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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경도의 선택

Autor: 화니보스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06 04:58:49

경도.

서가의 안채.

이현은 창가에 앉아 경도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경을 떠난 뒤 처음으로 제대로 몸을 쉬게 된 곳이었다.

하지만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었다.

조문혁의 군사들이 경도까지 들어왔다.

아직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서가연이 맞은편에 앉았다.

“전하.”

“응, 말해.”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이현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지.”

이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이윤 형님은 만도에서 힘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네, 맞아요. 만도로 가셨으니까 군사를 모으고 계실 겁니다.”

“그래.”

이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나는 군사를 모을 수 없다.”

서가연은 잠시 생각했다.

“군사만이 힘은 아니잖아요.”

이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경도에는 돈도 사람도 있습니다.”

서가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무엇보다 정보가 풍부합니다.”

이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보라…….”

“상인들은 여러 지역을 오갑니다. 누가 무엇을 사고파는지, 어느 지역에 물자가 부족한지, 어느 지역이 갑자기 거래를 늘렸는지 알 수 있죠.”

“군사들이 지나가는 것도 상인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문혁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군.”

“예.”

“관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신분을 숨길 수 있어도 상인들 사이에 섞이면 눈에 띄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서가연의 말에 이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자신은 황실의 신분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황자라는 신분이 오히려 약점이었다.

서가는 수많은 사람과 상단과 거래하며 돈과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가연아.”

“예.”

“서가의 상단은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냐?”

서가연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경도에서 가장 큰 상단 중 하나입니다.”

“그렇구나.”

“아버지는 일부러 규모를 크게 드러내지 않으세요.”

“왜지?”

“상단의 규모가 크면 견제를 받기 때문이죠.”

이현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하신 분이구나.”

“그리고 아버지는 돈보다 거래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지역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거지.”

서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서도와의 거래가 많습니다.”

“류성재와도 관계가 있다고 했지?”

“예. 아버지와 류 성주와는 오래전부터 친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현은 잠시 생각했다.

서도는 곡창지대였다.

그리고 조문혁도 이미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가를 통해 움직이는 물자와 정보가 상당하겠군.”

“네, 맞아요.”

이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도 정해졌군.”

서가연이 바라봤다.

“무엇을 하실 건데요?”

“서가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일단 때를 기다려야겠다.”

“여기서 허드렛일을요?”

“응.”

이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지금은 내 정체를 숨기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리고 최소한 북도로 보낸 장무혁이 올 때까지는…….”

서가연이 잠시 생각했다.

“상단 사람들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안 된다.”

이현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상단은 상단의 일을 해야 한다.”

“내 일 때문에 서가 전체가 위험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서가연의 표정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

“그럼?”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직접 말씀해 보세요.”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다.”

잠시 후.

서가의 외부 거래를 담당하는 상단 관리자가 급히 안채로 들어왔다.

“아가씨.”

“무슨 일이죠?”

“태경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

“누구요?”

“조문혁 대감의 서찰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이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이야기가 적혀 있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관리자가 고개를 숙였다.

“다만 반드시 가주께 직접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성안으로 들어가 관사 앞에서 성주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서가연은 이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경도의 성주관사 앞.

검은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서찰을 품에 넣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두 명의 호위가 서 있었다.

그들은 주변을 살피며 서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현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관사 앞 대문 밖으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서가연과 이현은 관사 앞에 있는 조문혁의 수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오셨나 봐요.”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서철우가 들어왔다.

검은 옷의 사내는 서찰을 들고 서철우를 따라 들어갔다.

서철우는 서찰을 받아들었다.

봉인을 확인하자 조문혁의 인장이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찰에는 경도의 상황을 묻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가가 황실의 혼란 속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중앙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서철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결국 이걸 묻는군.”

서철우는 서찰을 가져온 사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사내는 서찰에 대한 답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그는 호위무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서가연과 이현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떠난 것을 확인한 뒤에야 관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가연이 이현에게 말했다.

“전하, 일단 여기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분위기를 보고 전하를 모시러 다시 나올게요.”

이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기다렸다.

서가연은 조심스럽게 관사 안으로 들어가 서철우에게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서철우는 읽고 있던 서찰을 마저 읽고 접은 다음 서가연을 들어오게 했다.

서가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조문혁은 지금 천무국 전체의 세력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도 그중 하나라는 뜻이겠죠?”

“그렇다.”

서철우는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 집안의 입장을 묻는 서찰은 아니다.”

“무슨 뜻인가요?”

“우리 집안이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

서철우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가연아.”

“예.”

“혹시 우리 집에 손님이 와 있느냐?”

순간 서가연의 표정이 흔들렸다.

“예, 아버지.”

“그럼 어서 모시거라.”

서가연은 그 말에 밖으로 나가 이현을 데리고 다시 관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철우가 고개를 돌렸다.

이현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서철우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이현 전하……?”

이현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오랜만입니다. 서 가주.”

서철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장 무릎을 꿇었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이현은 그를 일으켰다.

“일어나십시오.”

서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찌하여 전하께서 이런 곳까지…….”

이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황궁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철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미 서찰을 통해 조문혁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였다.

서철우는 이현을 바라봤다.

“전하께서 이곳에 오셨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까?”

“지금은 그렇습니다.”

서철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서철우는 천천히 서찰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

“조문혁이 우리 집안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해야겠군요.”

서철우가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이현은 조문혁의 서찰을 바라봤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관사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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