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직원이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이재는 자꾸만 뭔가 헛발질하는 듯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도언에게 데이트를 청한 건 어딘가 남게 될지도 모를 미련 같은 걸 지워내기 위해서였다.
안 될 걸 뻔히 알면서 저도 모르게 가졌던 어떤 기대 따위 확실히 없애고 싶었다.
"몸이나 주고 놀아나는 것도 모르고……."
안서희가 했던 말이 비수가 되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작 몇 번의 입맞춤과 잠자리는 그녀가 했던 말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재는 차라리 놀아나는 게 뭔지 확인하고 싶었다.
헛된 기대 따위 버리고 몸을 섞고 그와 놀아나길 바랐다.
짧게 주어진 호명에서의 시간을 그렇게 완전히 허비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것이 이재에게 필요한 정리의 시간이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수정의 질문에 이재는 머뭇거렸다.“아…… 그냥…….”“아아.”수정은 답을 흐리는 이재에게 더 묻지 않았다.이재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어떤 이름으로도 명명할 수 없고 규정된 적도 없는 사이였다.그러무로 이제 와서 뒤늦게 그를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곧 노먼 씨 올 시간이네요. 오늘도 플랫화이트 주문하겠죠?”도언이 남긴 커피 잔을 치우며 이재가 화제를 바꾸었다.“노먼 씨는 커피가 플랫화이트만 있는 줄 아는 거 같다니까.”여전히 바깥에는 이슬비가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었다.이재는 도언이 비를 맞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날이 추우니까,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으니까.* * *그럴 줄 알았다.도언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던 이재를 떠올리며 픽 웃었다.겨우 그게 그녀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을 것이다.너는 그때도 그랬지. 처음 네게 말을 걸었을 때도, 너를 안았을 때도. 그저 그렇게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지.그 발갛게 물이 오른 그 눈은 나를 얼마나 동하게 하는지 알기나 할까.그 눈을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고 하면 또 개새끼라고 하려나.“말했지. 개새끼는 물면 놓지 않는다고.”낯선 길을 천천히 걷는 도언의 머리 위로 이슬처럼 내린 비가 내려앉았다.들고 있는 우산은 여전히 펴지도 않고 그대로 든 채였다.이재가 런던으로 떠났다는 것을 도언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그녀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도,
안녕하세요, 독자님! 작가 레비아입니다.항상 깊은 관심으로 작품을 봐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다름이 아니라, 하루 한편씩 올라가는 글에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 변명 아닌 변명을 좀 드립니다.눈치 채셨겠지만 도언과 이재의 이야기가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어요.이 작품은 이미 완결하여 연재 중인 관계로 회차가 정해져 있답니다.그런데 현재 이 작품이 공모전에 참여 중인데요.공모전 일시가 아직 많이 남은 관계로 회차를 많이 올리다보면 너무 일찍 끝나버리게 되거든요.공모전 기간 안에 조회수가 산정되다 보니 일찍 끝내버리면 순위가 뒤로 밀릴 것 같아 많이 올리지 못하고 있답니다.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ㅜㅜ(저 1등하고 싶은데 2등으로 밀렸어요ㅜㅜ)도언과 이재에게 보내주시는 관심 너무 감사드리고 댓글 보면서 힘내고 있습니다.계속해서 응원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바에 다가선 도언이 수정의 인사에 답했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재를 보았다.“오랜만이네요, 한이재 씨.”스태프 룸 앞에서 서 있던 이재는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오늘 아침, 그가 자신을 불렀던 그 목소리를 생각했었다.그저 생각만으로 떠오른 숱한 상념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지금, 도언이 눈앞에 나타나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어머! 이재 씨랑 아는 사이세요?”수정이 깜짝 놀라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도언이 대답 대신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벗은 코트를 쥐고 있던 이재의 손에 땀이 진득하게 배어났다.“그러셨구나. 혹시 이재 씨 때문에 매일 오신 거였어요? 하필 이재 씨 쉬는 날에 오셔서 못 봤네요. 그런 거였으면 저한테 물어보시지.”수정의 호들갑스러운 말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이재는 여전히 저를 바라보고 선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두서없이 떠오르는 단어는 말이 되지 못한 채 입안에서만 머물렀다.“저,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이재는 도언이 아닌 수정에게 말을 하고 스태프 룸으로 들어갔다.코트를 옷걸이에 걸고 앞치마를 둘러매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그러면서도 굳이 머리를 손으로 빗어 내리고 뒤로 묶었다.그러고도 뭔가 더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처럼 나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댔다.이토록 멀리 떠나온 게 무색하게도 저를 찾아낸 도언이 기가 막혔다.그러고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라니, 그래서 뭐. 안녕하냐고 묻기
그 이름을 활자로 보는 건 생경해서 사뭇 낯설기까지 했다.이재는 속으로 그 이름을 조심스레 발음해 보았다.듣는 사람도 없건만 행여나 소리가 날까 종국엔 입술을 깨물어 버리고 말았다.‘그럼 이제 부회장님이 아니라는 건가……?’마우스를 잡은 손가락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당장 눌러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꾹꾹 눌러 담아 바닥까지 몰아넣었던 감정이 불쑥 치솟아 그녀를 어지럽혔다.그러나.‘그래서 뭐. 어쩔 건데.’그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런던까지 왔다.그래 놓고.‘궁금해할 필요 없잖아. 이제 모르는 사람인걸.’기사를 클릭하는 대신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눈에서 멀어지면 잊힌다는데 대체 얼마쯤 지나면 가능한 걸까.그것까지 알려 주었다면 조금 더 견디기 쉽지 않았을까.“……차도언.”이번에는 작게 소리를 내보았다.생각해 보니 한 번도 그를 그렇게 불러본 적 없었다.그런데 그는 어땠나.한이재 씨.한이재.이재야.자신을 불렀던 그 목소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둥실 떠올랐다.억지로 꾹꾹 눌렀던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버렸다.이재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잊히지 않는 사람으로 울렁이는 마음을 그저 감당해 내려 애쓰고 있었다.어찌할 수도 없어 울어버리고만 싶은 그 기분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그리울 땐 그저 그리워해야 한다는 걸 이재는 몰랐다.* * *
도언은 장시간 이어진 회의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오늘 퇴근이 늦겠네요. 김 비서님도 그전에 좀 쉬시죠.”도언이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그러나 이쯤에서 나가야 할 김 비서가 움직이지 않았다.도언이 감았던 눈을 떴다.김 비서가 데스크 앞으로 다가서며 자신의 핸드폰을 도언 앞으로 내밀었다.“부회장님, 이거 좀 보시겠습니까?”“뭐죠?”“한번 보시죠.”도언이 기댔던 등을 세워 김 비서의 핸드폰을 들었다.SNS 동영상이었다.누군지 모를 일반 사람이 올린 인사말 같은 짤막한 동영상이었다.특이점은 딱히 없었다.“뭘 보라는 겁니까?”동영상을 보고 난 후 도언이 묻자 김 비서가 도언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다시 동영상을 플레이하다가 멈추고 도언에게 보여 주었다.“여기, 이 사람…….”도언이 김 비서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흐릿하지만 익숙한 얼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도경님인 것 같습니다.”“도경이……?”도언이 멈춰진 장면에 배경처럼 서 있는 남자를 들여다보았다.그제야 도경의 얼굴이 눈에 보였다.옆에서 동영상을 찍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니 선 도경이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도경이 맞네요. 여기가 어딥니까?”“도쿄인 것 같습니다.”“도쿄? 언제 찍힌 거죠?”“동영상 올라온 건
예상했던 것처럼 아침부터 내린 눈은 오후가 되도록 멈추지 않고 내렸다.지하철역에서 카페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걷는 동안 모자에 소복하게 눈이 쌓였다.오전 늦게 잠깐 밝아지는가 싶었던 하늘은 오후가 되자마자 바로 어두워지더니 금세 밤처럼 어두워졌다.낮이 없는 것처럼 종일 우중충한 날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다.“이재 씨, 어서 와!”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니저인 수정이 이재를 반겼다.모자며 외투에 잔뜩 묻은 눈이 카페 안의 온기에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물이 뚝뚝 흘렀다.“이걸로 닦아요.”수정이 수건을 건넸다.동네 작은 카페인 줄 알았던 이곳은 런던 여러 시내 여러 곳에 지점을 낸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였다.매니저가 한국인인 것도 모르고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도 수정은 이재를 뽑아 주었다.“고맙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오네요.”“눈 많이 오면 손님도 없고 좋지 뭐.”수정이 그렇게 말하며 깔깔대자 홀에 있던 몇몇 손님들이 두 사람을 보았다.그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었다.수정이 이재에게 찡긋 윙크하며 바 안으로 들어갔다.카페에서 일한 지는 이제 한 달 정도 되었다.이제 꽤나 능숙해졌지만 처음엔 알아듣기 힘든 영국식 영어에 꽤 난감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영어만큼 한국어를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아직 시간 좀 남았는데 라떼 한 잔 만들어 줄까요?”“좋아요.”이재는 스태프 룸으로 들어가 외투를 벗고 앞치마를 입었다.전혀 다른 환경,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지내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모두가 다 아는 건설 그룹 호명,호명의 가족이 거주하는 그들만의 성채 호명가에 도착한 이재는 뒷자석에 앉은 도경을 돌아봤다."술 다 깬 거지?""집에 가기 싫은데."엉뚱한 대답을 하는 도경은 차에서 내릴 생각도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집에 안 가면, 어딜 가려고?"그제야 도경이 이재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누나, 우리 어디 가서 딱 한 잔만 더 마실래?""야! 차도경!"이재가 인상을 팍 쓰자 움찔 놀란 도경이 싫으면 말고, 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도경을 모른 체하며 이재는 손을 내밀었다.“차 키."도경의 시선이 느리게 이재의 손으로 내려왔다. 대답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도경에게 이재가 재촉했다. "차 키 내놓으라고.""......차 키?"도경이 마치 처음 듣는 말처럼 중얼대며 물끄러미 이재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이재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다시 말했다."차 키, 어디 있어?" “아아...... 차 키.”뭐가 재밌는지 킥킥대던 도경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주차 해준다고, 가져갔지. 누구더라? 그 형이......
“하아.”택시에서 내린 이재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여름의 끝자락, 후텁지근한 공기가 달라붙어 금세 이마에 끈적한 땀이 배었다.“뭔 술을 언제부터 처마셨길래.”이재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고작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그동안 새벽 시간에 무수히 불려 다녔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은 또 처음이었다.늦은 시간이 아니니 오늘 밤은 그래도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었다.차라리 잘 된 건가 싶다가도 대기조처럼 불려다니는 제 처지에 화가 치밀었다. “어쩌겠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그러다 이내 이렇게 체
여자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별채 2층 계단을 오르며 후회했다."다음에, 다음에 해요......"자신이 한 말이 메아리가 되어 끝도 없이 귓가를 울렸다.‘다음이라는 말은 왜 했을까.’그건 무언가 기약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그를 피하고자 했던 의미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이제 와 설명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늘 그렇듯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을 때 하는 것이니까.탁-.여자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순식간에 닥쳐온 어둠에 두려움이 밀려왔다.제 손을 잡은 남자의 희미한 온기마저 빠져나갈까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