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도언은 문득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벨벳 상자를 보았다.
이재에게 주려던 반지였다.
서울에서 가져와 내내 가지고 다녔으면서 정작 주지도 못했다.
“반지도 없는 프러포즈라니. 완벽하게 망했군.”
이재는 아직 답이 없었다.
기다리라는 말은 기약이 없어서 도언을 더 애타게 했다.
며칠째 테이블 위에 놓인 반지 상자만 애꿎게 노려볼 뿐이었다.
이재가 일하는 카페에도 가지 않았다.
괜한 조바심에 더 망쳐 버린다면 돌이킬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아무리 사납게 달려드는 개새끼일지라도 목줄을 쥔 주인에겐 고분고분하기 마련이었다.
들끓는 마음을 누르는 훈련이라면 지난 1년 간 그녀가 없는 동안 충분히 했으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징- 지잉-.
그때 반지 상자 옆에 둔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를 사랑해주신 독자님!드디어 외전을 포함한 연재가 끝이 났습니다.그동안 함께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도언과 이재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저도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이야기에 몰입하셔서 쓴소리, 단소리 해주시는 독자님들 댓글을 읽으며 저도 힘을 얻고 끝까지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이재의 마음앓이에 함께 화내주시고, 도언의 직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두 사람 앞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겠죠? 연재는 끝났지만 이재와 도언을 가끔씩 떠올려주시면 작가로서 저도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끝까지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의 행복을 저도 빌겠습니다.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독자님에게도 도언과 이재 같은 따스한 사람이 함께 하시길 바랄게요.감사합니다!레비아 드림
이재는 신부 대기실로 꾸며놓은 별채 거실에서 긴장한 듯 두 손을 꼭 맞잡았다.별채 바깥에선 손님들이 도착하는지 시끌벅적했다.고용인들이 별채와 정원 그리고 안채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이재는 거울을 보고 또 보았다.가봉한다고 몇 번이나 입어본 드레스였지만 완성된 드레스를 입고 보니 낯설고도 이상했다.‘나 정말 결혼하는구나.’이미 도언과 함께 지내고 있고 아기까지 임신하고 있으면서도 오늘의 감회는 남달랐다.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고, 축하받는 이 순간이 정말 오다니 믿을 수 없었다.“이재야.”도언이었다.말끔하게 예복 슈트를 입은 도언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이재 곁으로 다가왔다.“부케가 도착했어.”도언이 상자를 내려놓고 열었다.화이트 튤립으로 이루어진 신부의 부케와 신랑의 부토니에가 들어있었다.이재가 원했던 디자인 그대로였다.이재는 부토니에를 먼저 꺼내 도언의 슈트에 꽂아주었다.화이트 튤립이 그의 가슴에서 화려하고도 앙증맞게 피어났다.도언이 이번엔 부케를 꺼내 들었다.“들어봐.”이재가 부케를 두 손을 모아 잡아서 들어보었다.머메이드 드레스에 하얀색 꽃과 초록 줄기가 어우러져 보기 좋게 어울렸다.“어때요?”“당연히 예쁘지.”“으응, 그걸로는 부족해. 더 칭찬해줘요.”이재가 어리광부리듯 조르자 도언이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아름다워, 이재야.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한이재야.”만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었다.모든 것이 문제없이 준비되어가고 있었다.이재도 드레스 마지막 가봉만 남겨두고 있었다.도언의 예복과 드레스 가봉을 함께 마무리하기로 한 주말이었다.“집으로 오라고 할 걸 그랬나?”외출 준비를 하면서 도언이 이재의 컨디션을 살피며 물었다.“아뇨, 나도 오랜만에 외출하고 좋아요. 자기랑 데이트도 하고.”도언이 거울 앞에 선 이재를 뒤에서 안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한이재랑 데이트…… 좋네.”“아잇, 간지러워요.”이재가 목덜미를 간질이는 도언의 입술에 몸을 움츠렸다.그러나 도언은 이재를 놔주지 않고 헐렁한 니트를 끌어내려 이재의 어깨와 등에 입을 맞추며 코를 비볐다.“어떻게 너는 냄새까지 이렇게 좋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냄새 때문에 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도언이 내뱉는 직설적인 표현에 이재가 눈을 찡그렸지만 이내 살결에 닿는 숨결에 이재는 금세 잊고 말았다.목 뒤에 잔뜩 입을 맞추고 난 도언이 고개를 들어 거울 속에 이재를 바라보았다.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이재가 고개를 저었다.“그럼 늦어요.”“뭐가 그럼이야. 내가 뭘 할 줄 알고.”도언이 태연하게 이재를 놀리듯 말했지만 이미 손길은 이재의 니트 자락을 끌어올리고 있었다.임신 초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도언은 더는 참지 않고 있었다.물론 딴에는 조심하고 있었지만 임신 이전처럼 이재를 품고 싶어 했다.이재 역시 그게 싫지 않았다.저를 원하는 차도언은 언제나 좋아서 설레었다.
도경의 갑작스러운 말에 이재가 놀라서 물었다.“파리로 가겠다니 무슨 말이야? 엠마 보고 싶어서 간다고?”도경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보고 싶을 때 못 만나는 거, 진짜 너무 한 거 같아.”“파리가 멀긴 멀지.”“시차도 안 맞아서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니까.”도경이 쌓인 게 많았는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이재는 가만히 도경의 말을 들어주었다.엠마와 막 좋아지는 타이밍에 떨어져 지내는 것에 답답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게다가 그녀는 자유분방한 유럽 아가씨이니 도경이 더 불안해하고 있었다.이재는 그런 도경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랑에 빠진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결혼식 때 오기로 했잖아. 곧 볼 텐데 파리 가려고?”“내 말은 잠깐 갔다 온다는 뜻이 아니고…….”“그럼? 파리에 아예 살러 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이재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지만, 도경이 바로 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엠마가 한국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 나야 뭐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네가 파리에 가서 살겠다고?”도경이 이재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이재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부모님한테는 말했어?”“아니, 아직.”이재는 아이고, 도경아…… 라는 탄식이 나오는 걸 겨우 삼켰다.
모처럼 푹 자고 일어난 날이었다.이재는 도언이 출근하고 난 뒤 침실을 정리하면서 혼자인데도 얼굴을 붉혔다.오랜만에 도언에게 안긴 밤이었다.그동안 입덧이 심했던 것도 있지만 임신 초기여서 조심하기도 했다.이재는 자신이 힘들어서 도언까지 생각 못 했던 것이 미안했다.하긴 거의 하루도 빼지 않는 도언이 그동안 참았다고 생각하니 안쓰럽기까지 했다.어제는 임신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도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재 역시 그랬다.물론 아직은 초기여서 도언은 예전만큼 강하게 이재를 몰아붙이지는 않았다.그래도 좋았다.서로를 안고 보듬는 순간도, 조심스레 제 안으로 들어와 머물렀던 순간도,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서로에게 파고들어 몰입하는 순간도 모두 좋았다.“너무 몸이 작아졌어. 많이 먹어야겠다.”어젯밤 도언은 입덧으로 마른 이재의 몸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안 그래도 가느다란 몸인데 살이 빠진 것이 속상한 듯 연신 쓰다듬었다.“이제 입맛 돌아왔으니까 괜찮아요. 많이 먹어서 엄청 뚱뚱해지면 어떡하지?”“어떻긴. 엄청 귀엽겠지.”도언이 이재의 가슴 쪽으로 내려가 얼굴을 묻었다.부드럽고 폭신한 가슴은 도언이 좋아하는 곳이었다.틈만 나면 코를 박던 습관을 한동안 하지 못해 아쉬웠던 것을 풀기라도 하듯 연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그런데 이재야…&h
욕실로 들어온 이재는 옷을 벗었다.도언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그가 돌아오기 전에 씻을 생각이었다.요즘에는 아침에도 늦잠을 자느라 도언이 출근하는 걸 못 보기 일쑤여서 거의 오늘 처음 만나는 것이 마찬가지였다.오늘은 오랜만에 컨디션이 괜찮으니 도언이 오기 전에 말끔하게 씻고 화장도 해볼 생각이었다.아무리 임신했다고 해도 그에게 여전히 예뻐 보이고 싶었다.그동안 도언에게 소홀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쏴아-.이재는 욕실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먼저 샤워기 물을 틀었다.생각 같아서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었지만 임신 초기에는 탕욕을 삼가라는 의사의 말도 있어서 샤워로 만족해야 했다.곧 뜨거운 수증기가 욕실에 차오르기 시작했다.이재는 거울에 제 나신을 들여다보았다.한동안 입덧으로 먹지 못해 가느다랗던 몸이 더 마른 느낌이었다.아랫배를 보아도 아직은 납작해서 임신한 표시가 전혀 나지 않았다.“도이야…… 잘 크고 있는 거지?”이재는 제 아랫배에 손을 얹고 속삭였다.아직도 제 안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아랫배가 불러오고 도이가 안에서 태동을 한다는 것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다시 눈을 들어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몸이 마른 것과는 다르게 어쩐지 가슴은 더 커진 것 같았다.임신했기 때문일까.이재는 제 가슴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라도 하듯 두 손으로 감싸보았다.확실히 더 부풀어 올라 있었다.유륜과 유두의 색도 짙어진 것 같아 조금 신경 쓰였다.“……이재야…….”문득 들린 소리에 흠칫 놀랐다.
이재는 그의 맨몸을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다.하지만 그의 몸이 이미 눈에 들어온 뒤였다.'이런 게 남자의 몸인가?'이재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깨물었다.도언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울룩불룩 탄탄한 몸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 했다.그런데 벗은 몸은 짐작했던 것 이상이었다.단단하게 뻗은 직각 어깨.그 아래 떨어지는 기다란 팔과 알맞게 붙은 근육.적당하게 오른 가슴은 탄탄함을 넘어 매끈한 나머지 혹시 랩이라도 씌워놓은 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그리고 음영을 그려 넣은 것처럼 여섯 개로 쫙 갈라진
셔츠에 번진 김치 국물을 보니 쌍방 과실 같은 말은 꺼낼 수도 없었다. 명백한 자신의 과실이 맞았다.이재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따라와요.”“네……. 네?”이재가 고개를 번쩍 들자 이미 돌아선 도언이 2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이재가 허둥대며 그의 뒤를 따라가자 도언이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보았다.“그건 두고.”도언이 이재가 들고 있던 김치 그릇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아.”이재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테이블 조리대 위에 접시를 올려두었다. 나가려고 보니 접시를 들고 있던 손이 김
도언은 별채로 가는 정원 모퉁이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후우…….”길게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연기가 갈증을 풀기라도 하는 듯 길게 이어졌다.도언이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고개를 들었을 때 멀리서 반짝하고 불이 켜지는 것이 보였다.호명가 고용인들이 머무는 숙소동이었다.1층, 2층, 3층…….3층.도언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숙소동을 보며 불이 켜진 방의 층수를 헤아렸다.지금 막 불이 켜진 방은 그녀의 방일 것이다.“한이재.”도언은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며 풀썩 웃음을 내뱉었다.아직도 그녀가 호명 가에 있
이재는 홀린 듯 도언을 보았다.반듯한 이마와 짙은 눈썹 밑에 길게 난 눈은 도경을 향한 웃음으로 반쯤 감겨 있었다.오뚝하게 솟은 코 아래 선이 짙은 입술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는 참 잘생긴 남자였다.도경이 제 형이 잘생겼다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그러려니 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차도경, 이제 컸다고 술을 마시고 다닌다, 이거지?”“왜 이래? 나 이제 스무 살이야.”“아, 그러세요? 스무 살?”형제의 웃음소리가 호명 가 안채를 울렸다.그 소리에 이재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