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태후 새 처소는 창이 넷인데 오늘은 둘만 열려 있었다.열린 창 밖으로 눈 덮인 마당이 보였고, 마당 가운데를 아침에 쓸고 지나간 자리만 검었다.문 앞에서 한경이 버선에 묻은 눈을 두 번 털고 들어갔다.털어도 발자국이 나서 상궁이 뒤에서 그 자리를 닦았다.발 밖에 상이 놓이고 그 위에 첩이 하나 펴져 있었다.태후의 두 손이 금 호갑에 덮인 채 상 위에 있었다."앉거라.""예.""어공서에서 달마다 물목을 올린다.올려 온 것을 내가 본다.스무 해 하던 일이야. 스무 해.""…""이 줄을 네가 적었느냐.""예.""읽어 보아라.""…달걀 스물이요.""의녀가 달걀을 적어 냈다.""의서에 있어요.""의서에 있는 것을 적었으면 약이지.너는 밥을 적었다."* * *"달걀 스물이면 열흘 가요.열흘에 스물씩 열두 달이면 일곱 접이 조금 넘고, 쌀로 치면 두 섬이 안 돼요.어주에서 한 달에 깨져서 버리는 게 그보다 많고요.그런데 그 스물을 안 넣으면 열흘 뒤에 손이 더 떨려요."태후의 엄지가 호갑 안에서 한 번 멎었다."마마께서 그건 보셨을 텐데요.""보았다.""…""보는 데까지가 네 일이라 하였다.""…예.""열 달을 네가 적어 낸 대로 내주었어.뿌리도 내주고 껍질도 내주고 벌레 먹은 것까지 내주었다.아무도 안 물었지.어의도 안 물었고 곳간도 안 물었어.""…""이달에 네가 적은 줄이 태의원 문 밖으로 나갔다.어공서 종이에 붙었어.관청 종이에 오른 것은 지워도 자리가 남는다."* * *"네 이름이 그 종이에 오르는 것은 내가 못 막는다.그건 내 손 밖이야.""…""내가 준 것을 도로 걷는 것은 할 수 있고."바깥에서 눈 쓸리는 소리가 났다가 그쳤다.태후가 호갑 낀 손을 상 위에서 반 뼘 옮겨 놓았다."셋을 주었지. 둘을 걷는다.""…""약재를 걷는다. 오늘부터 네가 적어 내는 종이는 태의원 문 안에서 끝난다. 사람도 걷어.셋 다 오늘 저녁에 제 자리로 돌아간다.""아. 그럼 곳간에는 오늘까
태의원 진찰방에 등을 둘 켜 놓았다.창 하나가 덜 닫혀서 문틀 아래로 눈가루가 들어와 자리 끝에 얇게 앉았다.소하가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엎드려서도 말을 했다."의녀님. 저 내일은 일찍 일어날게요.눈 오면 뒤뜰부터 쓸어야 되잖아요.어제는 늦게 일어나서 늙은 심약 나리가 먼저 쓰셨거든요.나리 손 다 텄던데.""…""근데 의녀님. 아까 그 자루요.제가 눈에 떨어뜨렸는데 눈이 안 묻었어요.얼어서 그런가 봐요.눈이 얼면 안 묻어요?""묻지. 녹아야 묻는데 안 녹아서 그래.""아.""…""어유. 의녀님, 눈 오는 날은 왜 덜 추워요?""구름이 덮여서 그래.갠 날 새벽이 제일 춥고.내일 아침에 개면 뒤뜰 쓸기 전에 손부터 녹이고 나가.""…""아 맞다. 완의국 아이는 지난달에 맞았대요. 물을 엎질러서요.여기 애들은 다 한 번씩 맞는대요.저만 안 맞은 거였어요."한경이 대야에 물을 받아 왔다.뜨거운 물이 아니었다.손등으로 한 번 대 보고 나서 무명을 적셨다."으.""참아. 뜨거운 거 대면 지금만 시원하고 내일 더 부어.""…예."궁 애들 다 이러고 크는 건가.* * *한경이 젖은 무명을 짜서 종아리에 얹었다.얹고 나서 그 위를 손바닥으로 눌렀다.소하가 숨을 삼켰다."이거 이레 가. 사흘째가 제일 아프고 닷새째부터 색이 도는데, 노랗게 되면 낫는 거니까 놀라지 말고.걷는 건 오늘내일만 조심하면 돼.밤에 자다가 당기면 무릎을 세우고 자.펴고 자면 아침에 못 일어나.버선은 두 켤레 신고 자되 안쪽 거는 마른 걸로 갈아 신어.젖은 거 신고 자면 아침에 발부터 곱아.""…예.""그리고 뜨거운 데 앉지 마.화로 앞이 제일 안 좋아.지금 뜨거운 데 앉으면 밤에 당겨서 잠을 못 자.""화로 앞에 앉는 건 제 일인데요.숯 넣는 것도 제가 하고요.""…""의녀님 손도 차요.대야 물이 벌써 얼겠는데요.""데운 물은 지금 좋고 내일 나빠.이건 지금 나쁘고 내일 좋고.""그건 이레 뒤에 해.""…"
태의원 뒤뜰에 눈을 쓸어 모아 놓은 무더기가 셋 있었다.저녁볕이 그 위에 잠깐 앉았다가 담 너머로 넘어갔다.한경이 마루 끝에 앉아 마른 것을 골라 내고 있었다.손끝이 곱아서 골라 낸 것과 안 골라 낸 것이 자꾸 섞였다."의녀님. 오늘도 셋 다 안 왔어요?""응.""어제는 하나는 온다고 했잖아요.오늘 아침에 곳간 나리가 온다고 했는데.""온다고 한 거랑 오는 거랑 다르지.""그 셋 중에 하나는 부엌에도 있는 거잖아요.제가 부엌에서 얻어 올까요.부엌 아주머니가 저 좋아하시거든요.""거기 건 우리 거 아니야.얻어 오면 그 아주머니가 물어."늙은 심약이 뒤뜰 끝에서 눈을 쓸다가 비를 세워 놓았다.세워 놓고 손을 겨드랑이 밑에 한참 넣고 있었다."의녀님. 숯 다 됐어요.""곳간 옆에 광 있잖아.거기서 한 자루만 받아 와.""이름패 없어도 돼요?""그 광은 태의원 거야. 이름 대면 줘.어두워지기 전에 오고.""예!"소하가 빈 자루를 들고 나갔다.나가면서 마루 끝에 놓인 종이를 한 번 봤다.* * *어주 곳간 뒷문 앞에서 소하가 발을 굴렀다.버선이 젖어서 발가락이 안 펴졌다.문 안쪽에서 문을 지키는 시위가 나왔다.뒤에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쪽은 문턱을 안 넘었다."이름패.""저는 태의원 의녀님 아이인데요.우리 의녀님이 적어 내신 게 사흘째 안 나와서 왔어요. 여기요.여기 종이에 이름 있잖아요!"소하가 소매에서 종이를 꺼내 두 손으로 폈다.시위가 그 종이를 받았다.위에서 아래로 한 번 훑고 나서 이름 두 자에서 멎었다.멎은 자리를 두 번 봤다."…이걸 어디서 났느냐.""의녀님 거예요. 제가 들고 왔어요.저 심부름 잘해요.""의녀가 너를 보냈느냐.""아니요, 그건 아닌데요.그건 아닌데 제가 오면 될 것 같아서요.우리 의녀님이 사흘을 곳간 앞에 서 계셨거든요."시위가 종이를 접어 제 소매에 넣었다.넣고 나서 뒷문을 닫았다."뒷문은 이름패 있는 것만 든다.""그러니까 그 이름이—""마당으로.
어공서 광은 문이 넷인데 셋만 열려 있었다.열린 문 앞에 멍석을 깔고 자루를 세워 놓았는데 자루마다 아가리가 접히고 그 위에 눈이 얹혀 있었다.문턱 안쪽에서 사람 하나가 무릎을 한 손으로 짚고 일어섰다."…의녀."한경이 그 얼굴을 봤다."영감.""여기서는 그리 안 부릅니다."육석이 두 손을 모으고 반 걸음 물러서서 허리를 굽혔다.굽히는 데까지와 펴는 데까지가 같은 빠르기였다."태의원 의녀께서 어인 일로 오셨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한경의 이가 한 번 부딪쳤다.광 앞이 회랑보다 더 추웠다."눈 오는 날은 광에 안 나가셨잖아요.""…이제 나갑니다.""스물세 해를 비 오는 날마다 아랫사람 보내셨는데.""…""무릎은 그대로시고요."육석이 눈을 피했다.피한 눈으로 자루 위에 얹힌 눈을 손등으로 쓸어 냈다.* * *"광에 뭐가 들었어요.""문 하나에 열두 자리, 세 문이면 서른여섯 자리입니다.아침에 한 번 세고 저녁에 한 번 셉니다.스물세 해 하던 대로 합니다.""여기서도요.""여기서는 세는 사람이 소인 말고 둘 더 있습니다.셋이 따로 세고 셋이 다 적습니다.셋이 다르면 다시 셉니다.""어. 그럼 여기서는 틀려도 티가 나겠네요.""납니다. 납니다, 그날로.""…""육가에서는 소인 혼자 셌습니다.""…""혼자 세면 틀려도 아무도 모릅니다."멍석 끝에서 눈 녹은 물이 한 줄기 흘러 얼기 시작했다.육석이 그 위에 짚을 한 줌 흩었다.흩고 나서 일어서는데 무릎이 한 번에 안 펴졌다."영감. 광에서 앉으실 거면 멍석 말고 널 하나 깔고 앉으세요.찬 데 오래 붙어 있으면 일어설 때 그렇게 돼요.저녁에 발 담그는 물도 뜨겁게 하지 마시고요.미지근한 데 오래 담그시는 게 나아요.뜨거운 데 담그면 그때만 좋고 새벽에 더 아파요.""…예.""아 맞다. 저 문 하나는 왜 안 열어요.""문틀이 얼었습니다. 봄에 엽니다.봄에도 안 열리면 뜯습니다."스물세 해를 저 말만 하고 살았네.* * *한경이 종이를
어공서 앞마당에 궤짝이 여섯 나와 있었고 뚜껑이 다 열려 있었다.서리들이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물목을 맞추는데 손이 곱아서 종이를 두 번씩 넘겼다.한경이 층계 아래에 섰다.태의원 곳간에서 오늘 안 나온 셋은 여기서 맞춘다고 했다."의녀님. 여기가 어공소예요?""어공서.""…어공서요. 아 맞다, 우리 나리 다니시던 데가 여기였죠.""응."소하가 층계 밑 살얼음을 밟고 한 번 미끄러졌다.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들고 있던 빈 자루를 눈 위에 떨어뜨렸다."아유. 아유, 여기 미끄러워요."궤짝 앞에 앉았던 서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소하가 자루를 주우면서 같이 웃었다.* * *궤짝 하나에 자루가 열둘 들어 있었고 아가리마다 종이 표가 붙어 있었다.표에 적힌 것이 다 먹는 것이었다.소하가 그 앞에 쭈그려 앉았다."이거 우리 집 광에도 있던 건데.""소하야.""…예. 아니, 정말 있었어요.궤가 여섯인 것도 같고 표를 자루 위쪽에 붙이는 것도 똑같아요.노영감이 늘 저렇게 붙였잖아요. 그러니까 이게—""소하야. 여기 사람들 다 들어."소하가 입을 다물고 일어섰다.일어서면서 무릎에 묻은 눈을 털었다.* * *문 옆에 섰던 젊은 서리가 층계를 내려왔다."여기 서 계시면 안 됩니다.""곳간에서 여기로 가라 했는데요.""물목 맞추는 건 안에서 합니다.그리고 의녀 어른 것은 물목에 없습니다.""셋 다 적어 냈는데요.""두 가지는 태의원 몫이 아니고 한 가지는 아예 목록에 없습니다.목록에 없는 건 곳간 문에서 돌려보냅니다.여기까지 오지도 않아요.""열 달을 내주다가 이달부터 안 내주는 것도 목록 때문이에요?""…그건 소인이 모릅니다.""목록은 어디 있어요.""안에 있습니다.""저도 그건 보는 건데요.""이름패 있는 사람이 봅니다.어른은 이름패가 없으시고요.그건 소인 잘못이 아니라 태의원 잘못입니다.태의원 가서 받아 오시면 소인이 오늘이라도 펴 드립니다.""태의원에서는 칙첩이 없어서 못 준대요.""…""그럼 어
회랑 모퉁이에서 소하가 먼저 멈춰 섰다.곳간에서 오는 길이었고, 아침에 들고 나간 종이가 아침 그대로 손에 있었다."어른. 저 사람 또 있어요."기둥 그늘 밑에 눈이 한 군데만 다져져 있었다.회랑 아래는 밤새 온 것이 그대로 얹힌 채인데 그 자리만 발바닥에 눌려 얼어 있었다.감색 겹옷을 입은 사내가 거기 서서 손을 겨드랑이에 넣었다 뺐다.뺀 손으로 소매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무릎에 대고 두 줄을 적었다."사흘째예요. 어제는 진찰방 앞에 있었고 그제는 뒤뜰 쪽에 있었고요.아니, 그제 말고 그끄제요.제가 세어 봤어요!""…""저 옷은 마마 처소 사람 옷도 아니에요.마마 처소는 남색에 자주 띠고, 태의원은 무색에 검은 띠고, 어공서는 그, 뭐더라, 어공소는—""어공서.""…어공서요."지나가던 궁녀 둘이 소리 내어 웃었다.소하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 웃었다.궁녀 하나가 가다 말고 소하에게 한마디 하고 갔다."태의원 의녀는 의녀님이라 하는 거야.어른은 아무한테나 붙이는 게 아니고.""…의녀님."소하가 그 말을 소리 없이 세 번 되뇌었다."소하야. 띠 말고 신을 봐.띠는 아침에 바꿔 매도 신은 안 갈아 신거든."소하가 목을 빼고 사내의 발을 봤다."…젖었는데요. 발등까지 젖었어요.""응. 여기서 자는 사람이면 신이 아직 말랐지.저 나리는 아침에 문 밖에서 걸어 들어왔네."발 얼겠네, 저러다."의녀님. 그거 오늘도 안 나왔죠.""응.""사흘째잖아요. 아니 나흘인가.곳간 나리가 어제는 없다고 했다가 오늘은 목록에 없다고 했어요.없는 거랑 목록에 없는 거랑 다른 거예요?""다르지. 없는 건 내일 오고, 목록에 없는 건 안 와."* * *한경이 회랑에서 내려섰다.눈이 발등을 덮었다가 버선에 스몄다.사내가 종이를 접어 소매에 넣고 일어섰다.두 손을 모으는데 손이 굳어서 한 번에 안 모였다."손이 그렇게 곱으면 오래 못 적어요.""…""이 모퉁이는 바람이 두 갈래로 들거든요.회랑 밑으로 한 갈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