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세레나는 아침부터 돈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정확히는 자기 돈이 아니라 루아의 돈이었다.“대공.”“예.”“루아한테 월급을 주면 어떨까요?”카시엘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서 빵에 잼을 바르던 아리엘라는 손을 멈췄고, 엘리시아는 장부를 펼치려다 말고 세레나를 바라봤다.“월급이요?”“응. 루아가 그동안 한 일이 있잖아요. 기록 관리도 했고, 위험한 카드도 분석했고, 우리가 모르는 규칙도 알려 줬고. 그러니까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가능은 합니다.”카시엘의 대답은 빨랐다. 하지만 곧바로 덧붙였다.“다만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뭔데요?”“루아가 그 일을 고용 관계로 인정하고 싶은지부터 물어야 합니다.”세레나는 입을 다물었다.맞다.또 그랬다.자기는 루아에게 돈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정작 루아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선의라고 해서 언제나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의 자신이 카시엘의 기억을 귀환 좌표로 이용하려 했던 것도, 아리엘라에게 대신 선택하라고 했던 것도, 결국은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루아.”『응.’“월급 받을래?”『월급이 뭔데?』“일하고 받는 돈.”『그럼 나는 무슨 일 해야 해?』“지금까지 했던 기록 관리 같은 거?”『그거 이제 내 역할 아닌데.』“……그렇지.”『다시 해야 해?』세레나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안 해도 돼.”루아는 잠시 조용했다.『그럼 월급 안 받을래.』“왜?”『돈 받으면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세레나의 손끝이 멈췄다.카시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루아가 이어 말했다.『나 이제 아침에 눈 보고 싶으면 눈 보고, 방에 있고 싶으면 방에 있고 싶어. 그런데 돈 받으면 누가 부를 때마다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럴 수도 있지.”『그럼 싫어.』세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아리엘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한 보수는?”세레나가 그녀
아침이 되었는데도 세레나는 바로 주사위를 찾지 않았다.현재 보드는 90.다음 고정 지점은 95였다.예전 같았으면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계산했을 것이다. 오늘 몇 칸을 갈 수 있는지, 높은 숫자가 나오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다음 카드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세레나의 시선은 보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D SLOT ITEM 03.]SYSTEM — QUEST.상태:UNANSWERED.어제까지는 이것만 보였다.질문이었다가 퀘스트가 된 것.그것도 누군가가 명령해서 바뀐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답을 받지 못한 시스템이 스스로 처리 형식을 바꾼 흔적.세레나는 침대에 기대 앉은 채 손가락으로 허공을 두드렸다.“루아.”한 번.대답이 없다.두 번 부르지 않았다.기다렸다.잠시 후 목소리가 들렸다.『응.’“잘 잤어?”『나는 안 자.’“알아. 그냥 인사.”『그럼 잘 잤어.’세레나가 피식 웃었다.“거짓말이잖아.”『인사라며.’“그것도 맞네.”루아의 방이 생긴 뒤부터 이런 순간이 늘었다.예전에는 루아를 부르면 시스템 안쪽에서 즉시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다르다. 온실을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자기 방의 창밖을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도 있다.그래서 기다려야 한다.세레나는 그 기다림이 싫지 않았다.“어제 그 QUEST.”『응.’“밤새 뭐 달라진 거 있어?”『있어.’세레나가 몸을 바로 세웠다.“뭔데?”『나 혼자 봐도 되는지 먼저 물어봤어.’“누구한테?”『시스템.’세레나가 눈을 깜빡였다.“뭐래?”『안 된대.’“왜?”『PLAYER01 접근 권한 필요한 기록이래.’“그럼 잘했네.”『뭐가?’“혼자 억지로 안 열어 본 거.”루아가 잠시 조용해졌다.『나 이제 관리자가 아니니까.’“응.”『세레나 기억도 내 거 아니고.’“응.”『QUEST도 내 거 아니야.’세레나가 천천히 웃었다.“맞아.”『그래서 기다렸어.’“그럼 같이 보자.
[RETURN01 LIFE RECORD.]검증 준비.GAME TIME:LOCAL LIFE TIME:—숫자가 나타나기 직전 멈춘 창을 세레나는 한참 바라봤다.GAME TIME.그 숫자가 예전이었다면 꽤 무서웠을 것이다.현대에서 살았던 시간이 실제로는 흐르지 않았다거나, 자신이 기억하는 수많은 날이 전부 게임이 만들어 낸 임시 기억이었다거나, 혹은 RETURN01이 귀환이 아니라 거대한 환상에 불과했다는 식의 결론부터 떠올렸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세레나는 이미 70번에서 자신의 현대 생활이 실제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GAME 신호가 끊긴 동안에도 그 세계의 시간은 흘렀고,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사람과 사건은 계속 움직였다. 월세 계약은 갱신됐고, 급여가 들어왔고, 병원 기록이 남았으며, 자신조차 잊고 있던 사소한 생활의 흔적들이 여러 해에 걸쳐 이어졌다.그러니 0은.없었다는 뜻이 아니다.“게임이 못 셌던 거네.”카시엘이 그녀를 바라봤다.“무엇을 말입니까.”“내 시간.”세레나는 창을 손끝으로 가리켰다.“GAME TIME이 0이라고 해서 내가 거기서 0초를 살았다는 뜻이 아니에요. 게임이랑 연결이 끊겼으니까 게임 기준 시간이 없었던 거야.”[해석 일치.]시스템이 곧바로 답했다.세레나의 눈썹이 올라갔다.“이번엔 바로 인정하네.”[BOARD70에서 RETURN01 독립 생애 연속성 검증 완료.][현재 검증 항목은 ‘존재 여부’가 아닙니다.]“그럼?”[시간의 소유권.]세레나의 표정이 멈췄다.카시엘도 창을 봤다.[GAME이 관측하지 않은 시간을 PLAYER01의 생애로 인정할 것인가.]세레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그걸 왜 게임이 인정해?”[기존 GAME 기록 규칙상 비관측 시간은 PLAYER LIFE TIME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그러니까 그 규칙이 틀렸다고.”[BOARD90에서 검증 예정.]“아니.”세레나가 단호하게 잘랐다.“검증은 해. 자료도 볼 거고.”잠깐.“근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세레나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시스템창이 아니었다.창가였다.밤새 내리던 눈은 멎어 있었다. 유리창 가장자리에는 하얀 눈이 얇게 쌓여 있었고, 새벽빛이 그 위에 번지면서 방 안까지 희끄무레한 빛이 들어왔다. 세레나는 이불 속에서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젯밤 온실에 두고 온 거울을 떠올렸다.“루아.”대답이 없다.예전 같으면 심장이 먼저 내려앉았을 것이다.연결이 끊겼나.사라졌나.83번에서 DEALER 역할을 종료한 게 잘못됐나.그런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하지만 세레나는 기다렸다.하나.둘.셋.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응.’세레나가 눈을 깜빡였다.“뭐 했어?”『눈 보고 있었어.’“내가 불렀는데.”『들었어.’세레나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그런데 바로 대답 안 했어?”『응.’“왜?”루아가 너무 태연하게 말했다.『조금 더 보고 싶어서.’세레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그리고 웃었다.“그래.”『화 안 나?’“왜 화가 나.”『예전에는 부르면 바로 대답했잖아.’“그때는 네가 계속 내 옆에 붙어 있었으니까.”『지금도 연결돼 있잖아.’“연결돼 있는 거랑 항상 대답해야 하는 건 다르지.”루아가 조용해졌다.세레나는 몸을 일으켰다.“앞으로도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대신 위험한 일 생겼을 때 내가 급하게 부르면 그건 좀 빨리 대답해 줘.”『얼마나 빨리?’“음.”세레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세 번 정도 부르기 전에?”『세레나.’“응.”『그건 규칙이야?’“아니. 부탁.”잠시 후.『그럼 할래.’세레나는 웃었다.이런 게 달랐다.명령.규칙.조건.선택지.그런 것이 아니라.부탁하고.듣고.싫으면 거절하고.원하면 받아들이는 것.루아가 DEALER가 아니게 된 첫 아침은 그렇게 별것 아닌 대화로 시작됐다.그리고 그 별것 아닌 대화가 세레나는 마음에 들었다.⸻아침 식사 자리에는 온실에서 회수된 거울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하인이
『눈 오는 온실.』『카시엘이 좋아한다는 소리.』『나도 들어 보고 싶어.』루아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장소를 골랐다.따뜻한 곳.사라지지 않아도 되는 곳.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대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곳.그동안 루아가 말한 것은 전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눈 오는 온실.장소가 생겼다.세레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웃었다.“좋아.”『진짜?’“응.”『어떻게?’세레나가 멈칫했다.루아는 아직 몸이 없다. 눈도 없고 귀도 없다. 세레나가 보는 것을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세레나가 먹는 맛을 그대로 느끼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야 세레나의 감각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감각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을 뿐이다.온실로 데려간다.말은 쉽다.하지만 어떻게?“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모르면서 된다고 했어?’“가고 싶은 데가 생겼으면 가는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루아가 조용해졌다.『또 만든다고?’“응.”『방법 없으면?’“만들어.”잠깐.루아가 웃었다.『세레나 그 말 진짜 좋아해.’“나도 이제 인정했어.”세레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시스템.”[확인.]“DEALER가 외부 환경을 독립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방법.”[현재 DEALER는 D SLOT 및 GAME 관리 구조에 연결되어 있습니다.]“그건 아는데. 내가 보는 거 빌려 보는 방식 말고.”[현재 독립 감각 기관 없음.]“몸 만들어 달라는 말 아니야.”[확인.]“관측만. 루아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싫으면 끌 수 있고, 내가 뭘 보고 있는지랑 상관없이.”잠시.[기존 기능 없음.]세레나가 웃었다.“그럼 만들면 되겠네.”[신규 기능 생성에는 안정적 독립 존재 기록이 필요합니다.]“현재 얼마.”그런데 시스템이 띄운 숫자를 보는 순간 세레나의 미간이 좁아졌다.[DEALER 독립 존재 지속성:71%.]세레나는 숫자를 한참 봤다.“잠깐.”『왜?’“이거 이상한데.”루아가 조용해졌다.세레나는 지난 기록을 머릿속에서 빠
[FIXED FATE POINT 78.]과거 기록 제목 복구 중.「이번 생도……」금빛 문장은 거기에서 멈춰 있었다.세레나는 한동안 78번 칸을 바라봤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칸이 먼저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고도 아니었고, 위험을 알리는 붉은 빛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축복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그저 이상하게 익숙했다.손끝이 먼저 카시엘을 찾았던 것도 그래서였을까.세레나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힘을 풀었다. 하지만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카시엘도 마찬가지였다. 잡아 두지도, 먼저 놓지도 않은 채 그녀가 결정할 만큼의 힘만 남겨 두었다.“루아.”『응.’“아까 78에서 내가 누군가를 뽑았다고 했지.”『응.’“누구였는지는?”긴 침묵.『몰라.’“카시엘이었을 가능성은?”『……모르겠어.’루아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좋다.세레나도 더는 답을 유도하지 않았다.“한 번이 아니라고 했고.”『응.’“그건 확실해?”『그건 알아.’“기억이 아니라 감각인데도?”『응.’루아의 목소리가 조금 답답해졌다.『설명하기 어려워. 카드 여러 장을 섞었는데, 같은 카드 모서리만 계속 손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야.’세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같은 사람을 여러 번 뽑았다는 뜻인지, 같은 종류의 선택을 여러 번 했다는 뜻인지는 모른다.”『응.’“좋아. 거기까지.”카시엘이 세레나를 바라봤다.“확인하지 않습니까?”“78 가면 나오겠죠.”“예.”“그리고 지금부터 ‘분명 대공이겠지’ 하고 생각하면, 나중에 뭐가 나와도 그쪽으로 끼워 맞출 것 같아서.”세레나는 78번 칸을 다시 봤다.이번 생도.그 말부터 위험하다.이번 생.저번 생.마치 자신이 몇 번이나 같은 삶을 반복한 것처럼 들린다.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그런 무한 회귀가 아니었다.INSTANCE0의 삶.GAME01.RETURN01 이후 실제 현대 생활.그리고 GAME02.연결된 삶의 구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