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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Author: 도화

제1화 적합하지 않습니다

Author: 도화
다시 서지혁을 만난 건 4년 뒤였다.

하시윤은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골수 적합성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이었다. 의사는 전화로 적합 여부를 말하지 않고 면담하자고 했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급히 과장에게 반차를 낸 후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길이 막혀 십여 분 늦게 도착했다. 도착했을 땐 의사 사무실에 이미 누군가가 있었다.

하시윤은 문을 열다가 멈칫했다. 서씨 가문의 사람이 올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그 사람일 줄은 몰랐다.

남자는 문을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느슨한 자세로 몸을 뒤로 기댄 채 두 손을 포개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복도 창문이 열려 있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하시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었다. 문득 4년 전의 그 아침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자세로 호텔 방 소파에 앉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씨 가문에서 감히 날 속여?”

의사가 검사 결과서를 넘기며 하시윤을 올려다봤다.

“들어와요.”

하시윤이 심호흡하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요.”

그녀가 자리에 앉자 의사가 검사 결과서를 건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골수 적합성 검사 결과입니다.”

결과를 명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의사의 말투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시윤은 결과서의 마지막 줄을 보았다.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몇 초 뒤 옆에 앉은 남자가 가느다란 손으로 검사 결과서를 가져갔다. 남자의 말투는 무뚝뚝하기만 했다.

“적합하지 않단 말씀입니까?”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적합성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이식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하시윤이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의사는 그녀를 한 번 쳐다봤다가 옆에 앉은 남자를 봤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죠. 두 분 고려해 보세요...”

...

하시윤이 회사로 돌아왔을 땐 마침 점심시간이라 동료들이 삼삼오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녀만 사람들 틈을 거슬러 자리로 돌아갔다.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다. 병원 입구에서 서지혁이 차에 앉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잘 생각해 봐.”

그 말은 의사의 제안대로 아이를 하나 더 낳자는 뜻이었다.

하시윤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잠깐 망설이다 옆 서랍을 열었다.

서랍 맨 위에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남자아이가 이젠 세 살 정도 됐지만 나이에 비해 몸이 왜소하고 말랐고 볼이 푹 꺼져 들어갔으며 머리카락도 다 빠져 있었다.

아이는 지금 몹시 아픈 상태였다.

의사는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하면 더는 버틸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서씨 가문 사람들도 적합성 검사를 받았고 골수 은행에도 물어봤지만 적합한 공여자를 찾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녀를 찾아왔을 리도 없었다.

하시윤은 서정우의 생모인 동시에 서지혁 인생의 오점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서지혁은 기꺼이 그녀와 둘째를 낳겠다고 했다.

오후 내내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퇴근 시간이 됐는데도 오늘 업무를 끝내지 못했다.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야근해서 간신히 할 일을 마무리한 뒤 짐을 챙겨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회사 로비를 나오자마자 길가에 주차된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이 내려가더니 안에 앉은 누군가가 하시윤에게 차갑게 말했다.

“타.”

서지혁이었다.

하시윤은 곧장 다가가 말했다.

“서지혁 씨.”

과거 그들은 한 침대에서 뜨거운 밤을 보냈고 심지어 아이까지 낳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여전히 낯선 사이였다.

4년 전 그 우연한 하룻밤을 제외하면 그들은 아무런 접점도, 대화도 없었다.

서지혁이 다시 말했다.

“타.”

하시윤은 망설이다가 결국 차에 올랐다.

문을 닫기도 전에 차는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서지혁은 어디로 가는지도 얘기하지 않고 그저 액셀을 세게, 더 세게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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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문영은 하시윤에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마침 서경민이 돌아와 결국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성문영은 서경민이 다가온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경민은 그런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어디 아파?”성문영은 깜짝 놀라며 얼른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아, 아니. 안 아파.”서경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계단 쪽으로 향했다.“아프면 얼른 약 먹어.”성문영은 서경민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혼자 남겨진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방금 그거, 걱정해 준 거야?’하시윤은 그새 밖으로 나가 정원에 도착했다.성문영은 그녀를 뒤쫓아가는 것이 아닌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하시윤이 서 있는 바로 그 정원에서 심태진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성문영은 그를 밀쳐내지 않았다.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가만히 심태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당시 정경란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아프다는 건 핑계고 둘만 있을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준 것 같았다.즉, 정경란은 이미 그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성문영은 거실에서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문을 열어보니 서경민이 어디에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바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똑똑.“들어가도 돼?”...하시윤은 서지혁이 돌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주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시윤의 옆에는 그녀가 만든 듯한 꽃다발이 놓여있었다.서지혁은 천천히 다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여기서 뭐 해?”하시윤은 서지혁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병원 가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정우가 무서워할 거야.”“그래. 저녁 먹고 바로 가자.”서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꽃다발을 집어 들었다. 정원에 핀 꽃을 다 꺾기라도 한 건지 꽤 많았다.“여기서 나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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