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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화: 오늘 저녁은 아내가 예약했습니다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06:00:50

수요일 오전 8시 10분.

차도현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휴대전화 일정표를 확인하다가 손을 멈췄다.

평소에는 없던 일정 하나가 추가돼 있었다.

오후 6시 — 한서윤과 집에서 저녁 먹기.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메모까지 적혀 있었다.

준비물: 빈손, 좋은 기분, 그리고 아내를 향한 애정.

도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서윤.”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던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왜?”

“제 일정표에 누가 마음대로 약속을 잡았습니까?”

서윤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신 아내가.”

“사전 협의 없이요?”

“응. 문제 있어?”

도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전혀 없습니다.”

“그럼 오후 6시까지 집으로 와.”

“회사에서 바로 출발해도 조금 늦을 수 있습니다.”

서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후 6시는 퇴근 목표 시간으로 변경.”

“합리적인 조정이군요.”

“대신 저녁 7시 전에는 도착하기.”

도현이 웃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윤은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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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25화: 차도현의 첫 번째 스타일 변신

    월요일 오전 8시 20분.한서윤은 출근 준비를 마친 뒤 드레스룸에서 차도현의 옷장을 열어 보았다.짙은 남색 정장, 검은색 정장, 회색 정장.셔츠도 흰색과 하늘색이 대부분이었다.“도현 씨!”욕실에서 나오던 도현이 대답했다.“네, 아내.”“당신 옷장에 색깔이 몇 개 없는 거 알아?”도현은 옷장을 바라봤다.“업무에 필요한 옷을 주로 구입하다 보니 그렇습니다.”“주말에도 비슷하게 입잖아.”“편해서 그렇습니다.”서윤은 옷걸이를 하나씩 넘겼다.“이번 주 토요일에는 내가 당신 옷 골라 줄 거야.”“지난번에 약속했지요.”“응. 그런데 조건이 있어.”“무엇입니까?”“내가 고른 옷을 입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솔직하게 말하기.”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서윤은 남편을 위아래로 살펴봤다.“그리고 평소에 안 입던 색도 도전하기.”“어떤 색을 생각하고 계십니까?”“그건 비밀.”도현은 웃었다.“벌써 조금 긴장됩니다.”토요일 오전 11시.두 사람은 예약해 둔 편집숍에 도착했다.서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남성복 코너로 향했다.도현이 물었다.“아내, 어떤 스타일을 생각하셨습니까?”“당신한테는 평소의 단정한 느낌은 살리면서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윤은 연한 베이지색 니트를 꺼냈다.“이거 입어 봐.”도현은 옷을 받아 들었다.“생각보다 밝은 색이군요.”“응. 당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도현은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문이 열렸다.베이지색 니트에 짙은 갈색 슬랙스를 입은 도현이 나왔다.서윤은 잠시 말을 잃었다.도현이 물었다.“아내, 어떻습니까?”“잠깐만.”서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차도현 씨.”“네.”“당신 왜 이런 옷을 이제야 입어?”도현은 웃었다.“괜찮습니까?”“엄청 괜찮아.”서윤은 그의 어깨선을 살펴봤다.“니트도 너무 두껍지 않아서 좋고, 바지 핏도 예쁘네.”도현은 거울을 바라봤다.“생각보다 편합니다.”“그렇지?”서윤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24화: 꽃다발 대신 도착한 초대장

    일요일 오전 9시 30분.한서윤은 거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전시회 일정을 살펴보고 있었다.차도현은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도현 씨!”“네, 아내.”“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현재는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그럼 나랑 어디 좀 가자.”도현이 커피잔을 들고 다가왔다.“어디로 가시려고 합니까?”“비밀.”도현은 웃었다.“아내도 이제 비밀 일정을 준비하시는군요.”“당신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서윤은 태블릿 화면을 얼른 껐다.도현은 더 묻지 않고 커피잔을 건넸다.“알겠습니다. 토요일은 비워 두겠습니다.”오전 11시.현관 초인종이 울렸다.서윤은 택배가 도착했을 거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 앞에는 작은 꽃 상자와 봉투가 놓여 있었다.“어?”서윤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도현 씨, 이거 당신이 보냈어?”도현이 고개를 돌렸다.“무엇입니까?”“꽃.”서윤이 상자를 열자 연분홍색 장미와 흰색 리시안셔스가 모습을 드러냈다.꽃 사이에는 작은 카드가 꽂혀 있었다.서윤은 카드를 꺼냈다.‘첫 데이트 때 드리지 못했던 꽃을 이제야 전합니다.’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차도현 씨!”도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마음에 드십니까?”“응. 너무 예뻐.”“어제 말씀하신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서윤은 꽃을 들어 향기를 맡았다.“근데 당신 그때도 이런 꽃을 샀어?”“그때는 흰색 튤립을 준비했습니다.”“그럼 왜 오늘은 장미야?”도현은 그녀를 바라봤다.“지금의 아내께는 이 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서윤은 꽃다발을 내려놓고 남편의 목에 팔을 둘렀다.“고마워.”도현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좋아해 주셔서 다행입니다.”오후 1시 20분.서윤은 꽃을 화병에 꽂다가 봉투가 하나 더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도현 씨, 여기 뭐가 또 있어.”“확인해 보시겠습니까?”서윤은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두 장의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오래된 물건과 그 주인의 이야기.’작은 생활사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23화: 첫 데이트의 영수증

    토요일 오전 9시 20분. 한서윤은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차도현을 불렀다. “도현 씨!” 욕실에서 나오던 도현이 고개를 돌렸다. “네, 아내.” “오늘 우리 데이트하자.” “좋습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서윤은 침대 옆 서랍에서 어젯밤 작성한 노트를 꺼냈다. “우리 첫 데이트했던 곳.” 도현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던 손을 멈췄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으십니까?” “응. 어제 이야기하다 보니까 궁금해졌어. 지금도 그대로 있을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도현은 휴대전화로 검색했다. 잠시 후 화면을 서윤에게 보여 주었다. “아내, 아직 영업 중입니다.” “진짜?” “네. 다만 내부는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서윤은 곧바로 이불을 걷었다. “그럼 가자!” 도현이 웃었다. “아침 식사는 하셔야지요.” “거기서 먹으면 되잖아.” “첫 데이트 때 방문했던 곳은 저녁에 문을 엽니다.” 서윤은 시계를 확인했다. “아, 그렇지.” 도현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천천히 준비하셔도 됩니다.” 오후 5시 40분. 서윤은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아이보리색 실크 블라우스에 짙은 녹색 미디스커트를 꺼내 놓았다. 도현이 문 앞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아내, 오늘은 그 옷을 입으십니까?” “응. 첫 데이트 때랑 비슷하게 입어 보려고.”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아직 안 입었는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서윤은 웃으며 스커트를 들었다. “당신도 그때처럼 입어.” “그때는 짙은 남색 정장을 입었습니다.” “기억력 좋네.” “아내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으니까요.” 서윤은 잠시 남편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당신 요즘 말 진짜 잘한다.”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오후 6시 30분. 두 사람은 서울의 오래된 골목에 도착했다. 첫 데이트 장소는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붉은 벽돌 외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22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두 번이었다

    금요일 밤 10시 15분.한서윤은 자신의 노트와 차도현의 노트를 번갈아 바라봤다.“잠깐만. 도현 씨.”“네, 아내.”“나는 우리가 봄에 처음 만났다고 적었는데, 당신은 왜 겨울이라고 적었어?”도현은 펜을 내려놓았다.“제가 아내를 처음 본 날은 겨울이었습니다.”“우리가 처음 만난 건 협력 프로젝트 회의 때잖아.”“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날은 그때가 맞습니다.”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그럼 그전에도 나를 봤다는 거야?”“네.”“어디서?”도현은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아내께서 기억하지 못하실 만합니다.”“그런 말 하지 말고 얼른 이야기해.”“그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산업기술 전시회였습니다.”서윤은 눈을 깜빡였다.“산업기술 전시회?”“네. 당시 아내께서는 다른 회사의 실무 책임자로 참석하셨습니다.”서윤은 기억을 더듬었다.“아…… 그때?”“기억나십니까?”“잠깐만. 나 그때 발표 자료 때문에 엄청 고생했는데.”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그날 아내께서 발표하시는 모습을 봤으니까요.”몇 년 전 12월.전시회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한서윤은 발표를 20분 앞두고 행사 진행요원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죄송합니다. 발표 순서가 변경됐습니다.”“얼마나 앞당겨졌나요?”“바로 다음 순서입니다.”서윤은 시계를 확인했다.예정보다 15분이나 빨랐다.“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발표 자료의 일부 도표가 행사장 화면에서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진행요원이 당황했다.“파일을 다시 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서윤은 노트북을 열었다.“파일 문제가 아니라 화면 비율이 다른 것 같네요. 원본 자료에서 바로 수정하겠습니다.”그녀는 몇 분 만에 도표를 다시 배치했다.발표가 시작됐을 때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단상에 올라갔다.객석 뒤편에는 차도현이 앉아 있었다.그는 원래 다른 기업의 기술 발표를 들으러 왔다가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서윤의 발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21화: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첫 번째 선물

    목요일 밤 10시 25분.차도현은 한서윤이 펼쳐 놓은 천 주머니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그 안에는 작은 은색 열쇠고리가 들어 있었다.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였다. 둥근 금속 고리 아래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비행기 모형이 달려 있었다.한쪽 날개 끝이 살짝 휘어 있었고, 몸체에는 희미한 흠집이 남아 있었다.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내, 이걸 어디에서 구하셨습니까?”서윤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왜? 이거 알아?”“네. 제가 가지고 있던 물건과 똑같습니다.”“똑같은 게 아니라 그거 맞을걸?”도현의 눈이 커졌다.“제 것이라고요?”서윤은 침대에 걸터앉았다.“당신 정말 기억 안 나?”“무슨 말씀이십니까?”“우리 결혼하기 훨씬 전 이야기야.”서윤은 열쇠고리를 집어 들었다.“당신이 나한테 처음으로 준 선물.”도현은 그녀를 바라봤다.“제가요?”“응.”서윤은 오래전의 일을 떠올렸다.두 사람이 아직 연인도 아니었던 시절이었다.당시 서윤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외부 협력 프로젝트 때문에 도현과 몇 차례 업무상 만난 적이 있었다.어느 날, 서윤은 회의가 끝난 뒤 주차장에서 자동차 열쇠를 떨어뜨렸다.열쇠에 달려 있던 장식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졌다.마침 지나가던 도현이 그것을 발견했다.“한서윤 씨.”그가 부르자 서윤이 돌아봤다.“네?”“열쇠고리가 망가졌습니다.”서윤은 바닥을 내려다봤다.“아, 정말이네.”도현은 떨어진 조각을 주워 건넸다.“다치실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감사합니다.”서윤은 부서진 장식을 살펴보다가 한숨을 쉬었다.“이거 마음에 들었던 건데.”도현이 물었다.“오래 사용하셨습니까?”“네. 꽤 오래요.”“수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그러게요.”그날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다.그런데 사흘 뒤.서윤의 사무실로 작은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안에는 은색 비행기 열쇠고리가 들어 있었다.함께 들어 있던 카드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지난번 열쇠고리 대신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차도현.’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20화: 낡은 계산기에 남겨진 마지막 기록

    목요일 오전 9시 30분.한서윤은 사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다가 차도현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차도현]아내, 어제 경매 업체에서 연락했던 자료를 확인했습니다.[한서윤]뭐래? 계산기랑 관련된 거야?[차도현]네. 이전 보관자가 남긴 장부와 사진이 발견됐다고 합니다.[한서윤]장부? 사진까지?[차도현]오늘 오후에 직접 확인할 예정입니다.서윤은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냈다.[한서윤]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퇴근하고 가도 돼?[차도현]업체에 확인해 보겠습니다.서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어제까지만 해도 낡은 계산기를 신기한 수집품 정도로 생각했다.그런데 장부와 사진이라니.누가 어떤 이유로 남겨 둔 물건인지 조금 궁금해졌다.오후 6시 40분.두 사람은 경매 업체의 보관실에 도착했다.담당자가 작은 서류 상자를 가져왔다.“어제 낙찰하신 계산기와 함께 보관돼 있던 자료입니다.”도현이 물었다.“물품 설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자료인가요?”“네. 정리 과정에서 별도 상자에 들어 있던 걸 확인했습니다. 원래 보관자 측에 확인했고, 구매자께 함께 전달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담당자는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낡은 장부 두 권과 흑백사진 세 장이 들어 있었다.서윤은 사진 한 장을 살펴봤다.작은 사무실이었다.나무 책상과 전화기, 그리고 어제 도현이 구입한 계산기가 놓여 있었다.“도현 씨, 여기 계산기!”도현도 사진을 확인했다.“같은 모델이군요. 외관의 흠집 위치도 일치합니다.”담당자가 설명했다.“예전에 작은 인쇄소에서 사용하던 물건이라고 합니다.”“인쇄소요?”서윤이 되물었다.“네. 가족이 운영하던 곳인데 오래전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도현은 장부를 펼쳤다.날짜와 금액, 거래처 이름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그런데 장부 마지막 장에는 계산과 관계없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오늘 마지막 주문을 마쳤다.서윤의 손길이 멈췄다.오후 7시 15분.두 사람은 업체의 허락을 받고 자료를 조금 더 살펴봤다.마지막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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