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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추출기로 진실이 드러날 때

기억 추출기로 진실이 드러날 때

โดย:  목화จบแล้ว
ภาษา: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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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희진이는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 범인을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자의 범죄를 직접 덮어주었다. 희진이 어머니는 내 발밑에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지만, 나는 차갑게 외면하고 돌아섰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양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욕하며 집 대문을 부수자, 나는 망설임 없이 개를 풀어 사람들을 물게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 수년간 모습을 감췄던 친구 손청아가 돌아왔다. 세계 최고 부자가 되어 돌아온 손청아는, 사형수에게만 사용되는 기억 심판대에 나를 가장 먼저 올려놓았다. “성폭행범을 감싸준 이 짐승 같은 년! 나랑 희진이가 정말 눈이 멀었지. 너 같은 걸 친구라고 믿다니!” “희진이 죽은 지 벌써 10년이야. 그런데 넌 범인을 10년이나 자유롭게 내버려뒀어!” “오늘 내가 개발한 기억 추출기로, 네가 숨겨준 범인이 대체 누구인지 똑똑히 밝혀내겠어!” ... 진짜 범인이 모든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손청아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충격에 휩싸인 손청아는 무릎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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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 1

제1화

손청아는 나를 심판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판을 벌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광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인파로 가득했다.

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현장을 생중계했고, 생중계 화면은 각종 플랫폼을 가득 메웠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약과 영양액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나는, 마치 죄인처럼 사람들에게 붙들려 광장 앞까지 끌려갔다.

그 순간 한 남자가 달려들어 내 목을 죽일 듯이 움켜쥐며 소리쳤다.

“왜 범인을 감싸는 거야!”

“이 짐승 같은 년! 네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들었어! 그런데 왜 죽지 않는 거야!”

나는 목이 졸려 숨이 거의 끊어질 듯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자 군중이 일제히 들끓기 시작했다.

“저 양심도 없는 인간이야! 친구가 강간당했는데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다잖아!”

“친구가 강에 뛰어들어 죽었는데, 피해자 어머니가 머리가 깨질 정도로 빌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대.”

“게다가 개까지 풀어서 사람을 물게 했다잖아. 진짜 인간도 아니야!”

쏟아지는 욕설이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켰다.

손청아는 옆에 서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강희진의 가족을 제외하면, 나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단연 손청아였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강희진, 손청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하지만 강희진이 우리 집 근처 숲에서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나와 손청아의 관계도 완전히 무너졌다.

강희진이 남긴 유서에 내가 범인을 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강간범의 공범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로 범인을 감쌌다.

손청아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얼굴에는 일말의 온기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범인이 누군지 밝히고 경찰에 자수해. 아직 늦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기억 추출기가 작동되는 순간, 고주파 펄스가 네 온몸의 뼈를 999번이나 짓이긴 것 같은 고통을 안겨줄 거야. 그때 가서 변명하려 해도 기회는 없어!”

그 말에 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안 돼!”

“내 기억을 추출하면 안 돼!”

손청아는 내 손을 억세게 붙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

“무서워?”

“하지만 이건 네 마음대로 될 일이 아니야!”

“나는 반드시 희진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거야!”

나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내 말 좀 들어줘. 내 기억은 공개되면 안 돼. 너 분명 후회할 거야.”

손청아는 비웃음을 흘리며,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내게 다가왔다.

“후회?”

“내가 가장 후회하는 건 너와 친구로 지냈던 거야!”

두 명의 경호원이 곧바로 나를 철제 의자에 고정했고, 차가운 금속이 내 손발을 단단히 묶었다.

나는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강제로 제압당한 채 차가운 헬멧이 내 머리에 씌워졌다.

순간, 수많은 바늘이 두피를 뚫고 머릿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나는 극심한 고통에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렀고, 영혼이 찢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무대 아래 구경꾼들은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사람들은 무대 위로 썩은 채소와 계란을 계속 던지며, 끊임없이 나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독한 년! 악인의 앞잡이! 지옥에나 떨어져!”

그리고 대형 스크린에 내 기억이 빠르게 역재생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기억이 사람들 앞에 떠올랐다.

첫 장면은 강희진이 죽은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나는 강희진의 빈소 앞으로 끌려갔고,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다그쳤다.

사람들은 나에게 침을 뱉고 돌을 던졌다.

누군가는 내 팔을 사정없이 붙잡았고,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마구 잡아당겼다.

수많은 주먹이 나에게 날아들었고, 나는 얼굴이 멍들고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나는 허둥지둥 현장을 빠져나왔고, 뒤에서는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쫓아왔다.

눈앞에는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내 집은 격분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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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손청아는 나를 심판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판을 벌였다.마을 사람들은 모두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광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인파로 가득했다.기자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현장을 생중계했고, 생중계 화면은 각종 플랫폼을 가득 메웠다.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약과 영양액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나는, 마치 죄인처럼 사람들에게 붙들려 광장 앞까지 끌려갔다.그 순간 한 남자가 달려들어 내 목을 죽일 듯이 움켜쥐며 소리쳤다.“왜 범인을 감싸는 거야!”“이 짐승 같은 년! 네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들었어! 그런데 왜 죽지 않는 거야!”나는 목이 졸려 숨이 거의 끊어질 듯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러자 군중이 일제히 들끓기 시작했다.“저 양심도 없는 인간이야! 친구가 강간당했는데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다잖아!”“친구가 강에 뛰어들어 죽었는데, 피해자 어머니가 머리가 깨질 정도로 빌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대.”“게다가 개까지 풀어서 사람을 물게 했다잖아. 진짜 인간도 아니야!”쏟아지는 욕설이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켰다.손청아는 옆에 서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이 세상에서 강희진의 가족을 제외하면, 나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단연 손청아였다.10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강희진, 손청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하지만 강희진이 우리 집 근처 숲에서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나와 손청아의 관계도 완전히 무너졌다.강희진이 남긴 유서에 내가 범인을 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그날 이후 나는 강간범의 공범이 되었다.그런데 나는... 정말로 범인을 감쌌다.손청아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차가운 얼굴에는 일말의 온기도 없었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줄게.”“지금이라도 범인이 누군지 밝히고 경찰에 자수해. 아직 늦지 않았어...”“그렇지 않으면 기억 추출기가 작동되는 순간, 고주파 펄스가 네 온몸의 뼈를 999번이나 짓이긴 것 같은 고통을 안겨줄 거야. 그때 가서 변명하려 해도 기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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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갈 곳이 없어진 나는 누렁이를 데리고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나를 찾아냈고, 내 눈앞에서 나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누렁이의 가죽을 산 채로 벗겨냈다.그리고는 누렁이를 삶아 한 솥의 국으로 만들어버렸다.나는 누렁이의 다리뼈를 품에 꼭 끌어안고 가슴이 찢어질 듯 울었다.그해, 부모도 없이 홀로 살아가던 나는 고작 16살이었다.손청아는 대형 스크린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네가 그런 결말을 맞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네가 범인을 감싸지만 않았어도 사람들이 너한테 이렇게 했을 것 같아?”“그런데도 네가 억울하다는 거야?”“이 세상에서 네가 제일 억울한 척할 자격이 없어! 범인을 감싸준 주제에... 전부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주변 사람들도 맞장구쳤다.“진짜 뻔뻔하기 짝이 없네! 아직도 자기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이런 비참한 기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한테 동정이라도 얻어보려고? 정말 어이가 없네!”“범인을 감싸준 건 공범이나 다름없어! 그런 인간은 지옥에나 가야지!”“어디서 감히 불쌍한 척이야? 강희진네 가족이 얼마나 비참한데!”“딸을 잃고 엄마는 미쳐버렸다고. 세상에 저 여자보다 불쌍한 사람이 어디 있어!”바로 그때, 대형 스크린에서 한 소녀의 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희진아, 천천히 가!”강희진의 풋풋하고 어린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속에서 강희진은 해맑게 웃으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받아라!”강희진은 눈덩이를 뭉쳐 내게 힘껏 던졌다.“희진아!”강형준이 울부짖으며 스크린 앞으로 달려와 매달렸다.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강희진을 바라보며, 강형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 놓아 울었다.10년 전 강희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원래 밝고 말수가 많았던 이 남자는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셌다.강형준은 그동안 매일 경찰서에 찾아가 경찰에게 물었다.“범인은 잡았나요?”하지만 경찰은 매번 난감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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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와 구석에 웅크린 채 목 놓아 울었다.“아...!”나는 미친 듯이 가슴을 두드렸다.가장 소중했던 친구를 잃은 슬픔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만 같았다.한편, 심판대 위의 나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곧이어 화면 너머로 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희진아... 왜 죽은 거야...”내 눈물은 점점 많아졌고, 온몸은 끝없는 고통 속에 잠겨 있었다.그토록 비통해하는 내 모습을 본 순간, 광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뭐야?”“왜 저렇게 슬퍼해? 대체 왜...”강형준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악어의 눈물이지!”강형준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았다.“그때 내 아내가 저년 집 앞에 무릎 꿇고 머리가 깨질 정도로 빌었어! 그런데도 문 한 번 열어주지 않았지!”“게다가 개까지 풀어서 사람을 물게 했다고! 저런 인간이 어떻게 좋은 사람일 수 있어?”“우리 희진이는 저년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어. 그런데 죽은 친구의 어머니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그때 임수정이 인형을 안고 현장에 나타났다.임수정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입으로 계속 중얼거렸다.“우리 희진이 착하지... 무서워하지 마...”현장의 모든 사람은 다시 한번 분노에 휩싸였다.손청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다시 새빨갛게 달아오르기를 반복했다.곧이어 내게 달려와 양손으로 나를 세차게 흔들며,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다.“똑똑히 봐! 이게 다 네가 범인을 감싸준 대가야!”“너는 부모도 없었잖아. 나랑 희진이는 네가 7살 때부터 외롭게 지내는 걸 불쌍히 여겨 늘 잘해줬어. 그런데 네가 우리한테 한 짓이 이거야?”그렇게 말하며 손청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을 휘둘러 내 뺨을 때렸다.“아직도 동정심을 얻으려고 해?”“희진이를 죽게 만든 건 너야. 이런 기억들로 내 마음이 약해질 거라 생각해?”손청아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고, 눈물이 예고 없이 뚝뚝 떨어졌다.그 눈동자에는 말로 다 표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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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유나가 시스템과 대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 기억 추출을 거부하고 있어요!”“뭐라고? 추출을 거부한다고?”손청아는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음침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손청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날카롭게 소리쳤다.“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아직까지 발악하겠다는 거야?”“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모든 걸 무릅쓰고 목숨까지 걸어가며 감싸는 거야? 그 사람은 고작 강간범일 뿐이야!”10년 전에도 손청아는 나에게 똑같이 소리쳤다.그날 밤, 강희진이 남긴 유서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나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모두가 나에게 범인이 누군지 다그쳤다.손청아는 처음에는 내가 범인을 감쌌을 리 없다고 믿었지만, 흔들리고 의심하기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내가 누렁이를 데리고 동굴에 숨은 사실은 오직 손청아만 알고 있었다.누렁이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던 순간, 나는 손청아에게 애원했다.하지만 손청아는 몽둥이를 들어 내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순식간에 피가 흘러내려 시야가 흐려졌다.손청아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우리가 너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넌 우릴 대체 뭐라고 생각한 거야?”“고작 강간범 하나 때문에 가장 소중한 친구들까지 버리는 거야?”그날 밤,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거의 맞아 죽을 뻔했다.손청아의 어머니는 이성을 잃은 손청아를 데리고 떠났고, 이틀 뒤 가족 모두 외지로 이사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지금 손청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손청아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날카롭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기억 추출 범위를 계속 넓혀!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절대 멈추지 마!”기술자가 망설이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정유나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본인도 극도로 저항하고 있어서 기억 추출 범위를 더 넓히면...”“견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손청아는 코웃음을 쳤다.그 말에는 서늘한 조롱만이 가득했다.“견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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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저거 봐! 사건 현장이야!”“세상에...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는 거야?”사람들 사이에서 연달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손청아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았다.비가 쏟아지는 밤의 숲은 유난히 음산하고 섬뜩했다.나는 우산을 든 채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누구... 누구 거기 있어요?”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오직 빗줄기만 사납게 쏟아지며 우산을 때리고 있었다.갑자기 천둥이 내리꽂히고,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나는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았다.그리고 그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손청아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손청아는 거의 이성을 잃은 듯 기술진을 향해 다그쳤다.“얼굴은!”“왜 뒷모습만 나오는 거야?”“왜 얼굴이 안 나와!”기술진은 파라미터를 반복해서 조정하며 영상을 확대하려 애썼다.하지만 화면 속 영상은 여전히 흐릿했고, 흠뻑 젖은 뒷모습뿐이었다.기술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이 기억 속에서 정유나가 범인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시스템이 추출할 수 있는 것도 저 뒷모습뿐입니다.”손청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하지만 곧바로 날카롭게 반박했다.“그럴 리 없어!”“정유나가 뒷모습만 봤을 리가 없어!”“희진이의 유서에도 분명히 적혀 있었잖아. 정유나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손청아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렸다.호흡은 거칠어졌고, 얼굴빛은 파랗게 질렸다가 하얗게 변했다.나를 향한 눈빛도 자신도 모르게 몇 차례 흔들렸다.하지만 곧 이성으로 그 감정을 눌러 담았다.이내 손청아의 눈빛은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고, 부릅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분명히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우리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저 기억을 또 숨긴 거지!”“그래, 좋아!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거지?”“오늘 네가 꼼짝도 못 하게 만들어주겠어!”그렇게 말하며 손청아는 기술진들의 제지를 무시한 채, 콘솔로 달려가 기억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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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아버지의 죽음을 보여주면 내 상처에 소금을 뿌려서 나한테 반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착각하지 마.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우리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였어. 이 지역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었고, 평생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분이야! 그런데 너는?”“네 아버지는 도둑이었고, 네 엄마는 바보였어. 그리고 넌... 악독하고 이기적인 년이야!”손청아는 쉬지 않고 욕설을 퍼부으며, 자신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악독한 말까지 모조리 쏟아냈다.나는 그 자리에 앉은 채 가슴 한복판이 저릿하게 아파왔다.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을 흘렸다.바로 그때, 대형 스크린에 또 한 장면이 떠올랐다.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졌다.“아! 저게 뭐야?”“저거 그 강간범이 입었던 옷 아니야?”그 모습을 본 순간, 손청아는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화면 속에서는 손청아의 어머니 유정화가, 손청아 아버지가 생전에 입었던 옷을 꺼내 불태우고 있었다.아버지의 옷을 바라보는 순간, 손청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아빠 옷이 다 찢어졌어요...”유정화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손청아는 흐느끼며 아버지의 옷에 얼굴을 묻었고, 눈물이 낡고 얼룩진 천을 적셨다.“언젠가 크면 아빠한테 새 옷 많이 사주겠다고 했었는데...”“그런데 이제 아빠는 그 옷을 다시 입을 수도 없네요...”손청아는 말을 잇는 내내 온몸을 떨었고, 울음소리는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다음 순간, 손청아는 온 힘을 다한 듯 그 옷을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불길이 순식간에 옷감을 집어삼켰고, 화염이 눈물범벅이 된 손청아의 얼굴을 붉게 비췄다.그 순간 화면이 갑자기 멈췄다.심판대 위의 손청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옷을 그대로 응시하고 있었다.“아니야, 아니야...”“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손청아는 무의식적으로 연신 뒷걸음질 치며 숨을 헐떡였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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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손청아는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손청아는 갑자기 강희진의 부모를 거칠게 밀쳐내고, 내 앞까지 달려와 옷깃을 움켜쥐고 소리쳤다.“네가 직접 말해!”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고, 손청아는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어서 사람들에게 해명해! 범인이 우리 아빠가 아니라고!”“우리 아빠는 정말 좋은 분이야. 그렇게 훌륭한 분이 어떻게 강간범일 수 있어!”하지만 손청아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손청아는 다시 기술자에게 달려가 따져 물었다.“기억에 오류가 있는 거 아니야?”그러나 기술자는 단호하게 말했다.“이 기억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조작됐을 가능성은 없습니다.”손청아는 온몸이 휘청이며 중심을 잃을 뻔했다.손청아는 분노에 차 내 몸에 붙은 장비들을 거칠게 뜯어내고, 쉬지 않고 나를 흔들며 외쳤다.“어서 눈 떠! 죽은 척하지 마!”“제대로 말하라고!”“네가 나를 속이는 거지?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잖아!”손청아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 유정화가 현장에 도착했다.“청아야!”유정화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절망적인 목소리를 냈다.“유나는 거짓말한 게 아니야.”“그 기억들, 전부 사실이야!”“네 아버지가... 바로 범인이야!”현장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손청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우리 아빠가 어떻게 범인일 수가 있어요!”손청아의 눈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눈물은 통제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유정화는 한 걸음씩 내게 다가와, 수척하고 초라한 내 모습을 보자 참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러고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나에게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나는 눈을 감은 채, 눈물이 한순간에 시야를 흐렸고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었다.나는 유정화에게 말을 하고 싶었다.‘저 더는 버티지 못하겠어요.’유정화의 반응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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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평소 냉철하고 유능한 기업가로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아빠는... 희진이 죽은 바로 다음 날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잖아요!”“아빠가 왜 희진이를 해친 거예요?”“희진이 내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잖아요!”유정화는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목소리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이 담겨 있었다.“네 아버지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야... 죄책감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현장은 또 한 번 술렁였다.“그날 네 아빠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어.”“술에 잔뜩 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지.”“그런데 그 길에서 희진이를 만났어.”“둘은 함께 걷게 됐는데, 순간 악한 마음을 품고 희진이를...”거기까지 말한 유정화는 수치심과 죄책감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그러면서 유정화는 강희진의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정말 죄송해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그날 이후 태웅은 줄곧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했어요.”“너무 두렵고 괴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몰랐어요. 당신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도, 희진이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도 몰랐던 거예요.”“태웅은 희진이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했어요.”“하지만 학교에서 희진이를 만난 뒤, 희진이가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어요.”거기까지 말한 유정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목 놓아 울었다.유정화는 강희진의 부모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죄송해요,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태웅은 자신이 희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깨달았어요.”“그래서 절벽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예요.”손청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빠가 사고로 절벽에서 떨어진 게 아니었다고요?”유정화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사실이 들통날까 봐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말한 거야.”손청아의 표정은 완전히 무너졌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왜요?”“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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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손태웅이 강희진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애원했다.“희진아, 미안하다. 아저씨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그날은... 내가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어. 술에 취해서...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제발 이 일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마. 부탁할게...”강희진은 온몸을 떨었다.얼굴은 창백했고,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강희진은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필사적으로 숨겨온 진실이었다!그날 나는 나무 아래 숨어 있다가 머릿속이 하얘졌다.잔혹한 진실은 마치 칼날처럼 내 가슴을 도려냈다.나는 강희진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내가 나타나면 그녀를 더 자극할까 봐 두려웠다.나는 그 순간 강희진을 향해 달려가며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하지만 기억은 바꿀 수 없었고, 강희진은 들을 수 없었다.나는 강희진에게 말하고 싶었다.“제발 잘못된 생각 하지 마!”“우리는 네 곁에 있을 거야!”“제발 다시 살아나 줘!”지난 10년 동안,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그날 진실을 알게 된 뒤, 왜 나는 곧바로 달려가 희진이 곁을 지키지 않았을까?자극할까 봐 두려웠지만, 내 비겁함이 강희진을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절망 속으로 몰아넣을 줄은 몰랐다.만약 그때 내가 계속 강희진 곁을 지켰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까?그럼 우리는 예전처럼 다시 함께할 수 있었을까?하지만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었다.강희진은 죽었고, 나에게도 더 이상 친구는 없었다....그날 오후 내내 나는 멍한 상태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방과 후, 학교 정문에서 손청아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희진이는 왜 안 보여? 왜 혼자 먼저 갔지?”나는 손청아의 순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목이 막힌 듯했다.한동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혼란과 두려움에 숨이 막힐 것 같았고,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숙이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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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성장그룹의 주가가 폭락했고, 많은 사람이 손청아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하지만 손청아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손청아의 마음은 온통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손청아는 강희진의 부모에게 사과하고 무릎을 꿇었다.강희진의 부모는 손청아를 때려 머리에서 피가 흐르게 한 뒤, 집에서 쫓아냈다.손청아는 하루 종일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었다.손청아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의 죄를 공개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강희진의 부모에게 모두 양도했다.그리고 병원으로 달려와 의사에게 반드시 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하지만 의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미 여러 장기가 기능을 잃은 데다 기억 추출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손상까지 입어 1시간도 버티기 힘들 거라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손청아는 완전히 무너져 내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해. 정말 미안해!”“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너를 오해했어!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친구였는데... 나는 너를 의심했고, 네 말을 믿어주지도 않았어.”손청아는 내 손을 꽉 잡았고, 눈물이 내 손등에 떨어져 가슴이 쓰라렸다.그리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네가 어떻게 범인을 감쌀 수 있겠어!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나 때문에 그랬던 거야... 나를 지켜주려고 진실을 숨긴 거잖아!”내 의식은 조금씩 흩어지고, 눈앞의 빛은 점점 흐릿해졌다.나는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누군가에게 꽉 졸린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저 손청아의 울부짖음만 들을 수 있었다.가슴 한편이 서늘하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온기가 뒤섞였다.이 비밀을 나는 10년 내내 지켰다.그게 가치 있는 일인지, 옳은 일인지 나는 모른다.어릴 때부터 나에게는 가족이 없었다.그런 내 곁을 지켜주며 어두운 세월을 함께 견뎌준 건 강희진과 손청아였다.나에게 두 사람은 바로 가족이었다.나는 이미 강희진을 잃었다.더 이상 손청아까지 잃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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