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퇴근길에 서지혁은 복도에서 성문영과 딱 마주쳤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그를 성문영이 다급히 불러세웠다.“지혁아, 네 아버지가 오늘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못 나가신단다. 네가 대신 가서 얼굴 좀 비춰야겠다.”서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랑 하는 식사 자리인데요? 선약까지 깨고 아버지가 대체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신 거예요?”성문영도 내막은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저 서경민에게서 연락이 왔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서지혁을 대신 보내라는 엄포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했다.서지혁은 시계를 힐끗 보며 갈등하다가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제가 갈게요.”그는 다시 사무실로 발길을 돌려 비서에게 저녁 일정을 준비시키라고 지시했다. 문이 열린 틈으로 퇴근하던 서인준이 고개를 들이밀었다.“뭐야, 형 아직도 퇴근 안 했어?”서지혁이 답했다.“갑자기 땜빵으로 식사 자리로 가게 생겼어. 넌 야근 안 하냐?”“내가 왜?”서인준이 얄밉게 웃으며 대꾸했다.“당장 급한 불 끌 건 없으니까 난 이만 퇴근할래. 정 급하면 주말에 잠깐 나오든가 해야지.”서지혁이 서류를 챙기며 툭 던졌다.“그럼 네가 집에 가서 시윤이한테 말 좀 전해 줘...”하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서인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음 말을 기다리다 못해 물었다.“뭐라고 전해 줄까, 형수님한테?”“아니다. 됐다.”서지혁은 마음을 바꿨다.“그리 오래 걸릴 자리는 아니니까 굳이 말 안 전해줘도 돼.”서인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낄낄거리며 형의 어깨를 툭 쳤다.“형수님더러 밤에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아유, 우리 형 사랑꾼 다 됐네.”그는 한술 더 떠서 비아냥거렸다.“그런데 형, 꿈 좀 깨. 형수님이 형을 기다려 줄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혼자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니야?”서지혁이 매섭게 눈을 치켜뜨자 서인준은 금세 꼬리를 내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었다.“알았어. 이제 갈게.”서인준은 엘리베이터로 향하다 말고 잠시 멈칫하더니 방향
서지혁이 고개를 돌려 가정부에게 물었다.“시윤이가 나갈 때 별말 없었어요?”“네.”가정부도 의외라는 듯 대답했다.“하시윤 씨, 나가셨나요?”잠시 생각에 잠기던 가정부가 덧붙였다.“아마 친구분을 만나러 가신 게 아닐까 싶네요.”서지혁은 지윤정을 떠올렸다. 하시윤의 친구라곤 그 여자 하나뿐이었으니까. 지난번 만남 때도 미리 말 한마디 없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다만 그때는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으면 순순히 사실대로 말할 기색이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꼭꼭 숨기는 기분이 들었다.서지혁은 더 묻지 않고 서정우와 잠시 놀아주다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주방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 거실로 나온 한효진은 서지혁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왔니.”서지혁이 물었다.“시윤이 나간 거 알고 계셨어요?”한효진의 얼굴에 서린 당혹감은 연기가 아닌 듯했다.“나갔다고?”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몸도 무거운 애가 왜 자꾸 밖으로 나도는 거야. 임신 중인데 조심성 없이.”그러고는 혀를 차며 덧붙였다.“내일 정기 검진도 있는데, 볼일이 있으면 내일 나가서 한꺼번에 처리하면 될 것을.”서지혁은 대꾸 없이 서정우를 데리고 식탁 앞에 앉았다.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참 동안 기다려도 하시윤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지혁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다.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마침 하시윤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차 문을 열었던 서지혁은 그대로 멈춰 섰다.차에서 내리던 하시윤이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 아직 안 갔어?”“어디 갔다 오는 거야?”서지혁이 묻자 하시윤이 답했다.“묘원에.”하시윤이 말했다.“관리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엄마 묘비에 누가 낙서를 해놨다고. 그래서 확인하러 갔다 왔어.”서지혁의 미간이 좁아졌다.“낙서?”“우리 엄마 묘비뿐만 아니라 다른 집 묘비에도 페인트 테러를 해놨더라.”하시윤이 상황을 설명했다.“묘지 매매 문제로 원한을 품은 사
다음 날 아침, 하시윤은 입술에 닿는 감촉 때문에 잠에서 깼다. 한창 단잠에 빠져 있는데 입술이 꽉 막히는 느낌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었다.여전히 침대 위였지만 서지혁은 이미 출근 준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정장까지 갖춰 입은 그는 어젯밤 그 모습으로 침대맡에 앉아 있었다.그는 하시윤의 옆으로 팔을 깊숙이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하시윤이 고개를 몇 번 저으며 피해 보려 했지만 서지혁은 그녀의 턱을 붙잡아 고정시키더니 다시 한번 진하게 입을 맞췄다.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킨 그가 말했다.“조금 더 자. 난 출근할게.”하시윤은 다짜고짜 발을 뻗어 그를 걷어찼다.“잘 자고 있는데 왜 난리야? 미쳤어?”서지혁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손을 뻗어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고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인터넷 보니까 임신할 때 너무 크게 움직이면 배 당긴다더라. 조심 좀 해.”하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 끝으로 향했다.상처가 아물지는 않았지만 피는 멈춘 상태였다. 다만 주변의 색이 다른 곳보다 훨씬 짙었다.그녀는 민망함에 다시 등을 돌리고 누우며 발을 뺐다.“귀찮아, 진짜 귀찮게 구네.”서지혁은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는 가볍게 토닥였다.“갔다 올게. 더 자고 있어. 이따가 가정부 시켜서 밥 올려보낼게.”하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지혁이 일어서 나가는 소리, 그리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떴다.아침부터 이 난리를 겪고 나니 다시 잠이 올 리가 없었다.그녀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곁에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내용을 확인한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심연정이었다.어젯밤 전화를 서지혁이 중간에 끊어버렸는데 대체 무슨 할 말이 남아서 심연정은 이런 걸 보낸 건지. 하시윤은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내렸다. 글자 수가 꽤 되는 것이 거의 장문의 호소문 수준이었다.어지간히 할 일이 없었는지
밤늦은 시각, 심연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당연히 서지혁을 찾는 전화였다.운도 없지, 하필이면 서지혁은 욕실에 들어가 있었다. 침대 위에 던져진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울려대자 하시윤이 목청을 높여 불렀다.“지혁 씨, 전화 왔어! 심연정 씨야.”욕실 안에서 서지혁의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두라는 소리였다.첫 번째 전화는 하시윤도 못 들은 척 넘겼다. 진동이 멈추는가 싶더니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심연정은 참으로 끈질겼다. 하시윤은 그녀가 분명 서지혁에게 새로 생긴 여비서의 존재를 알아채고 따지러 전화를 건 것이라 짐작했다.그녀는 욕실을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는데 서지혁의 대답은 아까와 같았다.“상대해 줄 필요 없어.”하지만 두 번째 전화가 끊기기 무섭게 세 번째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번에도 하시윤이 소식을 전하자 욕실 안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서지혁이 입을 열었다.“네가 받고 싶으면...”그는 흠칫하더니 말을 바꾸었다.“네 마음대로 해.”서지혁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하시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심연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그녀는 안달이 난 듯 물었다.“들었어. 윤혜리 씨가 비서로 들어갔다면서?”하시윤이 나긋하게 대꾸했다.“네, 맞아요.”심연정은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하시윤 씨?”그녀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왜 하시윤 씨가 전화를 받는 거죠? 지혁이는 어디 있어요?”“지혁 씨는 씻고 있어요.”하시윤은 창가로 걸어가 턱을 괴고는 밖을 내다보았다.“할 말 있으면 저한테 하세요. 제가 지혁 씨한테 전해줄 테니까요.”이쪽 창가에서는 정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역시 한효진의 방 위치가 제일 명당인 듯했다. 하시윤은 심연정의 대답을 기다려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말 안 할 거예요? 그럼 그냥 끊을게요.”“하시윤 씨!”심연정이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하시윤 씨도 지혁이 옆에 여자
문가에 서 있던 성문영은 소파 위의 세 사람을 가만히 지켜봤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독히도 근사한 그림이었다. 모델 뺨치는 두 사람의 비주얼에, 비록 몸은 약해도 인형처럼 순한 아이까지. 셋이 어우러진 그 모습은 웬만한 가족 화보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다.차라리 남의 집 일이었다면 세상에 저렇게 완벽한 가족이 다 있냐며 구경꾼처럼 부러 섞인 감탄이라도 내뱉었을 터였다.하지만 서지혁은 그녀의 아들이고 서정우는 그녀의 손주였다. 구경꾼의 입장이 될 수 없는 성문영의 입가는 한 점의 미소조차 머금지 못한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남처럼 웃어넘길 수 없기에 눈앞의 그 평화로운 풍경이 오히려 그녀의 속을 시커멓게 뒤틀어 놓았다.그녀의 시선이 하시윤에게 머물렀다. 탕비실에서 가증스럽게 연기하고는 뒤에서 제 말을 싹 무시하던 그 영악한 모습이 떠올라 절로 이를 악물게 됐다. 하시윤을 볼 때마다 4년 전의 그 지독한 사건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그날 밤 그 사달만 나지 않았어도 지금쯤 심연정이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을 것이고, 하시윤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손주를 품에 안았을 텐데 말이다.물론 이 모든 일이 하시윤의 잘못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지혁이 일을 더 키우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을 때, 그녀도 마지못해 하씨 가문 사람들을 용서해 주고 넘어갔던 것이었다. 그저 평생 단 한 번의 악연으로 끝내고 다시는 엮이지 말자고 다짐하며 애써 삭였다.그런데 1년 뒤, 그들이 아이를 데려왔다.아이는 엄연한 서지혁의 핏줄이었기에 성문영은 아이에게만큼은 화풀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하병우가 뻔뻔하게 돈을 요구했을 때, 그녀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만약 돈 한 푼 받지 않고 덥석 아이를 보냈더라면 되레 찜찜해서 견디지 못했을 것이었다. 거액의 돈을 건넸으니 이제 물건값 치르듯 인연도 깨끗이 정리되었다고 믿었다.하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다시 하시윤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성문영은 가끔 이 모
서인준이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마침 앨범 구경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갓 귀가했는지 아직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벗어둔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치고 있었다. 단란하게 모여 있는 세 사람을 본 그는 너스레를 떨며 한마디 던졌다.“어이쿠, 단란한 세 식구가 모여 계시네.”말을 뱉자마자 뭔가 빠뜨렸다는 걸 깨달았는지, 서인준의 시선이 하시윤의 배 위로 향했다.“아니지, 네 식구구나. 곧 태어날 우리 조카님을 깜빡할 뻔했네.”그는 침대 가운데 펼쳐진 앨범을 보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이게 뭐야?”서지혁이 앨범을 들어 보였다.“사진첩.”서인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우리 집에 이런 게 다 있었어?”그는 사진첩을 건네받아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기 사진을 발견하고는 입을 쩍 벌리며 웃음을 터뜨렸다.“와, 나 어릴 때 진짜 못생겼었네. 무슨 감자같이 생겼냐.”사진을 넘기며 낄낄대던 서인준이 불쑥 다른 화제를 꺼냈다.“그나저나 형, 그 비서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서지혁은 어느새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걸어갔다.휴대폰에 알림이 와서 그는 고개를 숙여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서인준의 질문에는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되물었다.“처리라니, 뭘?”서인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정말로 옆에 둘 생각은 아니지?”그는 서지혁에게 주의를 주듯 덧붙였다.“아빠가 분명히 꿍꿍이가 있어서 보낸 거잖아. 형이 심연정 스타일 질색하는 거 아니까 일부러 형수님이랑 분위기 비슷한 애로 골라서 보낸 건데. 그 속내가 뭔지 뻔하지 않아?”그 말에 하시윤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그 비서가 나랑 분위기가 비슷했다고? 오늘 멀리서 슬쩍 봤을 때는 나보다 훨씬 활력 넘쳐 보였는데? 내 그림자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말이야.’서지혁 역시 똑같이 느꼈는지 창밖을 보던 시선을 서인준에게로 돌렸다.“그 여자가 네 형수랑 비슷하다고?”그는 차갑게 덧붙였다.“시간 날 때 안과나 좀 가봐라. 눈에 큰 문제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