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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화 붉은 존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2 17:02:22

콰아앙!

폐역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지고 바닥의 균열이 조금씩 넓어졌다.

류채아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뭐야…….”

갈라진 바닥 아래에서 붉은빛이 계속해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존재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검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류현이 채아 앞을 막아섰다.

“전원 뒤로.” 한이준이 주위를 살폈다.

“출구는?” 차아린이 바로 대답했다.

“뒤쪽 통로! 그런데…….” “그런데?” “막혔어!”

무너진 콘크리트와 검은 안개가 통로를 완전히 막고 있었다.

권태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럼 여기서 끝장을 내야겠네.”

태혁이 앞으로 나섰다.

붉은 존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혼경자…….”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폐역 안에 울려 퍼졌다.

“또 너희가 방해하는군.”

권태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우리를 알고 있나?” “알고 있다.”

붉은 존재가 태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내가 찾는 것은 너희가 아니다.”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류현. 한이준. 차아린.

그리고 마지막으로 류채아에게 향했다.

“바로 저 아이.” 채아가 움찔했다. “……나?” “류채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채아의 팔이 뜨거워졌다.

보랏빛이 상처를 타고 퍼져 나갔다. “또…….”

채아가 팔을 움켜쥐었다. 류현이 돌아봤다.

“채아, 괜찮아?” “네. 그런데…….”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붉은 존재가 손을 들어 올렸다.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막아!” 한이준이 외쳤다.

다섯 명이 동시에 움직였다.

쾅! 검은 기운이 벽을 강하게 때렸다.

한이준이 채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괜찮아?” “네…….” “내 뒤에 있어.”

이준이 다시 앞을 바라봤다.

붉은 존재의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계속 모이고 있었다.

권태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저걸 쓰러뜨리면 끝나는 거겠지?”

류현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그럼 확인해보자.” 태혁이 뛰쳐나갔다.

쾅! 주먹이 붉은 존재의 어깨를 강하게 때렸다.

하지만 붉은 존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혁의 팔을 붙잡았다.

“태혁!” 한이준이 달려들었다.

붉은 존재가 태혁을 옆으로 내던졌다.

쿵! 태혁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크윽…….” 류현이 바로 태혁에게 달려갔다.

“다쳤어?” “괜찮아.”

하지만 태혁의 팔에는 붉은 상처가 생겨 있었다.

류현이 손을 대자 따뜻한 빛이 퍼졌다.

“움직이지 마.” “전투 중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그러니까 잠깐만.”

류현이 치료를 끝내자 태혁이 팔을 움직여봤다.

“됐어.” 그 사이 차아린이 붉은 존재 주변을 살폈다.

“잠깐!” 모두가 아린을 바라봤다.

“저 녀석 발밑에 있는 문양이 아까랑 달라!”

바닥을 보니 처음 발견했던 문양 주변에 새로운 선이 생겨 있었다.

한이준이 말했다.

“저 문양이 저 녀석에게 힘을 공급하고 있어.”

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문양을 끊어야 해.”

권태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한다.” “이번에는 같이 가.”

이준이 태혁 옆에 섰다.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갔다.

붉은 존재가 팔을 휘둘렀다.

이준이 공격을 피하며 태혁에게 외쳤다. “지금!”

태혁이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콰앙! 문양에 금이 갔다.

붉은 존재의 몸이 순간 흔들렸다.

“……!” 차아린이 소리쳤다. “됐어! 효과 있어!”

하지만 문양은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붉은 존재가 더욱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어리석은 것들.”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퍼졌다.

“이 문양은 나를 가두는 것이 아니다.”

류채아의 눈이 커졌다.

“그럼…….” 붉은 존재가 웃었다.

“나를 이곳에 불러들이는 문이다.”

순간 채아의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검은 문. 비 오는 밤. 그리고 부모님의 목소리.

“채아야, 절대 이 문을 열지 마.”

채아가 숨을 멈췄다. “……이 문.”

붉은 존재가 고개를 돌렸다.

“기억났나?” 채아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 우리 부모님을 알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붉은 존재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안개가 아주 조금 걷혔다.

하지만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기 직전이었다.

붉은 존재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뭐?”

권태혁이 달려들었지만 늦었다.

붉은 존재의 몸이 붉은 안개로 변하기 시작했다.

류현이 소리쳤다. “막아!”

한이준과 태혁이 동시에 공격했다.

하지만 공격은 안개를 그대로 통과했다.

차아린이 주변을 살폈다. “사라진다!”

붉은 안개가 갈라진 바닥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 존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부모가 숨긴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개가 완전히 사라졌다.

폐역에는 무거운 정적만 남았다.

채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부모님이 뭘 숨겼다는 거지?”

한이준이 조용히 다가왔다.

“채아.” 채아가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채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류현이 바닥을 바라봤다.

붉은 존재가 사라진 자리에는 작은 물건 하나가 남아 있었다.

류현이 그것을 주웠다.

“이건…….” 작은 금속 펜던트였다.

표면에는 익숙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채아가 그것을 보는 순간.

팔의 상처에서 보랏빛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파앗! 펜던트가 채아의 손으로 날아왔다.

채아가 놀라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펜던트 뒷면을 확인한 순간.

새겨진 글자를 발견했다. ‘류채아.’

채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익숙했다.

한이준이 낮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다섯 명은 폐역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이 떠난 뒤 갈라진 바닥 아래에서 작은 붉은빛

하나가 다시 켜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빛은 아주 천천히 도시의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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