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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형수님이라고 부를까요?

Author: 도화
하병우는 돈을 보내지 않았다.

시간을 재던 하시윤은 30분이 지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또 30분쯤 뒤 하병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받지 않고 끊어버렸다. 올 때마다 가차 없이 끊었다.

그렇게 대여섯 번 반복하자 결국 하병우도 꼬리를 내렸다. 1분여 뒤 하시윤은 은행 계좌에 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하병우가 입금한 것이었는데 동시에 문자도 보냈다. 하시윤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녀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에게 연락하여 오늘 안에 자르라 하겠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녀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하시윤은 그냥 무시해버렸다. 먼저 경찰에 전화해 신고를 취소한 다음 집주인에게 돈을 보냈다. 그러고는 집을 빼겠으니 나중에 가서 물건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하병우가 집을 부숴놓은 바람에 남은 물건도 별로 없을 것이다.

돈을 받자마자 집주인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문을 교체한 뒤 열쇠를 관리사무소에 맡겨놓겠으니 언제든 와서 가져가라고 했다.

전화를 끊은 후 하시윤은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서정우를 쳐다봤다.

“목말라?”

그녀는 아이와 함께 후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오늘 햇살이 따스했고 후원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놨다. 그 안에 오색찬란한 잉어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서정우가 물고기 먹이를 뿌리며 대답했다.

“조금요.”

옆에 미지근한 물이 있어 물을 떠서 아이에게 먹였다.

“어디 불편하면 꼭 말해. 알았지?”

서정우는 물고기 먹이를 한꺼번에 연못에 던져 넣고 물을 마신 뒤 그녀에게 몸을 기댔다.

하시윤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 세 살이 넘은 아이인데도 가볍기만 했다. 하시윤이 물었다.

“졸려?”

“네.”

서정우는 대답한 후 하시윤의 품에서 편안한 자세를 찾아 눈을 감았다.

하시윤은 아이를 가볍게 토닥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

서지혁과 서인준이 후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 모습을 목격했다.

하시윤은 편안한 홈웨어를 입고 머리를 느슨하게 묶고 있었는데 머리카락 몇 가닥이 볼에 흘러내렸다. 품에 안은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알 수 없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서인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가 4년 전 그 여자야? 저렇게 예쁜 걸 왜 아무도 얘기 안 해줬어?”

그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심연정보다 훨씬 예쁘지 않아?”

서인준이 심연정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서시 가문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가정부들까지 알고 있었다.

그가 또 말했다.

“저렇게 예쁜데 왜 시험관을 해? 당연히 자연 임신해야지.”

서지혁이 고개를 돌려 쏘아보자 서인준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하시윤은 서정우가 깊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일어섰다.

“내가 할게.”

뒤에서 들린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서지혁인 걸 보고는 그제야 안도했다.

“왔어?”

서인준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전 이 집안의 둘째예요.”

하시윤은 그를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서인준이 농담을 던졌다.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형수님이라고 부를까요?”

그러고는 재밌다는 듯 껄껄 웃었다. 그러다 하시윤과 서지혁이 무표정인 걸 본 순간 웃음을 멈추고 멋쩍게 코를 문질렀다.

“농담이니까 마음에 두지 마세요.”

하시윤이 자기소개를 하자 서인준은 그제야 떠올린 듯 말했다.

“아, 하씨 가문이었죠? 기억났어요. 3년 전에 형수님 아버지가 여기 자주 왔었어요. 정우를 보내겠다면서 돈을 요구했죠. 그런데 계속 말을 바꿔가며 가격을 올리더라고요. 제가 마지막에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끝이 없었을 거예요.”

말을 마치고 나서야 이 주제가 하시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덧붙였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얘기한 거예요. 저 원래 말 많은 거 아시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하시윤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그제야 아침에 서지혁이 출근하며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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