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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서철우의 결심

작가: 화니보스
last update 게시일: 2026-10-07 05:20:46

관사 안.

서철우는 이현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철우였다.

“전하께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힘을 기를 생각입니다.”

“어떤 힘을 말입니까?”

이현은 잠시 생각했다.

“형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을 기르겠습니다.”

서철우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이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돈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군사도 필요하겠지요.”

“그 모든 것을 경도에서 시작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서철우는 잠시 침묵했다.

“전하.”

“말씀하십시오.”

“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쪽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입니다.”

서철우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특히 지금처럼 황실이 흔들리고 조문혁이 수도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서가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아버지…….”

서철우는 딸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조문혁은 이미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습니다.”

“반면 전하께서는 지금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철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상단도 있고, 그 상단에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모든 것을 걸고 전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저는 아직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서가연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

하지만 서철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전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전하와 조문혁,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말씀을 꼭…….”

“가연아.”

서철우가 딸을 바라봤다.

“이건 우리 가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서가연은 입을 다물었다.

서철우는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

“제가 전하를 선택하면 조문혁과 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가 역시 위험해집니다.”

“반대로 조문혁을 선택한다면 당장은 우리 가문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사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가연은 이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현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가주.”

“예, 전하.”

“당연한 말씀입니다.”

서철우가 잠시 멈칫했다.

“……당연하다?”

이현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가주라 해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서가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현은 서철우를 바라봤다.

“그러니 지금 당장 저를 선택하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전하…….”

“가주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받아들이겠습니다.”

서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저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주를 원망하지도 않겠습니다.”

“저 때문에 가문까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서 가주는 서 가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시면 됩니다.”

서가연은 이현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굳어 있던 얼굴에 서서히 안도감이 번졌다.

서철우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이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예.”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이현이 눈을 들었다.

서철우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전하께서 어떤 분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모질게 말씀드렸습니다.”

“송구합니다, 전하.”

이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해합니다.”

서철우가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

“그런데 전하는 제 생각보다 훨씬 의젓하십니다.”

서철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저는 전하를 선택하겠습니다.”

서가연의 눈이 커졌다.

“아버지…….”

서철우가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서가는 황실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전하를 돕겠습니다.”

이현은 잠시 서철우를 바라보다가 그를 일으켰다.

“고맙습니다.”

서가연은 참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서철우가 딸을 바라봤다.

“가연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서가연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서철우는 이현을 바라봤다.

“전하께 부탁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혹시 앞으로 제가 전하를 돕다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서철우가 잠시 말을 멈췄다.

“가연이를 지켜주십시오.”

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

“아버지.”

“그리고 내가 없게 된다면 가연이를 받아주십시오.”

이현은 서가연을 바라봤다.

서가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현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철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말이십니까?”

이현이 서가연을 바라봤다.

“어디서 이런 여인을 또 만날 수 있겠습니까.”

서가연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전하…….”

이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서철우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서철우는 책상 앞에 앉았다.

붓을 들어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서가연이 옆에서 바라봤다.

“조문혁에게 보내실 거에요?”

“그래.”

서철우는 마지막 글자를 적은 뒤 붓을 내려놓았다.

“답을 보내야지.”

서철우는 서찰을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인장을 찍었다.

“이 서찰을 태경으로 보내라.”

관리자가 서찰을 받아들었다.

“예, 가주.”

서철우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리고 성안의 경계를 강화하라. 패가 없는 자들은 이 시간 이후로 성안 출입을 제한할 것이다.”

“성안의 모든 군사는 전시체제로 돌입할 것이고, 성 밖의 군사들도 불러들여라.

”훈련도 강화할 것이다.“

관리자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예, 성주님.“

이현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

서철우가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

“이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조문혁도 이 서찰을 받는 순간 서가가 어느 쪽에 섰는지 알게 될 겁니다.”

이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숨어 있을 수만은 없겠군요.”

서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서철우가 보낸 서찰은 태경에 도착했다.

천추궁.

조문혁의 집무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급히 들어왔다.

“주군.”

조문혁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냐?”

“경도에서 서찰이 도착했습니다.”

조문혁은 손을 내밀었다.

“가져와라.”

사내가 서찰을 올렸다.

조문혁은 봉인을 확인했다.

서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서철우…… 이자가.”

봉인을 뜯었다.

서찰을 읽어 내려가던 조문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짧은 서찰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분명했다.

서가는 황실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조문혁의 손이 서찰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감히…….”

집무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조문혁의 얼굴이 분노로 굳어졌다.

“나를 거절해?”

그의 손에 들린 서찰이 구겨졌다.

“황실을 지키겠다고?”

조문혁은 서찰을 탁자 위에 내리쳤다.

쾅!

집무실 안의 모든 사람이 몸을 굳혔다.

조문혁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서가부터 확인해라.”

“예.”

“그리고 이현이 거기 있는지도 알아내라.”

조문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서철우가 무엇을 믿고 이런 선택을 했는지…….”

잠시 말을 멈춘 조문혁이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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