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은재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사형수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고, 냉혹하게 목의 급소를 물어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사형수는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
사형 집행 하루 전..........
교도관은 사형수 다섯 명을 각각 독립된 방에 모아,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었다.
“너희가 다음 날 경험하게 될 것은... 뱀파이어가 직접 목의 급소를 물어 사형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사형수들은 믿지 않았다. 사형이란 것이 보통 인간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사형수라는 이름만 있을 뿐 집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은 20년 정도만 교도소에 있으면 가석방 자격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그런데, 뱀파이어라니..... 자신들은 뱀파이어라는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만나던 존재아니었었나.....
사형수들은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도관님 세상에 뱀파이어가 어디있습니까?”
“이런식으로 저희 겁주지 마십시오. 교도관님.”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사형수들을 바라보는 교도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믿지 못하겠다면 믿지마라. 다만 한가지 사실은 너희들은 내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형수들은 교도관의 말에 몸을 굳혔다. 내일이면 자신들은 죽게된다. 그것도 존재의 유무도 모를 뱀파이어에 의해서 말이다.........
그리고 현재 첫 번째 사형수가 사형 집행실로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교도관의 말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자신 앞에는 길게 뻗은 뾰족한 송곳니와, 불타듯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자신의 목을 정밀하게 겨누고 있었다.
사형수는 몸을 떨며 구속복에 묶인 채, 어떠한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순간, 은재가 다가왔고, 차갑게 뜨거운 숨결과 함께 목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밀었다.
사형수는 절망 속에서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공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사형수는 은재의 송곳니에 목이 뚫린 뒤, 힘이 빠진 몸을 버티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 위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바닥으로 스며드는 피 냄새가 방 안을 채웠고, 은재는 깊게 들이쉰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는 입가 주변으로 흘러내린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고, 본능이 잦아들기 전에 자신이 머물기 위해 지정된 구석의 안전 지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은 뱀파이어가 집행 직후 잠시 휴식하거나 폭주를 억제하기 위해 머무는 공간이었다.
맞은편 관찰실에서는 방금까지 모든 과정을 면밀히 지켜본 의사와 교도관 두 명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미 익숙한 순서대로 움직였다. 의사는 사형수의 상태를 확인하며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망 확인. 즉시 이송.”
교도관 두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것을 가져와 사형수의 몸을 조심스럽게 올린 뒤, 무거운 공기가 가득한 방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며 잠시 고요가 찾아왔다.
은재는 아직 진정되지 않은 피의 향기에 눈을 가늘게 뜬 채, 다음 사형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숨은 천천히, 그러나 여전히 위험한 야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은재에게서 이성을 잃을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흡도 안정적이었고, 피를 마신 직후 특유의 폭주 기미 역시 빠르게 가라앉았다.
해일은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 비로소 안도했다.
은재가 오늘 유독 꾸민 이유도, 분명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서였다는 게 느껴졌다.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자, 방 밖의 헌터들은 의자에 앉아 준비해 온 믹스 커피를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그 중 한 헌터가 해일 쪽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심판자님, 오늘 하은재 씨.... 평소보다 훨씬 안정적인데요?”
해일은 헌터가 건넨 말을 듣고 컵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편이야.”
그는 잠시 은재가 서 있는 안전 지대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은 이미 원래의 옅은 회색빛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송곳니도 천천히 제자리로 들어가고 있었다.
은재는 방 한구석의 안전 구역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했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면의 거울로 향했고, 거울 너머에 있을 해일을 떠올렸다.
자신에게는 단지 거울로 보이지만, 그 뒤에서는 분명 해일이 지켜보고 있었다.
언젠가처럼, ‘은재야, 형은 너가 잘하고 있는거 알고 있어. 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자 내 아들이야.....’ 먼 옛날 19세기 쯤이었나 일제감정기 시절 해일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이 모든 일을 끝내고 나면 형은 분명 그렇게 말해줄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본능을 억누르며, 스스로 정한 ‘에티튜드’를 지키며, 직업 정신이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켜고 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곧 들어올 두 번째 사형수를 맞이하기 위해. 철문은 두껍고 무거웠지만, 은재는 그 문을 바라보며 눈빛을 가늘게 좁혔다.
붉은기 없는 평온한 눈동자였지만, 안에는 분명한 결의가 번뜩이고 있었다.
‘형, 나 이렇게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은재의 채도가 낮은 머리칼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 복도에서 진동처럼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 번째 사형수는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구속복을 입은 채, 양팔이 교도관에게 붙들려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힘을 잃어 갔고, 바닥 위에 천천히 끌리다시피 움직였다.
그가 복도를 지나갈 때— 바로 옆으로, 하얀 천에 덮인 들것이 지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은 건물 안에서 숨을 쉬던 사람이,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끌려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사형수의 숨이 급격하게 거칠어졌다. 눈이 부릅떠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교도관님... 저.... 진짜 죽는 건가요?”
목소리는 거의 울먹임 직전이었다. 교도관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 한마디는 잔혹한 진실이었다. 어떤 위로도, 어떤 가식도 없었다.
사형수는 다리가 풀려 비틀거렸고, 교도관은 억지로 그의 팔을 붙들어 다시 앞으로 끌고 갔다.
“저... 저기 있는 건..... 방금 전 그 사람... 맞죠...?”
사형수는 하얀 천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말 줄여라. 곧 네 차례다.”
복도 끝에서 두꺼운 철문이 “쿵—” 하고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사형수는 그 소리만으로도 거의 기절할 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이미 눈빛을 가다듬고 서 있는 은재가 있었다. 그의 표정은 차갑지도, 잔혹하지도 않았다. 단지… 준비된 전문가의 얼굴이었다.
교도관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방안으로 밀어넣고 그대로 방문을 닫고 걸어잠궜다.
무거운 철문이 철컹하며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헉!!!”하고 숨을 들이키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은재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그에게로 다가가자 사형수는 고개를 번쩍들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세요!!!!”
자신을 올려다 보며 살려달라며 악을 쓰는 그를 향해 마주 앉았다.
“그러게.....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래?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안그래?”
은재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사형수는 은재의 눈을 보자마자 더 크게 몸을 떨었다. 평범한 인간의 눈빛이 아니었다.
“아...... 아, 아니에요....! 그때는.... 그때는 제가, 제가 미쳐서... 술이 너무—”
“술을 마시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법이 있었나?”
은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태도는 오히려 사형수를 더욱 공포에 몰아넣었다.
사형수의 눈에서는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지만 구속복을 입고 있는 그는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빌었다.
“저기... 저기... 그러니까...... 저는... 죽기 싫어요!!! 으헝....”
사형수의 하체는 이미 소변으로 축축하게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바닥을 기어 은재의 발 밑으로 가서 그의 구둣발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오열했다.
은재는 사형수와 닿기 싫다는 듯 잠시 뒤로 물러났고, 자신의 발 밑에서 살려달라고 오열하는 사형수를 보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은재는 더 이상 들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 앞에 엎드려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 그는 미성년자 여고생을 강간한 후 살해한 중범죄자였다.
은재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비비며 울부짖는 사형수의 모습은 초라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죄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 초라함조차 부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미 넌 사형을 선고 받았고 난 집행할 뿐. 더 이상의 변명은 듣기 거북하군.”
냉정한 은재의 말에 이미 사형수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올려다 보고 눈동자가 더 커졌다. 사형수는 공포에 질린 채 온몸을 떨었다.
그의 눈앞에서 은재의 홍채는 피를 머금은 듯 진하게 번들거렸고, 입술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송곳니가 서서히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아... 아아....”
사형수의 입에서는 더 이상 말 같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동물적인 비명과 공포만이 뒤섞여 허공에 퍼졌다.
은재는 그의 반응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
한때 인간들이 자신을 뱀파이어라 부르며 두려워하던 그 시절과 닮은 장면이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연민도, 동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겁나?”
은재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속에는 비죽이는 듯한 냉소가 섞여 있었다.
사형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말을 이어보려 했지만 혀가 꼬여 소리만 새어 나왔다.
“제... 제발... 살려....”
“나한테 살려달라고 하면 안 되지.”
은재는 서서히 허리를 굽혀 사형수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붉은 눈동자는 바로 눈앞에서 피비린내 나는 광기를 번뜩였다.
“살려달라고 할 사람은.... 네가 죽인 그 애였어.”
그 말 한순간, 사형수의 표정이 완전히 무너졌다.
심장 박동이 귀에서 울리는 듯 거칠어졌고, 혀끝으로 미묘하게 느껴지는 피 냄새가 공포를 극대화했다.
은재의 그림자가 사형수를 완전히 덮었다. 그의 목에서 피가 뛰는 지점을 따라 은재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갔다.
루비 아워 안으로 도망쳐 들어온 이솔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곧장 직원 휴게실로 뛰어 들었다.자신의 사물함 앞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이솔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식은땀을 닦아낸 이솔은 해일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무서웠어.....”공포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은 있어도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이솔은 사물함에 가방을 넣은 후 뒤로 돌아 벽에 잠시 기대 맞은 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솔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거칠게 몰아쉬던 숨은 다시 안정을 찾고 있었다.직원 휴게실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이솔과는 다르게 해일은 세상이 무너진 듯 어깨는 축 쳐져 있었고, 고개도 떨구고 이솔이 사라진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율은 눈을 찡그리며 이솔이 사라진 직원 휴게실과 문 밖에서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해일을 번갈아 보고 무슨 일인지 대략 감이 잡혔다.루비 아워 밖에서 서서 세상을 잃은 듯 한 해일의 처참한 모습을 지율은 웃어야 할지 그를 위해 위로를 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하...... 형....”지율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방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충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지율은 출입문을 열고 해일을 바라보며 충고를 하기 시작했다.“해일형. 잠깐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 김매니저랑 인수인계 해야 하거든? 나 퇴근하면 그때 나랑 이야기 하자. 알았지?”지율의 말에 해일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말을 이어보려 입술이 몇 번 떨리더니, 금세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지율아.....”
카페 루비 아워에서 매니저로 근무 중인 이솔은 요즘 상당히 난감했다.몇 년 동안 루비 아워에서 주간에 근무하면서 인간 손님들을 상대하는 이솔은 가장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뱀파이어는 지율 뿐이었다.지율은 언제나 밝고 친절하게 인사했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누구보다 부드러웠다.그래서 이솔 역시 자연스럽게 지율의 태도에 익숙해져 있었다.반면 해일과 은재는—말 그대로 가끔.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한 뱀파이어들이었고, 그마저도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특히 해일은 근처 건물에 사는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과는 전혀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아주 가끔 마주치는게 다였다.평소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신비로울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했다. 아니, 이상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이솔이 출근할 때, 루비 아워 출입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다거나, 이솔이 퇴근할 때, 지율과 함께 퇴근한다며 찾아 왔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까지도 그냥 타이밍이 겹쳤나 싶었다.그런데....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카페 앞, 주차장 입구, 심지어 분리 수거를 하기 위해 쓰레기장으로 향할 때 조차 해일이 있었다. 심지어....“아, 이솔씨.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이솔은 마치 심장 깊숙한 곳을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툭 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심장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이솔은 순간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에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네는 해일을 바라보았다.해일은 예전처럼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해일은 잠시 멈칫하며 은재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평소 무뚝뚝하고 냉정한 그의 표정과는 다른, 어딘가 당황스러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평소 무뚝뚝한 표정의 해일이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오히여 은재가 더 당황했다.당황해하는 은재를 보며 해일은 헛기침을 했다.“아니.... 뭐.... 큼!! 뱀파이어도 갱년기 올 수 있나? 아무튼!!!”해일은 오늘 루비 아워에서 환생한 자신의 아내를 만날 생각에 상당히 들뜬 상태였다. 그래서, 은재의 어이없어하는 반응도 이해가 갔다.“해일형..... 오늘 이상해? 응?”해일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었기에 어서 은재와 함께 루비 아워로 가야했다. 그녀가 퇴근 하기 전 도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은재야. 내가 나중에 진짜 다~~~ 말해줄테니까 어서 가자!!!”은재는 정말 나중에 모든 비밀을 알게 되면 그때 온 우주의 기운을 빌어 놀려주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짐을 챙겨 루비 아워로 향했다.루비 아워에 도착해 안을 들여다 보자 이미 지율은 출근을 해서 이솔과 함께 인수인계 중이었고, 인간 직원들도 퇴근 전 마감을 위해 정리 중인 것이 보였다.해일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자신의 아내가 루비 아워 안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옛날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기 전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병간호를 하느라 힘들어하던 아내였지만 지금은 생기가 넘쳐흘렀다.감정이 그대로 들어나는 얼굴로 루비 아워 안을 들여다보는 해일을 지켜보던 은재는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오랜 시간 그의 곁에서 지켜 본 바로 저 표정과 몸짓은 환생한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었다.루비 아워에 해일의 환생한 아내가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란
이현명은 잠시 해일을 바라본 뒤, 자신이 전달받은 보고서를 조심스럽게 건넸다.“해일 심판자, 이리 와서 이 보고서를 확인해 보게. 그대의 환생한 아내의 신상이 적혀 있네.”해일은 떨리는 손으로 보고서를 받아들였다.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의 몸을 차갑게 스며드는 전율이 휘감았다.오래 묵혀둔 죄책감과 집념, 그리고 이제 막 드러난 진실이 한꺼번에 몰려와, 심장은 말 그대로 얼어붙는 듯했다.“폐하... 이게... 진짜입니까?”해일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그 눈빛은 보고서의 내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오랜 세월을 환생한 아내를 찾았고 멀리서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해일이었다.그래서, 이번에는 그녀와 자신의 시간이 겹쳐 만날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이현명은 해일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맞네. 몇 번이나 확인해보았지만, 그 사람이 틀림없네.”해일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움을 느꼈다. 손끝이 떨리고, 이미 멈춰버린 심장이 다시 살아난 듯 박동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폐하..... 지율 형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해일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보고서 속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지율은 모르네.”이현명은 잠시 숨을 고르고, 한숨처럼 낮게 이어 말했다.“알았다면 이미 그대에게 말했을 걸세. 그 사람은 지금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야.”해일은 잠시 보고서를 내려다보며, 환생한 아내가 자신 바로 앞에 있었고 그것도 모른채 있었다는 사실에 혐오를 느낄 지경이었다.이
사형수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단 하나였다."살려주세요......“하지만 은재는 그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었다.분명 그가 죽어가던 소녀에게도 살려 달라는 애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외면했다.그래서일까. 이제 와 제 목숨을 구걸하는 그 목소리는 은재에게 헛웃음조차 아까울 만큼 공허하게 들렸다.순간, 은재는 주저 없이 사형수의 목덜미로 얼굴을 파묻었다.이빨이 피부를 찢고 들어가자, 목 깊숙이 숨은 급소가 강하게 떨렸다.은재가 단번에 물기 위해선 목뼈와 경동맥, 주변의 연골을 한 번에 으깨야 했다.짧은 파열음과 함께 피가 뜨겁게 분출했고, 은재는 그 붉은 흐름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였다.사형수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은재는 깊게 들이쉰 숨을 내쉬며 피 묻은 손을 털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이어 안전 지대로 몸을 옮긴 그는 맞은편 관찰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뒤, 첫 번째 사형수 때와 동일하게 의사가 공식적인 사망 판정을 내렸다. 교도관들이 들것을 밀고 들어와 차갑게 식은 시신을 조심스레 실어 나갔고,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들것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이 남았다.이로써 두 번째 사형 집행이 끝났다. 은재는 작은 숨을 내쉬며 머릿속을 스치는 혼란을 정리했다.혼란스럽고 사냥 본능으로 어지러웠던 머리가 조금씩 가라앉으며, 그의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그 후로 또 세 명의 사형수들이 은재의 손에 의해 차례로 숨을 거두었다.다섯 명 모두의 사형이 마무리되자, 혹여라도 신생 뱀파이어로 되살아나는 일을 막기 위해 마지막 절차가 진행되었다.의료진이 물러나자 은재는 직접 사형수들의 심장을 확인했다
은재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그는 사형수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고, 냉혹하게 목의 급소를 물어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사형수는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사형 집행 하루 전..........교도관은 사형수 다섯 명을 각각 독립된 방에 모아,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었다.“너희가 다음 날 경험하게 될 것은... 뱀파이어가 직접 목의 급소를 물어 사형을 집행하는 방식이다.”그 말을 들었을 때 사형수들은 믿지 않았다. 사형이란 것이 보통 인간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사형수라는 이름만 있을 뿐 집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신들은 20년 정도만 교도소에 있으면 가석방 자격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그런데, 뱀파이어라니..... 자신들은 뱀파이어라는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다.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만나던 존재아니었었나.....사형수들은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다.“한국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교도관님 세상에 뱀파이어가 어디있습니까?”“이런식으로 저희 겁주지 마십시오. 교도관님.”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사형수들을 바라보는 교도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믿지 못하겠다면 믿지마라. 다만 한가지 사실은 너희들은 내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것이다.”사형수들은 교도관의 말에 몸을 굳혔다. 내일이면 자신들은 죽게된다. 그것도 존재의 유무도 모를 뱀파이어에 의해서 말이다.........그리고 현재 첫 번째 사형수가 사형 집행실로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