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셔츠에 번진 김치 국물을 보니 쌍방 과실 같은 말은 꺼낼 수도 없었다.
명백한 자신의 과실이 맞았다.
이재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따라와요.”
“네……. 네?”
이재가 고개를 번쩍 들자 이미 돌아선 도언이 2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재가 허둥대며 그의 뒤를 따라가자 도언이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보았다.
“그건 두고.”
도언이 이재가 들고 있던 김치 그릇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아.”
이재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테이블 조리대 위에 접시를 올려두었다.
나가려고 보니 접시를 들고 있던 손이 김치 국물로 엉망이었다.
물로 씻어내고 싶었지만 도언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옆에 있던 행주로 손에 묻은 김치 국물을 대충 닦아냈다.
“가져다 두고 왔…….”
서둘러 주방을 나왔지만 도언은 없었다.
기다리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 모양이었다.
기다릴 거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것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차도언이었다.
호명가의 장남이자 황태자인 그가 누굴 기다리겠는다.
이재는 길게 늘어선 계단을 올려다보며 잠시 망설였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별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어차피 차도언을 또 마주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재가 주로 만나는 사람은 도경이었고 가끔은 안서희였다.
차도언이 거주하고 있는 별채에는 올 일이 없었다.
만약 오늘 같이 심부름할 일이 생겨도 피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고용인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차도언은 잠시 한국에 들른 것 같았다.
그가 떠날 때까지만 어떻게 잘 피하면 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망설이던 이재는 결국 2층 계단에 발을 올렸다.
'이 죽일 놈의 책임감.'
2층에 올라왔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이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별채 2층에는 처음 와봤으니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건 두 번째 기회인가.'
이번엔 올라갔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복도 끝에 빼꼼 열린 문이 보였다.
'하여간 눈도 좋아.'
하필 문이 열린 방을 봐버린 자신을 원망해도 소용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내려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재는 열린 문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섰다.
문 앞으로 다가가며 이재는 흠흠, 헛기침을 했다.
도언이 얼굴을 내밀고 자신이 온 것을 확인하기를 바랐다.
"흠흠...... 흠!"
방 앞에까지 다다른 이재는 도언이 들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크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안에서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문에 귀를 대보아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려 있었지만 안이 보이도록 열린 건 아니어서 아무리 기웃거려도 소용없었다.
이재는 열려있는 슬쩍 문을 밀어 보았다.
만약 여기에도 도언이 없다면 이번에는 정말 여기서 나가리라 다짐하면서.
제발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면서.
“허업!”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인영에 깜짝 놀란 이재가 입을 막았다.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서 있는 사람은 도언이었다.
그것도 상의를 벗은 차도언.
“어, 어……! 죄송합니다!”
황급히 문을 닫는데 안에서 도언이 들어오라고 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문을 닫기 직전에 “네?” 다시 물으니 “들어오라고.” 조금 성이 난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시, 실례하겠습니다.”
이재는 엉거주춤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상의를 벗고 있는 도언을 차마 마주 볼 수 없어 고개를 사선으로 돌렸다.
그렇게 처분만 기다리는 죄인처럼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들어오라고 해놓고 도언에게선 아무 기척도 없었다.
'뭐야, 사람 불러놓고 아무말도 없어.'
괜한 긴장감에 맞잡은 손안에 땀이 진득하게 배어났다.
이재는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질러 땀을 닦았다.
대체 도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리깐 눈동자를 최대한 굴려 보았지만, 그가 있는 곳까지는 시선이 닿지 않았다.
호명 가에 5년간 있었지만 별채 2층엔 처음 와봤다.
별채는 손님들이 오면 묵는 곳이라는데 살림을 맡은 고용인도 아닌 이재는 당연히 올 일이 없었다.
오늘처럼 가끔 심부름을 와도 1층 주방에나 몇 번 가봤을 뿐이었다.
'2층은 이런 곳이었구나.'
호명 가 어딜 가도 럭셔리, 호화, 고급투성이라지만 별채는 유별난 느낌이었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무늬도, 카펫도, 빼꼼 보이는 소파도 다 고급 그 자체였다.
얼마 전까지 리모델링한다고 야단이더니 다 새로 들인 모양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를 한껏 돌리며 별채 침실을 살피는 이재 눈에 실내용 슬리퍼가 눈에 들어왔다.
'어쩜, 슬리퍼까지 저렇게 럭셔리할까.'
감탄도 잠시, 번쩍 정신이 든 이재가 고개를 들었다.
도언이었다.
슬리퍼를 신은 도언이 소리도 없이 다가와 이재 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상의는 벗은 채로.
고개를 든 이재와 눈이 마주치자 도언이 다시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정신 못 차리네, 하는 얼굴로.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의 눈빛에 주눅이 들어 저절로 목소리가 졸아들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도언이 그런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았다.
이재는 갑자기 전의를 상실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그의 눈빛만으로도 도저히 그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이럴 때는 그냥 항복을 선언하고 빨리 끝내는 게 최선이었다.
“셔츠는,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이재가 시선을 스르륵 내렸다.
도언의 맨몸을 도저히 볼 수 없어서였다.
도언이 다리 사이 드러난 밀부로 시선을 옮겼다.이재가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도언은 허벅지를 누르며 제지했다.그저 그가 보고 있는 것뿐인데 자꾸만 아래가 움칠거리며 액을 토해냈다.이재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고개를 돌렸다.도언은 그녀의 몸처럼 매끄럽고 하얀 다리 사이 둔덕을 살살 만지다가 갈라진 틈새 안으로 천천히 손을 넣었다.“허업……!”클리토리스를 건드리는 그의 손길에 숨이 막힐 듯 버둥대는 이재가 허벅지 안쪽을 단단히 조이며 바들거렸다.“처음엔 숨어 있더니.”도언이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쥐어 비비며 느긋이 다음 말을 이었다.“바로 잡히네.”“하윽, 으으…….”그의 손길에 이재가 허리를 들며 새된 신음을 터트렸다.“나만 선 거 아니잖아, 한이재. 응?”이재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하얗게 부서지는 눈앞의 빛이 그녀를 혼란하게 할 뿐이었다.그가 제발 저를 놓아주기를.아니 더 깊은 무언가가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극한의 마음이 혼재되어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도언의 한계도 여기까지였다.제 손길에 그녀의 몸이 더 깊은 곡선을 만들며 벌벌 떠는 걸 더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순식간에 버클을 풀어 바지를 벗어낸 도언이 제 것을 꺼내 손에 쥐었다.그의 손에 쥐고도 남을 만큼 큰 그것이 불뚝이는 게 이재의 눈에 들어왔다.당황한 숨을 삼키며 시트를 쥐는 이재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도언이 콘돔 패키지를 뜯어 꺼내어 천천히 씌웠다.숨을 할딱이며 저를 올려다보는 이재를 느긋이 바라보는 도언의 행동은 거리낄 것 없이 자연스러웠다.드디어 할 일을 다 마친 그가 세웠던 상체를 이재 위로 덮으며 가까이 내려다보았다.어느새 풀어진 긴 머리카락이 하얀 시트 위의 검은 물감처럼 펼쳐져 있었다.그 위에 눈물을 가득 담은 눈이 그렁하게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도언이 그녀에게 몸을 덮었다.깜빡이면 주르륵 흘러내릴 것처럼 눈물을 머금은 그 눈에 입술을 대자 바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입술에 느껴졌다.“한이재 씨.”제법 다정
도언이 그녀의 아래를 한껏 주무르던 젖은 손을 올려 제 입가에 문지르며 삐딱하게 웃었다.이재는 경악하며 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허튼 몸짓일 뿐이었다.다시 그녀의 아래를 덮은 손이 다시 움직이며 그녀를 만지기 시작했다.그 자극에 다시 푹 꺾여버린 이재는 그의 어깨에 매달려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빨리하자며, 응?”대답을 바란 것 아닌 듯 도언은 말끝에 웃음을 흘렸다.멈추지 않는 자극에 이재는 그에게 매달리며 흐느꼈다.그 역시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한이재 씨, 나 봐요.”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드는 이재의 눈이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동그랗게 치켜뜬 눈이 이성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그리고 지금 그녀의 발갛게 부은 눈가와 젖은 눈동자는 욕망을 부추겼다.당장 침대로 데려가 제 아래 눕히고 젖은 눈동자가 저를 올려다보게 만들고 싶은 욕망.기어이 울리고 말아서 그 눈물을 핥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흐읍.”도언은 대신 그녀의 입술을 물어 빨아들였다.고개를 젓는 그녀의 턱을 잡고 눌러 벌어진 입안으로 파고들었다.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그의 소리가 그녀의 입을 채웠다.어깨를 잡고 있던 이재의 손이 그의 목을 안았다.드디어 얽혀오는 그녀의 혀에 도언의 머리에서 뭔가 툭 끊겨 나갔다.도언은 단번에 이재를 안아 올렸다.침대에 눕혀지는 동시에 그의 손에 벗겨진 바지가 침대 바깥으로 툭 떨어졌다.가녀린 다리 사이로 몸을 넣은 도언이 이미 반쯤 벗겨진 그녀의 셔츠를 벗겨냈다.헐렁하게 흘러내린 브래지어 한쪽으론 이미 한차례 그에게 빨린 가슴이 반쯤 드러나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났다.“하, 씨…….”욕설을 삼키며 도언은 제 아래 흐트러진 이재를 바라보았다.밭은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네가 어떤지 모르지.네가 얼마나 날 미치게 하는지 너는 전혀 모르지.도언은 브래지어를 끌어 내렸다.그를 막으려는 이재의 손길은 미약할 뿐이었다.곧바로 드러난 둥근 가슴이 그녀의 몸짓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냥 해치우면 그만이었다.다음이라는 허튼소리를 한 건 자신이었으니까.데스크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디디려 하는 이재를 도언이 몸을 밀어 막았다.그 바람에 그와 더 밀착되고, 다리는 더 벌어졌다.도언이 얼굴을 내려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그가 혀를 넣으며 밀고 들어오는 통에 이재의 상체가 뒤로 밀려났다.그런 이재의 등을 받치던 그의 손이 등과 허리의 잘록한 곡선을 어루만졌다.그의 뜨겁고 큰 손이 허리 아래 어딘가로 향할 것만 같아 이재는 신경이 곤두섰다.“흐윽…….”그러나 도언의 손이 닿은 건 허리 아래 뒤쪽이 아니라 앞이었다.흠칫 놀랐지만 오므릴 수도 없이 벌어진 다리는 그의 손길에 속수무책이었다.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며 올라온 그의 손이 가운데 닿았다.놀란 이재는 제 입안을 헤집는 혀를 물고 숨을 들이켜고 말았다.도언은 낮게 웃으며 저를 물고 있는 그녀를 느끼듯 가만히 혀를 내주었다.“하아.”이윽고 그녀가 빨아들이자 낮게 신음을 터트렸다.그 작고 보드라운 입의 압력이 마치 혀가 아닌 다른 것을 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아래가 터질 듯 바짝 서버렸기 때문이었다.도언은 그녀의 밀부를 손바닥으로 덮으며 어루만졌다.얇은 바지 위로 선명히 라인이 선명히 느껴졌다.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 손이 닿았을 때 이재가 몸을 떨며 그를 안았다.이재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그 느낌을 어찌할 줄 몰랐다.그를 밀어 냈지만, 도언은 멈추지 않았다.집요하게 바지 위로 덧그리는 그의 손길에 이재는 속절없이 무너지듯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흐으윽, 흑…….”도언의 손길에 감출 수도 없이 나오는 신음에 이재는 입을 막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버클이 그의 손에 쉽게 풀어지며 안으로 들어온 손이 그녀를 침범했기 때문이었다.이런 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재가 자극에 몸을 떨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흐으…… 싫, 어…….”“이렇게 젖어놓고 뭐가 싫어.”도언이 축축해진 그녀의 아래 맨살을 손으로 덮었다.제 어깨
고집스럽게 세웠던 이재의 몸이 그의 무게에 밀려났지만, 곧 벽이 등에 닿았다.능숙하게 허리를 잡은 도언이 끌어당겨 안았을 때 비로소 그의 얼굴이, 그의 눈이 보였다.그러나 바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건 숨 쉴 여력조차 주지 않고 밀려든 그 때문이었다.“하, 지…….”하지 말라는 말은 그의 혀에 쓸려 나가고, 대신 밭은 숨이 그녀의 입안을 채웠다.이재는 목 끝까지 닿을 듯이 밀고 들어오는 그가 버거워 발끝을 들었지만 중심을 잃고 더 비틀거릴 뿐이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부들대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목을 안게 한 도언은 더 깊이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젖은 혀가 엉키고 질척이는 소리에 미처 감추지 못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그 소리에 도언이 목구멍 깊은 곳에서 그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아……!”그가 셔츠 위 가슴을 쥐었을 때 놀란 이재가 입을 다물었다.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에 혀를 물린 그가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입술을 뗐다.“경고했는데?”“……?”“나 변태 새끼라고.”이재의 동그래진 눈에 그득하게 차오른 눈물이 떨어질 듯 반짝이는 게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보였다.“물리는 거, 좋아하거든.”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의 얼굴은 단정했다.이재는 문득 밀려드는 두려움에 고개를 저었다.동시에 차올랐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그 눈을 바라보며 도언이 가슴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이재가 숨을 들이켜며 소리 없는 비명이라도 지르듯 입을 벌렸다.그리고 다시, 입을 맞춰 오는 그의 입술은 어쩐지 다정했다.어르듯 부드럽게 입술을 물고 지그시 빨아들이며 잔뜩 벌어진 입안을 느리고 깊게 훑었다.“흐윽, 흐…….”그러면서도 가슴을 쥔 손만은 여전했다.셔츠 위로 그의 손에 뭉개지는 가슴은 그녀를 헐떡이게 했다.도언이 입술을 느리게 떼어 내면서도 얼굴을 뒤로 물리지 않은 채 손안에 쥐고 있던 가슴의 정점을 찾아 비틀었다.“흐으…….”왈칵 들이치는 예민한 감각에 이재가 허리를 꺾었지만 도언은 멈추지 않았다.셔츠 단
도언이 묻고 있었지만 이재는 알고 있었다.그는 개새끼가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걸.그리고 먹고 싶은 것은 반드시 먹는 사람이라는 것도.지금까지 그게 떡볶이라고 착각한 건 이재의 잘못이었다.도언은 이제 더 이상 허기를 참을 수 없었다.물리적인 허기가 아님을 확인했으니 이제 진짜 허기를 채워야 했다.먹고 싶은 건 떡볶이 따위가 아니라 이재의 입술이라고,대놓고 말해 버렸으니 이제 다음은 정해져 있었다."그럼 또 개새끼라고 할 건가?"그렇게 말한 건 의향이나 허락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다만 그녀의 반응이 애피타이저가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상은 적중했다.“네? 그게 무, 무슨 마, 말씀이신지……?”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그를 충분히 달아오르게 하고도 남았다.“다시 말해줘요? 내가 먹고 싶은 건…….”“아니요! 말하지 마세요.”손바닥을 보이며 말을 막는 그녀의 눈이 더 커졌다.어스름하게 들어오는 차고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출렁였다.‘저 눈…….’도언은 허기를 극에 달하게 만드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흐릿해질 때까지 보다가 눈을 느리게 깜빡이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렸다.이재가 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도언은 놓아주지 않았다.“뭐, 상관은 없어요.”“……?”“어차피 처음부터 한이재한테는 개새끼였잖아.”도언이 나른하게 말하며 입술을 올려 미소를 머금었다.이재는 무슨 말인가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그에게 잡힌 손이 당겨지며 그의 입술이 이재의 벌어진 입에 닿았다.뜨겁게 젖은 입술에 이재는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뒤로 물렸지만, 그저 작은 움직임일 뿐이었다.그에게 단단히 잡힌 손과 이미 벌어진 입안으로 밀려 들어온 그의 혀가 그녀를 꼼짝없이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흐으…….”터져 나온 소리에 입안 점막을 훑던 그가 깊게 들어와 이재 안을 채웠다.턱이 들리도록 깊게 넣어 휘젓는 통에 이재는 숨이 막힐 듯 그를 받아들였다.달고 말캉한 것을 먹었다고 했었
“모자라면 더 시켜요.”이재는 그제야 볼이 불룩해지도록 먹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생각에 빠져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은 탓이었다.“아니에요. 다 먹었어요.”입을 가리며 이재는 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내려놓았다.도언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었다.“계산해 주세요.”그러나 주인은 도언이 건넨 카드를 받지 않고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카드는 안 되는데.”“안 되다니요?”도언이 반문하는 사이 이재가 재빨리 만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여기요.”주인이 이재가 내민 돈을 받아 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이재가 먼저 밖으로 나오자 도언이 카드를 집어넣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 나왔다.“오늘 제가 사드린 거예요.”이재의 말에 도언이 픽 웃음을 내뱉었다.“그래서요?”“그렇다고요.”이재는 용기 내어 그를 올려다보았다.웃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그가 이재를 보았다.그가 숨기지도 않고 자신의 얼굴을 훑는 것이 느껴져 뺨이 달아올랐다.그 순간 혹시나 떡볶이 국물 같은 게 묻어 있을까 봐 걱정되었던 건 왜일까.“오늘 한이재 씨가 샀으니 다음엔 내가 사죠.”“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갑시다.”도언이 주차해 놓은 곳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이재는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 *도언은 이상하게 허기가 졌다.그건 이재를 정원에서 마주치고 난 후 갑자기 느껴진 것이었다.지독하게 피곤한 하루였다.그에게 필요한 건 숙면을 위한 알약이거나 독한 술 한잔이었다.그런데, 이재를 보자 묘하게 배가 고팠다.1시간 후에 보자고 여유를 부린 게 후회가 될 정도로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제 앞으로 와 긴장된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을 때 허기는 극에 달했다.그것은 당장 뭐라도 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충동과도 같았다.그녀를 물리고 과하도록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싶기도 했다.또는 높낮이 없는 음색으로 보고 따위를 중얼대는 그녀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