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이 이틀 동안 본가에 머무르는 동안, 할머니와 고모는 줄곧 성연의 몸을 잘 보양해 주겠다고 말했다.매일 세끼 식사에는 찌개가 세 종류나 올라왔고, 과일과 견과류도 충분히 보충해야 했다. 고모가 직접 과일 껍질을 깎아서 먹여 주기도 했다.제비집에다가 전복, 인삼, 해삼 등 온갖 몸에 좋다는 것들을 먹어야 했지만 너무 많았다.그 양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된 성연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걸 다 먹다가는 몸에 열이 오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돼지가 될 게 분명해.’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성연은 서둘러 거짓말을 꾸밀 수밖에 없었다. 집에 사매가 와 있는데, 낯선 곳에 처음 와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그대로 놔 두는 건 좋지 않다고.물론 요 며칠 동안 무진도 매일 퇴근한 뒤에는 본가로 와서 성연과 함께 지냈다. 주인들은 모두 나가고 손님만 집에 놔 뒀으니 사실 좀 경우에 어긋나는 일이긴 했다.그래서 성연의 뜻을 꺾을 수가 없게 되자, 할머니는 거듭 신신당부할 수밖에 없었다.“네 자신과 아기를 반드시 잘 돌봐야 해. 아기가 하나일 때보다 쌍둥이는 부담이 훨씬 커서 장난이 아니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리에게 말해야 돼.”“할머니, 알겠어요. 할머니 말씀대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성연이 부지런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한기가 차를 가지고 본가 앞에 도착했다. 성연이 본가에서 나올 때, 고모가 성연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너하고 무진이는 당분간 밤일은 참아야 해. 아기를 위해서 함부로 해서는 안 돼!”성연은 얼굴도 붉히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는 오히려 괜찮아요. 누군가는 좀 괴롭겠지만요.’“고모, 알았어요. 제가 의사인 걸 잊지 마세요.” 성연이 대답하자 고모는 마침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차에 오른 성연은 서한기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혹시나 할머니가 또 쫓아올지 몰라서.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예민주는 1층 거실에서 하인들이 준비한 차를 천천히 즐기고 있었다. 이미 이런 생활에
무진이 돌아왔을 때, 성연과 예민주는 여전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무진 오빠, 수고 많으셨지요! 자, 제가 차 한 잔 드릴게요!” 예민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목소리도 아주 달콤했다.무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아, 며칠 더 있지 않고?” 성연을 살펴보던 무진이 씩 웃었다.“흥, 왜 웃어요? 내가 살쪘다고 웃은 거죠?” 무진의 미소가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성연이 곧바로 식식거렸다.“아냐, 아냐! 내가 어떻게 감히? 내 아내는 전 세계에서 제일 예쁜 걸. 살이 쪄도 제일 예뻐!” 무진은 주위에 다른 하인들이 있다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열심히 아부했다.그 덕에 성연의 기분은 제법 많이 풀렸다.옆에 있던 하인들은 그저 마음속으로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과 사모님은 정말 천생연분이야. 진지하기만 하던 도련님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사모님밖에 없어.’그러나 이런 장면을 보게 되자, 예민주의 마음속에서는 질투의 불길이 솟아올랐다.예민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찻잔을 들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엄지손가락을 찻물에 대고, 몰래 독을 한 방울 넣었다.엄지손가락의 손톱에는 오로지 무진에게 사용하기 위해서 예민주가 만든 독이 들어 있었다.이 독은 성연에게 쓴 독보다 효과가 훨씬 더 강하다.이 독을 일정 기간 먹으면 점차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천천히 하나씩 기억을 잃게 되면서, 결국 기억을 전부 잃게 되는 것이다.물론 예민주는 단번에 효과를 보려고 조급하게 굴지는 않았다. 이런 독은 약간의 냄새가 있어서 무진이 쉽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민주는 인내심은 아주 강하다. 수십 번에 걸쳐서 약을 복용하게 함으로써, 무진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천천히 기억을 잃게 만들 것이다.약을 탄 차를 무진에게 건네주자, 무진은 손을 뻗어 찻잔을 받았다.그러나 미소가 가득하던 무진의 표정이 단번에 진지해지면서,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뭘 이런 걸 다. 민주 씨가
한 달의 시간이 조용히 지나갔다.성연의 배는 마침내 눈에 띄게 불룩해지기 시작했다.3일마다 병원에 가서 아기들의 심장 박동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했다.매번 예민주가 함께 갔기 때문에 성연은 특히 고맙게 생각했다. 예민주와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음식도 많이 먹고, 구경도 많이 했다.무진은 7명의 임원들을 대체할 인재들을 비밀리에 양성했고, 이미 한 자리는 대체를 마쳤다.공교롭게도 부동산 분야를 책임지고 있던 임원이 갑자기 중병에 걸려 쓰러진 것이다.그래서 무진은 순조롭게 그 임원을 대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임원들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듯했다.유럽 쪽에서는 샤넬 가문의 가주가 실혼전에 대한 조사를 돕고 있었다. 한 번은 캐서린이 F국의 어느 술집에서 목격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며칠이 지나면 샤넬의 출산 예정일이다. 긴장한 목현수가 줄곧 샤넬을 국내로 보내려고 생각했지만, 샤넬의 오빠는 동의하지 않았다.무진은 목현수를 위로했다. 샤넬 가주가 여동생을 위해 잘 준비해줄 것이고, Y국의 의료 수준도 출산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서.모든 일이 일사불란하게 전개되자, 무진은 사업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연운그룹을 쓰러뜨린 후, 분산되어 있던 사업까지 모두 한 곳에 모았다. 그룹 산하의 200여 개 기업 주식은 계속 더 상승했다.단 한 가지, 무진은 최근 기억력이 나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대표 집무실. 손건호는 반기보고서를 종합해서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좋아, 내가 아직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해 놓았네. 요즘 확실히 많이 늘었어!” 무진이 담담하게 칭찬했다.오히려 손건호가 깜짝 놀라서 움찔하는 표정이었다.‘이건 보스가 엊그제 시킨 거잖아? 바빠서 보스가 깜빡하신 모양이네.’손건호는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여쭤봤던 서한기의 일은 생각해 보셨습니까?”“무슨 일?” 무진은 보고서를 바라보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깜짝 놀란 손건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보스에게
무진의 집. 예민주는 3층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멀리서 벤틀리가 정원으로 들어오는 걸 보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재빨리 나가 맞이했다.2층에 있던 성연도 차 소리를 듣고 내려가려고 했지만, 배를 내민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은 이미 다른 집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해변의 5층 별장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훨씬 편리했다.그러나 성연은 좀 더 있겠다고 버텼다. 지금 사는 집은 WS그룹 본사와 가까운데, 그렇게 멀리 옮긴다면 남편이 매일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걸 고려한 것이다. 성연은 이제 겨우 임신 다섯 달 정도라서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고, 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다리를 단련하면 몸을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무진을 달랬다. “언니, 언니도 무진 오빠를 맞이하려는 거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내려오세요. 제가 먼저 내려갈게요. 마침 커피를 탔는데 무진 오빠 피로가 풀리게 드려야겠어요!”2층을 지나면서 예민주가 성연에게 말했다. 입으로는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도, 성연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부축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곧장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성연은 마음이 다소 언짢아서 눈살을 찌푸렸다.‘내 남편인데 왜 나보다 자기가 더 좋아하면서 설치는 거야?’요즘 성연은 확실히 걱정이 좀 생겼다. ‘예민주는 대수롭지 않게 늘 남편에게 사업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했어. 또 자기도 회사를 하나 차리고 싶다고 하면서.’‘남편도 고심하면서 거리를 두지 않았다면, 예민주를 집에서 내보내고 밖에서 살게 했을 거야.’‘아마 내가 걱정이 많은 모양이야. 임신 중 여자들은 감상적이 되고 일희일비하면서 끙끙 앓는다고 하던데.’‘예민주는 줄곧 어린 여학생처럼 순수하게 행동했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정도는 아닐 거야!’성연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해변의 별장으로 옮기는 결정을 다시 생각했다.1층 거실로 온 예민주는 무진이 들어오자 쏜살같이
“언니, 제가 무진 오빠를 데리고 커피를 마시러 갈 건데, 화난 건 아니죠?”예민주는 목소리는 끈적끈적했다. 이전에는 어린 여자애의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성연의 귀에는 혐오감이 드는 소리였다.애초에 왜 굳이 예민주를 집으로 데리고 왔는지 후회하기도 했다. ‘바깥에 따로 머물 곳을 마련해야 했어.’불쾌해진 성연은 더 이상 좋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꽤 냉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사매,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이제 모두 저녁을 먹을 때인데, 식사 전에 커피를 마시는 건 적합하지 않아!”이런 대답을 듣고도 예민주는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한 달 동안 긴박하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던 예민주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원래 차에 독약을 섞던 방식은 무진이 마실 수도 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나 무진이 정신을 깨기 위해서 블랙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블랙커피의 향은 진하기 때문에 독의 맛을 충분히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원두커피를 우려내고 커피 맛을 본다는 핑계를 대고, 무진을 여러 차례 초대해서 커피를 마시게 했다.지금까지 무려 13번이나 독을 넣었다!13번이나 되는 독약은 이미 좋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진은 자주 뭔가 잊어버리곤 했다. 심지어 며칠 전에 정 이사가 집에 왔을 때, 무진은 정 이사의 신분도 좀처럼 기억하지 못했다.그래서 예민주는 성연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가급적 무진에게 접근하고 무진이 자신에게 익숙해지도록 해야 했다. 무진의 머리속에 무진의 곁에는 예민주 자신이 있다는 기억이 천천히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아직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예민주는 성연과 철저하게 반목하지 못하고 여전히 참아야 했다. “알겠어요, 언니 말대로 할게요. 식사 전은 확실히 커피를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지요! 언니, 요즘 저한테 무슨 불만이 있으세요?” 예민주는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성연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그렇진
밥을 먹고 또 졸리자, 성연은 무진의 부축을 받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성연은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성연은 어떤 방에 뛰어들었다가, 깊이 잠들어 있는 무진과 그 곁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 있는 막내 사매를 보았다. 깜짝 놀란 성연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막내 사매에게 ‘천한 X’이라고 화를 냈다. 막내 사매에게 자신이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막내 사매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었다.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비웃더니, 갑자기 성연의 아랫배를 칼로 쿡 찔렀다.아파서 혼절한 성연은 자신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놀라서 깨어나자 성연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헐떡거리면서 거친 숨을 내쉬던 성연은 그제서야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침대 옆을 보자 무진이 보이지 않았다. 까닭 없이 불안해진 성연이 얼른 무진을 불렀다.“무진 씨, 무진 씨!”목소리가 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문득 3층에서 무진의 대답이 들려왔다.“나는 위층에 있어. 당신 일어났어?”성연은 잠시 멍해졌다. ‘왜 남편이 위층에 올라갔지? 설마 막내 사매 방에 있는 거야?’영문도 모르게 불안해진 성연은 서둘러 일어났다. 비록 발걸음은 무겁지만 재빨리 계단을 올라서 3층으로 갔다.“무진 씨, 뭐 하고 있어요?”예민주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르륵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여기 있어. 민주 방의 욕실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서 보고 있어.”무진이 대답했다. 사실 무진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지금 욕실에서 예민주는 얇은 목욕가운만 입고 있었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떨어졌다.성연이 도착한 걸 눈치챈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비웃으면서 얼른 소리쳤다.“언니, 제가 무진 오빠에게 이 샤워기를 좀 봐 달라고 했어요. 반쯤 씻었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재빨리 욕실로 다가간 성연은, S라인 몸매
무진은 좀 의아했다. ‘사실 예민주를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미 아내에게 여러 차례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었어.’‘하지만 아내는 늘 스승의 은혜가 하늘보다 큰 데다가, 지금 가까스로 돌아온 스승의 딸을 다시 내보내서 떠돌게 한다면 스승에게 부끄럽다고 말했지.’그래서 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예민주가 무슨 엉뚱한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조심스럽게 경계만 하고 있었다. 무진은 그 7명의 고위 임원들 사건 때문에 예민주를 아주 불신했다. ‘지금 성연이 직접 말했지만, 이것도 괜찮아!’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마음껏 비웃었다.‘마침내 송성연을 격노하게 만들었어.’‘송성연을 좀 더 가지고 놀고, 약을 이용해서 직접 일을 처리할 수도 있어. 그런 수단을 쓸 가치도 없지만 말이야.’그러나 예민주는 여전히 억울한 척 가장했다.“언니, 지금 저를 쫓아내시는 거예요?”“너를 쫓아내는 게 아니야. 네가 계속 머무르고 싶으면, 여기 계속 있으면 돼! 하지만 바닷가의 별장에는 네가 머무를 수 없어!”성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언니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있어요?” 예민주는 계속 능청스럽게 말했다.“아니야! 그냥 우리 부부가 좀 불편해서 그래!”말을 마친 성연이 곧바로 무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서한기에게 올라와서 고치라고 해요. 이 꼴이 이게 뭐에요. 옷이 다 젖었어요...”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연을 따라 예민주의 방에서 나왔다.2층 침실로 돌아온 성연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주자, 무진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말없이 무진의 등을 닦아주던 성연이 갑자기 무진의 등을 꼭 껴안았다.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안색이 일그러진 무진이 얼른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급하게 물었다.“왜? 내가 잘못한 거야? 앞으로는 예민주하고 접촉하지 않을게! 그럼 되겠어?”“아니에요! 그냥 나는 정말 좀 무서웠어요. 제가 방금 매너도 예의도 없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사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매는 도를 넘었
바닷가의 별장에 솔솔 부는 해풍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5층 베란다의 벤치에 앉은 성연은 온몸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거대한 발코니 바로 아래는 수영장이고 주위는 온통 풀밭이다. 입구에서 별장까지는 긴 길을 따라서 가야 했다. 이 부지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랐다.“고생했어요, 여보! 이제 매일 출퇴근하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네요!” 무진이 손에 칵테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고개를 저은 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회장이니까 아무 때나 출근해도 돼. 게다가 차도 마이바흐로 바꿨으니까, 자면서 회사까지 갈 수도 있어.” “아무 영향도 없어. 당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게 가장 중요해!”고개를 숙인 무진이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딥 키스를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랬다가 또 빠져들면, 분명히 곤란해질 것이기에.성연은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곳은 원래 살던 빌라보다 시설도 더 완비되었고 공간도 더 넓어서, 확실히 가슴이 탁 트이면서 기분이 좋았다.물론 주방 아주머니와 하인들도 다 따라왔다. 성연의 입맛을 잘 알고 있고 게다가 임신기의 주의사항도 알고 있어서, 무진이 따로 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손건호도 당연히 같이 와서 지내면서, 진성의 대원 10여 명을 배치해서 주변의 경비를 책임지게 했다.전반적으로 말해서 이곳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다.“막내 사매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사매는 항상 좀 진실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애초에 프로방스에서 사매를 만났던 그 날, 내가 왜 그렇게 쉽게 믿었는지 모르겠어요!”예민주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성연에게 일어났다. 예민주가 성연에게 세 번의 약물을 먹였던 때가 마침 성연의 임신했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람의 기억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지만, 성연의 몸에서는 배척당하면서 약효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래서 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이에 고무된 무진이 아예 대놓고 물었다.“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