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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무대에 오르다

육한정은 곽서택을 쳐다보았다. “건드리기만 해봐. 손목을 부러뜨릴 테니까. 자리에 앉아.”

“무슨 상황인데?”

금테안경 뒤, 고석근의 검은 눈동자에는 웃음이 어려있었다. "서택아, 급해 하지 마. 여기 앉아서 구경이나 하자."

곽서택은 의혹을 가라앉히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해성의 작은 왕인 곽서택은 두려운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육한정을 두려워했다.

하서관은 약속을 지키러 왔다. 역시나 이옥란도 자리에 있었다. 저번일은 하서관이 망쳐버렸지만 이번에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그녀가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그때 왕대표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이옥란이 웃으면서 그에게 사과를 했다. "왕대표님, 저번 일은 저희 서관이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같이 사죄하러 왔잖아요."

왕대표가 콧방귀를 꼈다. "저번에 쟤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이게 사과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인가요?"

그날, 셰퍼드가 그의 몸 위에서 날뛰었다. 운이 조금만 나빴어도… 너무 놀라 오줌을 지릴 뻔했다.

그날의 처참한 장면을 생각하기만 하면 왕대표는 눈앞에 있는 하서관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왕대표님, 어쩌고 싶으세요?"

"사과는 너무 성의가 없는데… 이렇게 하죠. 하서관이 이 술을 다 마시는 거로 하죠."

이옥란이 그의 제안을 응하려 하자 하서관이 입을 열었다. "저 술 안 마셔요. 마신다고 한 사람이 마시는 거로 해요."

"너!" 이옥란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웃으며 왕대표에게 말했다. "왕대표님, 다른… 더 성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이옥란의 암시를 받자 왕대표는 음흄한 눈으로 빠르게 하서관의 요염한 몸매를 훑어보았다. "이렇게 하죠. 하서관이 무대에서 봉춤을 추는 걸로. 그럼 전에 있던 일은 없던 일로 해줄게요."

봉춤?

이옥란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좋은 생각이다. 봉춤은 요염한 춤이다. 점잖지 못한 여자들이 남자 꼬실 때나 추는 춤인데. 그녀의 딸들은 해성의 부잣집 영애라 이런 데는 손도 대지 않는다. 하서관한테는 무척이나 어울리지만.

"서관아, 사과를 하러 왔으면 성의를 보여야지. 술은 안 마신다고 해도, 춤은 춰야지." 이옥란이 음침하게 웃었다.

이옥란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하서관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요. 출게요."

하서관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음악 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하서관은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 손으로 봉을 잡았다. 위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그녀는 가녀린 몸으로 하늘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냈다.

방금까지도 소란스럽던 무대가 조용해졌다. 그녀의 춤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많은 사람들이 봉과 한 몸이 된 하서관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전하고 뛰어오르며 부드러운 몸짓으로 아름다운 자세들을 그려냈다.

그녀의 봉춤은 요염하지 않았다. 신성했다.

빠르게 그녀의 봉춤이 끝나고 하서관이 바닥에 착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봉춤이었다.

하서관이 자리로 돌아왔다. 왕대표는 이미 그녀에게 홀딱 빠져 침을 흘리고 있었다. "하서관씨, 춤을 이렇게나 잘 출 줄은 몰랐어요. 저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게요. 대신 나랑 같이 방으로 가야 해요. 하씨 의료 투자 건에 대해 자세히 의논해보죠."

춤을 춘 탓인지 그녀의 몸에 땀이 맺혔다. 그녀는 왕대표의 모습을 보여 대답했다. "그래요. 왕대표님이 앞장서세요. 따라갈게요."

이옥란의 눈빛이 악독해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하서관은 춤솜씨는 여전했다.

이번 기회로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녀의 얼굴이 알려지게 됐다.

이옥란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하씨 집안 공주였던 하서관, 그녀는 어릴 때부터 똑똑했다. 하연연이 밤새 연습해도 제대로 추지 못하던 춤을 하서관은 손쉽게 추었다.

아홉 살짜리 여자애한테 저런 실력이 있는데, 몇 년 후엔 얼마나 성장할까?

하서관이 시골에 있는 동안 이미 망가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옥란은 무척이나 실망했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리고 싶은 적은 없었는데!

오늘 밤, 절대로 하서관이 도망가게 두진 않을 것이다.

룸, 곽서택은 놀랐다. "형, 형 와이프 춤을 왜 저렇게 잘 춰? 오늘부로 1949에서 봉춤 추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고석근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걸렸다. "하씨 되게 재밌는 집안이네. 하서관을 너한테 시집 보냈으면서, 따른 남자한테 보내고. 네가 불치병에 걸렸다고 무시하는 거지. 대단하다. 쯧쯧. 하서관 하씨 집안 친딸 아닌 거 아니야?"

"형, 하서관이 왕대표랑 방으로 들어간다니까! 지금 형두고 바람피우는 거라고.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육한정의 입안에서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던져버리더니 곽서택을 흘겨보았다. "잘 모르면 그냥 입 닫고 있어."

곽서택이 웃어댔다. "형, 말만 해. 내가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 놓을 테니까."

육한정이 몸을 일으켰다. "일단 두고 보자." 말을 끝내고는 자리를 떠났다.

"형! 두고 보자며! 어디 가는데! 벌써 방안에 CCTV 달아놨어."

육한정의 늠름한 몸이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석근이 형, 한정이 형 왜 저런데? 한정이 형 여자한테 눈길 한번 준 적 없잖아. 설마 하서관한테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거야? 연애라도 하려는 건가?"

고석근은 손에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더 과감하게 생각해도 될 것 같은데."

호화로운 룸 입구. 이옥란이 하서관에게 경고했다. "하서관, 이번에는 허튼수작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왕대표님 잘 모셔서 투자 받아내. 내가 문밖에서 딱 지키고 있을 거니까. 이번에도 도망가나 보자."

하서관의 빨간 입술이 담담하게 휘어졌다. 이제 시작인데, 도망갈 리가?

하서관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왕대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는지 바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예쁜 아가씨, 빨리, 키스 한 번만 해요."

하서관은 완벽하게 그를 피했다. "왕대표님,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저 도망 안 가요. 샤워부터 하고 올게요."

"같이 씻어요."

왕대표가 그녀를 따라갔다. 하지만 하서관은 이미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문을 잠가버렸다.

그때, 그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욕실 안에 사람이 있었다!

하서관은 몸을 돌려 그에게 은침을 찌르려 손을 흔들었다.

그때 마디마디 선명한 큰 손이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그녀를 벽에 눌러버렸다. "부인, 나한테 너무 열정적인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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