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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괴물을 길들이는 법(1)

Author: hikariky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3 22:00:16

조이는 화를 참으며 웃었다.

다만 눈은 하나도 웃고 있지 않았다.

“그건 좀 곤란하죠. 감.독.님.”

“아쉽구만. 마스크와 목소리가 이렇게 일치하는 배우가 연기를 하면 좋은데.”

감독은 아쉬움에 혀를 끌끌 찼다.

감독의 눈은 아직도 은우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금발의 피터 대신 흑발의 은우가 트레제게를 연기한다면.

생각만 해도 손가락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 손끝이 근질거렸다.

조이는 감독의 저런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어린 시절 촬영장에 놀러 갈 때마다 보던 눈빛이었다.

감독은 한번 꽂힌 장면이 있으면, 원하는 날씨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고 기다렸다가 기어이 찍고야 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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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 같은 웃음을 지은 채, 플래쳐가 은우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그런데 이 녀석은 굉장해. 생긴 건 고생 하나 안 하게 생겼는데 서러움이란 감정을 잘 알고 있어.”‘고생이라면 전생에 평생 치를 다 했는데요.’은우는 속으로만 대답했다.전생의 23년을 꺼내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과찬이십니다.”“아! 처음에 채찍으로 위협한 건 사과하지. 시간이 없어서 바로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해 본 거라네.”“알고 있습니다···.”은우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채찍은 한 번도 은우의 몸에 닿지 않았다.늘 발끝 한 뼘 앞의 바닥만 때렸다.무엇보다 ‘괴물 새끼’는 대본에 적힌 대사였다.즉, 플래쳐는 은우를 괴롭힌 게 아니었다.트레제게가 노래를 시작해야 하는 장면을 작업실 한가운데에 만들어 준 것이었다.플래쳐가 눈을 가늘게 떴다.‘알고 있다’는 대답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감독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놀랐다.“뭐야? 진짜야? 사실이야?”“내가 아무리 망나니라고 해도 아티스트한테 손찌검을 하겠나?”“너 저번에 그 배우 팼···.”“닥쳐! 이 뚱땡아!”감독은 볼록 나온 배를 감싸며 입을 다물었다.몇 시간 전만 해도 문을 쾅 닫고 나간 사람과, 그 뒤에서 속으로 욕하던 사람이었다.그런 둘이 이제는 서로 놀려 대고 있었다.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조이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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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모두 개 같은 신한테서 태어났지. 날 모욕하는 건 곧 너의 아빠를 모욕하는 것. 우린 한 배에서 나온 개새끼들.”첫 소절부터 작업실 공기가 달라졌다.은우는 대본 속 트레제게처럼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욕을 퍼붓던 마을 사람을 노려보듯, 플래쳐를 똑바로 바라보며 노래했다.피터의 가이드 녹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목이 아니라 몸 전체가 울리는 소리였다.감독은 숨을 멈췄다.아까 자기 작업실에서 들은 노래가 슬픔이었다면, 지금은 분노였다.은우의 노래를 듣자 플래쳐가 미간을 꿈틀거렸다.찰싹!그는 들고 있던 채찍을 바닥에 휘둘렀다.채찍 끝이 은우의 발끝 한 뼘 앞에 떨어졌다.하지만 은우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찰싹~찰싹~쏴아아악!채찍이 공간을 가르는 소리는 더욱 매섭고 날카로웠다.감독과 조이는 그 소리가 자신의 살갗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조이는 저도 모르게 감독의 팔을 붙잡았다.“플래쳐! 그만해!”감독이 소리쳤지만 플래쳐는 돌아보지도 않았다.그러한 환경 속에서 은우는 노래를 이어 나갔다.채찍 소리는 요란했지만 무섭지 않았다.전생의 은우를 할퀸 건 채찍이 아니었다.얼굴 한 번 보고 등을 돌리던 사람들.채팅창에 쏟아지던 글자들.그에 비하면 바닥을 때리는 채찍 소리는 차라리 박자에 가까웠다.괴물이라 손가락질받는 트레제게의 분노는 은우에게 낯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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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는 화를 참으며 웃었다.다만 눈은 하나도 웃고 있지 않았다.“그건 좀 곤란하죠. 감.독.님.”“아쉽구만. 마스크와 목소리가 이렇게 일치하는 배우가 연기를 하면 좋은데.”감독은 아쉬움에 혀를 끌끌 찼다.감독의 눈은 아직도 은우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금발의 피터 대신 흑발의 은우가 트레제게를 연기한다면.생각만 해도 손가락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 손끝이 근질거렸다.조이는 감독의 저런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어린 시절 촬영장에 놀러 갈 때마다 보던 눈빛이었다.감독은 한번 꽂힌 장면이 있으면, 원하는 날씨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고 기다렸다가 기어이 찍고야 마는 사람이었다.“촬영 다 끝났잖아요. 1년 동안 찍은 걸 처음부터 다시 찍으시게요?”“그러니까 아쉽다는 거지.”“무엇보다 은우는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다고요.”“그래? 그런데 왠지 잘할 거 같단 말이지···.”“감독님!”조이가 버럭하자 감독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은우는 두 사람 사이에서 눈만 끔뻑였다.자기 얘기인데 정작 자기는 낄 틈이 없었다.‘연기라··· 전생에는 거울 보고 웃는 연습만 해도 내가 무서웠는데.’전생의 은우에게 카메라는 피해야 할 물건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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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80화 - 영화OST(4)

    “그 어린 빅토르가 엄마의 무덤을 파헤치려다 묘지기에게 들키지.”감독이 말을 이었다.은우는 숨을 죽이고 들었다.빅토르의 아버지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다.군대는 오히려 빅토르에게 기회였다.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빅토르는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면서 마음껏 임상실험을 할 수 있었다.그런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전쟁이 끝나 버린 것이다.평화로운 세상의 사람들은 악마의 재능을 감당할 수 없었고, 급기야 빅토르는 칩거에 들어갔다.“전쟁이 끝난 게 시련이라고요?”“그게 이 이야기의 무서운 점이야. 빅토르에게는 전쟁터가 실험실이었으니까.”“빅토르는 나쁜 사람이에요?”“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야. 미친 사람이지. 엄마를 살리고 싶었던 미친 아들.”감독의 대답에 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영화에서는 이 전쟁 장면을 3분짜리 노래 하나로 보여 줘. 포탄이 터지는 참호 속에서 빅토르가 웃으면서 수술을 하지. 그 장면 찍는 데만 2주가 걸렸어.”“3분 때문에 2주요?”“영화는 원래 그래. 관객은 3분 보지만, 우린 2주를 찍어.”그런 빅토르를 찾아온 것이 트레제게였다.트레제게는 빅토르를 동경했고, 아꼈으며, 물질적인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술을 마시며 실패의 아픔을 달래고 있을 때, 트레제게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지만,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더 쉽지 않을까?”빅토르는 어린 시절 죽은 강아지를 살렸던 일을 떠올렸다.“그거야! 트레제게!”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79화 - 영화OST(3)

    “영화 OST?”표은우의 손가락이 멈춘 곳을 보고 조이가 씨익 웃었다.“역시 그걸 고를 줄 알았어.”“왜?”“마침 지금 당장 가 봐야 하는 현장이 하나 있거든.”조이는 은우가 뭐라 하기도 전에 운전대를 꺾었다.숙소로 가던 차가 방향을 틀어 고속도로로 올라섰다.“지금? 바로?”“응. 급한 일이야. 잠깐만.”조이는 차에 연결된 전화로 어딘가와 짧게 통화했다.상대는 할리우드의 한 영화감독이었다.조이는 지금 그리로 가고 있으니 딱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가면서 설명해 줄게.”조이는 운전하면서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소닉뮤직스가 투자한 뮤지컬 영화.괴물 역을 맡은 주연 배우가 성대결절에 걸렸다는 것.그리고 녹음이 멈춰서 개봉이 위태롭다는 것까지.“그럼 내가 OST를 부르는 거야?”“음··· 비슷해. 일단 가 보면 알아.”은우는 조이를 흘끗 쳐다봤다.이 말투는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LA로 오던 날, 강기연도 똑같이 말했다.가 보면 안다고.‘이 바닥 사람들은 왜 다 이렇게 말하지?’“음악감독은 누군데?”“플래쳐.”은우는 그 이름을 알았다.전생에서 그 드러머 영화를 몇 번이나 돌려 봤다.피 묻은 드럼 스틱, 스승의 고함 소리.음악 하는 사람치고 그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그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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