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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5-01 06:52:38

테오도르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걱정 마. 내 취향은 당신처럼 뻣뻣하고 흉터 투성이인 여자가 아니니까. 안심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테니.”

“그럼, 계약 성립이군요.”

로젤린이 잡고 있던 손을 흔들며 말했다. 테오도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부탁해, 나의 안식처.”

그 말이 묘하게 로젤린의 가슴을 울렸다. '안식처. 평생 전장을 떠돌던 자신이 누군가의 안식처가 된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똑똑.

그때, 집무실 문이 열리고 하녀들이 들어왔다. 가장 앞에는 은발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중년 여인, 시녀장 마르타가 서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드레스와 세숫대야를 든 어린 하녀들이 따라왔다.

“전하, 분부하신 물건들을 가져왔습니다.”

마르타는 테오도르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옆에 앉은 로젤린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명백한 무시였다.

“거기 두고 나가봐.”

테오도르는 로젤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턱짓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마르타의 시선이 맞잡은 두 손에 머물렀다. 그녀의 눈매가 날카워졌다.

“전하, 외람되오나 식사 준비를 하려면 부인께서 씻고 환복을 하셔야….”

“알아서 할 테니 나가라니까.”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마르타는 입술을 깨물며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식당에 준비해 두겠습니다.”

하녀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테오도르는 아쉽다는 듯 로젤린의 손을 놓아주었다. 통증이 미약하게 다시 올라왔지만, 아까처럼 견딜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잔열이 남아있는 덕분이었다.

“씻고 와. 기다릴 테니까.”

테오도르는 턱으로 파티션을 가리켰다. 로젤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파티션 뒤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조가 아니라, 고작 대야 하나와 찬물, 그리고 비누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로젤린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였군.'

시녀장 마르타. 그녀는 대공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 교묘하게 비틀어버린 것이다. '씻을 물을 가져오라 했지, 따뜻한 물이라고는 안 했으니까.' 게다가 가져온 드레스를 보니 가관이었다. 화려한 레이스가 덕지덕지 달린 분홍색 드레스. 로젤린의 체형이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마치 광대 옷 같은 디자인이었다.

'사이즈도 터무니없이 작아 보였다. 이걸 입고 나가면 비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보통의 여자라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대공에게 일러바쳤을 것이다. 하지만 로젤린은 주저 없이 셔츠를 벗어던졌다. 차가운 물에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았다. 얼음장 같은 물이 피부에 닿자 근육이 수축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묵묵히 땀과 먼지를 닦아냈다.

후우.

몸을 다 닦은 그녀는 분홍색 드레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양손으로 드레스의 어깨 부분을 잡았다.

찌이익!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레이스가 뜯겨 나갔다. 거추장스러운 리본은 칼로 잘라내 버렸다. 치마폭이 너무 좁아 활동하기 불편하자, 과감하게 옆단을 찢어 트임을 만들었다. 몇 번의 가위질과 손질 끝에, 우스꽝스러운 드레스는 꽤 그럴듯한 튜닉 형태의 옷으로 변했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허리에는 원래 차고 있던 낡은 가죽 벨트를 맸다.

'거울을 보니 썩 나쁘지 않았다. 화려한 귀부인은 아니었지만, 활동적인 여전사의 느낌이 났다.'

'이 정도면 밥 먹는 데 지장은 없겠지.'

로젤린은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털고 파티션 밖으로 나갔다.

“다 씻었습….”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테오도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꼴은 뭐지?”

“드레스가 좀 불편해서 수선했습니다.”

“수선? 그걸 수선이라고 부르나? 그냥 찢어발긴 것 같은데.”

테오도르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그 눈빛에 경멸은 없었다. '오히려 분홍색 넝마를 걸치고도 당당하게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신선해 보이는 듯했다.'

“시녀장이 안목이 없군. 내 아내에게 저런 쓰레기 같은 천쪼가리를 입히다니. 나중에 교육을 좀 시켜야겠어.”

“교육은 됐습니다. 옷이야 몸만 가리면 되죠. 밥이나 먹으러 가시죠. 배가 등가죽에 붙겠습니다.”

로젤린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었다. 테오도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휠체어를 움직였다.

---

식당은 웅장했다. 긴 테이블 위에는 은촛대와 최고급 식기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로젤린이 고대하던 스테이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앉아.”

테오도르가 상석에 앉으며 권했다. 로젤린은 자리에 앉자마자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시녀장 마르타와 하녀들이 벽에 도열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르타의 눈은 로젤린의 찢어진 드레스를 보고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드십시오, 전하.”

로젤린은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자마자 고기를 썰었다. 우아한 테이블 매너 따위는 없었다. 큼직하게 썰어서 입안 가득 넣고 우물거렸다. 육즙이 팡 터지며 환상적인 맛을 냈다.

“맛있군요.”

그녀의 진심 어린 감탄에 테오도르는 턱을 괴고 그녀를 구경했다. 자신은 입맛이 없어 와인만 홀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나?”

“네. 전장에서는 육포나 씹었으니까요. 이런 생고기는 7년 만입니다.”

“7년…. 당신, 열아홉에 참전했다고 했지?”

“네.”

“그 나이에 검을 들고 전장이라. 무섭지는 않았나?”

“무서웠죠. 처음 사람을 베었을 때는 토하느라 사흘 동안 밥도 못 먹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군더군요. 나중에는 시체 위에서도 잠이 잘 오던데요.”

로젤린은 덤덤하게 말하며 감자를 찍어 먹었다. 테오도르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 여자의 무심함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이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고통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마르타.”

테오도르가 갑자기 시녀장을 불렀다.

“예, 전하.”

“부인의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일부터 빈터발트 전속 디자이너를 불러. 부인의 치수에 딱 맞는,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전부 새로 맞춰.”

“…예? 하지만 예산이….”

“대공비의 옷을 맞추는데 예산을 따지나? 그리고 오늘 가져온 저 흉물스러운 드레스는 누가 골랐지?”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마르타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 그것은 창고에 남는 것이 있어 가져왔을 뿐입니다. 부인께서 급히 필요하시다기에….”

“창고에 처박힌 쓰레기를 내 아내에게 입혔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이 사람은 이제 빈터발트의 주인이라고.”

테오도르가 와인 잔을 테이블에 쾅 내려놓았다. 맑은 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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