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법안의 본회의 날짜가 정해졌다. 3월 12일.
2월 중순, 뉴스는 매일 그 날짜를 말했다. 여야 합의, 통과 유력. 국회 앞에서는 찬성 쪽 가족 모임이 촛불을 들었다. 우리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켜 주세요. 반대 쪽 집회는 작았다. 종교 단체 몇 곳과 대학생 몇십 명. 그 사이 어디에도 우리 다섯 사람의 얼굴은 없었다. 조작된하늘이라는 말만 가끔 댓글 창에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국회 공청회에 린세영은 나오지 않았다. 안식의 부대표라는 남자가 대신 앉았다. 건강상 이유라고 했다. 기자 한 명이 무슨 병이냐고 물었고, 부대표는 개인 정보라며 웃었다. 나는 그 장면을 철웅의 집 거실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봉안당 복도에서 벽을 짚고 기침하던 등이 떠올랐다.
그날 밤, 나는 작은 방의 이불 위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당신도 안 가 봤습니다.
린세영의 그 한마디가 봉안당에서부터 나를 따라왔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그
한결 씨가 대답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른다.바깥에서는 1초도 안 되었을 것이다. 철웅의 넷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 안에서는 길었다. 나는 그동안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다른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전봇대가 눈에 들어오면 그 말이 다시 시작되려 했는데, 그의 얼굴이 전봇대를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얼굴만 보았다. 몇 년을."행복했어."그가 말했다. 하늘을 보지 않고, 앞의 사람들을 보면서."처음엔. 몇백 년은. 1분만 있다 가자고 했잖아. 너랑 여기 서서, 이 하늘 보고. 그게 내가 산 것 중에 제일 좋은 거였어. 그 전날까지 내가 본 천장은 전부 구급차 천장이었거든. 그날 처음으로 하늘을 봤어. 하얀 줄 몰랐어."그는 손바닥으로 무릎을 문질렀다."근데 그게 끝이 안 나니까." 그가 말했다. "1분만 있다 가자, 그러고 못 가. 또 1분만 있다 가자. 또 못 가. 몇백 년. 그러다 알았어. 그게 좋았던 건, 1분이라서였나 봐. 가자, 하고 돌아설 수 있어서. 돌아가서 계단 숫자 외우고, 3번 계단, 4번 문, 그다음이 있어서."그가 나를 보았다."그다음이 없으니까, 그 1분이 그냥 1분이 아니게 됐어. 좋은 게 좋은 채로 있는데, 이상하게 무거워졌어. 너무 오래 들고 있어서."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이 없었다. 그 안에서 나는 그 말에 붙일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들었다. 지금 적는다."그다음엔 네 목소리를 기다렸어. 몇 년에 한 번. 귤 냄새 나면 아, 오는구나, 하고." 그가 짧게 숨을 쉬었다. "그게 좋았어. 기다리는 게. 그건 행복이었나. 모르겠어. 지금은 모르겠어. 이 사람들 옆에 한 명씩 앉아 있으면, 행복이 뭔지 더 모르겠어."그는 그 말을 하고 오래 입을 다물었다. 하얀 하늘을 한 번도 올려다보지 않았다. 그토록 오래 올려다본 하늘을, 이제는 보지 않는 사람
그 목소리를 듣고 내 안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생각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날들이었다. 새벽 네 시의 작은 방, 칼에 벤 검지, 천천히 하라니까. 지하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3번 계단, 4번 문. 무릎 위에 놓인 무거운 머리. 1년 넘게 714호에서 대답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던 오후들 너머, 그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부른 날들. 그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 목소리와 한 덩어리로.그리고 입이 움직였다. 내가 가진 말 중에서, 그 얼굴을 보면 나오는 말이."왔어요."1년 넘게 매일 714호 문을 열며 했던 말이었다. 그 말이 나왔다. 그 안에서, 그 얼굴 앞에서.한결 씨가 나를 보았다. 쪼그려 앉은 채로. 피곤한 눈이 조금 커졌다가, 천천히 가늘어졌다.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1년 4개월 전 새벽, 하얀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 얼굴이었다."응. 왔네."그의 목소리였다. 1년 4개월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휴대전화 너머 냉각팬 소리 속에서 매일 기다렸던. 천천히 해, 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목소리에 높낮이가 거의 없었다. 남의 출동 기록을 읽듯이. 그런데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주 조금."진짜로 왔네."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전봇대가 보였고, 그 말이 왔다."한결 씨. 나 왔어요. 지우예요. 한결 씨 하늘에 사람들이 있어요. 이만 명이 넘어요."한결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네가 말해 줬어."그가 내 옆 아스팔트에 앉았다. 쪼그려 앉아 있다가, 그냥 주저앉듯이. 무릎을 세우고, 팔을 무릎에 걸쳤다. 구급차 옆 연석에 앉아 쉬던 사람처럼. 우리 둘 앞으로 수만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한결 씨는 그 사람들을 보았다. 나는 한결 씨를 보았다."들렸어." 그가 말했다.
그 안에는 말이 없었다.지금 나는 이것을 돌아와서 쓰고 있다. 검사실 침대에서 눈을 뜨고, 며칠이 지나고, 철웅의 집 작은 방에서 다은의 공책을 빌려 한 줄씩 적고 있다. 그 안에 있을 때 나는 이 문장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문장은 생각에서 나오고, 그 안에서 나는 새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는 보기만 했다. 그러니까 여기 적는 것은 그때 본 것을, 돌아와서 붙인 말이다. 그 순서를 틀리지 않으려고 한다.공책은 다은이 가져다주었다. 새 학년 준비물로 산 것 중에 남은 거라고 했다. 내가 첫 장을 펴자 다은이 잠깐 기다리라며 방으로 뛰어갔다. 연필깎이 돌리는 소리가 드르륵, 드르륵, 세 번 났다. 다은은 뾰족하게 깎은 연필 세 자루를 들고 와 내 무릎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심 끝에 나무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언니, 거기 써도 돼. 토끼만 지우지 마."첫 장 귀퉁이에 토끼가 한 마리 그려져 있었다. 귀가 한쪽만 서 있고, 입이 삐뚤었다. 나는 토끼 옆 줄부터 쓰기 시작했다. 다은은 한동안 내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다가, 글씨가 너무 많다며 하품을 했다. 방을 나가다 문가에서 돌아보았다."언니 거 다 쓰면 나 읽어도 돼?""나중에.""나중에 언제?""더 나중에."다은이 입을 삐죽 내밀고 문을 닫았다. 토끼는 지금도 첫 장에 있다. 나는 연필이 뭉툭해지면 다음 자루로 바꿔 가며 쓴다. 세 자루째를 쥐고 있다.처음에는 하얬다.천장이 하늘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형광등 하나가 깜박이던 검사실 천장이, 가장자리부터 번지며 넓어졌다. 벽이 사라지고, 모서리가 사라지고, 하얀색만 남았다. 끝에서 끝까지, 이음매 없이. 눈이 부셨다. 눈을 감으려 했다. 감기지 않았다. 거기서는 눈을 감는 게 안 된다고 문순자 할머니가 말했었다. 그 말이 떠올랐는지, 아니면 떠오른 것처럼 지금 적는 것인지, 나는 확실히 말할
날짜는 3월 9일, 월요일 밤으로 정해졌다. 본회의 사흘 전이었다.주치의가 그 날짜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그날 한결 씨가 성진대학병원으로 정기 검사를 가는 날이었다. 요양병원에서는 할 수 없는 영상 검사를 석 달에 한 번씩 협력 대학병원에서 받았다. 안식이 넘겨받은 그 협약서에도 적혀 있는 일정이었다. 구급차가 오후에 한결 씨를 싣고 가서, 밤에 다시 싣고 온다. 그 사이 몇 시간 동안 한결 씨는 요양병원 714호가 아니라 성진대학병원 본관 지하의 검사 대기실에 누워 있게 된다."방문 금지는 요양병원 공문입니다." 주치의가 말했다. "성진대에서는 정하윤 씨를 막을 서류가 없어요."그리고 그 지하 복도 끝에, 심장내과 선배의 검사실이 있었다.나는 그날 새벽에도 골목에 갔다. 스물한 번째였다. 하늘은 흐렸다. 나는 기운 전봇대 옆에 서서, 그 옆 한 뼘을 비워 두고, 고개를 들고 같은 말을 했다.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예순까지 세고, 가자, 하고 말했다. 세탁소 할아버지가 셔터를 올리다 나를 보고 오늘도 커피 줄까, 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빈속으로 오라고 했다."오늘은 안 와도 돼?" 할아버지가 물었다. 매일 오던 사람이 무언가 달라 보였던 모양이다."내일은 못 올 수도 있어요."할아버지는 다리미를 옆구리에 낀 채로 한참 나를 보다가, 들어가면서 말했다."그럼 모레 와. 커피 타 놓을게."점심 무렵 은평 시장에 들렀다. 생선 가게 셔터는 반만 올라가 있었다. 기자회견 뒤로 할머니는 오전에만 장사를 했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며느리가 무서워해서라고 했다. 할머니는 셔터 아래로 허리를 숙이고 나와 내 손을 잡았다. 고무장갑을 벗은 손이 차고 거칠었다."오늘이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한테는 말해 두었었다."가서 옆에 있어 줘. 혼자 있으면
법안의 본회의 날짜가 정해졌다. 3월 12일.2월 중순, 뉴스는 매일 그 날짜를 말했다. 여야 합의, 통과 유력. 국회 앞에서는 찬성 쪽 가족 모임이 촛불을 들었다. 우리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켜 주세요. 반대 쪽 집회는 작았다. 종교 단체 몇 곳과 대학생 몇십 명. 그 사이 어디에도 우리 다섯 사람의 얼굴은 없었다. 조작된하늘이라는 말만 가끔 댓글 창에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국회 공청회에 린세영은 나오지 않았다. 안식의 부대표라는 남자가 대신 앉았다. 건강상 이유라고 했다. 기자 한 명이 무슨 병이냐고 물었고, 부대표는 개인 정보라며 웃었다. 나는 그 장면을 철웅의 집 거실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봉안당 복도에서 벽을 짚고 기침하던 등이 떠올랐다.그날 밤, 나는 작은 방의 이불 위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당신도 안 가 봤습니다.린세영의 그 한마디가 봉안당에서부터 나를 따라왔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 하늘의 주인에게 물어본 적도 없었다. 모니터의 초록 선에 대고 물었을 뿐이었다. 대답할 수 없는 사람에게.쟤들은 물어보지를 않아. 문순자 할머니가 말했다. 남의 좌판에 물건 올려놓으려면 주인한테 물어봐. 주인이 자리에 없으면 기다려.나는 1년 넘게 기다렸다.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그렇다면 주인이 있는 데로 가야 했다.김정옥 씨의 패치를 뗀 건 철웅의 손이었다. 그녀의 아들의 손.나는 한결 씨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 하늘에 이 사람들이 있어도 괜찮으냐고. 당신은 거기서 뭘 하고 있느냐고.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그리고 당신은, 거기서 행복하냐고.그 질문을 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부엌에서 철웅에게 말했다.미경 씨는 다은을 학교에 데려다주러 나갔고, 철웅은 식탁에 앉아 식은 된장국을 데우지
봉안당에 다녀오고 이틀 뒤, 복실이 할아버지의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아빠가 아가씨 한번 보고 싶대요. 요새 잘 못 드셔서요. 시간 되면.석 달 전 주차장에서 번호를 주고받은 뒤로, 나는 12층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복도 끝 창가를 보았다. 철웅의 어머니를 뵈러 갈 때, 재민을 만나러 갈 때, 1월의 그 긴 밤에도. 할아버지는 거의 늘 거기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이마를 유리에 대고. 일곱 시가 가까우면 두 번째 가로등을 보았다. 나는 몇 번 그 옆에 서서 비상등을 대신 세어 드렸다. 한 번, 두 번. 왔네.기자회견 뒤로는 가지 못했다. 성진대 로비에도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화요일 오후 세 시, 나는 모자를 눈썹까지 내리고 12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옆 안식 안내판은 그대로였다. 본 병동 환자 및 가족 대상 할인. 누군가 그 아래에 볼펜으로 작게 적어 놓았다가 지운 자국이 있었다. 무슨 글자였는지는 읽을 수 없었다.1202호의 할아버지는 창가에 있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있었다.석 달 사이에 많이 작아져 있었다. 털모자 아래 얼굴이 한 줌이었다. 수액 줄이 두 개로 늘어 있었다. 그래도 나를 보자 이가 몇 개 없는 입이 먼저 벌어졌다."왔네."비상등을 셀 때와 같은 말이었다. 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침대 난간에 빨간 줄 하나가 감겨 있었다. 가죽이 닳아 반들반들해진 개 목줄이었다. 쇠고리 한쪽이 녹슬어 있었다."복실이 거야. 옛날 거." 할아버지가 손을 뻗어 목줄을 쥐었다. "새것 사 주면서 딸내미가 이건 나 주더라고. 밤에 이거 코에 대고 자. 복실이 냄새 나."그는 정말로 목줄을 코에 댔다. 눈을 감고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웃었다."개 냄새지 뭐. 쿰쿰한 거. 근데 그게 좋아."그는 목줄을 쥔 채 옛날 얘기를 했다. 복실이를 데려온 첫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