다.”

지아는 엘리베이터 로비 근처에 서 있는 한 직원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남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지아를 훑어보며 물었다.

민재였다.

‘신입사원인가 보군.’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손지아입니다. 저는 새로 입사한 직원이고, 비서예요. 아! 아니… 진준현 대표님의 비서요. 이 회사의 대표이신 분이요.”

지아가 손을 내밀자 민재는 예의 바르게 그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럼 당신이 새로 오게 된 진준현 대표님의 새 비서시군요?”

“네, 네!”

지아는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신감 있어 보이려 애쓰며 재빨리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민재는 악수를 풀고 먼저 걸음을 옮겼고, 지아는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49층으로 올라갔다. 준현의 집무실이 있는 VIP 층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민재는 그녀를 넓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조용한 업무 공간으로 안내했다.

지아의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직사각형 아크릴 명패에 멈췄다. 상단에는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준현의 이름과 학위가 새겨져 있었다.

진준현, MBA.

지아는 다시 민재를 따라 걸었고, 아직 모든 비품이 새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 앞에 멈춰 섰다.

“자, 이 자리입니다.”

민재가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일단 앉아서 기다리세요. 곧 대표님이 오실 겁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가르쳐 주세요. 저는 정말 신입이라서요. 직장 생활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민재의 눈썹이 들썩였다.

첫 직장이라고?

순간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경험도 없는 사람을 대표가 비서로 채용했다고?

혹시 낙하산인가?

“아… 그렇군요.”

민재는 놀란 기색을 감춘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슴속 긴장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지아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급 가구부터 도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까지, 공간을 채운 모든 것들이 놀라울 만큼 품격 있어 보였다.

“세상에… 너무 떨려.”

그녀는 새 책상 위에 가방과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어. 이 떨림부터 진정시켜야지.”

더 망설이지 않고 그녀는 VIP 구역 안에 있는 화장실로 빠르게 향했다.

거의 같은 시각.

집무실 문이 열리며 준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강한 존재감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지아의 책상을 발견한 순간, 그의 미간이 살짝 구겨지며 걸음을 멈췄다.

짐은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띵.

책상 위에 놓인 지아의 휴대전화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무심코 화면으로 시선을 내린 준현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굳었다.

[수현 오빠: 야, 어제 명함 받은 그 남자, 최대한 빨리 만나.]

한편 화장실 안.

지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쉬었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할 수 있어, 손지아. 넌 분명 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을 격려하듯 중얼거렸다.

“어젯밤에 비서가 하는 일 다 검색해 봤잖아. 업무 말고도 뭘 해야 하는지까지 전부. 할 수 있어! 힘내자.”

철컥.

갑자기 화장실 문이 밖에서 열리는 소리에 지아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고개를 돌리자 문턱에 선 준현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차갑고 무표정한 눈빛이었다.

지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아주버님…?”

그녀가 말을 제대로 잇기도 전에 준현은 태연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지아의 시선은 곧 세면대 가장자리에 놓인 자신이 사용했던 휴지 조각으로 향했다.

급히 치우려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 먼저 준현이 움직였다.

그는 자연스럽고 정확한 동작으로 세면대에 손을 내밀어 수도꼭지를 틀고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의 망설임도, 개인 공간에 대한 배려도 없이 그의 오른팔이 지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쌌다.

준현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지아에게는 숨이 목에 걸릴 만큼 충격적인 접촉이었다. 순간 숨이 목구멍에 걸린 듯 막혔고,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너무 가까웠다. 거울에 비친 준현의 날렵한 턱선과 옅게 자란 수염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준현은 여전히 침착했다. 마치 지아의 허리에 손을 두르는 것이 재킷 단추를 잠그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인 듯 행동했다.

지아는 침을 삼켰다.

그 손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준현이 손 씻기를 마칠 때까지 그대로 서 있어야 했다.

준현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거울을 통해 지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짧은 시선이었지만 그녀의 심장을 크게 뛰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이 거리는 서로의 체향이 선명하게 느껴질 만큼 너무 가까웠다. 준현에게서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향이 났고, 지아에게서는 부드럽고 산뜻한 향이 은은하게 풍겨 나왔다.

“아주버님…”

지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숨을 가다듬으며 거울 속 시선이 마주쳤다.

“제가 안 보였어요?”

그제야 준현은 몸을 떼어냈다. 그는 티슈를 집어 손에 남은 물기를 천천히 닦아낸 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랬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차갑지만 여전히 침착한 표정이었다.

“여기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 보통은 내 개인 화장실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거든.”

지아의 눈이 다시 커졌다. 숨이 턱 막히며 부끄러움이 온몸을 타고 번져 나갔다.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아주버님. 몰랐어요. 정말 함부로 쓰려던 건 아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준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베어낼 듯한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대표님.’”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는 내가 상사야. 아주버니가 아니고. 집에서 부르던 호칭을 회사까지 가져오지 마. 그건 네가 아직 프로답게 일할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니까.”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지아의 가슴을 짓누르기에는 충분할 만큼 냉정한 말이었다.

“네, 대표님. 죄송합니다.”

지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차갑고 엄한 준현의 눈을 감히 마주 볼 수 없었다.

준현은 더 이상의 말없이 화장실을 나갔다.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세면대 거울을 바라보며 빠르게 뛰는 심장을 손으로 눌렀다.

“세상에… 첫 출근부터 실수해 버렸어.”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살짝 툭 치며 말했다.

“손지아, 이 멍청아.”

지아는 화장실 안에서 여전히 혼잣말을 이어갔다.

그러다 밖에서 들려온 준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손지아!”

평소보다 한층 높아진 목소리였다.

지아는 급히 화장실을 나섰다.

“네, 대표님.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그녀는 조금 전의 무례한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최대한 프로답게 보이려 애쓰며 준현의 책상 앞에 섰다.

준현은 망설임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커피 좀 타 와.”

짧고 단호한 명령이었다.

지아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대표님.”

그녀는 서둘러 대답한 뒤 급히 방을 나섰다.

문이 조용히 닫혔다.

준현은 그녀의 가벼운 발걸음을 묵묵히 눈으로 따라갔다. 침묵 속에서도 무언가를 계산하듯 차분한 시선이었다.

지아의 모습이 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자 그는 짧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지아의 책상 위에 놓인 얇은 물건 하나에 멈췄다.

바로 지아의 휴대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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