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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03:06:15

“내 딸이라고?”

권태겸이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이가 갈리는 소리였다.

“문예라. 누가 그딴 개소리를 주워 먹였어?”

예라가 바로 받아쳤다.

“주워 먹긴 뭘 주워 먹어요. 아저씨 침 뱉은 휴지로 검사했는데.”

“뭐?”

“회장실 쓰레기통 뒤지는 거 어렵지도 않더라고.”

권태겸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나는 이록을 봤다.

“당신도 알고 있었어요?”

“DNA 결과는 봤어.”

“언제.”

“사흘 전.”

“사흘 전?”

내가 웃었다.

“그럼 나만 병신이었네. 남편한테 친동생 붙여주고, 둘이 잤나 안 잤나 머리 싸매고.”

“안 잤다고 했잖아.”

“그게 지금 중요해?”

“나한텐 중요하지.”

“닥쳐.”

내가 소리치자 예라가 낄낄 웃었다.

“언니, 그래도 형부는 합격이네. 동생이 벗어도 안 먹었잖아.”

“문예라.”

“왜. 칭찬도 못 해?”

“한 번만 더 형부라고 불러. 입 찢어버릴 테니까.”

“성질머리는 나랑 똑같네.”

“누구 덕인데.”

권태겸이 탁자를 내리쳤다.

“다 꺼져! 이 집에서 당장 나가!”

예라가 비웃었다.

“왜요? 아빠 집 구경 좀 하면 안 돼?”

“네 아빠 아니라고 했다.”

이록이 낮게 말했다.

“맞습니다.”

권태겸의 눈이 돌아갔다.

“너까지 무슨 헛소리야.”

이록은 휴대폰을 꺼내 식탁 위에 던졌다.

“친자확률 99.9987퍼센트. 문예라는 아버지 딸이에요.”

한미라가 눈을 감았다.

나는 헛웃음이 났다.

“그럼 진짜네.”

예라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물었다.

“이제도 나보고 창녀라고 할 거예요?”

권태겸이 이를 악물었다.

“네년이 한 짓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내가 뭘 했는데요?”

“남의 남편 방에 기어들어가!”

“그 남의 남편한테 날 처넣은 건 언니고.”

예라가 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언니를 당신 아들한테 팔아넘긴 건 당신이잖아.”

내가 고개를 돌렸다.

“뭐?”

예라가 미소를 지웠다.

“언니, 진짜 몰랐어?”

“뭘.”

“이 결혼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나는 권태겸을 봤다.

그가 입을 다물었다.

예라가 말했다.

“아빠 금고에 계약서 있어.”

“무슨 계약서.”

“혼인 계약서.”

이록의 표정이 굳었다.

“문예라.”

“대표님도 이건 몰랐나 보네?”

나는 숨이 막혔다.

“가져와.”

권태겸이 고함쳤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가져오라고!”

예라는 가방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이미 가져왔어.”

그 순간 권태겸이 달려들었다.

이록이 그의 팔을 잡아 비틀었다.

“놓으세요.”

“놔, 이 새끼야!”

“서류부터 봅니다.”

“내 집에서 애비 팔을 꺾어?”

이록이 웃었다.

“애비는 개뿔. 방금 친아버지 따로 나왔잖아요.”

한미라가 고개를 숙였다.

권태겸은 욕설을 뱉었다.

“개같은 놈.”

“키운 값 청구하세요. 대신 제 인생 팔아먹은 값도 같이 계산하고.”

나는 종이를 펼쳤다.

첫 줄을 읽자 손끝이 차가워졌다.

혼인 당사자.

권이록.

온사율.

그리고 그 아래.

‘온사율이 권이록과 혼인할 경우, 온정호가 보유한 서린물산 차명지분 18퍼센트를 권태겸에게 이전한다.’

“아빠.”

스피커폰 너머는 조용했다.

“이게 뭐야.”

—사율아, 그건…

“내 결혼으로 지분 넘겼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래가 아니다.

“그럼 뭔데. 사랑의 증표로 주식 18퍼 처먹었어?”

권태겸이 코웃음 쳤다.

“네 아비가 먼저 제안했다.”

나는 그대로 휴대폰을 집어 던질 뻔했다.

“왜.”

아빠가 한참 뒤 말했다.

—널 지키려고 했다.

“누구한테서.”

대답이 없었다.

내가 악을 썼다.

“누구한테서 지키려고 남편을 샀냐고!”

그때 한미라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서.”

모두가 그녀를 봤다.

“무슨 말이에요?”

한미라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사율아. 네 엄마가 죽기 전에 나를 찾아왔어.”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우리 엄마가?”

“그래.”

“왜.”

“널 권태겸 집안에 시집보내 달라고 부탁했어.”

“미쳤어요?”

“나도 미친 소리인 줄 알았어.”

한미라가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 맨 뒷장을 넘겼다.

거기엔 엄마 서명이 있었다.

내가 아는 필체였다.

“엄마가 왜 이런 걸…”

“조건이 하나 있었어.”

한미라가 말했다.

“권이록이 아니라 다른 남자와 결혼하면.”

그녀가 나를 똑바로 봤다.

“네가 죽는다고 했어.”

“뭐?”

“정확히는.”

한미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 친아버지가 널 죽일 거라고 했어.”

나는 스피커폰을 내려다봤다.

“내 친아버지?”

아빠가 다급하게 말했다.

—미라야, 그 입 닥쳐!

한미라가 웃었다.

“왜. 이제 와서 겁나?”

그리고 내게 말했다.

“사율아.”

“말해요.”

“네가 평생 아빠라고 부른 온정호.”

잠깐의 침묵.

“네 친아버지 아니야.”

내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힌 스피커폰 너머로 아빠가 고함쳤다.

—한미라!

한미라는 끝까지 말했다.

“네 친아버지는 아직 살아 있어.”

그리고 권태겸을 보며 덧붙였다.

“저 인간도 알고 있고.”

나는 권태겸에게 다가갔다.

“누구야.”

그가 입을 다물었다.

“내 친아버지 누구냐고.”

권태겸이 나를 보며 웃었다.

“알면 네가 먼저 네 남편 목부터 조를 텐데.”

이록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버지.”

권태겸이 말했다.

“온사율 친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싶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이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새끼가 제일 잘 알아.”

나는 천천히 이록을 돌아봤다.

“당신.”

이록이 처음으로 내 눈을 피했다.

그 순간 알았다.

이 남자는 내 친아버지가 누군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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