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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Auteur: 해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2 19:42:50

그녀는 공구함을 돌려준 뒤 창가에 앉았다.

정원에서는 관리인이 낙엽을 쓸고 있었고, 경호원 두 명이 대문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순찰하고 있었다.

이안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

잠금장치의 나사와 금속판, 창틀에 새로 생긴 긁힌 자국을 차례로 촬영했다. 제조사 표시와 덧댄 부품의 설치 흔적도 가까이에서 찍었다.

그다음 객실 문을 촬영했다.

문밖에 서 있는 경호원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안은 복도에서 들리는 무전기 소리까지 짧은 영상으로 남겼다.

그녀는 사진을 숨김 폴더에 저장하고 미주에게 메시지를 작성했다.

[나 지금 세강 별장에 있어. 외부 출입을 못 하게 하고 있어. 창문에도 별도 잠금장치를 설치했어.]

전송 버튼을 눌렀지만 메시지는 바로 보내지지 않았다.

신호가 한 칸 잡혔다가 사라졌다.

이안은 창가에서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보았다.

방 안을 천천히 걸으며 통신 상태를 확인하자 창문 오른쪽 모서리에서만 간헐적으로 데이터가 연결되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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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23화

    당시에는 소정이 퍼뜨린 말이라고 생각했다.미주의 다음 메시지가 도착했다.[이상한 게 있어. 그 사람이 통화를 들었다고 주장한 시간에 다른 건물에 있었다는 기록이 나왔어.]이안은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확실해?][아직 확인 중이야. 그런데 출입 기록하고 CCTV 시간이 안 맞아.]이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정원에는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 어제보다 두 배는 많아진 인원이었다.그녀는 미주가 보낸 자료를 열었다.장례식장 직원이라고 알려진 남자의 출입 기록 일부와 복도 CCTV 화면을 촬영한 사진이었다.이안은 사진을 확대했다.건축 현장에서 일하며 도면과 실제 동선을 비교하는 데 익숙한 그녀에게는 이상한 부분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남자가 있었다고 주장한 장소는 유나가 마지막 통화를 했다는 공간과 동선상 멀리 떨어져 있었다. 더구나 출입 기록에는 그가 건물 밖으로 나간 시각이 남아 있었다.그런데 증언서에는 그보다 뒤의 시각에 유나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적혀 있었다.이안은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시간이 잘못 적힌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CCTV 화면에 찍힌 남자의 옷차림과 출입증 번호는 기록 속 인물과 일치했다.그녀는 손끝으로 화면을 확대했다.증언서에 적힌 시간과 출입 기록이 서로 맞지 않았다. 단순한 착오인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록이나 진술을 바꾼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이안은 곧바로 미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증언서 원본하고 출입 기록 둘 다 보존해 줘. 시간 수정된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해.]답장을 보내고 나서 그녀는 다시 사진을 바라보았다.자신을 가해자로 몰아간 것은 편집된 녹음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 녹음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목격자의 증언까지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그때 객실 문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민석이었다.“대표님, 요청하신 증언서 관련 자료는 별도로 보관하고 있습니다.”이안은 숨을 멈췄다.잠시 후 건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원본은?”“현재 확인 중입니다.”“쓸데없는 말 나오지 않게

  • 언니가 죽자, 남편은 나를 지옥에 가뒀다   22화

    “비켜 주세요.”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이안은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지금 제가 병원에 가겠다고 했는데, 두 분이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대표님 지시인가요?”경호원 한 명이 손으로 카메라를 가렸다.“촬영은 삼가 주십시오.”“그럼 비켜 주세요.”이안이 한 걸음 더 내려가려 하자 경호원이 팔을 붙잡았다.순간 손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이안은 숨을 들이켰다.“손 놓으세요.”경호원은 곧바로 손을 뗐지만 이미 촬영은 끝나 있었다.이안은 난간을 붙잡고 잠시 숨을 골랐다. 경호원들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객실로 돌아왔다.문이 닫히자마자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영상에는 자신의 요청과 경호원의 제지, 팔을 붙잡는 모습까지 일부 담겨 있었다.이안은 영상을 저장하고 미주에게 전송을 시도했다.이번에도 연결은 불안정했다. 몇 번이나 실패한 끝에 짧은 영상 파일이 전송되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이안은 침대 끝에 앉았다.탈출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이 원해서 별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줄 기록은 하나 더 생겼다.그때 방문이 열렸다.건욱이었다.그는 이안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도망치려고 했다며.”이안은 천천히 일어났다.“병원에 가려고 했어.”“경호원들 밀치고 계단으로 내려가려 했다던데.”“그 사람들이 먼저 길을 막았어.”건욱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경호원 한 명이 들어와 이안의 행동을 설명했다. 그가 보고하는 동안 건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안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경호원은 자신이 촬영당한 사실을 언급했지만, 왜 이안이 병원에 가려 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건욱은 보고를 마치게 한 뒤 경호원을 내보냈다.“내가 분명히 말했지. 밖에 나갈 생각 하지 말라고.”이안은 남편을 바라보았다.“나를 여기에 가둬 놓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거야?”건욱은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무릎 꿇고 언니를 죽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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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공구함을 돌려준 뒤 창가에 앉았다.정원에서는 관리인이 낙엽을 쓸고 있었고, 경호원 두 명이 대문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순찰하고 있었다.이안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잠금장치의 나사와 금속판, 창틀에 새로 생긴 긁힌 자국을 차례로 촬영했다. 제조사 표시와 덧댄 부품의 설치 흔적도 가까이에서 찍었다.그다음 객실 문을 촬영했다.문밖에 서 있는 경호원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이안은 복도에서 들리는 무전기 소리까지 짧은 영상으로 남겼다.그녀는 사진을 숨김 폴더에 저장하고 미주에게 메시지를 작성했다.[나 지금 세강 별장에 있어. 외부 출입을 못 하게 하고 있어. 창문에도 별도 잠금장치를 설치했어.]전송 버튼을 눌렀지만 메시지는 바로 보내지지 않았다.신호가 한 칸 잡혔다가 사라졌다.이안은 창가에서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보았다.방 안을 천천히 걸으며 통신 상태를 확인하자 창문 오른쪽 모서리에서만 간헐적으로 데이터가 연결되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다시 전송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 첫 번째 사진에 전송 완료 표시가 나타났다. 두 번째 사진도 넘어갔지만, 영상 파일은 전송 중에 멈췄다.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이안은 재빨리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문이 열리고 관리인이 들어왔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관리인은 작은 무선 전화기를 내밀었다.이안은 그 전화기를 바라보았다.“제 휴대전화로 연락하면 되잖아요.”“대표님께서 이쪽으로 연결하라고 하셨습니다.”이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받았다.건욱의 목소리가 들렸다.“창문을 만졌다며.”그녀는 관리인을 바라보았다.관리인은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피했다.“고장 났길래 확인했어.”“나갈 생각은 하지 마.”건욱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네가 얌전히 있으면 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이안은 창문을 바라보았다.바깥으로는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정원 한쪽에서는 새가 울었고, 관리인이 떨어진 낙엽을 쓸고 있었다.평범한 오후였지만, 자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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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을 본 건욱의 걸음이 멈췄다.아내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그는 그것을 분명히 알아차렸다.그러나 마음을 돌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공포가 이안에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건욱은 문을 열고 관리인을 불렀다.“유리 치워.”관리인이 급히 들어왔다.건욱은 이안의 상태를 확인하라는 말 대신 낮게 지시했다.“내일부터 외부 연락 제한해. 개인 휴대전화도 사용 시간 정하고.”관리인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업무 연락을 하셔야…….”“업무는 없어.”건욱은 말을 끊었다.“내가 정리했으니까.”이안은 허리를 누른 채 고개를 들었다.그 한마디가 어떤 폭언보다 깊이 박혔다.건욱은 자신이 한 사람의 일상을 통째로 없애 버렸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당신은 정말 잔인한 사람이야.”이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건욱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유나가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네가 여기서 지내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그는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문이 닫힌 뒤에도 이안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관리인이 바닥의 유리 조각을 치우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남편이 나간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그녀는 결혼 후 수없이 자신을 설득했다.건욱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사랑이 없더라도 부부로서 최소한의 존중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언젠가는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줄 것이라고.그러나 오늘 그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다.건욱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을 사람이었다.이안은 천천히 침대에 앉았다.그제야 눈물이 떨어졌다.소리 내어 울고 싶지 않아 입술을 깨물었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언니를 대신해 결혼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남편이 언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마지막 통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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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관리인이 세 차례 식사를 가져왔지만 거의 손대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음식을 삼키려 할 때마다 목이 조여 왔고, 속이 메스꺼워졌다.창밖 정원에는 조명이 켜져 있었다. 낮에는 아름답게 보였던 나무들이 밤이 되자 높은 담장 안에 갇힌 검은 그림자처럼 느껴졌다.방문이 열리고 건욱이 들어왔다.그는 검은 정장 차림 그대로였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지만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남아 있었다.그가 방 안을 둘러보다가 식탁 위의 음식을 발견했다.“왜 안 먹었어?”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건욱은 접시를 내려다보았다.“사람들이 네 식사까지 신경 쓰게 만들지 마.”그는 관리인을 불러 음식을 다시 데워 오라고 지시했다. 마치 아내가 걱정되어 식사를 챙기는 남편처럼 보였다.그러나 이안은 그 모습이 더욱 끔찍했다.자신을 가둔 사람이 밥을 먹으라고 명령하고 있었다.“여기서 내보내 줘.”건욱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장례도 끝나지 않았어.”“그러니까 내가 갇혀 있어야 한다는 거야?”“네가 밖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이안은 남편을 바라보았다.“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데? 당신이 내 회사까지 막았잖아.”건욱은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팔걸이에 손을 올린 채 차분하게 말했다.“지금 네가 사람들 만나고 다니면서 유나 일을 떠드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림 프로젝트는 언니와 상관없는 일이야.”“지금 네게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해?”이안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그녀에게는 그 일이 중요했다.결혼 후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게 해 준 일이었다. 백유나의 동생도, 차건욱의 아내도 아닌 백이안이라는 이름으로 완성한 것이었다.그런데 남편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그 도면은 내가 그린 거야.”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당신 회사가 투자했다고 해서 내 작업까지 당신 것이 되는 건 아니야.”건욱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유나한테 한 일을 인정하면 다시 검토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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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림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게 건욱 씨예요?”민석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대표님께서 당분간 외부 활동을 삼가시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셨습니다.”“제가 일 년 동안 준비한 일이에요.”이안의 목소리가 떨렸다.“그 사람은 그 도면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요. 내가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지도 알고요.”민석은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그 사과가 더욱 비참했다.이안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일을 인정받았던 날이 떠올랐다.그녀는 설계 공모전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고 건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건욱은 유나와 함께 갤러리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그는 축하한다는 말 대신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이안은 서운했지만 이해하려 했다.바쁜 사람이니까.중요한 행사니까.언니와는 오래된 인연이 있으니까.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도 언젠가 남편이 자신의 도면을 진지하게 바라봐 주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이제 건욱은 그 도면을 없애려 하고 있었다.이안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울고 싶지 않았다.남편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빼앗았는지조차 모르는 얼굴로 돌아와 사과하라고 명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차가 도착한 곳은 산속 별장이었다.높은 담장과 검은 철제 대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문 양옆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경비실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서 있었다.이안은 그곳을 알고 있었다.건욱의 집안에서 귀빈을 접대할 때 사용하던 별장이었다.결혼 후 두 번 정도 방문했지만, 당시에는 정원과 연회장만 둘러보았을 뿐 건물 안쪽 구조까지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다.차가 대문을 통과하자 철제 문이 천천히 닫혔다.이안은 뒤를 돌아보았다.문이 닫히는 동안 경비원이 차량 번호를 확인했고, 관리인은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도착 사실을 알렸다.“여기서 얼마나 있어야 해요?”민석은 차 문을 열어 주며 대답했다.“대표님께서 별도로 말씀하실 때까지입니다.”“그럼 내가 원해도 못 나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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