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전하께서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
경원은 대답하지 않고 소은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붉은 끈이 잘 어울리는구나. 누가 묶어 주었느냐?”
소은은 본능적으로 손을 감췄다.
“홍연은 어디 있습니까?”
“그 아이가 걱정되느냐?”
“제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홍연은 상관없는 아이입니다. 부디 풀어 주십시오.”
경원은 잠시 소은을 바라보다가 곁에 있던 병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문 안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두 병사가 홍연을 끌고 나왔다.
소은은 처음에 그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홍연은 머리카락이 풀어진 채 두 손을 뒤로 묶이고 있었고, 한쪽 뺨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과 목덜미를 적셨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를 절었다.
“홍연아!”
소은이 달려가려 하자 병사가 창대를 가로질렀다.
홍연은 소은을 발견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병사가 그녀의 어깨를 눌러 무릎을 꿇리자, 젖은 돌바닥에 부딪힌 무릎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씨, 저는 괜찮습니다.”
홍연은 억지로 웃으려 했지만 입술이 터져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아씨를 잘못 모셨습니다. 그러니 저 때문에 마음 쓰지 마시고…….”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느냐!”
소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하, 제가 시켰습니다. 홍연은 제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경원은 소은의 말을 듣고도 홍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충직한 시녀구나. 네가 어디로 떠나는지 끝내 말하지 않더라.”
그는 천천히 소은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그 아이의 동생을 데려오라고 했지.”
홍연의 얼굴이 굳었다.
소은은 그녀가 몸을 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경원을 바라보았다.
“동생이라니요?”
“아직 어린 남동생이 있다더구나. 병든 어미와 함께 도성 남쪽에 산다지?”
경원은 마치 별것 아닌 이야기를 꺼내듯 말했다.
“홍연이 끝내 입을 열지 않으면 그 아이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홍연이 몸부림쳤다.
“전하! 제 동생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 네가 말하면 되지 않느냐.”
경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소은은 그제야 홍연이 왜 마차에서 끌려 내려오면서까지 자신을 지키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홍연은 소은의 도주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붙잡힌 것이 아니었다. 동생을 인질로 삼겠다는 협박을 받고도 끝까지 소은의 행선지를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하, 제발 그 아이의 가족만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소은이 앞으로 나서자 경원이 손을 들어 병사들을 물렸다.
“그럼 네가 말을 잘 들어야겠구나.”
그는 대청을 가리켰다.
“오늘 이곳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소은은 붉은 등이 걸린 대청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풍악이 울리고 있었다.
“누구의 혼례입니까?”
경원은 웃었다.
“직접 들어가 보거라.”
그가 앞장서자 병사들이 홍연을 끌고 뒤따랐다. 소은은 홍연에게 다가가 부축하려 했지만 창대가 다시 길을 막았고, 홍연은 고개를 저으며 어서 안으로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혼례청 안에는 이미 많은 손님이 모여 있었다.
붉은 비단이 기둥마다 감겨 있었고, 향로에서는 진한 향냄새가 피어올랐다. 귀한 집안의 부인들과 관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으며, 하인들은 술과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그런 곳에 수수한 회색 옷을 입은 소은이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누군가는 그녀를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곁에 앉은 사람에게 귓속말을 했다.
“윤가의 소은 낭자 아닌가?”
“왕자 전하의 정혼녀가 어째서 저런 차림으로 왔지?”
“서 장군을 따라다니던 그 처녀 말이오?”
소은은 그 말들을 듣고도 대꾸하지 못했다.
대청 안쪽에 한려진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붉은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금실로 수놓은 봉황이 어깨에서 치맛자락까지 이어졌고, 머리에는 진주와 옥으로 장식한 화려한 관이 얹혀 있었다. 시녀들이 그녀의 긴 옷자락을 정리하는 동안 한려진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 장식의 위치를 살피고 있었다.
소은이 들어서자 한려진이 고개를 돌렸다.
“윤 낭자?”
그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환하게 웃었다.
“어머,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몰랐어요. 제 혼례를 축하하러 오셨나요?”
무헌은 곧바로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턱을 넘기 전에 왕실 병사들이 창을 교차해 길을 막았고, 무헌이 멈추지 않자 병사 하나가 왕자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마당에 나갈 수 없다고 고했다.“아이를 일으켜 세워라. 조사할 일이 있다면 내게 묻고, 저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무헌의 명령이 마당까지 들렸는지 병사 하나가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경원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곧바로 아이의 팔을 다시 붙잡았고, 무헌은 창을 쥔 병사들과 경원을 차례로 바라보다가 문턱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소은은 무헌이 아이를 구하려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보았다. 동시에 그가 멈춘 순간 아이가 다시 끌려가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보았다.경원은 궁인에게 검은 문서함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함 안에는 두꺼운 종이와 붓, 먹, 인주가 들어 있었고, 그는 그중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를 꺼내 무헌 앞에 펼쳐 놓았다.“말로 하는 약속은 쉽게 뒤집힐 수 있으니, 장군이 자신의 뜻을 문서로 남겨 주면 좋겠소.”무헌은 탁자 앞에 돌아왔지만 붓을 받지 않았다. 경원은 그가 종이를 내려다보는 동안 한려진을 정식 아내로 맞이하고 윤소은과의 사사로운 관계를 끊겠다는 뜻을 직접 적으라고 요구했다.“장군이 그 서약을 남기면 오늘의 도주 소동도 더는 문제 삼지 않을 수 있겠지.”소은은 경원이 내민 종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쓰지 않은 문장 두 줄이 도주 서신에 덧붙여졌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인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는 무헌이 직접 쓴 서약서가 두 사람의 관계를 끊는 증거가 될 참이었다.“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이 제 정혼을 지키는 일이라면, 제게 직접 물으셔야 합니다. 장군께서 저와 관계를 끊겠다는 서약을 쓰신다고 해서 제가 무엇을 선택했는지까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경원은 소은의 말을 듣고 붓을 탁자에 내려놓았다.“네가 선택한 것은 왕실의 정혼을 어기고 다른 사내와 도망치는 일이 아니더냐?”“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모르는 곳에서 장군이 제 삶을 대신
“제가 어젯밤 보낸 편지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두 줄은 제가 쓴 것이 아니고, 아래에는 장군의 진짜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무헌이 서신을 다시 펼쳐 들자 경원이 곧바로 끼어들었다.“내가 이미 설명했소. 장군이 직접 내게 가져온 편지라고 말이오.”소은은 무헌의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경원의 말을 부정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편지를 넘겼다고 인정하지도 않은 채 서신을 탁자에 내려놓았다.“장군께서 정말 전하께 넘기셨습니까?”무헌은 소은을 바라보았다. 한때 그녀가 그 눈빛 하나만으로 안심했던 남자였지만, 지금 그가 보여 주는 표정에서는 어떤 대답도 읽을 수 없었다.“소은아, 지금은 그 편지에 관하여 더 묻지 말거라.”소은은 그 말을 듣고도 당장 대꾸하지 못했다. 무헌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경원의 주장 가운데 무엇인가가 사실이어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쓴 편지에 누군가 죄를 인정하는 문장을 덧붙였고 그 아래에 무헌의 인장이 찍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그녀는 홍연의 상처를 살피던 수건을 내려놓고 무헌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쓴 편지에 누군가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그 문장 때문에 저는 왕실의 정혼을 거역한 죄인이 되었고, 홍연은 저를 도왔다는 이유로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장군께서는 제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몰라야 하는지까지 대신 정하실 생각입니까?”무헌은 소은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가 그녀의 손가락에 감긴 천을 발견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피가 다시 배어 나온 천을 바라보던 그의 손이 소은의 손목을 향했지만, 그녀가 몸을 뒤로 물리자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네가 위험해질 수 있다.”“저는 이미 위험합니다. 제가 한려진 낭자의 혼례복을 정리하며 무릎을 꿇었을 때에도 장군께서는 저를 구하지 않으셨고, 홍연이 끌려갈 때에도 막아 주지 못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진실을 묻는 것마저 위험하다고 하시면, 저는 무엇을 믿고 기다려야 합니까?”무헌은 서신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가 종
소은은 홍연을 의자에 앉히고 물그릇을 가져왔다. 홍연이 물을 마시려다가 소은의 손가락에 감긴 천을 발견하자, 소은은 자신의 손을 감추는 대신 수건을 적셔 홍연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어디가 가장 아프냐? 의원을 불러 달라고 했으니 조금만 견디거라.”홍연은 입술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아씨께서 저 때문에 혼례청에서 그런 일을 당하셨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네가 나를 지키려 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지금은 그런 말보다 네가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소은은 수건을 적셔 홍연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상처에 물이 닿을 때마다 홍연의 어깨가 움츠러들었지만,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소은은 문밖에 병사들이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목소리를 낮췄다.“동생은 어떻게 되었느냐?”홍연의 눈빛이 흔들렸다.“제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에는 살아 있었습니다. 병사들이 마당에 데려다 놓고 제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머니까지 잡아오겠다고 했습니다.”소은은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았다. 홍연의 가족이 붙잡혀 있다는 말은 경원이 혼례청에서 했던 협박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다.“네가 마차에서 끌려 내려왔을 때, 마부가 누구를 만났는지 기억하느냐?”홍연은 잠시 문밖을 살피다가 소은에게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붉은 꾸러미를 건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부가 혼례청 뒤편에서 검은 모자를 쓴 사람에게 작은 꾸러미를 넘겼는데, 그 사람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느냐?”“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병사들이 길을 비켜 주었고, 마부가 허리를 깊이 숙였습니다. 제가 그 모습을 보자 그 사람이 마부에게 무슨 말을 했고, 곧바로 병사들이 저를 붙잡았습니다.”소은은 탁자 위의 서신을 돌아보았다.붉은 꾸러미 안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태운 마차가 혼례청에 도착한 직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물건이 전달되었다는 사실은, 서신이 무헌의 손에서 곧바로 경원에게 넘어
소은은 문양을 알아보는 순간 손을 멈췄다. 서무헌이 군영의 문서에 사용하던 인장이었으며, 오른쪽 아래에는 다른 인장과 구별되는 작은 결손까지 남아 있었다.오래전 무헌이 낙마했을 때 인장의 모서리가 깨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소은이 새 인장을 만들라고 권하자 그는 이미 많은 군영 문서에 사용한 것이므로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며 웃었고, 그 뒤로도 그녀는 그 흠집을 여러 번 보았다.눈앞의 인영에는 그때의 결손이 분명하게 찍혀 있었다.“서 장군의 진짜 인장입니다.”소은이 인정하자 경원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이제야 네가 무엇을 저질렀는지 알겠느냐?”소은은 서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인장이 진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 무헌이 문장을 덧붙였거나 경원에게 편지를 넘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인장이 진짜라는 사실과 마지막 두 줄이 제가 쓴 글이라는 주장은 별개입니다. 장군의 인장이 찍힌 뒤에 편지가 고쳐졌을 수도 있고, 누군가 인장을 사용할 기회를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경원은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그렇다면 누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냐?”“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이 서신이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경원은 잠시 소은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서무헌이 직접 내게 가져왔는데도 말이냐?”소은은 고개를 들었다.“장군께서 직접 전하께 드렸습니까?”“그렇다. 장군은 네가 도주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왕실의 정혼을 어기는 일이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했지. 네가 탄 마차가 혼례청으로 향한 이유도 이제 이해하겠느냐?”그 말이 사실이라면 무헌은 어젯밤 자신을 안아 주고 새벽에 마차를 보내겠다고 약속한 뒤, 그 편지를 들고 경원에게 찾아간 셈이었다.소은은 경원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고 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직접 넘겼다는 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태운 마차가 실제로 혼례청에 도착했고 무헌이 그곳에서 한려진과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소은이 먼저 청하자 경원은 대답 대신 함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소은의 손가락에 감긴 천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의자를 끌어 앉으며 궁인에게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다.“네가 오늘 가장 많이 부른 이름이 홍연이더구나. 그렇게 아끼는 아이라면 나도 앞으로는 대하는 방법을 달리해야겠지.”그가 함의 뚜껑을 열자 접힌 서신 한 통이 드러났다. 소은은 익숙한 종이의 색을 알아보았지만, 경원이 손짓하기 전까지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서무헌과 도망치려고 쓴 편지라지? 네가 직접 확인해 보거라.”소은은 탁자 앞으로 다가가 서신을 펼쳤다. 첫머리에 적힌 글씨를 보는 순간 어젯밤 자신이 무헌에게 보낸 편지라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동이 트기 전에 동문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약속과, 그가 끝내 오지 못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소은은 무헌에게 왕실의 정혼을 거역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오지 않는다면 혼자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으므로 편지에도 마지막까지 물러날 길을 남겨 두었다.그런데 편지 아래쪽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두 문장이 덧붙어 있었다.왕실의 정혼을 거역하고 서무헌을 따르겠다는 내용이었으며, 도주를 계획한 사람이 자신이므로 이를 도운 사람들에게 죄를 묻지 말아 달라는 말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문장을 읽는 동안 소은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자신이 무헌을 기다리기로 했다는 사실과 왕실의 죄를 인정하는 문서를 직접 작성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홍연과 마부를 비롯해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들에게까지 죄를 돌릴 수 있는 내용이었다.“이 마지막 두 줄은 제가 쓰지 않았습니다.”경원은 의자 팔걸이에 팔을 얹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그 위의 글씨는 네 것이 맞느냐?”“맞습니다. 그러나 아래쪽은 누군가 제 필적을 흉내 낸 것입니다.”“한 장의 편지 안에서 네 글씨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말이냐? 네가 불리해지자 말을 바꾸는 것은 아니고?”소은은 그의 조롱에 대꾸하지 않고 서신을 창
윤소은이 홍연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별실에 갇힌 지 한 시진이 넘어서였다.문밖에서 쇠사슬이 돌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짧게 신음했고, 뒤이어 병사가 시녀의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소은은 침상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혼례청에서 홍연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 아이는 이미 혼자 걷기도 어려울 만큼 다쳐 있었으므로, 지금 들리는 발소리가 홍연의 것인지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홍연아, 네가 거기 있느냐? 내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해 보거라.”문밖의 움직임이 잠시 멎었다. 소은이 다시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낮은 신음이 들렸고, 병사 하나가 문 앞으로 다가와 조용히 하지 않으면 시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경고했다.“저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상처가 심하니 의원부터 불러 주십시오. 의원을 들일 수 없다면 물과 깨끗한 천이라도 보내 주시면 됩니다.”병사는 왕자의 허락 없이는 시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소은이 문에 손을 얹은 채 물러서지 않자 그는 다시 소란을 피우면 시녀를 더 깊은 별원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덧붙였고, 그제야 그녀는 더 묻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홍연이 어디로 끌려가는지 알아내려고 소리를 높일수록 그 아이가 다칠 수 있었다. 혼례청에서 이경원은 소은이 무릎을 꿇지 않으면 홍연을 벌하겠다고 했고, 그녀가 끝내 한려진의 혼례복을 정리한 뒤에도 홍연을 풀어 주지 않았다. 이제 소은은 경원이 내세우는 조건이 반드시 지켜질 약속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별실에는 작은 침상과 탁자, 물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으며 창문에는 굵은 쇠창살이 박혀 있었다. 소은은 탁자에 놓인 수건을 찢어 손가락에 감았다. 혼례복의 장식을 바로잡느라 바늘에 찔린 손끝에서는 피가 조금씩 배어 나왔고, 오래 꿇려 있었던 무릎은 몸을 굽힐 때마다 욱신거렸다.상처를 감싸던 소은은 무심코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까지 그곳에 묶여 있던 붉은 끈은 혼례청에서 서무헌에게 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