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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작가: 류한나
이후 송민준은 몇몇 사업가들에게 이끌려 한쪽으로 가버렸다.

민시후가 고은서에게 물었다.

“송민준은 왜 온 거야? 네가 초대했어?”

고은서는 며칠 전 송민준과 송민아와 함께 식사했던 일을 민시후에게 말했다.

민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멀지 않은 곳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송민준을 바라보았다.

“쟤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이상한데?”

“일부러 너한테 접근하는 것 같아.”

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에 놀라 사레가 들려 기침하기 시작했다.

민시후는 그녀에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송민준은 절대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법이 없어. 송민아를 보러 온다는 명목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마주치는 횟수가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

물 한 모금 마신 고은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비록 송민준을 자주 마주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항상 조심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송민아한테 살짝 물어볼게.”

고은서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앞쪽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고은서가 바라보니 곽승재가 도착해 있었다.

곽승재는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안에는 흰 셔츠를 매칭했다. 서 있는 자세와 긴 다리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곽승재와 친해지기 위해 앞다퉈 인사를 건넸다.

곽승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하며 사람들을 능숙하게 상대했다.

도아름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곽승재는 그녀와 인사를 하고는 고은서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은서야, 할아버지도 오셨다면서? 가서 잠시 얘기 나누고 올게.”

민시후는 곽승재를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런 자리에서 불쾌한 일이 생기길 원하지 않았기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곽승재는 곧 고은서 앞에 다가왔다.

“축하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고마워.”

곽승재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 잘 없었기에 곽승재가 먼저 고은서에게 말을 건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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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준은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감정은 원래 저도 모르게 생겨나는 거야. 나도 언제부터 너한테 호감을 느끼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네가 나랑 만난 적이 없다고 해서 술집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한 거지. 정확히 그날부터 좋아했다는 건 아니야.”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오빠는 나한테 있어서 그저 친구의 오빠일 뿐이야. 미안하지만 오빠를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오빠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송민준이 씁쓸하게 웃었다.“은서야, 나한테 너무 차갑게 구는 거 아니야? 혹시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고은서의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 그러나 송민준이 갑자기 호감을 느낀다고 말했을 때부터 고은서는 선을 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녀가 정색하면서 입을 열었다.“민준 오빠, 해성과 북성에서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하지만 나는 오빠가 남자로 보이지 않더라.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송민준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혹시 곽 대표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니면 민시후 때문인가?”고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다른 사람과 상관없는 일이야. 오로지 내 생각이니까 이해해 줘.”송민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은서야, 내가 갑자기 호감 있다고 해서 많이 놀랐지? 네가 나를 그저 민아의 오빠로만 보니까 답답해서 그랬던 거야. 나는 아무 감정도 없는 기계가 아니라 사랑을 꿈꾸는 남자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지금 말해봤자 의미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얘기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어.”그가 말을 이었다.“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누구라도 너랑 친하게 지내다 보면 호감을 느끼게 될 거야. 만약 내가 부담스럽게 굴었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자. 예전처럼 계속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고은서는 송민준을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송민준은 너무 완벽한 사람이었고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해도 화내거나 욕하지 않고 이 상황

  • 어게인, 비긴   제1122화

    곽승재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송 대표님은 온화하지만 늘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둔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봐요? 고은서한테 특별히 신경 쓰는 것 같아서요.”그가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송민준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아름다운 여자를 마다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곽 대표님 말대로 은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그의 말에 곽승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은서는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송민준을 쳐다보았다.송민준이 이런 상황에서 그녀한테 호감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몰랐던 것이다.예전에 송민아와 박지연이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송민준이 명확하게 말한 적이 없어서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서 고은서는 송민준이 평소에 잘해줄 때마다 동생의 친구여서 챙겨주는 줄 알았다.오늘 송민준이 갑자기 그녀한테 호감이 있다고 말하니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민준 오빠, 그런 장난은 재미없어요. 나처럼 한번 갔다 온 여자가 어떻게 송씨 가문의 며느리를 꿈꾸겠어요?”고은서가 자신을 비꼬자 송민준이 다정하게 말했다.“은서야, 너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곽 대표님과 민시후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낄 자리가 없어.”“낄 자리가 없으면 마음을 접어야죠.”곽승재가 차갑게 말했다.“그리고 고은서는 송 대표님 같은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송민준이 고개를 돌리며 씩 웃었다.“곽 대표님,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곽 대표님이라고 해서 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것도 아니고요.”송민준이 말을 이었다.“은서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제가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래요. 저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곽승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고은서는 두 사람이 유치하게 말싸움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곽승재를 향해 말했다.“바쁘니까 먼저 가 봐.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곽승재는 떠나기 싫었지만 이곳에 남아있어도 할 수

  • 어게인, 비긴   제1121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들어보니 확실히 여시은답지 않은 것 같아. 여재훈이 강박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건 아닐까?”여재훈은 여시은의 뒷배가 되어주었기에 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할 것이다. 곽승재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런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 오늘 마재경을 너무 쉽게 설득해서 그런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그의 말에 고은서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러면 여시은이 지시한 게 아니라 마재경이 우리를 속이려고 그랬다는 거야? 마재경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해.”고은서가 불안해하자 곽승재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추측일 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경찰 측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나도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서 알아볼 생각이야. 해외 아이디를 추적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시간이 늦었으니 집까지 데려다줄게.”곽승재와 고은서가 같이 걷고 있을 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고은서는 그의 휴대폰 화면을 힐끔 쳐다보았다. 발신자는 곽승재의 아버지 곽현수였다.곽현수는 Y 국에 가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여씨 가문의 개업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마 귀국했거나 최근에 일어난 일을 듣게 되어서 곽승재의 책임을 물으려고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고은서가 차분하게 말했다.“나는 괜찮으니까 전화 받아.”곽승재는 굳은 표정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 한 편에서 곽현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서는 곽승재의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나는 기사님한테 연락하면 되니까 먼저 가 봐.”곽승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나를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그래도 아버지한테 가보는 게 어때? 괜히 나 때문에 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 할까 봐 그래.”곽승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고은서를 혼자

  • 어게인, 비긴   제1120화

    고은서가 누가 사주했는지 밝히면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재경은 아직 경찰서를 떠날 수 없었다.경찰 조사에 협조해야 했고, 명확한 결론이 나온 후에야 책임 감경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곽승재는 변호사를 불러 진전 상황을 체크하도록 했다. 나머지 일은 경찰에 맡기고 그들은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한바탕 분주히 보낸 후, 곽승재가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고은서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정문에 도착한 고은서는 마침 경찰서에 온 여시은과 마주쳤다.그녀는 이전과 같은 실내복 차림에 창백한 얼굴로, 집사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그녀는 고은서를 발견한 순간 분노를 쏟아냈다.“고은서, 아빠를 다치게 한 것도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 오히려 나를 모함해?”“허튼소리로 아빠를 현혹시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만들다니!”고은서는 살짝 놀랐다. 물론 여시은의 발악이 아니라 여재훈의 처사 때문이었다.그녀가 마재경의 말을 녹음해 여재훈에게 보내긴 했지만, 여재훈이 직접 여시은을 경찰서에 보낼 만큼 정의로운 선택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은서는 여재훈에게 약간의 존경심이 생겼다.외할아버지라면 이런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고은서, 이번 이간질은 너무 지나쳤어.”여시은이 억울하다는 듯 울분을 토했다.“지난번 리셉션에서도 일부러 나를 모함하고. 대체 무슨 심보야?”이 순간까지도 억울한 척하는 여시은, 그녀를 바라보던 고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없이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잠깐만.”여시은은 곁에 있던 중년 남자에게 뭐라고 말한 뒤, 헐떡이며 고은서를 쫓아왔다.“똑바로 말해봐. 나한테 왜 이러는지?”여시은은 병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라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모습이 더 연약하고 무력해 보였다.고은서는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매일 이러면 지치지도 않아? 머리에 문제가 있으면 정신과에 가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 여기서 미친 사람처럼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여시은은 여전히 가슴을

  • 어게인, 비긴   제1119화

    이전에는 여시은이 이렇게 억울해하고 화를 내면 쫓아가서 좋은 말로 달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치 온몸의 기운이 빠진 듯 소파에 지친 몸을 던졌다.팔뚝의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말을 잘 듣고 사랑스럽던 딸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던 아이가, 먹고 노는 것이 가장 큰 취미였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잔인한 일을 벌였을까?잠시 후, 여시은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어디 가려고?”여재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여시은은 서운하고 답답하고 슬픈 표정이었다.“남의 말 한두 마디로 저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는데, 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을 의미가 없잖아요. 전혜라 아줌마를 찾아갈 거예요.”여재훈은 여전히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어디도 갈 수 없어. 내가 널 경찰서로 보낼 거니까.”“아빠, 그게...”여시은은 또 한 번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심지어 몸도 휘청였다.“남의 이간질에 넘어가 저를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경찰서로 보내시겠다고요?”갈라진 목소리, 붉어진 눈시울, 떨리는 입술, 누가 봐도 연약하고 불쌍해 보이는 모습이었다.여재훈은 마음이 약해질까 봐 눈을 감았다.“시은아,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게 마땅해.”여시은은 캐리어 손잡이를 꽉 잡고 서 있었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쓰러지기라도 할 것처럼.“아빠, 저는 고은서를 습격하라고 사주한 적 없어요. 정말 제가 한 일이 아니라고요. 제발 믿어주시면 안 돼요?”여재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여시은을 외면했다.“나는 증거를 믿어. 네가 아니라면 경찰은 죄 없는 사람을 잡아두지 않을 거야.”“그냥 저를 겁주는 거죠? 사실은 저를 믿는 거 맞죠?”여시은은 그 자리에 선 채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재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아니에요. 요 며칠 집에만 있었고 어디도 가지 않았어요.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증인이 될 수 있어요...”여재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 어게인, 비긴   제1118화

    음성 파일을 여니 울먹이는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말할게. 다 말할게... 여시은 측 사람들이 너를 습격하라고 시켰어... 그쪽에서 연락이 와서 큰돈을 주겠다며 너를 따끔하게 혼내주라고 했어. 피를 보면 더 높은 보수를 주겠다고...][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도 했어... 그들은 내게 ‘이미 인플루언서로는 살 수 없으니 이 돈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살라’고 설득햇어...][내가 돈에 눈이 멀어서 그만... 평생 벌어도 손에 쥘 수 없는 금액이었어...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 봐. 한 번만 용서해 줘...]음성은 여기서 끊겼다.여재훈이 직접 스피커폰 모드로 음성을 틀었기 때문에 옆에 있던 여시은도 모든 내용을 똑똑히 들었다.음성이 끝나자, 워낙 얼어붙은 모습이던 여시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이 동그래졌다.“아빠, 이건...”찰싹!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짜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여재훈이 사정없이 따귀를 때린 것이다.“시은아,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악랄한 아이가 됐어?”여재훈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친 손에 너무 힘을 줘서인지 그녀를 가리키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아빠, 손에...”여시은도 여재훈의 팔에 피가 스며 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서러움을 잊은 채 여재훈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다가가자, 여재훈은 몸을 뒤로 피하며 호통쳤다.“고은서 씨를 모함하고 고양이를 학대하고 도우미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살인 청부까지 해? 너 정말 무법천지구나.”여시은의 한쪽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눈빛은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갔다가 다시 걱정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여재훈은 그녀에게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고, 엄하게 꾸짖는 경우조차 드물었다. 손찌검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실망으로 싸늘해진 여재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시은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아빠,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죠? 다 거짓말로만 들리겠죠?”여시은은

  • 어게인, 비긴   제1117화

    도우미가 여재훈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여시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러네. 미화언니, 손이 왜 그래?”박미화는 손을 살짝 움츠리더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원에서 일하다가 부주의로 나뭇가지에 긁혔습니다.”“어제는 누군가가 할퀸 거라고 했잖아?”옆에 있던 다른 도우미가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박미화는 고개를 숙인 채 동료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고, 이내 눈치를 알아챈 그 도우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감지한 여재훈이 엄숙하게 물었다.“집사는? 직원이 다른 사람과 싸워서 상처를 입은 것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집사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집사에게 혼날까 봐 겁에 질린 박미화는 더 이상 거짓말하지 못했다.“사실 누구랑 싸운 것도, 할큄 당한 것도 아닙니다. 며칠 전, 아가씨를 부르러 올라갔을 때, 부주의로 아가씨 손톱에 긁힌 것입니다.”“아, 미화언니 손등을 그렇게 만든 게 나였어요?”여시은은 급히 일어나 박미화의 상처를 확인하더니 손등을 호호 불어주기까지 했다.“아팠겠다. 정말 내가 그랬어? 나는 왜 기억나지 않지?”박미화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그때 아가씨는 감정이 많이 격해져 있었어요. 무슨 억울한 일이 있는지 줄곧 울고 있었죠. 제가 아가씨의 손을 잡고 달래던 중에 아가씨의 손톱에 긁힌 거예요. 사소한 일이라 아가씨가 걱정할까 봐 말씀드리지 않았어요.”“그랬구나.”여시은은 머리를 탁 치며 후회스럽게 말했다.“난 정말 몰랐어.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이제야 알게 되니 너무 미안하잖아.”박미화는 고개를 저었다.“아가씨가 요즘 기분이 안 좋고 아프기도 하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여재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다친 지 2~3일이나 지났는데 약을 바르지 않았어?”박미화는 약을 발랐지만 자꾸 일을 하니 상처가 빨리 낫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하지만 여재훈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의심 어린 눈빛으로

  • 어게인, 비긴   제1116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마재경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하지만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협박하지 마세요. 가벼운 부상에 불과하니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면 기껏해야 3년 감옥에 있고 나올 거예요. 당신들이 주는 기회 따위는 필요 없어요.”마재경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확실했다. 3년 감옥살이로 거액의 돈을 바꾸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이로 미루어 보면, 마재경은 정말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다.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3년 청춘을 돈과 바꾸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생겨 네가 어디 가든 따라다닐 텐데.”“게다가 그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 일단 경찰이 알아내면 너의 공범도 잡히고 너는 비호죄까지 추가될 텐데.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고은서의 말에 마재경은 약간 망설였지만 여전히 자기가 혼자 한 것이라고 고집했다. 돈도 어디서 입금됐는지 모르겠고, 어쩌면 팬 중 한 명이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둘러댔다.다소 김빠진 고은서는 곽승재와 함께 밖에 나가 마재경의 약점을 찾아보려 했다.그때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죄를 지었다는 것이 너의 고향에 알려지면 돈을 들고 금의환향하려는 생각이 실현될 수 있을까?”이 말에 마재경은 허를 찔린 듯 눈에 공포가 감돌았고 몸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잠시 후, 곽승재의 얼음장 같은 시선 속에서 마재경은 철저히 무너졌다.“말할게요. 전부 다 털어놓을게요...”...여씨 저택.여시은이 수액을 다 맞고 여재훈도 약을 먹은 뒤였다.가정의가 떠나자, 여시은은 여재훈의 옆에 앉았다.“아빠, 왜 그러세요?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계시는데, 상처 부위가 많이 아프신 거예요?”여재훈은 순하고 사리에 밝은 딸을 바라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시은아, 네가 주워 온 길고양이가 너랑 그리 친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여시은은 순진무구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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