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목요일 오전 8시 35분.“총괄님, 시범 운영 시작됐습니다.”서윤은 교육운영팀 직원이 보여 준 화면을 확인했다.오늘부터 물류운영팀과 고객지원팀, 시설관리팀에서 새로운 업무 지시 변경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일반적인 업무 변경은 사전 승인, 긴급 상황에서는 우선 변경한 뒤 사후 승인을 받는 방식이었다.“접속 오류는 없어요?”“현재까지는 없습니다.”“좋아요. 오전에는 실제 사용 기록을 확인하고, 오후에는 현장 의견을 들어 보죠.”서윤이 커피잔을 들려는 순간 화면에 알림이 떴다.‘긴급 변경 요청 1건 접수.’“벌써?”직원이 웃었다.“시작한 지 5분 됐는데요.”서윤은 알림을 열었다.변경 사유: 배송 차량 도착 지연.변경 내용: 오전 상차 순서 조정.요청 부서: 물류운영팀.“이건 실제 긴급 상황이 맞네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지켜봐요.”오전 10시 20분.긴급 변경 요청은 어느새 14건으로 늘어 있었다.서윤은 목록을 보다가 이상한 항목을 발견했다.변경 사유: 담당자 점심 메뉴 변경.“잠깐만요.”직원이 화면을 확인했다.“어? 이게 왜 들어왔죠?”“업무 지시 변경 시스템에 점심 메뉴가 왜 올라와요?”담당 직원이 웃음을 참았다.“아마 테스트 삼아 입력한 것 같습니다.”서윤은 해당 요청의 처리 상태를 확인했다.이미 사후 승인까지 완료되어 있었다.“승인한 사람은 누구예요?”“시설관리팀 박주임입니다.”서윤은 곧바로 담당자에게 연락했다.“박주임님, 긴급 변경 요청 하나 확인하려고요.”전화기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아, 총괄님. 혹시 점심 메뉴 건인가요?”“네.”“죄송합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고 입력했는데, 삭제하는 방법을 몰라서요.”서윤은 웃음을 참았다.“테스트 자체는 괜찮아요. 다만 실제 운영 기록과 섞이면 안 되죠.”“네. 주의하겠습니다.”“그리고 삭제 방법이 어렵다는 건 개선해야겠네요.”오전 11시 40분.서윤은 시스템 담당자들과
수요일 오전 8시 55분.서윤은 출근하자마자 교육운영팀에서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총괄님, 업무 지시 변경 시스템에서 결재 버튼이 사라졌습니다.’“결재 버튼이 사라졌다고?”서윤은 곧바로 시험용 시스템에 접속했다.어제까지 표시되던 ‘변경 승인 요청’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면 아래에는 새로운 문구가 나타나 있었다.‘관리자 권한으로 즉시 변경 가능합니다.’서윤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이렇게 바꿨지?”오전 9시 30분.시스템 담당자가 서윤의 사무실로 들어왔다.“총괄님, 어젯밤에 기능이 변경됐습니다.”“누구 요청이었나요?”“경영지원실에서 긴급 수정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서윤은 변경 이력을 확인했다.요청자는 윤재석 본부장 산하의 운영기획팀이었다.“변경 사유는요?”“승인 절차 때문에 현장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그럼 변경 전에 왜 시범 운영 담당자들과 협의하지 않았죠?”담당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저희도 정식 승인된 요청인 줄 알았습니다.”서윤은 화면을 가리켰다.“요청서에는 승인자가 없는데요.”“네. 확인해 보니 승인 절차가 누락됐습니다.”서윤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일단 시험 환경을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세요. 실제 운영에는 반영하지 말고요.”오전 11시.윤재석 본부장이 서윤의 사무실을 찾아왔다.“한 총괄, 시스템 변경을 중단시켰다고 들었습니다.”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아직 승인되지 않은 변경이어서요.”“현장 업무 속도를 고려한 조치였습니다.”“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제 회의에서 시범 운영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잖아요.”윤재석은 의자에 앉았다.“모든 변경을 회의로 결정하면 일이 늦어집니다.”서윤은 준비한 자료를 내밀었다.“그래서 긴급 변경 절차를 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긴급하다는 이유로 기록과 승인까지 생략할 수는 없어요.”윤재석이 자료를 훑었다.“그럼 실제 긴급 상황에서는 어떻게 합니까?”“우선 조치하고 사후 승인받는 예외 절차를 두되, 적용
화요일 오전 9시 10분.“총괄님, 오늘 회의 참석자 명단입니다.”서윤은 교육운영팀 직원이 건넨 태블릿을 확인했다.오전 10시에는 직원 의견 수렴 절차 개선 회의, 오후 2시에는 현장 교육 프로그램 점검이 예정되어 있었다.그런데 첫 번째 회의 참석자 명단에 낯선 이름이 있었다.“윤재석 본부장님도 참석하세요?”“네. 어제 저녁에 추가됐습니다.”“어느 부서에서 요청했죠?”“경영지원실에서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윤재석은 여러 부서의 운영 실적을 관리하는 임원이었다. 직원들의 업무 지시 변경 기록을 남기는 제도에 반대했던 사람 중 하나이기도 했다.“알겠습니다. 회의 자료는 참석자 전원에게 같은 버전으로 전달해 주세요.”오전 10시.회의가 시작되자 윤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직원 의견을 듣자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모든 지시 변경에 사유를 기록하면 업무 속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서윤은 준비한 자료를 띄웠다.“그래서 모든 대화를 기록하자는 게 아닙니다. 업무 담당자나 기한, 우선순위가 변경되는 경우에만 적용하려고 합니다.”“그 판단은 누가 합니까?”“변경을 지시한 관리자가요.”윤재석은 팔짱을 꼈다.“현장에서는 1분이 아쉬운 경우도 있습니다.”서윤은 다음 화면을 넘겼다.지난달 3개 부서에서 발생한 업무 재처리 사례였다.“지시 변경을 확인하지 못해서 같은 작업을 다시 수행한 시간이 총 26시간입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기록하는 데 1분이 걸리더라도 재작업을 줄이면 전체 업무시간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어요.”윤재석은 자료를 바라봤다.“그 수치는 검증됐습니까?”“네. 각 부서의 작업 기록과 담당자 확인을 거쳤습니다.”도현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우선 시범 운영 결과를 보죠. 효과가 없다면 수정하면 됩니다.”오전 10시 45분.회의가 끝나기 직전, 윤재석이 새로운 의견을 냈다.“다만 직원 대표가 개선안 검토에 참여하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내부 경영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도 있으니까요.”서윤은 고
월요일 오전 8시 40분.차도현은 출근하자마자 결재함을 열었다.주말 사이 올라온 안건은 17건이었다. 그중 가장 위에 놓인 문서는 지난 목요일 공개 질의응답의 후속 조치 계획이었다.도현은 내용을 읽다가 눈썹을 찌푸렸다.‘직원 의견 수렴 절차 개선안. 최종 승인권자: 의장.’그는 곧바로 담당 임원에게 연락했다.“이 문서, 제가 최종 승인하도록 되어 있군요.”“네, 의장님. 중요 사안이라서요.”“그런데 직원들이 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 아닙니까?”“맞습니다.”“그 제도의 운영과 이의 처리까지 제가 최종 결정하면 독립성이 있겠습니까?”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도현은 문서를 반려했다.반려 사유: 독립적인 검토 및 이의 처리 구조 재설계 필요.오전 10시 15분.서윤은 교육운영팀 회의실에서 후속 질문 처리 현황을 확인하고 있었다.“총괄님, 공개 질의응답 이후 추가 질문이 24개 들어왔습니다.”“기존 미답변 29개와 합치면 53개네요.”“네. 그중 11개는 답변 담당 부서가 겹칩니다.”서윤은 화면을 확대했다.“그럼 같은 질문이라고 묶어 버리지 말고, 각각 어떤 부분을 묻는지 확인해 주세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새로운 결재 알림이 떴다.‘직원 의견 수렴 절차 개선안 — 의장 반려.’서윤은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어머.”“무슨 일이세요?”“의장님이 개선안을 반려하셨네.”직원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혹시 행사 후속 조치가 중단되는 건가요?”서윤은 반려 사유를 읽고 웃었다.“아니요. 오히려 제대로 만들라는 뜻 같은데요.”오후 12시 30분.구내식당에서 마주 앉은 서윤이 도현에게 물었다.“오늘 아침에 결재 하나 반려했지?”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셨습니까?”“응. 담당팀이 처음엔 깜짝 놀랐대.”“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그럼 직접 설명해 주는 게 좋겠어. 반려 사유만 보면 담당자가 어디까지 고쳐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잖아.”도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맞는 말씀입니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도현 씨, 오늘 향수 뿌리지 마.”서윤은 외출 준비를 하던 도현의 손목을 붙잡았다.도현은 향수병을 내려놓았다.“왜 그렇습니까?”“오늘 향기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잖아. 다른 향이 섞이면 헷갈릴 수도 있대.”“그렇군요.”서윤은 그의 셔츠 소매를 정리해 주었다.“그리고 오늘은 진짜 승부야.”“지난주부터 계속 말씀하고 계십니다.”“자신 있다며?”도현은 미소 지었다.“네. 아직은 그렇습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좋아. 그 자신감이 얼마나 가는지 보자.”그때 호두가 현관에 놓인 서윤의 가방에 앞발을 넣었다.“호두야, 거긴 왜 들어가?”가방 안에서 립밤 하나가 굴러 나왔다.도현이 그것을 주워 건넸다.“오늘도 소지품 검사가 시작됐군요.”“우리 집 보안팀은 주말에도 일하네.”오후 1시.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은 향기 연구 공방이었다.벽면에는 투명한 유리병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테이블마다 시향지와 기록지가 준비돼 있었다.강사가 설명했다.“오늘은 향을 만드는 수업이 아니라,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감각 훈련입니다. 총 3단계로 진행할게요.”서윤은 기록지를 받아 들었다.“생각보다 본격적인데?”도현도 자리에 앉았다.“재미있겠습니다.”첫 번째 단계는 익숙한 향을 구별하는 시험이었다.강사는 번호가 붙은 시향지 5장을 건넸다.“정답을 바로 말씀하지 마시고 기록지에 적어 주세요.”서윤은 첫 번째 시향지를 코 가까이 가져갔다.상큼하고 약간 쌉싸름한 향이었다.‘레몬인가?’두 번째에서는 달콤한 꽃향기가 났다.세 번째는 나무 향이었다.서윤이 옆을 슬쩍 바라보자 도현은 벌써 답을 적고 있었다.“왜 이렇게 빨라?”“익숙한 향이 많아서요.”“나한테도 익숙한 향인데 이름이 생각 안 나.”도현은 웃었다.“천천히 맡아 보십시오.”오후 1시 35분.첫 번째 결과가 발표됐다.서윤은 5개 중 3개를 맞혔다.도현은 4개였다.“아!”서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베르가모트였
금요일 오전 8시 45분.정하린 대리는 평소보다 15분 일찍 출근했다.책상 위에는 작은 종이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개인 컵과 손거울,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볼펜 몇 자루가 전부였다.하린은 컴퓨터를 켜고 마지막 인수인계 파일을 열었다.파일명은 《인사운영 업무 인수인계_최종》.그녀는 문서 마지막에 적힌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업무 지시가 충돌할 경우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지시권자 간 우선순위를 확인할 것.’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이런 기준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린은 조용히 파일을 저장했다.오전 10시 20분.“하린 씨,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서윤이 인사운영팀 사무실을 찾아왔다.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총괄님.”“인수인계는 어느 정도 끝났어요?”“거의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 확인만 남았어요.”서윤은 책상 위 상자를 바라봤다.“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네요.”하린이 작게 웃었다.“그러게요. 막상 마지막 날이 되니까 이상해요.”서윤은 그녀에게 얇은 서류철을 건넸다.“하린 씨가 제안했던 업무 지시 개선안 검토 결과예요.”하린의 눈이 커졌다.“벌써 나왔나요?”“전부 확정된 건 아니에요. 우선 지시 변경 이력 기록과 책임자 확인 절차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어요.”하린은 서류를 펼쳤다.자신이 제출했던 개선안 옆에 담당 부서와 검토 일정이 적혀 있었다.“제 의견이 실제로 반영됐네요.”“네. 다만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해요.”하린은 서류를 천천히 덮었다.“감사합니다.”서윤은 고개를 저었다.“오히려 제가 고맙죠. 떠나는 입장에서 이런 자료까지 남겨 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오후 12시 10분.하린의 마지막 점심은 같은 팀 동료 3명과 함께였다.평소처럼 구내식당에 앉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대리님, 진짜 다음 주부터 안 오시는 거예요?”후배 직원이 물었다.“응. 이제 안 오지.”“이상할 것 같아요. 모르는 거 있으면 맨날 대리님한테 물어봤는데.”하린은 웃었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